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終生記

칠인회 뮤즈 합작, 이윤

작성일: 2018-03-05

쿨럭, 남자의 입에서 마른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늘한 감옥 바닥이 남자의 폐병에 좋을 리 만무했으나, 교도관들에게 수용자의 건강 상태에 따른 편의를 봐줄 생각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이대로 앓다가 고저 죽으라는 의미인가 보오,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어대는 소리에 가래 끓는 소리와 발작적인 기침 소리가 뒤섞였다. 갈비뼈가 앙상해진 탓인지 웃을 때마다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이게 다 체중이 줄어들어 그렇지, 나도 형이 말했던 것처럼 닭 여럿 푹푹 고아 먹으면 나아요.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무거운 추가 하나하나 몸 위에 쌓여가는 고통에 남자는 엄한 가슴팍을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병증은 천재인 그조차도 썩 마음에 드는 표현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무거운 추가 무어야, 그보다 더 정신이 나갈 것 같은데.

“해진이 형.”

이다지 고통스러운 걸 어찌 약도 안 먹고 버티었소? 눈을 감으면 방 안에 들어앉아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라며, 어느 물음을 던져도 같은 답을 내뱉던 이의 낯이 그려졌다. 빛이 드는 창을 모두 가리고 촛불에 의지해서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던 모습도. 약을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 글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말하던 목소리를 떠올리던 남자는 저릿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살을 뚫고 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튀어나온 뼈의 형체가 손끝에 닿았다. 그 때 그 역시 옷자락으로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골격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는 다 꺼져가는 형상이나마 끝까지 생을 불태우는 염화였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겠지. 그때 이미 폐가 결단이 난 상태였음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있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느꼈다.

‘죽음과 삶이 기이할 정도로 뒤섞여 있는 나머지 죽음이 삶의 홍조와 빛깔을 취하고 삶이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죽음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질병’이라고 찰스 디킨스는 말했다. 죽음과 삶이 기이하게 뒤섞인 환자. 남자는 그 정의가 누구보다 어울리는 이를 알았고, 그에게서 꾸준히 영감을 얻어 글을 써내려갔다. 그 순간이 술의 흥을 빌어 글감을 얻어낼 때보다 더 즐거웠다. 그러니까 지금도, 펜 하나와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누구보다 더 열렬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데. 허공으로 뻗은 남자의 손이 펜을 쥐었을 때처럼 몇 번 움직이더니 맥이 풀려 힘없이 떨어졌다. 아이고, 죽겠다. 아무리 요양을 해도 차도가 없던 몸이 악화는 잘도 진행이 되는 모양이었다.

“김해진과… 쿨럭, 히카루. 연인이었던 두 소설가의 찬란한 정사.”

손이 움직이지 않아 입으로 글을 읊으려는데 천장이 흐려졌다. 입가에서는 쇠 비린내가 났다. 남자는 가래가 끓는 기침을 계속 토하면서 흥얼거렸다. 순진하고 창백한 낯의 병자와 그 옆에 나란히 선 묘령의 아가씨. 제법 그림이 나오는걸, 한참 낄낄대던 남자는 기침이 겹치는 바람에 내장을 토해내기라도 할 것처럼 몸을 비틀었다. 이때는 숨을 쉬기가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고작 몇 년을 더 살 바에야 먼저 제안을 할 것을 그랬다. 그의 타오르는 생의 의지에 취해 말을 건네지 못할 것이 아니라, 그의 수상한 뮤즈가 했듯이 조용히 속살거렸더라면….

그랬더라면 생과 죽음, 모두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친구가 계속 곁에 있었을까. 남자는 만약이라는 수식어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그와 관련되는 일에는 몇 번이고 만일의 경우를 생각했다. 그녀 덕에 그가 원래보다 더 살았을지도 모른다. 생각과 말은 쉬웠다. 남자는 눈을 감고 전혀 다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순간을 글로 담아내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음이 천추의 한이었다.

합작 편집본은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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