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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기주의자들을 위하여

도깨비버디 | 신주림 글로그

“각수님이 무얼 해도, 감사함 조차 느끼지 못할거에요.”

“지금처럼 말씀하셔도 대답 하는 일도, 듣거나 보는 일도 없을건데요.”

“저 보다 나은 사람은 얼마든 있어요. 그건··· 시간 낭비가 될 행위에요.”

  감사함조차 느끼지 못 할 거라니. 더 나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거라니, 정말 모르는 이기적인 이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살면서 신주림은 각수만큼이나 이기적인 이를 본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음이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선우견의 말에 주림은 별다른 말을 전하지 못한 채로 으응..뭐, 아닐텐데- 따위의 말을 하고 다시 도망쳐 버렸다.


  종말론의 시대는 끝났다. 악마들은 하나씩 지옥으로 돌아가거나,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20세기 백도소대의 마지막 토벌전을 준비하며 각수는 첫 버디인 정수와 싸웠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화를 내었던가. 그도 그럴 것이 신주림은 정수에게서, 그러니까 선우견에게서 자신을 보았다. 당장 무어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그 태도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로 향하는 모습이 퍽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동시에, 신주림은 정작 자신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그런 태도를 비치고 있었음을 그제서야 알아차린 자신의 치기가 너무나도 부끄러워 입 안이 썼다.

가벼운 것들은 무거운 것을 대가로 가져와도 그것이 무거운 것 인줄 모른다. 되려 멋대로 그와 비슷한 것일 거라고 착각하곤 하지.

  그러나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정이 들다의 '들다'는 물이 들다-의 '들다'와 같다. 물든다는 것은 색이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스며 든다는 것이다. 정도 그런 것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신주림의 가벼운 태도는 정듦을 대가로 가져왔다. 이것은 그가 시도 때도 없이 가서 조금씩 건들여 보는 장난들과, 스물 여덟 별의 이름을 외면하며 부른 호칭 따위들과 같거나, 같은 궤를 도는 것이 아니다. 신주림은 자신의 친구가 말한 행복이 이런 것이라면 그동안 제가 했던 행동들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자신의 앞에 있는 정수를, 선우견을 그리고 백도소대를 마주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이제는 정말 인정해야 한다.


신주림은 선우견과 이야기를 나누다 정말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있잖아 견아.”

너보다 나은 사람이 있어도, 너가 감사함을 몰라도

“우리는 아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치?”

신주림은 비로소 선우견을 보았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자리에 서서 타인을 곧게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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