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3
Devil may cry - Nero/Kyrie
결국, 그녀는 여기에 남았다. 물론 그도 함께였다. 사실, 그녀든 자기 자신이든 이곳을 떠나 이곳 아닌 곳에서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싫어하고 한심하게 여기던 곳이었는데. 네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보이는 전경은 참담했다. 그가 서 있는 곳이 아직 복구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구역인 탓에 더 그러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제구실을 다 할 수 없는 건물들뿐임에도 이래 봬도 막 무너졌을 때보단 훨씬 나은 것이라는 것이 그의 웃음에 쓴 기운을 더했다.
그래도 다른 구역이나마 이 짧은 시간 새에 수복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하게도, 늘 한 결같이 남 돕기를 좋아하는 그녀도 있었고.
굳이 그를 끼워 넣자면- 그렇지, 그는 덤 같은 것이리라. 그녀에게 끼인 덤. 사실 이제까지 교단에 대한 그의 태도를 생각하면 부정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네로가 교단에 몸담고 있던 것은 키리에 때문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 싫은 것을 억지로 도우러 나오는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싫든 좋든 그는 이곳, 포르투나 출신이었고 그녀와 함께 여기서 자랐으니까.
영원할 것만 같이 갑갑하게 옥죄어오던 도시의 잔해가 전해준 것은 후련함보다도 안타까움이었다. 모두 힘을 모아 다시 일으켜 세우더라도 잃은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크레도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손발을 멈출 수는 없으리라. 크레도의 부재를 힘들어하면서도 그들이 받아들였듯이.
그래, 이전 같을 수는 없다. 복구하더라도 이제는 전만큼 갑갑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멍청하게 가만히 손 떼고 있지도 않을 것이고. 이젠 그만 이 굳은 거리에도 변화가 찾아와야 할 때였다.
설렁설렁 걸으며 무너진 잔해들을 둘러보던 네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고개를 흔들었다. 넋 놓고 있던 사이에도 시간은 소리도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현장은 언제나 인력을 필요로 한다. 계속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으니 조금쯤이야 그가 없다고 뒷말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건 역시 그녀 때문이었다. 그가 거들면 거들수록 그녀의 일도 줄어 들으리라.
자율휴식의 유혹에 흔들리던 네로는 결국 한숨을 쉬며 발뒤꿈치를 돌렸다. 단단한 부츠 바닥으로 엉망으로 갈라진 길바닥 위를 내디디며, 그는 가야 할 길을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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