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진화랑] 썰 모음 27

진화랑카즈 1개, 진화랑 2개. 현생이 연성을 방해합니다. 아 로또 당첨 언제 되냐고 ㅇㅅㅇ

1. 가수와 매니저 시공으로 스폰서였던 카즈야의 연락에 그를 만나러 가는 화랑과 눈치는 챘지만 화랑이 말해줄 때 까지 말없이 기다리는 진으로 진화랑카즈.

매니저의 하루 방송이 나간 후 화랑은 물론이고 덩달아 매니저인 진의 인기도 하늘을 치솟았다. 특히나 화랑이 진을 골리기 위해 음방 엔딩 장면에서 자신에게 공주님 안기를 선사한 진에게 버드 키스를 하는 장면은 화제를 떠나 두 사람이 동성 연인 관계인거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물론 둘이 그넣고 그런 사이인 건 맞았지만 잘 나가는 댄스 가수와 그 매니저가 연인관계가 맞다는 걸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준과 리는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화랑이 가끔 짓궂은 장난을 친다는 방향으로 해명 기사를 냈다. 평상 시 화랑이 제 매니저인 진에게 장난을 거는 장면을 자주 본 팬들은 이내 납득했고 그런 팬들의 증언에 일반인들도 해명 기사를 믿고 소동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그 후 화랑과 진이 리도 아니고 무려 준에게 불려가 한바탕 잔소리를 듣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이 잔소리마저 화랑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준과 진이 한숨을 쉬긴 했지만.

“ 정말이지,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 호들갑을 떤단 말이야 “

“ 세상 사람들은 모두 너 같이 무신경하지 않아, 화랑 “

“ 무신경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라고 하는거야. 하아, 배고프다. 여하튼 내일은 스케줄도 없으니 이대로 돌아가서 저녁 먹고 푹 쉬… “

저녁 스케줄을 마치고 회사로 불려와 준의 잔소리를 들은 덕분에 배고픔을 호소하던 화랑이 말을 중간에 끊고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곤 어금니를 꽉 깨물다 이내 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진에게 평소처럼 웃어보였다. 미안, 진. 나 약속 있다고 말하는 거 잊어버렸네. 간단하게 밥만 먹고 올테니까 한번만 봐주라, 응?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는 화랑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스케줄 없다고 너무 늦게 오거나 술 마시지 말고. 그 말에 화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 나 술 안좋아하는거 알면서. 어디보자, 시간이… 9시? 12시 전에는 들어올게. 그럼… 다녀올게! 나름 활기차게 손을 흔드며 가버리는 화랑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던 진이 이내 표정을 굳히고 손을 내렸다. 화랑은… 모르겠지. 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잠시 그렇게 서 있으려니 진의 어깨를 누군가가 가볍게 두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진의 눈에 실장인 리의 얼굴이 들어왔다. 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화랑은? “

“ …그 사람이 불러서 갔어요 “

“ 아직도 모르나? 자네가 눈치 챈거 “

“ 저래보여도… 화랑은 은근 둔하거든요 ”

” 평상 시 하는 행동을 보면 그렇게 안보이지만. 그래서 이야기 안할건가? ”

리의 말에 진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은… 화랑이 스스로 말해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을 배신 할거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자신은 그를 싫어하고 경멸하지만 화랑의 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오히려 그를 좋게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진은 화랑이 자신을 배신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잘 아는 화랑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언젠가는… 이야기 해주겠지. 그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은 없었는지. 나는 널 믿고 있어, 화랑. 자신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 들어보인 리와 헤어진 진이 걸음을 옮겨 숙소로 향했다. 화랑이 없는 그 쓸쓸한 숙소로.

어째 장소는 바뀌지가 않네. 화랑이 제 앞의 휘황찬란하고 거대한 건물을 보며 혀를 차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화랑은 캡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그래도 나름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고 스폰서란 단어도 충분히 자극적인데 그 상대가 이 양반인게 탄로라도 나면 꽤나 시끄럽겠지. 무엇보다 이 이상 뒤집어놓으면 준씨한테 면목도 없다. 물론 준도 화랑이 누구를 만나는지 이미 알고 있긴하지만 자신의 돌발행동을 많이 봐주고 있는 그녀에게 화랑은 더 이상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아,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만 갑자기 왜 또 호출이야. 속으로 투덜거리며 화랑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원에게 말없이 카드를 꺼내 보여주자 경비원이 허리를 굽신 거리며 인사를 하더니 그를 VVIP들만 이용이 가능한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진짜 볼때마다 엄청나구만, 이 카드. VVIP를 증명하는 번쩍번쩍한 금빛 카드를 보며 혀를 찬 화랑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내린 최상층의 경비병에게 다시 카드를 보여주며 입장했다. 이 불길한 고요함, 진짜 여전하네. 이 최상층의 VVIP 층은 모두 각각의 방음이 확실하게 되어있는 개별방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층에서 느껴지는 건 불길한 고요함 뿐이었다. 각 방에서 무슨 짓이 벌어지든 밖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살인사건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래서 이 곳은 은밀한 비밀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SM을 즐기는 높으신 분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지금쯤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잠시 미간을 찌푸린 화랑이 눈으로 방들을 쭉 훑어보자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한 방 앞에 서서 한숨 비슷한 숨을 내쉬고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 바쁜 사람 호출하지 말아줄래? 무엇보다 여기는 왜 안망하는지 모르겠네 “

“ 흥, 이곳이 없어지면 안되는 인간들이 많다는 증거겠지 “

“ 그 인간들에 당신도 포함이겠지, 카즈야씨? “

화랑이 모자를 벗고 마스크를 내리며 특유의 상대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 곳에는 마치 이 곳에서 군림하는 마왕처럼 중앙에 앉아 조용히 위스키 잔을 기울이고 있는 미시마 카즈야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미시마 재벌의 현 총수, 그 힘은 분명 나라에 필적한 것이었다. 그런 힘을 쥐고 기업들과 나라마저 휘두르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그야말로 살기와 비슷했다. 아마 일반인이나 관련 업계의 사람이었다면 그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에 안절부절 못하거나 부들부들 떨었겠지만 인생사 제멋대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화랑에게는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툭, 모자를 대충 소파 어딘가에 던지듯 내려놓은 화랑이 마스크도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그대로 카즈야와 정면에 마주보고 앉았다.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카즈야를 바라보는 화랑은 여전히 숨길 생각도 없는 특유의 비웃는 미소를 지은 상태였다. 그런 화랑을 말없이 바라보던 카즈야가 하, 어이가 없다는 탄식을 내뱉고는 쥐고 있던 위스키 잔을 내려놓았다.

“ 건방진 건 여전하군 “

“ 내 성격이 마음에 든다고 했던건 그쪽이야. 혹시 벌써 치매? 이제 슬슬 총수직 내려놓을 때 됐나봐? “

화랑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카즈야는 분노했다거나 정색하지 않았다. 화랑을 알게된 지 오래됐기도 했고 저 말에 조금의 악의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악의가 1도 없이 사람을 비꼬고 말로 가지고 논다. 그래, 화랑은 타고 난 소악마였다.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리 차오랑, 그 놈보다 질이 더 나쁜 소악마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한 카즈야가 내려놓은 위스키 잔을 다시 들어 마셨다. 그리고 그런 카즈야를 앞에 두고 화랑이 팔짱을 풀고는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손으로 집어 제 입으로 가져갔다. 식사 시간은 이미 지났고 위스키를 주문한 카즈야 덕분에 테이블의 음식들은 간단한 핑거 푸드 위주였다. 멜론 위에 한 입 크기의 햄이 올려진 핑거 푸드를 입으로 밀어넣은 화랑을 보던 카즈야가 제 잔에 위스키를 추가했다.

“ 식사는? “

“ 보면 몰라? 댁이 부르는 바람에 밥도 못먹었다고. 음, 이거 하몬? 프로슈트? ”

” 프로슈트다 ”

” 역시 비싼 음식을 달고 사는 사람답게 잘도 알아맞추네 ”

” 네 놈의 미각이 별로 인거겠지 ”

” 비싼 음식이나 사주고 그런 말이나 하지? 매번 호출할 때마다 안주나 먹이는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 듣기 싫거든? ”

물론 댁이 사준다고 해도 한 입도 안먹을거지만, 먹다 체할 것 같단 말이지. 도대체 한 마디를 지지 않는다. 자신을 앞에 두고도 겁 먹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 있는 대범함과 오만하기까지 한 성격을 카즈야는 꽤나 마음에 들어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 대상과… 비교해서 였지만. 하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은 체 가득 채워진 위스키 잔을 다시 입으로 가져간 카즈야가 위스키로 목을 적시고는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래서 부른 이유는 뭐야? 뭐, 이번에도 또 시시한 일 때문이겠지. 같이 대작할 사람을 구하고 싶은거면 술 잘 마시는 사람을 부르라고, 왜 매번 술도 못마시는 나야? 그렇게 툴툴거리는 화랑을 보던 카즈야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 지었고 그 미소에 화랑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그가 저렇게 미소 지을 때는 분명…

“ …사고치지 말라고 했을텐데 “

“ 아, 잔소리 하려고 부른거야? 안그래도 이미 준씨한테 잔뜩 잔소리 듣고 온 참이니까 봐달라고 “

“ 흥, 네 놈이 사고치면 수습은 항상 그 여자가 하니까 말이지. 행동의 제약을 걸 생각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몸을 사리는게 좋을거다 “

“ 그걸 아는 인간이 날 이런 곳으로 불러? “

“ 네 놈의 말을 빌리자면 들키지만 않으면 상관 없는거 아닌가? “

“ 아, 짜증나. 그 말이 이렇게 돌아온다고? 네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번 일도 준씨에게 피해가 갔으니까 날 호출해서 잔소리 하는거잖아 “

스폰서라고는 하지만 카즈야가 화랑을 직접적으로 지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카즈야가 그의 스폰서를 자처하는 이유는 모두 준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은 아들인 진과의 관계 때문에 그녀와 떨어져서 지내고 있긴 하지만 카자마 준은 미시마 카즈야의 역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래, 그의 정적들이 그의 주변을 건드려도 준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여간에 저래보여도 진짜 준씨를 엄청 생각한단 말이지… 그거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진한테 쏟아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 혀를 찬 화랑이 그러다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엔 이번엔 카즈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이번에 그 광고도 준씨 추천이야? 그 말에 카즈야의 입에서 짜증 섞인 숨소리가 튀어나왔다.

“ 정말 귀찮은 여자 같으니… “

“ 그런 것 치고는 부탁해오는 건 다 받아주잖아. 정말 티비 보다가 음료수 뱉을 뻔했다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거래? “

그 말을 하며 배를 잡고 웃는 화랑을 보던 카즈야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런 웃기지도 않은 선글라스 광고를 찍게 된 이유는 딱 하나, 준의 부탁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들을 가치가 없다며 무시했을텐데.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드물고 평상시 준을 여자라고 지칭하긴 했지만 카즈야는 준의 부탁을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물론 그녀를 사랑해서인 것도 있지만 그녀의 부탁이 한번도 재벌에 해가 된 적이 없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래, 카즈야는 그녀의 안목을 믿고 있었다. 배를 잡고 웃던 화랑이 진정된 건지 눈가를 살짝 훔치며 중얼거렸다. 덕분에 진이 티비 부수려는거 말리느랴 식은땀 좀 흘렸지만. 화랑이 그 광고를 보고 음료수를 뿜으려했던 그 때 진도 옆에 있었다. 말없이 죽은 눈으로 그 광고를 보고 있던 진은 광고가 끝나기도 전 주먹을 들어 티비 액정을 내리치려고 했고 화랑은 필사적으로 진을 말렸다. 야, 애꿎은 티비 부수지 말고 차라리 그 양반하고 싸우던가! …그게 낫겠다, 다녀올게. 잠깐, 스톱! 농담으로 건넨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진을 필사적으로 말려 겨우 진정 시킨 그때를 떠올린 화랑이 내뱉은 그 이름을 들은 카즈야가 다시 위스키 잔을 들었다.

“ 네놈은 왜 내 호출에 응하지? “

“ …호출한 장본인이 그게 무슨 질문이래? “

“ 그 놈에게서 나에 대해 온갖 안좋은 이야기를 다 들었을텐데. 그리고 내 호출에 응하지 않는다고 네 놈한데 불이익이 가는 것도 아니고 “

“ 그거야 그렇지, 근데 말이야. 당신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진이지, 내가 아니잖아? “

그 말에 멈칫, 위스키를 마시려다 멈춘 카즈야가 화랑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X소리야, 라는 표정을 한 화랑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뭐, 진한테서 당신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는 다 들었지. 근데 그건 진 입장에서의 이야기잖아? 편향적이란 소리지. 진이 들으면 서운할 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직접 눈에 본 걸로 판단할거야. 내가 본 당신은 진이 말한 것 처럼 엄청 악한 인물은 아니야, 방법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 뿐이지. 준씨한테 하는 것 반에 반에 반… 만큼이라도 진한테 해주면 좋잖아? 물론 진이 말해준 것 중에 당신이 엄청 재수 없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화랑을 보던 카즈야가 손에 들고 있던 위스키를 단숨에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그런 카즈야를 보던 화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여하튼 잔소리 끝났으면 이만 가도 되겠지? 왠만하면 자주 보지 말자고, 우리 ”

“ 하나 더 ”

“ 아, 뭔데 또! ”

“ 그 놈은 언제 돌려줄거지? ”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화랑은 그 질문에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잠시 말이 없던 화랑이 하, 어이 없다는 탄식을 내뱉고는 소파에 대충 던져 놓았던 모자를 집어들어 깊게 눌러 쓰고는 매섭게 노려보며 툭 말을 내뱉었다. 꿈 깨. 진이 원해서 당신에게 돌아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돌려줄 생각 없어. 그리고 진이 돌아갈 확률은 당신도… 알겠지. 그러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농담으로라도 내뱉지마, 그럼 간다.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문을 향해 걸어가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쓴 화랑이 문의 손잡이를 붙잡은 순간이었다.

“ 잊지 마라, 그 놈도 결국은 미시마 가의 사람이라는 걸 ”

“ …그 녀석은 선택했어. 미시마가 아니라 카자마를. 그러니까 수작 부리지말고 지금 후계자나 잘 교육시키라고, 카즈야씨 ”

더 이상은 듣기 싫다는 듯 거칠게 문을 연 화랑이 힘차게 문이 부셔져라 세게 닫고는 하아, 한숨을 쉬며 닫힌 문을 노려보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포기를 못했나… 하아, 이러니까 내가 진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거야… 호출할 때 마다 이딴 소리를 해대는데 내가 어떻게 말을 해…! 이런 이야기는 준씨한테도 말을 못한다고… 아, 짜증나… 속으로 욕을 삼키며 화랑이 후 숨을 내뱉고는 자신이 돌아가야 할, 진이 기다리고 있을 숙소로 향했다. 한편, 화랑이 나간 후에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며 위스키를 마시고 있던 카즈야가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하는 말은 뻔하군. 정당한 후계자인 진이 카즈야에게 반기를 들고 의절을 선언하면서 그나마 싹수가 있는 사람을 후계자로 선정해 교육시키고 있지만 카즈야의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 카즈야는 아직도 진을 포기하지 않았다.

“ 어차피 방법이야… 무궁무진하니…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을 좀 길러야겠군, 애송이 ”

당신은 엄청 악한 사람은 인물은 아니야, 방법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 뿐이지. 그 한참 잘못된 방법의 대상이 자신이 되도 그 애송이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하, 머리 속에서 진을 자신이 원하는데로 움직이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며 담배를 입에 문 카즈야가 이내 반쯤 태운 담배를 그대로 텅텅 빈 위스키 잔의 반쯤 녹은 얼음 위로 비벼 불을 껐다. 그리고 카즈야가 생각은 그 잘못된 방법에 진과 화랑이 휘말려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지만 그건 조금 먼 미래의 일이었다.


2. 진 생축 연성이었던 이카로스의 날개 AU로 여름이 가기 전에 쓰는 해변에 놀러 온 화랑이 미녀들의 대시를 받고 그런 화랑 본 진의 반응으로 짧은 진화랑.

휴가도 없이 정신없이 총수로서 일하던 진을 보다 못한 리와 라스가 진에게 휴가를 준 건 일주일 전이었다. 리가 소유하고 있던 해변의 별장을 빌려줄테니 화랑과 푹 쉬다 오라며 별장의 주소를 진에게 전송해줬고 라스는 소형 제트기를 빌려준다고 했다. 정신없이 - 오늘도 코피가 터져 휴지를 코에 밀어넣은 상태로 - 일을 하던 진은 갑자기 총수실로 들어와 저에게 휴가를 준다는 두 사람의 말을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한 체 멍하니 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밀린 일이 많다며 거부하려 했으나 진의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리와 라스는 알리사를 호출하여 진을 집까지 모시라고 했고 진의 거부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알리사는 진을 붙잡고는 그대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 빠른 속도로 집으로 향했다. 알리사에 의해 집에 던져진 진은 결국 어쩔 수 없이 폰을 들어 화랑에게 연락을 취했고 연락을 받은 화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휴가? 갑자기? ”

“ 그게 숙부님들이… ”

통화 너머의 화랑이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떠올린 진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운 체 집에 있던 노트북으로 화랑의 메신저에 사진과 주소를 보내주었다. 그건 리가 자신에게 보내 준 별장의 주소와 사진이었다. 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컴퓨터로 전송된 사진을 보던 화랑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푸른 바다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해변에 그림 같은 별장이 있었다. 리의 말에 따르면 그 해변은 유명한 관광지에 딸려 있는 프라이빗 해변으로 극소수의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사람이 적으면…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조용히 쉬기에는 좋겠네. 우리가 뭐 거기서 수영할 것도 아니고 조용히 산책하고 관광이나 하러 다닐거니까… 그래서, 언제 갈거야?

“ 이야… 진짜 절경이네 ”

백두산에게서 진과의 휴가를 허락받은 화랑은 바로 일정을 정리한 후 직접 일본으로 행차했고 진의 집에서 하루 묵은 다음 재벌의 본사로 향하여 그곳 옥상의 헬기 착륙장에 세워진 소형 제트기를 타고 휴가를 떠났다. 공식적으로 휴가라고 제 팬들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고스란히 정말 조용히 쉬기 위해 떠난 휴가이기 때문일까, 화랑은 티는 내지 않았지만 꽤나… 들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화랑을 알아본 진이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는 건 비밀이었다. 그럼 열흘 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저희들을 데려다놓고 가버리는 제트기의 꽁무니를 바라보던 진은 먼저 빠르게 별장으로 들어간 화랑의 아이처럼 지르는 탄성을 듣고는 작게 웃으며 그 뒤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섰다. 리의 별장의 2층 침실로 들어온 화랑이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는 바로 방에 딸린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발코니에서 보인 풍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푸른 하늘, 그리고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파도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조용한 해변. 두 사람이 원하던 오직 휴식만을 위한 장소로 딱이었다. 화랑이 대충 던져놓은 가방을 정리해 벽에 기대놓은 진이 다가와 화랑의 옆에 서서 해변을 쭉 둘러보았다. 정말 좋네. 진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화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 나중에 숙부님들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자신들도 쉬고 싶을텐데 널 먼저 우선 시 한거니까 ”

“ 응, 당연히 그래야지. 그나저나… 첫날인데 오늘은 뭐할까? ”

“ 글쎄… 일단 ”

“ 일단? ”

“ 배고프니까 나가서 밥부터 먹자 ”

그 말에 하하, 큰 소리로 웃은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지갑을 챙겼다. 쉬는 동안 제 소유의 블랙 카드를 마음껏 긁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첫 날은 약간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별장 근처를 걸으며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보낸 진과 화랑은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휴가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둘이 손을 잡고 해변을 걷기도 했고 화랑이 직접 만든 요리를 먹기도 했다 - 재료는 모두 진이 연락해서 현지에서 공수해왔다 - 진이나 화랑이나 서로 잠이 부족했기에 풍경도 좋고 그늘이 진 해먹에서 서로를 꼭 붙잡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진의 입장에서는 방해하는 사람 없이 고스란히 자신만을 바라보는 화랑을 마음껏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진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이 해변이 사람이 거의 없.는. 프라이빗 해변이라는 것이었다.

어제 마셨던 버블티 맛있더라, 그거 사들고 와. 깜박 잠이 든 진이 일어났을 때 화랑은 옆에 없었다. 자신이 너무 깊게 푹 자고 있어서 차마 깨우지 못하고 혼자 산책 중이라는 통화 내용에 지금 가겠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화랑의 요구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어제 식사를 했던 식당 옆의 카페에서 먹은 버블티가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화랑의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었다. 조금 깊게 잠들었을 뿐인데 졸지에 심부름꾼이 되어버렸네. 제가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화랑이 마실 버블티를 각각 손에 든 진이 빠르게 해변으로 향했다. 어디에 있을까… 주변을 살피며 화랑을 찾던 진이 나무에 기대 서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입을 열려고 했다. 그의 곁에 있는 두 명의 여성만 아니었다면.

화랑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품이 넉넉한 반바지와 맨 몸에 소매가 없는 얇은 겉옷을 입고 있었다. 겉옷의 지퍼가 채워져 있지 않아 탄탄한 몸을 그대로 노출한 체 폰 액정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화랑의 옆에는 비키니를 입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 2명이 양 쪽에서 서서 그에게 뭐라뭐라 말을 걸고 있었다. 진의 눈이 빠르게 여성들의 입을 확인했다. 영어라 자세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아마도 화랑을… 꼬시고 있는 것 같았다. 화랑이 잘 나가는 태권도 선수라는 건 모른 체 그의 외모와 몸매를 칭찬하는 립서비스를 내뱉고 있는 여성들을 바라보던 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2명의 여성 중 왼쪽에 서 있던 여자가 손을 뻗어 화랑의 팔을 쓸어 내린 탓이었다. 누가봐도 명백하게… 유혹하는 모양새였다. 더 이상 안되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진이 빠르게 화랑에게로 향했다.

한편, 제 부탁으로 음료를 사러 간 진을 기다리던 화랑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여성들이 자신의 양 옆에 서서 뭐라뭐라 말을 거는 걸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화랑의 행동을 튕긴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이것도 자신들을 안달나게 해 유혹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 건지 자신들을 무시하는 화랑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허락도 없이 함부로 몸에 손을 대는 여성의 행동에 화랑이 직접적인 행동 대신 그만 하라고 말을 내뱉었지만 이내 오른쪽에 서 있던 여자가 손을 들어 복근을 마치 애무하듯 쓸어내리자 결국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 손을 쳐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인상이 꽤나 날카로운 화랑이 매섭게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데도 여성들은 그저 꺄르르 웃으며 계속해서 뭐라뭐라 말을 걸 뿐이었다. 아, 귀찮아. 정말… 차라리 자신이 진이 있는 곳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등을 떼자마자 여성들은 그걸 자신들과 함께 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건지 더욱 몸을 붙이며 달라붙는 여성들을 떼어놓으려는 순간이었다.

“ 화랑 ”

“ 아, 진! 잘 왔다, 이 여자들 좀 떼어내… ”

자신을 부르는 진을 반갑게 맞이한 화랑이 투덜거리며 이번엔 진을 보고는 눈을 빛내는 이 두 여자를 떼어내자고 말을 하려던 순간. 갑자기 훅, 자신에게 다가온 진이 대답도 없이 입술부터 부딪혀 왔다. 입술에 닿는 말랑하면서도 거친 느낌에 화랑의 눈이 커졌고 양 옆의 여성들이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놀란 화랑이 다급히 손을 들어 진을 밀어내려 했지만 진은 무슨 뿌리가 박힌 나무처럼 밀리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한 화랑이 눈을 질끈 감고 진의 키스를 받아주었고 그렇게 잠시 화랑에게 키스를 퍼붓던 진이 입술을 떼더니 손에 들고 있던 음료 중 버블티를 화랑의 손에 쥐어주고는 손을 들어 입가를 부드럽게 쓸며 타액을 훔쳤다.

“ 야, 진. 너… ”

“ 미안하지만 ”

놀란 마음에 더듬더듬거리며 말을 꺼내려는 화랑이 아닌 방금 전의 키스를 보고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여성을 번갈아 보다 낮게 위협하듯 말을 내뱉었다. 애인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곤 그대로 음료를 쥐고 있지 않은 손을 맞잡더니 화랑을 끌고 그대로 두 여성들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한참을 둘은 서로 말없이 걸었다. 화랑의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꾹 쥐고 있던 진은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손을 놓고 화랑을 보지 못한 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저기, 화랑… ”

“ 질투 했어? ”

그러나 그런 진의 부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대뜸 화랑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대담하게 키스를 한 것 치고는 귀를 붉게 물들인 체 자신을 쳐다보지 못하는 진의 뒤통수를 보던 화랑이 작게 웃더니 그대로 몸을 움직여 진에 옆에 서 이번에는 제가 먼저 손을 뻗어 맞잡았다. 제 손을 맞잡아 오는 손에 진이 그제서야 자신을 쳐다보자 화랑이 웃으며 진이 사온 버블티를 한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음 다 녹았네, 맛 없어. 그 말에 그제서야 진이 웃었다.

“ 그럼 마시지 마. 같이 다시 사러 가자 ”

“ 그래, 그게 좋겠다. 그나저나 돈 쫌 있는 부자들이 찾는 프라이빗 해변이라고 안그랬나? 또 마주칠까봐 겁나네 ”

“ 겁나? ”

“ 얼쩡 거리는게 귀찮고… 얼굴이라도 알아보면 시끄러울테니까 ”

“ 그런 건 걱정마. 잘 조치할게 ”

“ 엣, 조치…? ”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냥 말로 잘 설명할거야. 서로 괜히 얼굴 붉힐 필요는 없잖아. 진의 설명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화랑이 진의 말을 알아 들은 것인지 아니면 알아서 잘 하겠지, 라고 생각한 건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화랑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진이 다시 기습적으로 그의 볼에 입을 맞춘 후 손을 놓고 빠르게 뛰어갔고 또 다시 기습을 당한 화랑이 진의 이름을 부르며 빠르게 그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휴가가 나흘이 남은 다음 날 화랑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해변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단순하게 우리 말고 모두 나갔나 보네, 라고 생각하며 그 조용함을 만끽했다. 진이 이 프라이빗 해변에 자신들만 남기기 위해 무슨 짓을 했을지 1도 생각하지 못한 체.


3. 23-1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백사범님이 진 한정으로 극대노하고 진은 어떻게든 백사범님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데 순수하디 순수한 준과 성인계 썰 2-4의 업보로 와장창 나는 진화랑.

" 저기, 사범님... "

" 조용히 하거라 "

" 백, 사정은 자네도 알잖... "

" 끼어들지 말게나, 리 "

" 아들을 잘못 키운 제 잘못도 있으니... "

" 저기 준씨. 마음은 알겠지만 한 마디 더 하면 바로 역효과 날 것 같으니까 그만둬 "

준에게 들키고 자고 있던 진을 걷어차며 깨운 화랑은 준이 차려준 - 나름 진이 데려온 소중한 사람이라며 생콩을 한가득 내놓았고 덕분에 화랑은 속으로 이 자식의 괴멸적인 입맛이 누구 때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 아침을 먹고 진에게 안겨 백 도장에 도착한 그들을 보자마자 백두산이 바로 진에게 10단 콤보를 걸어 쓰러트리고는 아주 대차게 네놈에게 내 소중한 제자를 줄 것 같으냐! 라고 외치며 그대로 화랑을 끌고 도장으로 들어와 문을 걸어 잠궜고 -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화랑이 제 사범을 연신 불렀지만 그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 당황한 진은 문 앞에서 잠시 망부석이 되어 서 있다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문은 굳게 닫힌 후 였다.

“ 절대로 저 자식은 안된다! ”

“ 사범님… ”

화랑은 저를 무릎 꿇리고 제 앞에서 카자마 진이 안되는 이유를 아주 조목조목 설명하는 제 사범님을 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제 사범님이 안된다면서 내뱉은 이유가 모두 저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제가 진과 싸우겠다며 사범님을 이기고 막무가내로 참여했던 대회 때 저에게 패배한 진은 그 순간 제 내면 안의 데빌을 각성 시켰고 그 데빌의 힘에 자신은 속수무책으로 당해 그야말로 죽음을 각오하고 의식을 잃어버렸었다. 그리고 의식을 잃어버리고 3일간 혼수 상태에 빠져있던 자신의 곁을 지킨 건 다름 아닌… 제 사범님이었다.

“ 네가 혼수 상태에 빠져있던 3일 동안 난 그때 널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것 뿐인지 아느냐? ”

그것만으로도 이미 진에 대한 백두산의 호감도는 바닥을 기고 있었는데 진이 벌인 전쟁으로 세계가 화마에 휩싸이자 화랑은 주저없이 레지스탕스를 만들어 진의 뒤를 쫓았고 백두산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레지스탕스에 합류하여 오직 진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화랑의 뒤에서 레지스탕스에 속해있는 사람들을 독려해가며 시민들을 구했다. 그리고 그런 제 제자가 진의 행방을 찾았다며 쪽지 한장 만을 남기고 사라졌을 때 백두산은 한숨을 쉬었고 한 달 후 화랑이 한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은 체 돌아왔을 때 기함을 토했다. 그를 쫓을 때 마다 어딘가 반드시 한두군데 회복이 힘들 정도의 상처를 달고 오는 화랑이 안타까웠지만 차마 제 제자에게 더 이상 그만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를 만남으로서 화랑도 분명 성장을 했으니까. 제 제자의 목표를 스승인 자신이 함부로 바꾸거나 꺾어버리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 네가 원해서 했던 일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라면 자신 때문에 죽을 위기에 빠지고 회복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면 한마디라도 해주는게 도리다. 하지만 그 녀석은 한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 대체 그는 너를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

“ 사범님, 그건… ”

“ 여하튼 나는 인정 못한다. 절대로 안돼! 그러니 당분간 외출은 금지다 ”

“ 윽… ”

그 말을 남긴 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떠버린 백두산을 보던 화랑이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사범님이 이렇게까지 진을 싫어할 줄은 예상도 못한 화랑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사범님의 화가 풀릴 때 까지 진과는 전화 통화만 해야겠다고 화랑은 생각했다. 물론 제가 진과 통화할 때 갑자기 제 방으로 난입한 백두산이 통화도 금지다! 라며 폰까지 압수하기 전까지만. 폰 너머로 극대노한 백두산의 목소리와 뚝 끊긴 통화에 다시 화랑에게 연락을 한 진은 차단을 안내하는 음성 메세지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이대로 가면 영영 화랑과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해진 진은 바로 한국으로 향했고 몇날 며칠을 도장 앞에서 서성거렸지만 백두산은 정말로 단호하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진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백두산의 오랜 지인인 리에게 연락을 취했고…

" 아아, 백?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는데 소중한 조카의 부탁이라서 말이야. 문 좀 열어주지 않겠어? "

" 자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그를 챙겼나. 이럴 때만 숙부 행세하지 말... "

" 처음 뵙겠습니다. 진의 어머니인 카자마 준이라고 합니다, 백두산님 "

계속 되는 문 두드림과 리의 목소리에 참지 못한 백두산이 벌컥 문을 열기가 무섭게 웃으면서 저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성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뜨다 리를 바라보았다. 진의 부탁에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 예상했던 리는 제가 가봤자 절대로 문을 안 열어 줄 걸 알았기에 영리하게도 엄마 소환 찬스를 사용하여 준까지 대동하여 온 것이었다. 우와. 백두산의 등 너머로 이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준을 보며 입을 벌린 화랑이 손을 들어 제 이마를 탁 쳤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백두산은 선량하고 무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준을 보다 짧게 숨을 내뱉고는 일단 그들을 도장 안으로 들였다. 이거… 혹 떼려다 혹 붙인 것 같은데. 화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블러스하지 못한 광경이지만... 그리고 다시 상황은… 처음으로 돌아와서. 백에게 한마디 더 하려다 참은 리가 제 눈 앞의 상황에 겨우 웃음을 참았다. 팔짱을 끼고 인왕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백두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건 그 카자마 진이었다. 보통은 본인이 사고를 치고 백두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을 때가 많았으나 오늘만큼은 백두산의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화랑이 제 사범님을 조심스레 불렀으나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조용히 하라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우와, 사범님. 이 자식을 이렇게까지 싫어하셨구나… 사범님께 직접적으로 피해같은거 끼친 적이 없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진이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거라 화랑은 그저 입을 다문 체 속으로만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제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진을 바라보던 백두산이 자네, 라며 운을 땠다.

“ 스스로 해결할 방법도 생각하지 않는건가? 리까지는 그렇다고 치지만… ”

“ …변명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저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거라… ”

“ 백, 조카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나의 마블러스한 기책이라고 생각해달라고 ”

“ 중요한 순간이니 제발 입 좀 다물게, 리 ”

장미꽃을 흩뿌리는 - 물론 진짜로 뿌린게 아니라 리의 주변에 장미꽃이 흩날리는 광경이 보여 화랑은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 리를 쳐다도 보지 않고 핀잔을 준 백두산이 다시 진을 바라보았다. 저를 쳐다보는 백두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친 진의 눈에는 확실히 곧은 심지가 있었다. 자신을 반기지 않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절대로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마주하는 그 자세는 봐줄만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백두산은 절대로 진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 난 자네를 인정할 생각이 없어. 화랑이 자네와 만나고 나서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격투가의 길을 가게 된 건 좋은 일이지만 그로 인해 목숨을 몇번이나 위협받았는지 자네는 알고 있나? ”

“ …… ”

“ 무엇보다 그 모든 일을 겪고 화랑이 스스로 일어서서 다시 자네의 뒤를 쫓는 그 순간, 자네는 화랑에게 한 마디 말도 해주지 않았지. 뭐, 화랑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아닐세. 자네를 뭘 믿고 내 소중한 제자를 자네에게 맡겨야 되는지 모르겠군 ”

“ …제가 뭘 해야 절 믿어주실겁니까 ”

그 말에 백두산이 흠… 턱을 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정말로 백두산은 진을 인정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기회는 한번 정도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화랑도 인정할테지. 잠시 고민하던 백두산이 입을 열려던 순간, 잠시 실례합니다. 백두산님. 옆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정중한 말투와 목소리, 진의 엄마인 준이었다. 잠깐만, 준씨. 무슨 이야기 하려고…! 백두산의 뒤에서 화랑이 기겁을 하고 리가 엄청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진은 딱히 표정의 변화는 없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리 숙부에서 SOS를 치긴 했지만 설마 준까지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진은 이 상황이 살 얼음판 그 자체나 다름이 없었다. 조용히 말을 건 준을 바라보던 백두산이 힐끔 진을 바라보다 준 뒤의 리까지 바라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말씀하시지요, 준씨 ”

“ 백두산님의 걱정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백두산님과 조금 다르지만 정신을 잃고 오래동안 사당에 잠들어 있는 동안 진과… 그 사람을 걱정했으니까요 ”

“ …네, 마음 고생 하셨겠군요 ”

“ 그렇기에 저는 두 사람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겪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더 중요시하게 생각할겁니다. 물론 화랑군의 보호자로서 그를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압니다. 이미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발생했으니 걱정이 되는 마음이실테죠. 그러니… 마지막 기회로서 한번만 더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

“ 흐음… ”

그 말에 백두산이 잠시 고민에 빠진 사이… 리는 생각했다. 준씨, 생각보다 말을 잘 하시는군. 저 극대노한 백을 단박에 진정시키고 상황을 반전 시키다니. 굉장히… 흥미진진하네. 리가 팔짱을 끼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사이 고민을 끝낸 백두산이 진을 바라보았다. 하아, 일단 한숨부터 내쉰 백두산이 여전히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를 인정할 생각은 없지만… 준씨의 말도 일리가 있지. 조금만 더 지켜보겠네. 그 사이 내 제자가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게되면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다시는, 이 곳에, 발도, 못들이밀게 하겠네. 그 말에 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두산의 뒤에서 화랑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걸 힐끔 바라본 진이 감사의 말을 입에 담은 순간이었다.

“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후후,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서로 속궁합은 좋은 것 같으니까요 ”

아. 윽. 흠…? 푸웁! 순서대로 차례대로 진, 화랑, 백두산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리가 입을 막고 웃음을 속으로 삼키며 웃는 사이 너무나도 순수한 준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화랑군, 배랑 허리는 좀 괜찮을지 모르겠네. 둘은 어리니까 아무래도 주변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서로가 좋은 건 알겠지만 주변도 조금 생각해줘야해, 알았지? 그 말에 백두산이 스윽, 화랑을 돌아보았고 화랑은. 아… 아하하… 아하하하… 눈치를 슬슬 보며 뒤로 슬금슬금 몸을 뺀다 싶더니 이내 잽싸게 사라졌다. 미안, 진! 일단 나부터 살자! 그리고 그 날은 네가 먼저 시작한거잖아…! 그렇게 속으로 외치며 화랑이 사라지기 무섭게 백두산의 분노의 사자후가 터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써 그런 짓을 해놓고는 무슨 낯짝으로 찾아온건가, 자네!!! 결국 분노한 백두산의 사자후에 진은 다시 한번 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터져버린 웃음을 참지 못한 리를 백두산이 친히 10단 콤보로 도장 밖으로 몰아냈다. 준? 준은 리가 혹시나 싶어 데리고 온 컴봇이 그녀를 안전하게 모셔 이미 밖으로 대피한 후였다.

리가 창문 너머로 안의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제 방에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화랑이 있었다. 리가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자네도 진의 옆에서 똑같이 무릎 꿇고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미안한데 그 날 시작은 저 자식이 먼저였거든…? 아니 옆이 누구 방인지 알면서도 분위기 잡는 놈이 어디있냐고…! 하지만 결국 거기에 휩쓸린 건 자네도 마찬가지잖아. 시끄러워, 이 아저씨야…! 남의 일이라고 아주 무슨 드라마에 빠진 아줌마 마냥 신나서는…! 흥분해서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기가 무섭게 휙 창문가를 노려보는 백두산에 화랑이 다시 잽싸게 몸을 숨겼다. 아시겠지… 눈치 챘겠지… 진이 혼나면 다음은 내 차례겠지… 하아, 화랑이 바닥에 주저 앉아 깊게 한숨을 쉬었다. 화랑은 직감했다, 제 사범님의 진에 대한 분노는 앞으로도 영원히… 안 풀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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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논리적인 수달

    마지막 썰에서 화가나신 사범님으로 부터 벗어나는 수단은 이제 진이 데빌화 해 화랑 안고 일본으로 튀는것 밖엔 답이 없다고 생각 합니다...! 안겨 멀어져 가는 ㅎㄹ: 사범님! 이 못난 제자를 용서하지 마세요오오오오 (거짓말이고 제발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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