작은 알 첫번째
미동도 없다.
시끄럽고, 지옥도나 다름 없던 그 곳에서 보호받던 알. 자신은 알을 구출하기 보다는 라디오부터 제 신경을 자꾸만 긁어대고 감히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등.. 순식간에 싫어할 이유를 잔뜩 만들어준 집단의 멍청한 놈들을 공격하는걸 우선순위로 뒀기에 이렇게 직접 알을 만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알부터 무언가를 키우는 것 도 처음이고.
"과연 이 알에서는 어떤 기사님이 태어나줄까..."
[...]
"어떤 아이든 제가 키우는 이상 강한 포켓몬이 될테죠."
장식품처럼 톡톡 건들여도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살아있다는 듯 끌어안고 있으면 미약한 온기가 느껴져 웃음이 새어나왔다. 여러가지 계획은 있었지만, 와닿는게 없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비워둔 곳을 차지할 운명처럼 나타난 내 마지막 기사님.
나이트는 고스트 타입이 되어 서늘해졌고 킹은 혹시라도 저가 달려들었다가 알이 깨질까 안절부절하며 거리를 두고 있고, 호기심 많은 퀸이 흥미를 가지고 알 주변을 빙글빙글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룩은 어지러워서 폭 침대에 쓰러진다던가 알 위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비숍과 관심 없는 듯 하면서도 제 가방에서 부드러운 손수건을 꺼내서 알 위로 덮어주는 폰과 메이트까지. 내가 여태껏 모아온 기사님들은 언젠가 태어날 후배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기뻐하세요. 이렇게 많은 존재가 체크 당신이 세상에 나오면 그 순간을 축하해주고 각자 다른 방법으로 이끌어줄거랍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사랑으로 쑥쑥 크고 강해져서 당신의 원래 터전이었던 곳을 파괴한 그 집단을 박살내버리는거에요.
건들여도 미동도 없던 알은 꽉 끌어안은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봤지만 당연히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고 따뜻할 뿐 이었다. 과연 이 알에서 어떤 포켓몬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트레이너인 제 목표가 최강인 이상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될 거라는건 변하지 않겠죠.
"아아 기대되라... 얼른 한겹 안의 당신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이왕이면 저를 닮아 싸움을 좋아하고 뜨거운 호전적인 성격이면 좋겠네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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