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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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경의 그림자 STier ver. 차유진(용)X김래빈(인간) 해가 지고 있었다. 전투의 막바지였다. 이보다 더 어두워지면 눈 밝은 마법사와 용 이외에는 전투를 벌일 수가 없어서 두 진영은 암묵적으로 해가 지기 전까지를 전쟁의 시간으로 삼았다. 저 멀리 해보다 밝은 불이 어른거렸다. 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냄새에 비명과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5교시는 영어였다. 점심시간 직후의 교실이었다. 교실의 창을 통해 9월의 날씨가 쏟아졌다. 아직은 조금 덥지만 하늘이 맑아서, 때때로 바람이 불면 그 박자에 맞추기라도 하듯 졸음을 주체 못 하는 학생들의 고개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영어 교사는 느긋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엎드려 자는 건 기어코 깨웠지만 학생들이 슬며시 조는 것까지 깨우기에는 우리나라 학생
김래빈은 난제(難題)다. 사전에서 ‘난제’의 뜻을 찾았을 때 차유진은 이거다 싶었다. 최근의 김래빈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난제보다 더 어울리는 게 없었다. 김래빈의 이름처럼 곡선 하나 없이 직선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도 꼭 맞춘 것 같았다. 단순하고도 어려운, 김래빈 그리고 난제. 그 딱딱한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두 단어를 연습장에 나란히 쓰면서 차
산에 인접한 길목의 나무는 벌써 반 이상이 울긋불긋했다. 바야흐로 단풍철이었다. 옛 성곽의 흔적을 따라 놓인 산책길을 걸으면 하늘은 파랗고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광경이라. 평소대로라면 답답함이 확 가실만한 조건인데도 여전히 마음이 착잡했다. 단풍과 어울릴 색을 가진 누군가가 계속 떠올라서일지도 몰랐다. ‘쓸데없는 상념이야.’ 그는
신기루 안에서의 7년. 윤년을 고려하면 최소 2,556일. 그걸 다시 시간으로 환산하면 61,344시간. 사각사각. 김래빈은 펜으로 적어 내린 숫자들의 나열을 들여다보았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몇 개의 숫자로 표현된 누군가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아득할지 그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길면 길다고 할 수도, 짧다면 짧다고 할 수도 있는 세월. 그러나 아
발랄하고 활기찬 음악이 조용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울리기 시작했다. 뒤척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부스스한 얼굴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든 김래빈이 알람 종료 버튼을 밀었다. 한 삼 분쯤은 더 누워있을 수 있지 않을까. 침대에 모로 누운 채 시계를 확인하며 시간을 가늠해보던 그는 이내 포기한 것처럼 몸을 일으켰다. “차유진, 일어나.” 방의 건너편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현상, 장소는 현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각종 설정 역시 깊은 조사와 명확한 고증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읽는 데 주의를 요합니다. * * 序 - 幻 - 煥 - 還 - 널 - 喚 순입니다. 낡은 아파트 복도에 어느 순간 작은 흥얼거림이 스며들었다. 걸음걸음 점점 더 소리가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뒤이어 해 드리운 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