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이 아카데미

일일MC 아가씨가 전해드립니다.

[사물함 우유사건]

커뮤 모음 by 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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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들리시나요?”

조용한 방송실 아멜리아는 사연함을 뒤적거리며 마이크 체크를 끝낸 후 다른 사연보다는 두꺼운 종이로 쓰여진 종이를 집어들고 열었다.

“익명의 예비 트레이너분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배울게 많아 학교에 좀 더 남아 있으려는 학생이라고 합니다.”


***

저에게는 입학 때 부터 함께해온 친구 H가 있습니다.

걔가 자주 깜빡하기도 하고 덜렁거리는 친구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수업을 듣더니 작년에 먼저 졸업하고 저보다 먼저 모험을 떠난 자랑스러운 제 친구이기도 하고 저희는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이 그러니까 정신을 여전히 이곳에 두고다니는 친구가 저번주에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제 사물함에 우유를 넣어둔걸 깜빡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기억났는데 혹시 괜찮았냐고 말이죠.

저는 사물함을 원래 잘 안쓰고 걔는 물건을 워낙 많이 들고다녀서 빌려주던터라 이것저것 넣어둬도 신경안썼는데 그게 이렇게 돌아올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걔가 졸업한지 벌써 1년. 어련히 정리 했거니 싶어서 저도 사물함을 방치한지 1년. 제 사물함 안의 우유가 어떻게 된건지는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처리는 해야할 것 같은데 차마 열기도 무섭고 요즘 이런저런 일 때문에 선생님들도 전부 바쁜것 같아 차마 말도 못꺼내고 있어서 이렇게 사연을 보내봅니다. 제 사물함에 우유.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요? 제가 사물함을 열고 기절안할 수 있을까요?

비록 졸업은해서 듣지 못할 내 친구 H야. 여기서라도 말해본다.

***

“두고보자 이 빌어먹을 자식아. 나에게 폭탄을 남긴 네 놈한테 어떻게든 복수해주마… 재밌는 사연이었네요. 사연함에 있는지 꽤 된것같은데 지금은 이 사물함 해결되었을까요?”

슈뢰딩거의 에나비. 아니, 사물함안의 우유라… 그렇게나 방치했는데 안에서 안터진것도 기적이었고 냄새가 샌다던가 누군가가 실수로 열어보지 않은 것 도 기적인 상태였을 것 같은데… 아멜리아는 무엇을 말하기 전에 바깥,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으아아악! 걸레 가져와!! 아니 약어리 물대포‘ 하는 학생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걸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사연자는 여태까지 해결하지 못했던게 분명했다.

“자,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여러분들은 사물함을 쓰지 않더라도 간간히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특히 누군가에게 빌려줬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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