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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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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외관

연한 분홍색 머리, 고양이 귀 같은 뿔, 물색의 눈, 어려 보이는 외관, 중성적인 외모

바루스 로빈은 처음으로 다비에게 속았던 날을 떠올렸다.  아니, 다비는 그를 속이지 않았다. 그가 멋대로 착각한 것이다.

“선생님도 신입인가요? 동생이 생긴 것 같아 기쁘네요.”

로빈은 다비를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인사했다.  다비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말을 굳이 정정해 주지 않았다.  

로빈은 다비에게 물었다: “왜 그때 정정해 주지 않았어요?”

다비는 대답했다: “재밌잖아요.”

다비는 처음 보는 악마라면 누구나 착각할 정도로 어려 보인다. 키도 작고, 눈도 크고, 주름도 없어서 때때로 학생인 척해도 모르는 악마들은 속기도 한다. 실제로, 카르에고와 시치로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학창 시절 때부터 지금까지 머리카락 길이를 제외하곤 외관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의 시작은 이 몇십 년 동안이나 변화가 없는 외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저 꽃, 네 머리색을 닮았어.”

이루마가 피워낸 ‘벚꽃’에 대해 카르에고가 그렇게 말했을 때, 다비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지만, 그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녀가 놀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한다.

“… 좋네요.”

그녀의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 머리카락은 옅은 분홍빛을 띤다. 그녀의 머리색은 원래 비유할 만한 것이 없었다. 마계의 식물들은 죄다 흉흉하게 생긴 데다가, 하늘은 그녀의 머리색에 비유하기엔 어두웠으므로. 굳이 말하자면 ‘연한 하늘 색’일 것이다.

그랬기에 카르에고는 학교 한구석에 커다란 꽃나무가 생겼을 때, 아주 화내지는 않았었다. (아예 화내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상식 밖의 일이니까.) 심지어 저 꽃나무의 이름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물론 직접 묻진 않았지만, 그는 곧 그것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곁엔 아주 말 많은 동료가 있었으므로. “저 꽃 이름은 벚꽃이라고 한답니다!”


그녀의 애매하게 짧은 머리는 꽁지머리로 단정히 묶여 있다. 때때로 머리 모양이 바뀌기도 하고, 다양한 바리에이션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아래로 묶은 꽁지머리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녀의 머리를 고정하는 구슬 머리 장식은 언젠가 그녀의 머리카락이 길어졌을 때, 카르에고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다. 다비에겐 비밀이지만, 그것은 카르에고가 자신이 쓰기 위해 샀다가 그녀에게 준 것이다. 그 다비의 눈 색과 똑 닮은 물색 구슬 머리 장식을 사용했다간, 그가 다비에게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들통날 것 같아서.

그녀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다. 둥그런 계란형 얼굴에 눈도 늘 동그랗게 뜨고 있다. 성격도 둥글기 때문에 그녀가 더 동글동글하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름

다비

“네 이름이 뭐지?”

설리번은 제 눈앞의 분홍색 악마에게 물었다. 피를 뒤집어쓰고 있고, 긴 머리는 엉키고 헝클어지고 엉겨 붙어서 그것은 악마보다는 짐승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리번은 그것이 동족을 알아차리고 멈춰 섰다는 것에 약간의 희망을 품었다. 그것은 대답했다.

“다비.”

3월 26일, 그것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내뱉었을 때, 그날은 다비의 생일이 되었다.

“뭐, 제 이름을 말했다기보단, 그냥 제가 기억하는 단어를 말했을 뿐이지만요.”, 다비는 설리번이 ‘다비’라는 이름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렇게 답했다. ‘다비’는 당시 그녀가 기억하던 유일한 단어였다. 자신이 그 숲에 있기 전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가족은 있었는지, 그 모든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다비’라는 단 두 글자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그 단어를 말하던 목소리가 몹시 크고 울렸다는 것도.

키 / 몸무게

151cm / 43kg

카르에고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이 만난 후부터 단 1mm도 자라지 않았다. 즉,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 키 그대로이다. 그녀의 신체적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카르에고가 매일 운동을 시킨 적도 있었으나, 거의 반년간의 훈련에도 불구하고 키나 몸무게, 체력 등등이 전혀 성장하지 않자 포기했다.

외관 연령

20세

종종 성인이 아니라고 오해받기도 한다. 다비와 카르에고와 시치로가 동창이었다는 것을 안 악마들은 놀라곤 한다.

카르에고는 그녀와 자신을 거의 동갑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말 그런지 알 수 없다. 그녀가 숲에서 발견된 것은 그녀가 바비루스에 입학하기 며칠 전이었고, 그녀는 그 전의 어떤 기억도 없기 때문에 그녀의 나이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카르에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지도 모르고, 반대로 카르에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릴지도 모른다.

성별

여성

최소한 다비는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다만, 스스로가 성별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는 목소리나 중성적인 외관 때문에 가끔 소년으로 오해받지만, 그녀는 그것을 굳이 정정하지 않는다. 그것을 정정하기에는, 다비 스스로가 왜 그것을 정정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격

그녀가 종종 미성년자나 학생으로 오인당하고 하는 데에는 그녀의 어려 보이는 외관도 한몫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생님이라기엔 너무 활발하고 장난스러운 성격 탓이다. 쉽게 말하자면 다가가기 쉽고, 나쁘게 말하자면 유치한 이 선생님은 심지어는 학생보다도 더 발발 뛰어다니고, 크고 높은 목소리로 소리치기도 한다. 이런 다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녀를 어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유치하고 활기차고 순진한 이 어린아이 같은 선생님도, 그녀의 후배 선생님들에겐 꽤 믿음직한 선배이자 상사라는 것도 사실이다. 상냥하게 가르쳐주는 정확한 매뉴얼, 부하 직원을 시키는 대신 자신이 직접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솔선수범함, 그녀의 그런 성질들은 다른 선생님들이 그녀를 따르게 했다.

다비와 나이나 들어온 시기가 비슷한 선생님들은 그녀를 어린아이처럼 보는 경향이 강하고, 그녀의 후배들은 그녀를 좋은 선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직업

바비루스 마계 학교 가계 능력 과목 담당 교사 및 보조 교사

“왜 제 수업은 딱 한 번뿐이냐고요?”

오로바스 코코는 다비에게 개인 교습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늘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그녀의 수업은 1학년 학기 초 단 한 번뿐, 그 후로는 그녀의 가계 능력 과목 수업은 끝이다. 그 후에 다비의 수업을 들을 방법은 하나, 다비에게 개인 교습을 부탁할 것. 오로바스는 어차피 요청하면 수업해 줄 것을 왜 정규 수업은 진행하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그거면 충분하니까요.”

다비는 학생들의 가계 능력을 카피해 시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가계 능력을 활용 가능성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수업은 1학년 학기 초 단 한 번뿐이다. 가계 능력 수업이 단 한 번인 이유는 ‘그거면 충분해서’라고 그녀는 말한다. 실제 이유는 악마마다 가계 능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체 수업보다는 개인 수업이 어울리는 수업이기 때문. 또한, 가계 능력을 숨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한 번뿐인 정규 수업 외에는 다른 선생님들의 보조 역할로, 다르게 말해 각종 잡무를 담당하고 있다. 학교 행사 감독, 종말 시험 문제 관리, 침입자 처리, 기타 등등. 학교의 모든 일은 다비의 손을 한 번 거친다는 말이 있으며, 그 말에는 과장이 전혀 없다.


원조?

원래 다비는 1세대 악마로서 훨씬 이전의 과거에 태어나야 했으나, 모종의 사고로 인해 시기를 놓쳐 이제야 태어난 악마이다. 따라서 그녀는 원조 회귀적 성향을 띠고 있으나, 일반적인 원조 회귀 악마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원조 회귀 악마는 그저 악한 성격을 지닌, 본래 악마의 성격을 가진 악마이다. 하지만 그녀는 1세대 악마의 신체적 특징까지 가지고 있다.

가령 생물을 외형 대신 마력으로 구분하는 능력, 쾌와 불쾌로만 이루어진 감정 같은 것들.

악마가 사회를 이루지 않고, 야생 마수의 일종으로 살아가던 시기에, 악마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쾌락 충족과 생존이었다. 생물의 마력을 느끼고, 그것으로 생물을 구분하는 능력은 생물의 약함과 강함을 분류해 살아남을 가능성을 키워주는 능력이었다. 다비는 이 능력으로 변장한 상대를 알아챌 수 있지만, 대신 미추 구분에 약하다.

사랑, 당황, 슬픔 같은 복잡한 감정은 생존에도, 원초적 쾌락을 느끼는 데에도 불필요하다. 따라서 생존에 급급한 1세대 악마, 다비는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녀가 인지할 수 있는 감정은 단 두 개, 쾌와 불쾌뿐, 나머지 감정은 사전적 정의와 책에서 본 지식을 참고해 직접 분류해서 의식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욕망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다비의 욕망은 ‘모두를 사랑하는 것’. 다비에게 사랑은 숭고한 것이고 위대한 것, 자신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창작물 속에서 사랑은 과장된 형태로 드러난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사랑하는 낭군님을 기다리며 지조를 지키는 여인같이. 그녀가 읽은 책과 본 영화에서의 사랑은 상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하고 좋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일인 것이다. 즉, 그녀의 욕망은 ‘선하고 남을 위하는 악마가 되는 것.’

그녀는 그러한 과장된 사랑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자신이 카르에고에게 느끼는 ‘쾌’가 사랑의 일종이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카르에고로서는 정말 통탄할 일.

생일

3월 26일

물고기자리

설리번과 마주한 날. 하지만 그날이 정말 생일인지는 마계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설리번은 다 자란 형태의 다비를 숲속에서 발견한 것일 뿐이기 때문. 다만, 다비의 완전 기억 능력을 고려해 그녀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사건이 있는 날짜, 즉 3월 26일을 생일로 삼았다.


가계 능력

카피

주된 능력은 자기 몸에 닿은 상대의 능력을 복사해 사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신체에 상대의 신체가 닿아야 하며, 자신의 입 안, 장기 등 피부 안쪽의 부위에 닿으면 복사한 능력의 위력이 더 강해진다.

다만, 몸에 닿아야만 복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복사해 본 능력은 상대방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데, 다만 능력을 완전하게 끌어낼 순 없다. 신체 접촉 없이 능력을 복사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비가 케토가 되었을 때 이후이다.

이외에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다비에겐 가족이 없으므로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다비의 완전 기억 능력은 복사 능력의 일환이라고 판단한다. 뇌에서 경험을 복사해 완전히 기억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관계

나베리우스 카르에고

“나베리우스 카르에고다.”

“… 나비.”

나베리우스 카르에고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다비를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 보는 사이에 ‘나비’? 그는 단 한 번도 남에게 애칭으로 불려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불릴 생각이 없었다.(물론 이후, 에기 쌤이라고 불리게 된다.)

그러나 다비에게는 그를 ‘나비’라고 부르는 자신에겐 아주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나베리우스 카르에고’는 너무 긴 이름이다. 다비는 다비, 설리번은 설리번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름에 성씨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녀는 그의 이름이 ‘나베리우스카르에고’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그녀가 무례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카르에고와 다비는 바비루스에 입학한 후 비행 레이스 때부터 함께 해온 지독한 인연. (다비는 그들의 인연이 지독하다고 여기지 않지만, 카르에고는 늘 지독한 악연이라고 주장한다.) 비행 레이스 때 다비는 더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사역마 소환식 때 소환된 사역마를 내쫓아 버리는 케르베로스를 보고 카르에고와 협력하게 된다. 물론 말이 협력이지, 다짜고짜 카르에고의 등에 타서 협력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카르에고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둘은 공동 1등을 차지했고, 카르에고는 다비가 매우 짜증 났지만, 그녀의 능력과 가장 큰 이유로는 그녀가 그에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았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다비와 함께 다니게 되었다.

카르에고는 다비에게 또다시 그가 가장 많이 짓는 표정을 짓는다. 황당함, 어이없음, 짜증, 온갖 감정이 다 섞인 그 표정은 다비가 종종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짓는 표정이었다.

“나비가 교사가 되려고 한다면, 저도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 바보 멍청이가 그런 식으로 장래를 정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그녀를 말릴 기운이 남아있질 않았다. 저 녀석을 자기 곁에 두는 쪽이 사회에 더 이로울지도 몰라… 그는 자기변명에 가까운 말을 중얼거렸다.


다비는 카르에고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물론 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마는. 그의 지인이 곧 그녀의 지인이었고, 그의 목표가 곧 그녀의 목표였다. 다비는 카르에고가 바비루스의 교사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그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러면 나도 교사가 되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그들은 바비루스 동창이자, 교사 동기가 되었다.

그는 한숨 쉬며 자기 손에 올려진 머리 장식을 바라본다. 물색의 구슬 머리 장식. 어떤 눈치 없는 악마라도, 다비의 눈 색을 꼭 닮은 머리 장식으로 그가 머리를 묶는다면, 어떤 의심이 떠오를 것이다. 어떤 눈치 없는 악마라도, 그는 다비를 떠올렸다. 지독하게 눈치 없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그 자식을. 그는 한숨 쉬고는 그것을 자신이 사용하는 대신 다비에게 주기로 했다. 그가 그녀에게 선물을 주는 꼴도 웃기지만, 그것을 직접 착용하고 다니는 것보단 덜 의심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모르는 사실: 설령 그가 그것을 하고 다녔어도, 다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어느샌가 아는 사이라든가, 함께 다니는 사이, 이루마가 말하는 ‘친구’나 ‘친우’와도 다른 어떤 이상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는 이미 자신의 감정에 붙여진 이름을 알아챈 지 오래고, 그녀는 이상하게 그를 의식하고 있다. 다비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어쩌면 연인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둔하고,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무어라 이름 붙이기에 애매한 것이 되어 진전도, 후퇴도 없는 상황이다.

서사 타임라인

https://pnxl.me/bwe1rl


발람 시치로

“전 사실 원조 회귀입니다.”

시치로가 다비에게 자신의 흉한 흉터를 보여주었을 때, 그녀가 털어놓은 사실이었다. 그는 이루마에게 자신의 흉터를 보여줬을 때, 그때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비밀을 까발렸으니 내 비밀도 알려주겠다.’ 그건 다비가 그에게 가르쳐주었던 것이었다. ‘싯치가 싯치의 비밀을 알려줬으니, 저도 제 비밀을 알려주겠습니다.’ 그녀다운 상냥한 발언이었다.

처음 교실에 들어와서 각자의 자리를 고를 때, 그때 시치로와 다비, 카르에고는 서로를 처음 만났다. 시치로와 다비가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그저 카르에고가 그 자리가 가장 조용하다고 판단해 시치로의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그들은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들이 정말 각별한 사이가 된 것은 그들의 비밀을 교환했을 때였다. 시치로는 자신의 흉터를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다비는 자신의 성향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결함을 긍정했다.

“그 흉터는 전혀 흉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넌 사물의 미추를 구분할 수 없으니까. 시치로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유는 생각 외의 것이었다.

“싯치는 그 상처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생물을 더 사랑하게 된 거잖아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시치로는 잠시 그녀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것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네 성향도 마찬가지야. 생물의 본능이잖아, 멋져. 그리고 그 본능을 이겨내려는 네 의지는 더 멋져.”

오페라

“같은 교복!”

그녀가 오페라를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을 때, 카르에고는 놀란 눈으로 다비를 바라본다. 일단 이 외침 전에 카르에고가 오페라에게 호되게 맞았다는 사실은 차치해두고, 그는 그녀가 ‘동질감’을 추구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의 성별이나 교복 모양이 다른 게 신경 쓰였었나…’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페라를 쳐다본다. 오페라는 싱긋 웃으며 “그렇네요, 같은 교복입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카르에고가 ‘뾰족한 검은 머리,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는 외모’를 가진 그와 닮은 악마를 찾아 옥상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그녀는 앞서 카르에고가 오페라에게 결투로 진 것보다는 같은 교복을 입은 악마와 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중요했다. 물론 오페라는 다비와 달리 바지를 입긴 했다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카르에고는 늘 오페라의 부하 비슷한 것이 되어야 했던 자신의 신세를 짜증 냈지만, 다비는 그런 것 상관없이 오페라를 잘 따랐다. 그것이 카르에고가 결국엔 오페라와 다니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학창 시절 카르에고와 시치로, 오페라, 그리고 다비는 늘 함께 다녔었다. 물론 그건 카르에고에겐 악몽 같은 일이었지만.

‘같은 교복’이라는 공통점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들은 꽤 친하게 지내고 있다. 자주 연락하고, 함께 카르에고를 괴롭히고, 특히 월터파크 이후로 다시 넷이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카르에고는 절대 원하지 않았다.)


설리번

숲에는 생긴 시기가 각기 달라 색도 모두 다른 혈액이 흩뿌려져 있었다. 한 놈이 흘린 피는 아니다. 이 피 양을 볼 때, 몇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 설리번은 마리라고 세어야 할지 명이라고 세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마리이길 바라며 피 웅덩이를 따라 걷는다.

진홍색, 검붉은색, 선홍색, 주홍색… 온갖 이름의 붉은색 덩어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시신들, 그 색색의 색깔들의 피로 얼룩진 짐승들의 산 위에는 가장 옅은 핏빛의 짐승이 하나 있다. 

분홍색의 짐승. 그는 마법을 쓸 준비를 하며 그것을 올려다본다.


다비를 처음으로 발견한 악마. 학교 뒤편의 숲에서 뒤숭숭한 냄새가 나자 직접 나서 탐색하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처음엔 기운이나 모습이 마수라고 생각하고 처리하려 하지만, 다비는 설리번이 마수가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눈치채서 멈칫한다. 설리번은 그런 그녀를 보고 처치하려는 것을 관두고 사회화해 악마로서 길러내기로 결심한다.

그럼에도 설리번은 다비를 믿지 않았다. 그녀의 정체를 알 수도 없었고, 왜 그때 그 자리에 있었는지, 어떻게, 왜 마수 수십 마리를 죽였는지 그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다비’라는 두 글자뿐이었다. 그녀의 진짜 이름도, 목적도, 정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공감 능력이나 상식 수준을 봤을 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설리번은 그녀를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다. 학교 이사장실. 그녀는 한동안 거기서 살며 바비루스를 다녔다. 그녀가 설리번의 집에서 묵게 되었던 것은 오페라를 만나 친해진 이후였다.

“전 늘 가족이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카르에고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녀를 가만히 바라본다. ‘설리번은?’ 그는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 설리번을 떠올렸다. 그녀가 설리번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말하는 것을 관뒀다. 관계에 집착하는 다비가 설리번을 가족으로써 언급하지 않는 것에는 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아마도 원조 회귀일 것이다. 설리번은 다비를 보호하면서도 그녀의 가족이 되어주진 못했다.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된 설리번은 가끔 씁쓸함을 느꼈지만,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부에르 불센코

“… 선생님 정도의 힘이면 안 다치고 제압할 수 있지 않습니까?”

설리번이 이사장으로 있는 바비루스에 침입하는 간 큰 멍청이는 거의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가끔 큰 야망을 품은 범죄자들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다비는 피투성이가 되어 불센코의 앞에 나타났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베르 선생님~” 하고 그를 부르며. 불센코는 그런 그녀를 싫어했다. 자신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효율만을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는 다비를 불센코는 도무지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를 치료해 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의 의무이므로. 그는 작은 복수심으로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린다. 그녀는 배가 뚫릴 때는 신음 한 번 안 내는 주제에, 그의 딱밤에 불평한다. 

“아야!”

불센코가 다비를 일방적으로 싫어한다. 다만 혐오하는 수준은 아니고, 그녀에게 불만이 엄청나게 쌓인 정도. 이제 미운 정이 들어서 서로 농담하거나 장난칠 정도는 되었다.

다비는 다치지 않고자 한다면 손쉽게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녀의 능력 특성상 한 번 다치는 것이 더 빠르게 적을 처치할 수 있는 데다, 상시 치료가 가능한 불센코라는 인력이 있기 때문에 그냥 상처를 낸다. 불센코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짜증 내는 중.


스즈키 이루마

“당신, 악마가 아니군요.”

스즈키 이루마가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적인 회피,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목을 꽉 쥐고 있었다. 이루마보다 작은 체구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는 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표정 없는 얼굴은 공허와도 같았다. 새까만 동굴 안에서 눈을 반짝이는 맹수처럼, 그녀의 눈은 공허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뭐, 이사장님께서 데려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더 캐묻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곧 다비는 이루마를 놓아줬다. 이루마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러다가도 자신이 뒤돌면 그녀가 갑자기 그를 죽이고 잡아먹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루마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목을 까닥여 인사하곤 재빠르게 교정으로 돌아갔다.

인간인 이루마와 원조 악마인 다비는 양극단의 관계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 둘은 굉장히 닮아있다. 둘 다 평생을 평범한 악마인 척 연기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둘 다 그 ‘평범한 악마’가 되길 바란다는 점, 모두와 함께 있길 바라고,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설리번의 아이라는 것까지.

처음엔 자신의 정체를 알아챈 다비에게 이루마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교실 이동 소동 이후 꽤 좋은 사제관계가 된다. 현재 이루마의 다비에 대한 평가는 ‘무섭지만 좋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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