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오펜

OC5

Sorcerous Stabber Orphen - Ohphen/Crio * 4부 이전 / 단편 <라고, 마왕은 생각한다> 이후

회유기록 by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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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만 게 뭐라고 이렇게 비싼 건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돈을 꺼내는 지금만큼은 일부러라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낼 건 내야한다만. 마지못해 사는 사람마냥 오펜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지갑을 꺼냈다. 건네줄 돈을 타박타박 세어 쥐어주고서 물건을 넘겨받는다. 꽤나 비싼 값을 치르고 받은 한 쌍의 반지는 매우 소박했다. 장식도 거의 없는, 그저 손가락을 두를 뿐인 고리. 빈한 생활에 익숙한 그가 봐도 참 조촐하다 싶었다. 이런 걸로 좋을까.

지금이라도 바꿔야하지 않을까- 하고 오펜은 가게를 나와 잠시 고민했다. 물론 생각해봐야 바꿀 돈도 없으매 여유시간도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손에 쥔 케이스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다시 봐도 밋밋한-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면 투박한 모양새.

곧 맺어질 연인들이 나눠끼기엔 이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도 없었으나 그나마 이거라면 돌에 긁히거나 장식이 떨어지는 등의 불상사는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펜은 주머니에 케이스를 잘 챙겨 넣었다.

이래 생겨먹었어도 그들에겐 소중한 물건이었다. 사치품은커녕 생필품도 아슬아슬한 이 변경의 개척지에 힘들게 맞춘 결혼반지인 것이다. 곧 맺을 혼인의 증거. 얼굴도 보지 못한, 이름만 아는 부모님, 그의 가족이라 부르는 누나들, 탑에서의 가족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가족 아닌 사람과 만들 새로운 가족이라는 테두리. 손에 쥔 반지만큼이나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이제부터 그 이름에 익숙해져 가리라.

잠시 동안 그들을 닮은 반지를 내밀고 있던 케이스가 이내 달칵, 하고 입을 다물었다. 오펜은 제대로 닫힌 케이스를 품에 잘 챙겨 넣고는 함께 받은 영수증도 대충 접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반지를 끼는 것은 조금 더 나중이 될 것이었다. 오펜은 잠깐의 외출시간이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그 장소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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