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오펜

OC4

Sorcerous Stabber Orphen - Ohphen/Crio * 약속의 땅에서 전후

회유기록 by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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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일종의 몸에 배인 습관과 같다. 평소 자는 시간이 되면 졸리고, 일어날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깬다. 간혹 그 무의식중의 시간관념이 무너질 때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보통은 알람 시계나 깨워주는 부인 덕에 별다른 변동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로서는 모처럼, 정말로 오랜만에 맞은 휴일이었으므로, 한없이 늘어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전을 내내 잠으로 보내려던 그의 계획은 평소와 같이 그를 깨운 아내의 손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결국 오펜은 저항할 틈도 없이 각성해버린 의식에 반쯤은 인상을, 반쯤은 울상을 지으며 이불에 파묻은 얼굴을 들었다.

"모처럼 생긴 휴일이었는데."

"그래도 일어날 시간엔 일어나야지."

그의 투덜거림에도 부인은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기울였을 뿐, 그의 억울함에 조금도 공감해주지 않았다. 이래서야 걷어차여서 깨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오펜은 한숨을 토하며 베개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좀 더 자고 싶은 남편의 마음도 좀 헤아려주면 안 될까?"

"어머, 미안. 하지만 난 아버지와 아침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딸을 더 챙겨주고 싶지 뭐야."

크리오는 웃으며 그를 향하고 있던 몸을 돌려 그를 등지고 누웠다. 평소 아침에 문을 나서는 것은 그들 부녀 전부였지만 운동의 멤버는 그, 장녀, 차녀뿐이었다. 삼녀는 키우는 개의 산책으로 동행하는 것뿐. 그 중에서도 아내가 가리키는 것은 그의 딸이면서 그의 제자이기도 한 차녀였다.

장녀라면 하루쯤 훈련을 거른다 해도 눈을 껌벅이며 “으~응, 그래~?” 하는 정도로 넘어가기도 하겠지만 차녀라면 불만으로 오만상을 쓸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언제나 훈련에 열심이니까. 열심인 것이 지나친 나머지 실력이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시비를 걸어댈 정도긴 했지만. 천장을 보고 드러누운 채 오펜은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투덜거렸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누굴 닮았나 몰라."

"그야 당연히 나 아냐? 당신은 아니잖아."

"글쎄다. 과연 그럴까."

고려대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제외 당해버렸지만 딱히 부정할 말도 없었다. 실소를 흘리며 오펜은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결국 휴일에 늦잠을 잔다는 소소하고도 야심찬 계획은 완전히 글러버렸다. 계획이 엎어진 이상 아버지로서 같은 시간에 언제나와 같이 아침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펜은 머리를 긁적이며 혼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자리에 속편하게 누워있는 아내는 좀 더 잔 후에 그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추어 아침 식사를 준비할 것이다. 같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던 게 언제 적 이야기더라. 어깨를 움츠린 남편은 먼저 씻기 위해 터덜터덜 세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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