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월

형, 어디에요.

자컾 로그 / 랑월

캐나다의 겨울은 너무나 시렸다. 눈은 무릎까지 왔고 기온은 영하 저 아래로 떨어졌다. 여름에 왔을 때 더위에 녹았는데 겨울도 무시할 수 없는 추위를 안겨주었다. 물론 집안은 따스했고 벽난로 옆은 더없이 뜨거웠으며 언제든 자신을 안아주는 부모님과 누나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홀로 동양의, 그것도 중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 류랑랑은 추웠다. 그 사람의 온기가 없으니까.

한국의 겨울은 이렇게 시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교적 덜 시린 추위에도 랑랑의 볼과 손은 빨개졌다. 어릴 때부터 실내에서만 지냈던 그였기에 그의 피부는 너무나 약했다. 이를 알고 있는 월터는 언제나 그를 위해 따스한 실내에서 그를 안아주었다. 월터의 품에 있을 대면 랑랑은 세상을 가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세상을 가졌다고 하는게 맞겠지. 랑랑의 세상은 월터를 통해서만 세계와 연결되었으니까.

그렇기에 그가 없는 캐나다의 겨울은 누가 안아주어도 시리도록 추웠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더없이 아늑하고 행복했던 가족의 품이었지만 이젠 월터의 온기를 알아버렸다. 그의 온기가 아니면 마음이 시렸다. 흩날리는 서울의 진눈깨비가 아닌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랑랑은 사랑하는 제 연인을 떠올렸다.

느즈막히 일어나 눈이 흩날려 어두워진 밖을 보던 그 날은, 평범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날이었다. 양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뜨거운 코코아. 뒤에서 느껴지는 사랑하는 형의 온기. 따뜻하게 데워져 약간 건조한 공기. 그 모든 것이 행복을 안겨주었다. 행복으로 가득한 그 날. 당장이라도 돌아갈 수 있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리운 행복한 날.

눈을 감아야만 선명해지는 그 온기에 랑랑의 눈가가 조금씩 붉어졌다. 촉촉하게 젖어가던 눈동자는 이윽고 물방울을 떨어트렸다. 방울방울 떨어지던 눈물은 줄기를 이루었고 숨은 점점 가파졌다. 눈물이 쏟아질수록 그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가족에게 미안했다. 이젠 그가 없으면 살아가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이걸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복잡한 감정과 생각은 끊기지 않았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머리가 아프고 눈가가 쓰려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랑랑의 울음 소리를 들은 누나가 방에 오고 나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월터가 너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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