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을 엿먹이는 방법

개자식을 엿먹이는 방법

“이렇게 될 줄 알고는 있었어요. 당신은 강하고, 난 약한 사람이니까.”

하늘은 금세라도 비가 떨어질 듯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는 그런 빤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가에 히죽 미소가 걸린 채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친구나 하지 않을래요?”

마지막 개소리까지 참 정성껏이지. a는 하, 하는 숨을 뱉고는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비록 총알이 세발 밖에 남지 않은 작은 리볼브 권총이었으나 그의 목숨을 빼앗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터였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자연스레 a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환희는 심장을 타고 머리 끝까지 차서 머리를 충분히 마비시키고도 흘러넘쳐 온몸을 적셨다. 사사건건 같잖은 도덕심으로 번번이 제 앞길을 막던 그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는 이랬다. 나약한 선은 악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어서 쏘라는 듯 온화한 얼굴로 a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마침내 서로의 코가 닿을 만큼 가까워지자 두 배로 증폭된 심장 소리에 귀가 먹혀들어가는 것 같았다.

a는 그에게서 한 발짝 물러나 자꾸만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총을 고쳐잡았다. 실로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뜨거워진 폐에 바람을 한 번 넣었다. 동시에 엄지로는 총의 몸체를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떨리는 손에 총은 계속 미끄러졌다. 바들대는 손의 떨림을 따라 총구도 바들거리며 떨리고, 머리에 정확히 조준된 초점은 어느새 길을 잃고 흔들린다.

만일 우리가 지금 극장의 스크린에 걸린 신세였더라면 관객들이 모두 지겹다고 생각할 만한 때 즈음,

“뭘 그렇게 망설이고 있어요?”

그의 한마디가 날카롭게 a의 귀를 뚫고 들어왔다. 그래, 이상하게도 죽음을 망설이는 쪽은 오히려 a, 제 쪽이었다. 놀랍게도 총알 세발은 아직 발사되지 않은 채로 총체에 남아있었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a의 머리는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내가 망설이고 있다고…? 그럴 리가. 이 순간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려왔는걸.

a는 다소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절레 저었다. 누구보다 여유로워 보이길 원하는 몸짓이었으나, 평소 눈치 없기로 소문난 그의 눈에도 a가 경직되어 보일 만큼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요. 역시 당신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군요. 그는 씩 웃으며 총을 쥔 a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다음 생에 우린 친구가 될 거예요. 내가 당신보다 훨씬 더 강하게 태어날 테니까. 그땐 내가 먼저 친구 하자고 말해줄 테니까,”

우린 다음 생에 만나-

탕. 말이 미처 끝맺어지기도 전 a의 오른쪽 검지에 그의 왼쪽 엄지가 겹쳐졌다. 총알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머리에 박혔고 그 반동으로 그의 몸뚱이는 뒤로 픽 쓰러졌다.

a는 초라해진 그의 몸뚱이를 내려다봤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개자식. 끝까지 나를 엿먹이고 가는구나.

그렇게 a와 그의 지독한 악연의 굴레는 시작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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