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아저씨!

고딩X아저씨 연반 우성백호


온몸의 세포가 소리친다.

저 사람이야. 어느 것에도 해소되지 않던 나의 무료함은, 바로 저 사람 때문이야. 나는 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태어났어.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 환희가 달려 나간다.

첫사랑의 시작이였다.

말똥말똥.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는 눈동자에 하던 일을 멈춘 백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

“내 이름은 학생이 아닌데요?”

우리 친구 농구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말 한마디로 사람 속을 뒤집는 재주도 탁월하구나.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는 백호의 모습에 양손으로 턱받침을 하고 있던 우성이 입을 열었다.

“내 이름 알잖아, 아저씨. 이름으로 불러줘요”

“…정우성아”

“아이, 그거 말구. 우성아~ 하고요”

백호는 필사적으로 가슴 속에 참을 인 자를 하나 새겼다. 화내지 말자, 강백호. 내가 스무 살에 숙취해소제를 마실 동안 쟤는 실내화 가방을 들고 학교 앞에서 슬러시를 마시던 애다.

“우,성아…너는 집에 안 가니?”

“왜요? 우리 집 놀러 오고 싶어요?”

“그 말이 아니고 이 새…”

목젖까지 치고 올라온 험한 말을 초인적인 인내로 삼켜낸 백호가 주먹을 꾹 쥐었다.

“정우성아, 벌써 일곱 시란다”

그는 자신의 뒤 쪽으로 걸려있는 시계를 엄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눈앞에 있는 젊은 피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우성은 모든 것을 반사하는 맑은 눈으로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백호를 열받게 하는 어여쁜 웃음만을 보낼 뿐이었다.

“그러네요”

“집에 안 가니?”

“가야 하죠?”

“그럼 가”

“근데, 집으로는 안 가요”

백호는 무심코 멱살을 잡으려던 팔을 다른 팔로 억누르며 침착하게 왜? 하고 되물었다.

“전 기숙사 살거든요”

“…그럼 기숙사를 가”

제에발. 이제 백호는 우성에게 싹싹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도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야 한다고. 나도 내 시간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집에 가도 더 이상 누군가가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집세를 내는 값은 해야 하지 않겠니? 백호는 초조한 마음으로 우성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럼 저 좀 데려다주세요, 아저씨. 20분 후면 통금시간이라 벌점 받아요”

상큼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얼굴를 백호는 아주 그냥 콱 쥐어박고 싶었지만, 소싯적 벌점해소를 해봤던 몸으로써 그 괴로움을 알았기에 인상을 쓰면서도 얌전히 차 키를 집어 들었다.

“뒷좌석에 타라”

“생각해볼게요”

대답과는 다르게 우성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조수석 쪽 문을 열고 들어가 안전밸트까지 야무지게 착용했다. 그리고는 뻔뻔스럽게 얼이 빠져있는 백호를 향해 아저씨 얼른요! 하고 그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허튼짓하면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거야”

농담 아니다. 험악한 얼굴로 경고를 날린 백호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성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빙글거리는 얼굴을 보며 백호는 그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진짜 던져버려야지, 이제는 안 참는다. 분노의 찬 엔진 소리를 내며 백호의 차가 도로 위를 달려 나갔다.

기숙사까지의 여정은 의외로 편안했다. 우성은 귀여운 고등학생의 모습을 유지했고 백호 혼자만이 험악했던 분위기는 활짝 열린 창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서서히 흩어져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백호는 핸들 위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백호의 짧은 머리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희게 빛나는 우성의 눈동자가 티 나지 않게 그 모습을 훑어내렸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어두운 도로 끝으로 환한 불빛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기숙사 정문이 눈에 들어오자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한 백호는 차의 잠금을 풀었다. 교문 앞에서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손목시계를 체크하며 학생들을 향해 뛰어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여기 맞지? 5분 남았다. 얼른 내려”

백호의 재촉에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우성은 순순히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더니 총총걸음으로 백호가 있는 운전석 창문 쪽으로 다가왔다.

“아저씨, 오늘 고마웠어요”

교복 외투를 손에 쥐고 인사를 하는 우성의 모습이 앳되어 백호는 창틀에 팔을 걸치고는 씩 웃음을 지었다.

“그래, 선생님한테 혼나겠다. 어서 들어…”

단단한 손목이 백호의 뒷목을 잡아당겨 뒤에 이어지려던 말끝을 입안으로 삼켰다. 우성은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벌어진 입술을 혀로 더욱 열어젖히고는, 부드러운 입천장과 예민한 혀뿌리를 마음껏 건드리다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고는 떨어져 나갔다.

“아저씨, 내일 봐!”

우성이 손을 흔들며 교문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강렬한 키스의 충격으로 굳어있던 백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사라진 뒷통수를 향해 길길이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

“오지마 새끼야!!”

***

“아저씨, 아저씨, 저 여름 대회 우승하면 아저씨가 꽃다발 만들어주세요.”

“싫어”

“아, 왜요오.”

꽃 줄기를 다듬던 강백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작하지도 않은 대회에 우승은 무슨. 하고나 말해”

“에이, 우승은 당연히 하죠.”

“까분다.”

“진짠데. 나 한 번도 진 적 없는데. 그러니까 이번에도 우승할거에요.”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에 백호는 아이고 그래 잘나셨다 하고 중얼거렸다. 

“만들어 주실거죠?”

“아니”

“아 왜요!”

우성이 칭얼거리며 백호의 어깨에 매달렸다. 질색한 얼굴을 한 백호가 떨어져! 하고 동그란 머리를 밀어냈지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우성은 오히려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릴 뿐이었다.

“아저씨는 왜 나한테만 이렇게 차가워?”

“뭐라는 거야”

“저번에 현철이 형이랑 만났을때, 형한테는 엄청 웃어주고 그랬잖아요! 나한테는 웃어주지도 않으면서!”

어깨에 붙어있는 우성의 정수리를 바라보던 백호가 입을 열었다.

“왜 그런 줄 알아?”

“뭔데요.”

우성이 고개를 빼꼼 올리고 백호를 쳐다보았다. 눈이 초롱초롱한 것이 그에게 무언가 좋은 말을 기대하는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강백호는 우성의 어떠한 매력도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걔는 예의가 있고...너는 없어서 그래.”

그리고 저번 생에서 니가 내 목 잘랐잖아. 원수였던 자식이 달라붙으면 넌 좋겠냐? 아무리 환생했다지만 강씨 가문 자존심이 있지. 마지막 순간 자신을 바라보던 싸늘한 얼굴을 떠올린 백호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흥하고 코웃음을 치는 백호의 싸늘한 반응에 불쌍한 농구부 에이스는 너무해! 하고 소리칠 뿐이었다. 결국 와앙하고 짜증섞인 눈물을 터트린 우성이 접목하는 가지마냥 다시 딱 달라붙었지만, 백호는 축축히 젖어 드는 어깨를 무시하며 묵묵히 줄기를 다듬었다.


백업~ 언제 또 수정할지는 모르겠다~

뭔가…마음에 들지 않는데….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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