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 와줘
한일국제캠프 | 히지와라 유우 개인로그
새하얀 눈발이 날리고 사람 하나쯤은 이 광활한 자연의 도화지에서 없어져도 좋을 것 같은 곳에 연인들이 같이 오면 영원을 함께한다 했던가. 그런것들은 낭만적인 속설들일 뿐이니,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가도 문득 여름이 오면 생각이 나곤 하는 것이다. 히지와라 유우는 한국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삿포로에 와줘, 날 찾아줘.
W. 마라집
평범한 날이다 지극히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 겨울은 춥다. 삿포로는 눈이 온다.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유우는 심심했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와는 거리가 좀 있는, 도사와는 좀 떨어진 원주민들이 사는 그곳은 그냥 폄범했다. ‘아-아. 따분해.’ 히지와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얼마전 학교에서 받은 가정통신문을 하나 꺼냈다. 꾸깃하게 접힌 통신문 안에는 [동계 방한 국제 캠프 안내]라고 적힌 글씨가 가장 위에 적혀 있었다. ‘갈까. 심심하고 할 일도 없는데.’ 유우는 혹여 이 캠프가 자신의 무료한 일상에 심심풀이 땅콩이라도 되어줄까 싶어 고민했다.
밖에서 어린 애들이 눈을 보고 흥분한 소리가 잔뜩 들렸다. 꺄르륵 거리는 소리. 눈덩이가 벽에 부딫히는 소리, 가만두지 않겠다고 우다다 쫓아가는 소리까지. 주변의 눈이 소리를 먹어도 다 먹히지 않은 잔해들이 그의 귀에 들어왔다. 겨울은 고요의 계절이다. 생명력이 떨어진 계절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밖에있는 저 애들은 그런 것 즈음은 어림도 없다는 듯 고요를 삼키고, 소리를 토해내며 생명력을 포효하고 있었다. ‘눈이 뭐라고, 겨울이 다 뭐라고. 꼭 겨울이 아니어도 이곳은, 삿포로는 언제나 눈이 있는데.’ 히지와라 유우는 이따위의 생각을 하며 다시 종이를 내려다 보았다.
- … 한국은 많이 추울까.
그저 심심해서, 이곳은 자신에게 너무 추워서 그래서 그냥 그렇게 가정통신문 위에 자신의 싸인을 하고 부모님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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