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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간격

시간여행자와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누군가

MOMMO by 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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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였더라?” 

 

그러니까 이 계절이 되면 가끔씩 그 얼굴이 떠오른다. 봄과 여름 사이. 푸른 나무가 흔들리고 뜨거운 햇볕에 덥혀진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그 후끈한 열기에 녹초가 된 몸을 잠깐 그늘에서 식힐 때면 이름도 흐릿한 얼굴이 대뜸 고개를 드는 것이다. 높은 콧등을 살짝 가리는 옅은 색의 앞머리, 그 사이로 보이던 차분한 눈동자나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늘 들려 있었던 낯선 책의 표지 따위가. 

 

“누구?” 

 

갑자기 어두워진 시야에 재현은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던 호연이 어느샌가 눈 앞에 와 있었다. 야! 백호연! 우리 간다! 운동장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호연은 다시 물었다. 누구? 

 

“왜, 있잖아. 우리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땐가 전학 왔다가 3학년 1학기 때 갑자기 사라진 애.” 

“사라져? 그런 애가 있었나?” 

 

호연은 땀으로 젖은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는 재현이 마시던 생수병을 빼앗아 들었다. 앗, 내 물. 온통 달아오른 온도에 미지근해진 물을 한 모금을 넘긴 호연은 인상을 쓰더니 제 머리 위로 남은 것을 부어버렸다. 

짧은 머리카락에서부터 빨갛게 익은 어깨로, 또 잘 짜여진 몸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묘한 분위기. 재현은 흘끔 주변을 훑어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앉은 여자애들이 이쪽을 흘끔거리며 속닥이는 게 보였다. 아무데서나 훌렁훌렁 벗지 좀 말라니까. 재현은 괜히 혀를 차며 가방 위에 올려두었던 호연의 셔츠를 던져주었다. 호연은 눈 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마치 재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이. 

 

“수도 가서 씻지.” 

“집에 가서 씻으면 되지. 가자.” 

 

호연은 맨 몸 위에 셔츠를 걸쳐 입고 재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더운 기운이 훅 몰려왔지만 굳이 밀어내지는 않았다. 

 

“우리랑 같이 다니고, 되게 친했었는데……. 왜 이름이 기억이 안 나지?” 

“누가? 아까 걔?” 

“그래.” 

“왜 자꾸 다른 남자 얘기를 하지? 질투나게.” 

 

나 질투 많은 거 알면서? 장난스럽게 턱 아래로 달라붙는 입술을 간신히 밀어내면서 재현은 도망치듯이 뛰었다. 잡히는 건 금방이었지만. 뒤에서 재현을 붙잡은 호연은 소리내 웃으면서 허리를 간지럽혔다. 집요한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다가 재현은 뒤통수를 쿵, 뒤에선 가슴팍에 들이 박았다. 

 

“하지마. 간지럼 못 참는 거 알면서.” 

“그치. 우리 재현이 허리가 특히 약하잖아.” 

“제발 닥쳐.” 

“일어나.” 

 

킬킬 웃으면서 뻗어오는 손을 가볍게 잡았다.  

~테스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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