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무쟈쿠] 溫≠穩

2022년 8월 디페스타에서 판매했던 라무쟈쿠 회지 'Cotton Candy Mix' 수록본 中 무료 공개분입니다.

溫≠穩

 아메무라 라무다 X 진구지 쟈쿠라이

“한창 바쁠 때인데, 이때 부르면 어쩌자는 거야~?”

 

민트색 후드 주머니에 양손을 푹 넣은 아메무라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작업실에서 연락을 받자마자 뛰쳐나온 탓인지, 옷 군데군데 알록달록한 색의 옷핀이 꽂힌 채였다.

 

중왕구. 그가 태어난 곳이자 평생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곳. 새로운 프로젝트 준비에 한창 바쁜 라무다였지만 중왕구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첫 번째 배틀 이후의 동향에 대해 의구심을 산 탓인지 간혹 시부야 곳곳에 미행이 따라붙었고, 까딱하다가는 전의 '나'처럼 폐기처분될 상황이었기에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스스로 사리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렇게 오늘도 충성을 다하는 사람을 연기하며 그들 앞에 섰다. 공손히 뒤로 모은 두 손, 부드럽게 미소 지은 입꼬리. 양쪽에서는 자신을 깔보기라도 하듯 네 개의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득바득 기 싸움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대체할 사람은 많습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오토메의 목소리에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웃어 보였다.

 

“시부야의 귀염둥이 라무다에게는 무슨 일로~?”

“건방 떨지 마, 아메무라. 우리는 너에게 도움을 주려고 부른 거다.”

“아무래도, 사탕을 먹지 않으면 죽어 버리는 몸이니까요. 간단한 실험을 하려고 부른 겁니다. … 레이, 시작을.”

토호텐 오토메가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자, 어디선가 기다렸다는 듯 아마야도 레이가 약물 하나를 들고 자신에게 다가왔다. 거만하게 약물을 흔드는 모습에 라무다는 침을 뱉고 싶은 기분을 연신 억눌렀다.

 

‘저게 내 몸에 들어온단 말이지.’

헛구역질이 나왔다.

 

“여어, 라무다쨩. 잘 지냈어? 다름이 아니라, 네 생명을 조금 연장해줄 수 있는 약을 하나를 개발해서-”

“닥쳐, 아마야도.”

“무섭네~”

 

자기 말이 끝나기도 전, 레이는 겁도 없이 특유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미친 새끼. 보이는 게 없나 보군.

 

아마야도 레이. 요즘 라무다에게 있어서 그보다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는 없었다. 단지 협력자라는 이유로 오사카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습이 자신과 비교되어서. 확실히, 변명할 여지 없는 질투였다. 자신은 자유가 없었고, 그에게는 있었으니까. 그뿐이었다.

 

‘네까짓 게.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데.’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눌러 담은 채 팔목을 걷었다.

 

약물, 또 약물. 그의 팔은 이미 무수한 실험이 오갔는지 피멍이 군데군데 나 있을 정도로 성한 곳 하나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꼭 죽은 자의 피부처럼 창백한 피멍 하나가 생길 예정이었다.

 

아메무라 라무다는 약물로부터 태어났고 약물로 인해 살아가고 있었지만, 끔찍하게 기다란 주삿바늘은 볼 때마다 식은땀이 났다. 그러나 그에게는 거부권이 없었다. 발버둥을 친다 해도 결과가 처참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저 출처 모를 약물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자신과 동화되기를 바랄 뿐. 그렇게 차가운 금속의 느낌을 애써 무시하려 고개를 돌렸다.

 

‘기분 나빠.’

주입이 끝났는지 알코올이 적셔진 탈지면을 자신의 팔에 두드린 레이가 말했다.

 

“끝났어, 잘 참네? 사탕 하나 먹을래?”

“… 짜증 나. 죽어.”

어린아이를 대하듯 사탕 하나를 눈앞에 두고 흔드는 아마야도를 노려보며, 그의 손에 있던 사탕을 채갔다.

 

“조금 어지러울 거야. 졸릴 수도 있고~. 그래도 한두 번 맞는 건 아니니까,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흥.”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대꾸했지만, 이미 속에서는 반응이 왔는지 모든 기관이 꼬인 것처럼 엉망이었다.

 

“볼일은 끝난 건가? 가봐도 좋아.”

멀찌감치 그들을 노려보던 이치지쿠가 입을 열었다.

 

‘완전히 개처럼 부리고 있군.’

짜증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체 만 체하며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아메무라 라무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경거망동한 행동은… 척결 대상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배려라곤 없었던 상황.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 당연하다는 듯 준비된 약물. 차가운 금속 바늘. 울렁거리는 속. 그리고 아무런 저항 없이 약물을 받는 실험체… 나.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와 함께 중얼거렸다.

“젠장.”


몇 달 전.

 

‘대체할 사람은 많습니다.’

중왕구에 다녀온 어느 날. 그는 어김없이 더러운 기분으로 누워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살펴보아야 할 천 조각이 뭉텅이로 쌓여 있었지만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더러운 기분인데, 높으신 분께 그런 말까지 들으니 아주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대체할 사람은 많다고?’

사람이 아니라 대체품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끔찍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그저 그 사실을 확인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나는 하나야. 나밖에 없어. 나 이외에는 아무도…”

자기 암시라도 하듯이, 라무다는 애써 사실을 부정하는 말만 연신 중얼거렸다.

 

겐타로. 다이스.

 

나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존재. 이 시궁창 같은 인생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라곤 그들밖에 없었다. 애써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있지~ 너희들에게 라무다는 나밖에 없지?”

“에, 그런 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라무다가 셋일 수도 있나요? 아, 이건 거짓말이 아니군요. 다시 말하겠습니다.”

 

분명 그들은 나에게 요새이자 쉼터였다.

유일하게 내가 숨 쉴 수 있는 곳.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도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곱씹을수록 처음의 기쁨은 미미해졌고, 사탕처럼 녹아 없어졌다.

 

무언가가 부족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인간은 자신의 눈과 귀로 오답을 판별해낼 수 없다면 그것이 완벽이라고 믿기 때문에. 또 다른 내가 오답이 아닌 정답을 연기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이란 그랬다.

 

‘겐타로와 다이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라무다는 팔을 걷어 곳곳의 멍울을 보았다.

 

내 존재 자체가 거짓이니까…

 


다시 중왕구.

 

빠드득 가는 소리에 어금니가 얼얼한 느낌이 났다. 다만 그는 대답해야 했다. 중왕구의 충실한 개였고, 그들의 은혜에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의 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라무다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오토메를 쳐다보았다.

 

“그럼, 당연하지. 라무다를 못 믿는 거야? 그건 좀 슬픈데~. 겐타로랑, 다이스랑,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지켜봐 달라고~?”

“…쯧.”

 

… 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맹랑한 표정과 다르게 그가 방을 나서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죽진 않았네.’

살아있다는 생각.

 

이번에도, 정말 다행히,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다는… 삶의 도리로서 느껴야 할 너무나 당연한 느낌. 그러나 그는 이 감정마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연약한 마리오네트는 가진 것이 없었다. 손에 쥐어진 건 단지 그들이 마련해준 판 속에서 사용할 무기. 의도된 인연. 그리고 남겨진…

 

‘과거의 후회.’

 

불현듯 TDD 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라무다에게 있어서 추억이란 미련 없이 흘려보내야 할 자신의 껍데기에 불과했다.

 

당연하게 버려야 할 사탕 껍데기처럼, 주가 되는 것은 현재에 있고 자신의 겉면은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에. 라무다는 그렇게 수만 가지의 껍질을 만들고 허물을 벗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아직도 자신의 허물을 잡고 미련을 키우고 있었다.

‘진구지 쟈쿠라이.’

 

그 바보 같은 노친네는 노망이라도 들었나. 이미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간 지 오래인데, 아직 그는 현재의 자신을 과거에 투영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보내는 눈빛. 예전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행동. 모든 것이 눈에 훤히 보여서 짜증이 났다.

 

‘기분 나빠.’

 

그것도 여유가 되니까 하는 짓이겠지. 라무다는 나아가기 바빴고,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예쁜 추억을 만들어댈 동안 자신은 멀어져야 했다. 그것이 살길이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보이는 매끄러운 길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라무다는 인정해야 했다. 자신을 온전히 기억해주는 이는 그밖에 없다는 것을. 누군가가 자신을 판별한다면 수많은 마리오네트 속에서도 나만이 ‘아메무라 라무다’라는 것을 알아챌 유일한 사람, 진구지 쟈쿠라이. 그밖에 없다는 사실을.

 

서러운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지만, 라무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얻고 있었다.

 


 

시부야로 가는 버스 안.

중왕구에서 한창 신경을 곤두세워 녹초가 된 탓인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 정류장은, ○○○, ○○○입니다…”

“에, 그러니까, 여기는… 신주쿠?!”

‘젠장!! 하필 신주쿠?’

 

화들짝 놀라며 내린 곳은 쟈쿠라이가 출퇴근을 위해 자주 이용하던 길 중 하나였다.

 

평소 신주쿠 측과 접점이 생기려고 하면 사전에 칼같이 잘라 버리는 라무다였기에, 의도치 않게 생겨버린 접점은 그에게 당황스러움을 주기 충분했다. 설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급작스럽게 깨어버린 잠에 핑 도는 머리를 붙잡고 눈을 깜빡거렸다. 자, 보자.

 

아닐 거라는 말을 연신 중얼거리며 둘러본 풍경은 누가 뭐래도 신주쿠였다. 목뒤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감하네, 만나기라도 하면 기분이 더 꼬일 것 같은데.’

“…라무다 군?”

“윽.”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만화 같은 클리셰가 이럴 때는 기막히게 적용됐다.

 

“라무다 군, 맞나요?”

 

행색을 보면 나밖에 더 있나. 알면서도 재차 물어보는 건 쟈쿠라이의 습관이었다. 허어, 이것 봐라? 다 알면서 물어보는 꼴 하고는. 덕분에 한껏 짜증이 난 표정을 손쉽게 띨 수 있었다. 있는 힘껏 눈을 찌푸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

“맞군요. 이곳에는 어쩐 일로… 많이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

‘썩을 영감탱이.’

 

노친네는 눈치는 빠르지만 그걸 상황에 적용하는 건 젬병이었다. 누가 봐도 한껏 자고 일어나서 부스스한 모습이었지만, 라무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잠들어서 길을 잃었다고 제 입으로 이실직고하랴. 단지 쟈쿠라이가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게 했다는 사실만이 머릿속에 박혔다. 허를 찔러버린 질문에 라무다는 자기 입술을 꽉 깨문 채 도끼눈을 떴다.

 

이 기막힌 감정 변화에 감사해야 하나. 진구지만 보면 나도 멍청함이 닮는 것 같단 말이야. 단순해져. 스스로 되뇌고는 늘 그렇듯이 꼬투리를 잡고 대꾸했다.

 

“알 바 아냐. 가던 길이나 마저 가지 그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여서요.”

 

이런, 그쪽이 아니었나. 그러니까, 쟈쿠라이는 내 전체적인 행색을 보고 그 말을 한 듯 보였다. 약물의 부작용이 진전을 보이고 있었는지 확실히 몸 상태가 말이 아니긴 했다. 그러나 그에게서까지 동정받고 싶지는 않았다. 꼴에 의사라고 걱정하는 척하기는.

 

“신경 쓰지 말고 가.”

팔을 붙잡은 쟈쿠라이를 매정하게 쳐내고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

아까 맞은 약물의 탓인지 주삿바늘이 꽂힌 부위가 욱신거렸다. 레이, 이번 부작용은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팔 부분을 저절로 움켜쥐었다. 그런데 그때.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짧은 한마디를 내뱉은 그가 내 팔목을 걷었다.

 

새하얗게 드러난 팔목은 무수한 피멍과 주사 자국, 얼룩덜룩한 흉터가 겹쳐 있어 엉망인 모양새였다.

 

“… ….”

침묵.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이 적막과 팔목을 타고 전해지는 손의 떨림. 초점을 잃은 눈. 그는 화가 나 있다. 그를 무수히 보아 온 나만 알 수 있는 감정.

 

그가 나를 단번에 알 수 있듯이, 나만이 그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그를 온전히 기억해주는 이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기억해주는 이 또한 그밖에 없다는 것을.

 

천천히 손에서 팔로, 팔에서 눈으로 시선을 옮기는 그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라무다의 얼굴에는 저절로 비소가 띄워졌다.

 

“왜, 대신 화라도 내주려고?”

“죽어도 못 하겠지.”

팔을 떨쳐 내고서는 무덤덤하게 흉터를 가렸다.

 

“아무것도 못 하면서. 비겁하긴.”

“…라무다 군. 기다릴 테니까요. 병원으로. 아니, 제 자택으로 오셔도 괜찮습니다.”

“싫어. 죽어도 안 가.”

 

라무다는 매정한 말을 내뱉고선 다시 시부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무다 등장!”

“에, 겐타로랑 다이스는 아직인가?”

 

기분 전환 겸 맥주라도 한잔 마실까 했는데.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니 다시 우울해진 그였다. ‘남은 작업이라도 마저 해버리자-’ 싶어 부자재를 만지작거리던 순간.

 

“어라?”

 

세상이 겹쳐 보인다.

‘레이, 다음에 만날 때는 기필코 죽일…’

 

'…'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완전한 밤이 되어버린 시각. 불을 켜지 않으면 넘어질 정도로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맴돌았다. 겐타로와 다이스는 애초에 올 생각이 없었던 듯, 작업실의 모습은 눈을 감을 때와 변한 점이 없었다.

 

‘마감 때문에 바쁘댔지… 하긴, 그랬다면 바닥에서 눈을 뜨지는 않았겠지.’

“바보 같아.”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떼고, 옷을 털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사탕 하나를 까서 물었다.

 

 

“외롭네.”

 


 

神宮寺寂雷.

문 앞에는 그의 한자가 새겨진 명패가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 그러나 라무다는 굳이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사탕을 우물거리며 연신 버튼을 눌렀다.

 

‘딩동’

‘딩동’

‘딩동딩동딩동딩동’

새벽이라고 칭하기엔 이른 밤. 참을성 없이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누구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불청객을 위해 문은 열렸다.

 

“… 라무다 군.”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 … 팔이 아프니까, 어쩔 수 없잖아.”

“… 네, 그러네요.”

“망할 영감탱. 빨리 들여보내 줘.”

“… 역시 무슨 일이 있었군요.”

“안 물어볼 거지?”

“당신이 원한다면.”

 

그가 구태여 물어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재차 문답했다. 역시 변한 게 없구나. 예상한 답변에 픽 입꼬리를 올렸다. 쟈쿠라이. 언제까지 내 허물만 보고 있을래? 난 여기 있는데. 살아 있는 난 여기 네 눈앞에 있잖아. 멍청하긴.

 

“…나 좀 안아줘.”

말 한마디 뒤로, 현관 전조등이 꺼질 때까지. 그들은 잠시 과거에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

 

라무다는 잠들지 못했다. 아니, 그 스스로 잠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품속 온기는 누구보다 편안했다.

따뜻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가자.’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새벽, 쟈쿠라이의 품에서 나온 라무다가 떨어진 후드를 주워 입었다. 민트색 후드 주머니에 양손을 누르고 집을 나서기 전.

 

‘아.’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다시 그의 집 안으로 들어와 탁자 앞에 섰다. 탁. 책상 위에 올려진 사탕 하나. 레이에게서 받은 그 사탕이었다.

 

‘생명 값이야. 내가 누구인지 잊지 말라고.’

‘…뭐, 아직 사탕은 많으니까. 죽기 직전에 다시 받으러 오면 되겠지.’

 

그라면 알 것이다.

이 사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나를 온전히 기억해줄 사람은 진구지 쟈쿠라이, 너밖에 없으니까.

 

 

溫≠穩(따뜻할 온≠편안할 온)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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