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톤] 센겐_아사기리 겐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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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는 질문했다. 이것은 사랑인가? 아사기리 겐은 대답했다. 이것은 사랑이야. 그러므로 협상가는 판단했다. 이런 감정은 가져서는 안 돼.

그는 교활한 남자, 팔랑팔랑한 언변을 가진 협잡꾼, 편리한 교섭가이다. 그 쓰임새 이상을 바라지 마라, 매지션.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스톤월드가 아니더라도 그가 자신을 봐줄 리가 없었다. 소모적인 사랑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사기리 겐은 웃었다.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

"센쿠쨩, 간식시간이야♬"

원래는 가볍게 걷지만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조절해 인기척을 낸다. 입구에서 조그맣게 불러보고, 대답이 없으면 두 걸음 떨어져 목소리를 높인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돌아오면 그제야 발을 걷고 들어가 간식을 내려놓는다. 그건 두 사람의 규칙이었다.

한 입 사이즈로 자른 빵을 센쿠의 입가로 가져가면 아기새가 모이를 먹듯 꼬박꼬박 입을 벌린다.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게 손을 최대한 모으고, 떨어진 부스러기는 한 쪽으로 모아 거슬리지 않게 정리한다. 센쿠의 펜은 멈추지 않았다. 잉크를 찍은 펜은 몇 번이고 종이 위를 긁는다. 새카만 잉크가 종이 위를 긋는다. 머뭇거림이나 번복은 없었다. 이 선을 긋기 위해서 센쿠는 몇 번의 실패를 반복했을까. 겐은 다시 빵조각을 집었다. 입이 마르지 않게 물잔을 근처에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센쿠는 손을 더듬거려 물을 마시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면 겐이 슬쩍 물잔을 치우고 다시 입가에 빵을 가져간다. 접시가 빌 때까지 반복하는 것 외의 대화는 없었다. 그러나 겐은 이 시간이 꽤 귀중하다고 생각했다.

센쿠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얼굴이 좋았다. 겐은 얼굴에 약했다. 표정은 사라지고 두 눈동자만 반짝인다. 더 없이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뺨이 씰룩인다. 잘 되지 않을때면 입을 삐죽거린다. 찡그렸다가, 다시 활짝 웃는다. 사랑스러웠다. 이런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간식 시중이야 몇 백번이든 들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표정이 밝아지면 마무리 단계인 것이다. 겐은 슬쩍 물었다.

"센쿠쨩, 지금 만드는 건 뭐야?"

"아아, 펌프다. 우물은 너무 구식이잖아. 이정도면 스이카 녀석도 쉽게 퍼올릴 수 있겠지."

센쿠는 눈을 빛내며 펌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쉽게 말하자면 낮은 압력에서 높은 압력으로 물을 이동시킨다는 소리였다. 겐은 원심력과 수압의 계산식을 늘어놓는 센쿠의 말을 절반쯤을 흘려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굉하네, 센쿠쨩!"

"아아, 펌프는 대단하지. 여기에서부터 여기까지는 모두 원심펌프를 이용할거고, 여기는 기어펌프를 이용할거다."

"으응, 그렇구나. 센쿠쨩 뭔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는데..."

겐은 느물거리며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자리를 피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의 임무는 센쿠를 잠시 쉬게 해주는 것. 그 이상 여기에 앉아 있었다간 더 많은 것을 바랄 것 같았다. 겐은 접시를 들고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센쿠쨩, 그럼 열심히 해. 리무하지 말고♬"

센쿠가 겐의 손목을 붙잡았다.

"왜? 센쿠쨩, 뭔가 부탁할 거라도 있어?"

센쿠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무언가 실수라도 한 것일까, 겐은 잠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았다. 평소랑 같은 패턴이었다. 간식을 먹이고, 부스러기를 치웠다. 살짝 대화를 걸어 쉬게 해주고 돌아선다. 다를 것은 없었다. 겐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긴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센쿠가 입을 열었다.

"네녀석, 언제까지 이런 짓 할거냐."

"에에, 무너해! 센쿠쨩을 위해서 간식을 가져오는건데! 앗, 역시 여자아이가 좋은거야? 센쿠쨩 음흉하잖아! 하지만 다들 바쁘고, 제일 한가한 내가 오는거니까 당분간은 참아줘."

겐은 장난스럽게 떠들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센쿠에게 간식을 먹이려고 일부러 당번을 자처한 것이 들켰나? 아닐 것이다. 사전에 공작을 열심히 해놓았으니 들킬 확률은 아주 낮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와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마음에 둔 아이는 없는 것 같았는데, 살짝 떠볼까. 겐은 머리속으로 수십가지 가설을 늘어놓았다. 여전히 얼굴은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알고 있잖아. 멘탈리스트. 대답해."

"모르겠는데? 무슨 말?"

겐은 뺨을 끌어올려 웃었다. 뺨에 경련이 날 지경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발뺌하자. 도망가버리자. 센쿠가 몰아세울 수 없게 뻔뻔하게 굴자. 겐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런 하찮은 것 밖에 없었다. 센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센쿠가 겐을 끌어당겼다.

"날 좋아하잖아. 네녀석."

겐은 순간 몸을 굳혔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목을 흔들었다. 손이 가볍게 흔들렸다가, 이내 떨어졌다.

"당연하지, 센쿠쨩. 난 센쿠쨩을 짜진로 좋아해♬ 뭐니뭐니해도 나는 우승마에 타고 싶은 박쥐남이니까♪"

식사 담당을 바꿔버릴까, 아니, 그러면 금방 눈치챌지도 모른다. 둔한 주제에 이상한 구석에서만 예리한 남자니까. 겐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넘길 수 있을지를 계산했다. 그러나 센쿠는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도망가지마. 확실하게 대답해라. 네 녀석의 좋아한다는 LIKE냐 LOVE냐."

"그거 당연하잖아♬ LIKE야, 짜진로 존경하고 있어."

센쿠는 이를 꽉 깨물었다. 한대 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겐은 뻔뻔하게 우겼다. 널 좋아해, 그런데 그건 친구로서의 우정이야. 널 응원하는 것도, 널 서포트하는 것도 그 이상의 감정은 없어. 왜 그런 말을 하냐는 듯, 장난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는 그래야만 했다. 센쿠에게 경멸당할 바에야 평생 친구로 있는 편이 좋았다.

"그래? 그렇다면 검증시간이다."

센쿠는 말릴 틈도 없이 입술을 부딪혀왔다. 사내아이 특유의 밀어붙이는 것 밖에 없는 입맞춤이었다. 앞니가 가볍게 부딪히고, 입술이 멋대로 부딪혀왔다. 그러나 그것은 키스였다. 겐은 눈을 크게 떴다. 입술은 따뜻했고 부드러웠으며, 약간 새콤한 맛이 났다. 센쿠에게 먹인 빵, 오렌지를 썰어 넣었었나. 겐은 멍하니 생각했다. 센쿠는 머뭇거리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뺨은 붉게 상기되었고, 처음 보는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겐은 그 표정을 알았다. 그건 사랑에 빠진 소년의 얼굴이었다.

"싫다면 화를 내라. LOVE가 아니라 LIKE라면 평소처럼 날 설득해."

그런 얼굴을 하면서도 센쿠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널 좋아한다. 겐. 너는 어떻지?"

아사기리 겐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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