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관련

돌려 받은 성탄절

에드몽x아마쿠사(+앙리카렌적 묘사 있음)/페이트 시리즈 (Fate)

Red camel by 스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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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5일 작성

FGO 에드몽 단테스 x 아마쿠사 시로의 커플링입니다.(에드아마/에드시로)




그것은 언젠가의 성탄절.

어벤져. 암굴왕. 그리고 에드몽 단테스의 이름을 가진 서번트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다. 시끄러운 방 밖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에드몽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방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납작하고 작은 무언가의 퍼즐 조각이었다. 에드몽은 그 퍼즐 조각을 집어 들어 관찰했다. 이런 게 이 방에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처음 보는 물건이다. 위에 그려진 그림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주인을 찾아줘야 할까. 에드몽은 그 퍼즐 조각을 고민 없이 주머니에 넣고 복도로 나왔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다.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구세주의 탄생을 축원하는 날이다. 기독교의 행사이지만, 종교가 다르더라도 큰 뜻을 두기보다 축제의 느낌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곳, 칼데아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온 영령. 서번트들이 이날을 즐기고 있었다.

“메리크리스마스! 2대 산타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어린 소녀 한명이 노래하듯이 경쾌하게 말했다. 하얀 긴 머리를 가진 소녀는 정확하게 말하면 ‘잔 다르크 오르타 산타 릴리’라는 길고 장황한 호칭을 가지고 있는 소녀다. 그녀의 머리장식에 달린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에드몽은 그 풍경을 보면서 복도에서 살짝 비켜서주었다. 암굴왕 씨.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소녀는 에드몽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소녀의 뒤에 서 있던 소년이 에드몽에게 말을 걸었다.

“어벤져.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 되시기를.”

붉은 성해포를 걸친 성자, 아마쿠사 시로였다.

“룰러. 오늘은 가면을 쓰고 있지 않군.”

“네. 시크릿 산타 놀이도 작년에 했지 않습니까. 연속해서 하면 올해는 다들 식상하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그랬군.”

“왜 그러십니까. 혹시 아쉬우십니까?”

“딱히.”

에드몽은 짧게 말했다. 에드몽은 생전에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했다. 물론, 차가운 감옥에 갇히고 나서는 어둠속에서 신을 의심하며 악마에 가까워지겠노라 선포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서번트로 소환된 그는 아직도 품에 십자가를 지니고 다녔다. 그렇다고 그가 성직자처럼 독실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크리스마스라는 행사가 에드몽에겐 꽤나 익숙하다는 뜻일 뿐이다.

“그건 그렇고 산타라면서 선물도 안주나? 룰러.”

퉁명스러운 말에 아마쿠사는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선물이라…. 그러게요. 당신에겐 어떠한 선물을 드려야 좋을까요. 어벤져.”

아마쿠사는 한걸음 다가와 에드몽의 앞에 섰다. 둘은 키 차이가 제법 나기에 아마쿠사는 에드몽을 올려다보았다.

“어디보자……. 당신에게는 구원도. 구제도. 전부 드리고 싶습니다만….”

“받는 사람이 받지 않는 선물을 주는 산타도 다 있군.”

차갑게 비꼬는 말에도 아마쿠사는 오히려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울지 않고 착하게 산 아이가 진심으로 바라는 선물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산타로서 그것이 무엇이든 구해와야지요.”

말은 잘하는군. 에드몽은 눈을 찌푸리며 코웃음 쳤다. 그의 태도가 무척 차갑지만 비웃음이 아님을 알았는지 아마쿠사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애석하군 산타. 난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으니.”

“하긴. 그도 그렇군요. 당신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기엔 이미 어른이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군. 에드몽은 아마쿠사의 농담을 받아 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바라는 일은 스스로 해내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신다니. 좋은 어른이시네요.”

아마쿠사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그 미소는 언제나와 같다. 에드몽은 아마쿠사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참. 그러고 보니 아마쿠사 시로. 너는 아직 어린 나이 아니던가? 산타에게 선물을 바라도 좋을 것 같은데.”

“후후후. 그렇지만 저 역시 산타에게서 선물은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죠.”

착한 아이는 아녔으니 말입니다. 아마쿠사는 농담처럼 가볍게 말했다.

“그러니 저도 스스로 제가 제 자신을 위해서 노력해야겠습니다.”

순간 아마쿠사의 큰 눈동자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듯이 반짝였다. 맑은 강 위에 새가 날아들 듯. 혹은 구름이 드리워지듯 잠시 동안의 변화였다. 그렇지만 에드몽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아마쿠사. 너 혹시…….”

“스승님! 이제 다른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에드몽이 무언가 말하려고 했으나, 그때 마침 어린 소녀가 아마쿠사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렇군요. 산타 릴리. 알겠습니다. 같이 가도록 하지요.”

아마쿠사는 어린 소녀 산타에게 밝게 말하고 나서 에드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어벤져. 메리 크리스마스.”

“…아아.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 룰러.”

어찌되었건 성자에게 성탄절 축하 인사를 듣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에드몽은 몸을 돌려 쉴 겸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마저 보면 피로가 씻길 것 같다. 그 계획은 완벽했다. 에드몽이 휴게실을 열었을 때 비명 소리만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으아아악! 뭐야 진짜! 이 선배라는 놈~! 최악이야! 약해 빠지고 구질구질! 으윽! 넘 싫어!”

방안에선 잔다르크 오르타가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꺼운 망토를 두른 채 발을 쿵쿵 굴리더니, 에드몽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에드몽은 한숨을 쉬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테이블 밑에 유난스럽게 짙게 깔린 어둠으로 시선을 옮겼다. 빛이 지워진 어둠 속에서 까만 두 눈동자가 깜빡였다.

“우와아~ 이게 누구야. 섹시한 신참 후배 아냐~~?”

“앙리 마유….”

어둠속에서 최초의 어벤져, 앙리 마유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모습을 드러냈다곤 할 수 없다. 어차피 그는 어둠과 동화된 듯이 어둡기만 해서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앗. 이제는 신참이 아니던가? 후배 많이 생겼으니까. 으음~ 우리 중에서 제일 신참이 누구더라. 요새 애들 군기가 빠져서는. 멍멍이부터 나한테 인사를 하러 오질 않더라고. 어벤져는 그렇게 다 음침하고 사회성 없는 애들만 뽑는 걸까…. 누구 탓이냐? 네엣!! 앙리마유! 내 탓이지요!”

길고 장황하면서 영양가 없는 말이다. 피곤함이 배가 된다. 에드몽은 못들은 것처럼 발을 돌리려 했다.

“아아앗! 잠시만. 에드몽 단테스 킹굴왕 님~! 이 연식 오래된 쓸모없는 선배 좀 도와줘~~!”

앙리 마유가 어둠 그대로 질질 끌려 나와서는 에드몽의 발목을 잡았다.

“도와달라고? 뭐를?”

우선 듣기라도 해보자는 마음이다. 에드몽의 질문에 앙리 마유는 어둠속에서 무언가 판을 꺼냈다. 그것은 연보라 빛의 아직 다 맞추어지지 않은 퍼즐이었다.

“봐봐. 여기 댑따 큰 빈칸 보이지? 맞아! 바로 여기에 들어갈 조각이 하나 없어졌지 뭐야. 앙리 마유 대 핀치! 인생에서 좋았던 날이라곤 없지만 여하튼 대 핀치!”

그래서 앙리 마유는 이 잃어버린 조각을 찾느라 바닥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앙리 마유를 보지 못한 잔 다르크 오르타가 그를 밟아버렸다. 잔느 오르타는 자신이 밟아놓고는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앙리를 밟은 사실에 화를 내며 나갔다…라는 상황을 앙리는 길게 설명해주었다. 에드몽은 대충 그 얘기를 흘려들으며 생각나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에드몽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방금 전에 주운 퍼즐 조각을 꺼내 보여주었다.

“혹시 이걸 말하나?”

에드몽의 말에 어둠속에 있던 앙리마유가 호들갑스럽고 장황하게 좋아하기 시작했다.

“우와!! 잘 둔 후배 하나. 열 서번트 안 부럽다~~! 진짜 고마워. 후배님아!”

앙리는 에드몽의 두 손을 꼭 잡더니 팔짝팔짝 뛰었다. 물론 어둠 그 자체로만 보이는 통에 자세한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앙리가 웃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있지. 우리 귀엽고 멋지고 섹시한 강한 후배님! 혹시 바라는 게 있으면 뭐든지 이 앙리 마유에게 말해줘. 보답을 꼭 하고 싶으니까.”

“보답…? 그런 건 필요하지 않고. 바란 적도 없다.”

그리고 솔직하게 네가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에드몽은 무표정하게 말하며 앙리의 손을 뿌리쳤다. 에드몽은 앙리가 다시 난리를 피며 과장된 목소리로 말을 이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앙리는 조용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손 위에 놓인 퍼즐을 응시할 뿐이다. 까만 손 위에 올려진 연한 라벤더 색은 참 눈에 띄었다. 어둠속에 있는 두 눈동자가 한참을 그 조각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어벤져 후배인 에드몽 단테스. 언젠가 내가 필요하면 불러줘.”

평소의 에드몽이라면 딱히 너 따위의 도움은 필요도 없으리라 말했겠지만, 왠지 지금의 앙리 마유는 평소와 다르게 무게가 느껴져서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칼데아에 비상 경보음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에드몽은 모자와 망토를 걸친 모습으로 복도로 나왔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는 복도가 한층 더 다급한 상황임을 말해주었다. 멀리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칼데아 직원이 보였다. 전체적으로 무척 혼란스러웠다.

에드몽은 눈을 찌푸렸다. 누군가의 습격인가? 이 혼동 속에서도 마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스터가 어디에 있는지 마력은 느껴진다.

마스터의 마력이 느껴진 곳. 그곳이 사건의 중심부일 것이다. 에드몽은 그 무엇보다도 서둘러 어둠속으로 달렸다.

벽은 이미 깊게 패어져 있고 천장까지 무언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상처처럼 남아있다. 철문이 떨어져 나뒹굴고 땅엔 피가 번져 있다. 복도를 달리다보면 몇몇의 사람이 쓰러진 채 의식을 잃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마 몇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에드몽은 빠르게 그 사람 사이에 마스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행이라고 여겨야할까. 에드몽은 칼데아를 뛰어다니며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 에드몽에겐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했다.

느껴지는 마력은 마스터의 것만이 아니다. 이 마력의 조합. 지금의 상황. 나오는 결론은 하나다. 에드몽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스터의 마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선의 끝에 긴 머리를 정갈하게 묶은 성자가 서 있었다. 하얀 머리카락의 끝이 화염에 그슬려 있다. 그는 자신이 즐겨 쓰는 일본도를 든 채 마스터를 인질로 잡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아직까지 마스터가 무사하다는 점이다. 아마쿠사의 옆에 그와 비슷한 채색의 옷을 걸친 극작가가 신이 나서 말했다.

“자! 여기서 주역의 등장입니다. 마스터! 아니. 지금은 아니죠. 아마쿠사 시로 토키사다!”

역시나.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에드몽은 지금 상황을 전부 파악해버렸다. 차라리 좋지 않은 예감이 틀리길 바랐으나…. 에드몽은 입을 굳게 다물며 표정을 굳혔다.

에드몽 단테스는 사실 언제나 이런 순간이 오지 않을까. 악몽을 예감하듯이 추측하곤 했다.

아마쿠사 시로는 성배를 원한다. 그의 전 세계 전 인류에 대한 집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잠을 자듯이 억지로 고요히 누르고 있을 뿐이다.

아마쿠사 시로는 극심한 분노와 고통을 속으로 숨기고 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외면하며 살고자 애쓴다. 그렇지만 에드몽 단테스는 그의 심중에 있는 그 어둠을 직시했다. 그 감정의 무게는 세상을 압사시킬 정도의 욕망이다.

“결국엔…….”

에드몽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되리란 건 알았다. 언제나 오지 말아야 할 순간이라며 생각하면서도 추후엔 오리라고 예측해버리는 에드몽 자신을 애써 무시했다.

“에드몽 단테스. 역시 제 상대는 당신이 해주시는군요.”

아마쿠사는 에드몽과 시선이 마주치자 천천히 웃었다. 그 미소는 방금 전. 에드몽이 마주했던 미소였다. 무언가가 걸쳐진 미소. 에드몽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게 되었다. 그의 큰 눈에 드리워진 것은 인간이면 가져야할 욕심. 욕망. 바람이다. 무언가 속 안에 눌러 잠재웠던 욕망이 뚜껑을 뚫고 튀어나온 것이다.

에드몽은 어째서? 라든지 왜? 라고 묻지 않았다. 이미 그의 행동 원리는 에드몽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아마쿠사 시로는 성배를 원한다. 칼데아에는 성배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성격상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성배를 얻으려 한 것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래.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른다.

에드몽은 장갑을 낀 주먹을 쥐었다.

“마스터를 죽일 생각인가. 룰러.”

에드몽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아뇨. 저에게 마스터를 살해할 의도는 없습니다.”

그는 타인에게 악의를 가지지 않는다. 남을 해치려고 하지 않는다. 악을 품지 않는다. 알고 있다. 사실 그는 선하디 선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차갑게 모든 것을 잘라낸다.

“그렇지만 제가 성배를 얻는 일을 방해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슬픈 눈으로 말한다.

에드몽은 더 이상 듣지도 묻지도 않았다. 아마쿠사의 품속에 있는 마스터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에드몽이 다가와 아마쿠사가 든 일본도를 잡자 마스터가 외쳤다. 지금이야. 어벤져. 마스터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에드몽은 지근거리에서 아마쿠사에게 손을 뻗었다.

공간을 찢어 들어가며 검은 화염이 내리 꽂혔다. 복수귀의 힘에 성자는 어떻게든 버티어 보려고 했다. 아마쿠사의 두 팔에서 나온 힘은 정말로 강대하다. 그렇지만 에드몽에겐 마스터의 백업이 있다. 령주를 받은 에드몽은 긴 시간을 끌지 않았다. 타오르는 어둠이 아마쿠사를 뚫었다. 바닥에 붉은 피가 번진다.

정말로 일순에 가까운 찰나였다. 그 짧은 시간동안 공간과 시간을 접어 결과만을 내놓았다. 어벤져는 룰러를 쓰러드렸다. 그런 결과엿다.

에드몽은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아마쿠사를 잡았다. 흑염에 관통당한 그의 몸에서 흐른 피가 에드몽의 팔까지 적신다. 피를 뒤집어 쓴 몰골을 하고서도 아마쿠사는 웃었다. 이 상황에서도 에드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룰러.”

에드몽은 아마쿠사를 붙잡고 짧게 불렀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끝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형태로. 당신의 손에 의해서.”

아마쿠사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에드몽을 따라가려고 했으나 채 되지 않았다.

에드몽 역시 그러했다.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 예상했다. 언젠가 아마쿠사가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 매번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지 않았다. 저지하지 않았다. 예상은 예상이리라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아마쿠사 시로 도키사다.”

에드몽이 이름을 불렀을 때, 아마쿠사는 눈을 감았다. 숱하게 많은 사람을 구하던 소년의 두 손이 허망하게 떨어진다. 그리고 두 번다시 그가 숨을 쉬는 일은 없었다.

땅에 쏟아진 피가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서번트의 사망은 소멸에 가깝다. 아마쿠사 시로가 시로 코토미네라는 이름으로 현계 했을 성배전쟁에서 그는 수육을 했다고 하지만, 칼데아에 있는 그는 영령으로 존재한다. 이 세상에 원래도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가 영령의 좌로 돌아가고 있다. 마치 그라는 존재가 원래도 없던 것처럼 말끔히 말이다.

사라져가는 피를 보며 에드몽은 아마쿠사를 더 붙잡았다.

이 일은 나의 탓도 있다. 너를 미리 막아야했다. 에드몽은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에. 만에 하나. 혹시라도.

혹시. 그럴 기회가 온다면.

 

“기도를 한다면 좀 더 간절하게.”

상황에 맞지 않은 명랑한 목소리가 에드몽의 귀에 꽂혔다. 에드몽의 앞에 어둠이 사람의 형태를 한 채 서 있었다. 방금 전 까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어둠이었다.

“원망을 한다면 조금 더 분노를 머금고.”

그 어둠이 뭉쳐 얼굴에 해당하는 곳에 장난기가 서려있다. 앙리 마유. 그였다.

에드몽은 그제야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이 주변에 그 어떤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멈추었다. 사라지던 아마쿠사 시로도 그대로 이 곳에 남았다. 들리는 소리라곤 앙리 마유의 웃음소리 뿐이다. 무엇인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겠지만 아마도 앙리 마유의 능력인 듯 보였다.

“네가 잘하는 일이잖아. 암굴왕.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증오와 원망과 분노만을 품고 끝도 없는 무저갱에 빠져버리는 일. 자신의 유일한 특기마저 잊으면 어떻게 해?”

앙리 마유는 천천히 에드몽에게 다가왔다. 한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어둠이 걷혀 그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마침내 에드몽의 앞에 바로 선 앙리마유의 모습은 정확하게 사람의 형태를 갖추었다.

에드몽은 그때 앙리 마유의 인간으로의 껍질을 처음 보았다. 어두운 피부. 그리고 더 어두운 문신이 빼곡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 소년은 붉은 성해포를 머리와 하반신에 둘렀다. 그가 몸에 두른 성해포가 아마쿠사가 평소에 가졌던 성해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더럽혀진 진흙탕에서 막 건져온 듯한 성해포였다.

“거참. 우리 잘생긴 동기 말이야. 진짜 요란하게도 난리 폈네. 그치? 이래서 이 시리즈에 나오는 미남 성직자를 믿으면 안 된다니까. 우리 동기네 남동생도 한건 하시고……. 아. 이거 스포일러였던가?”

앙리 마유는 아마쿠사를 보며 무척 친근하다는 듯 말했다. 말하는 문장의 다수는 에드몽에게 이해조차 되지 않는 말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아. 맞다. 이 멘트를 해야지.”

안 그래도 지금 대사 지분 너무 많이 가져갔으니 슬슬 본론을 꺼낼 때가 됐어. 앙리 마유는 장난스럽 말하다가 갑자기 에드몽을 바라보았다.

“고마웠어. 후배.”

“무슨…?”

앙리 마유는 품에서 퍼즐을 꺼냈다.

“나는 언제나 고통과 혼란에 있어. 그러다가 이따금 인간성의 자락에 오거든. 그 괴물과 인간의 경계점에서 나를 바라보던 꽃이 한사람 있었어.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아. 나는 혼돈이니까. 그렇지만 나도 잊은 그 꽃을 찾는데 네가 큰 도움을 줬어.”

에드몽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준 덕에 그 퍼즐엔 꽃의 문양이 완성되었다. 하얀색의 꽃이었다.

“오늘은 어딘가의 구세주가 온 날이라고 하지. 그렇지만 그런 사연으로 따지면 나도 조금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 알고 있으려나?”

구세주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바라는 선물을 가지고 온다는 성인이 있다며. 그런 거라면 나도 가능하긴 해.

앙리 마유는 말하며 에드몽의 두 뺨을 자신의 손으로 잡았다.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손이었다. 온기도. 차가움도. 심지어 촉감마저도. 그것은 차가운 감옥 속에 있던 암흑과 닮았다. 그 암흑에서 미쳐가던 청년은 감옥에서 신의 자비를 구했으나 실패했다. 에드몽 단테스. 그는 신의 구원이 없자 악마와 손을 잡는 쪽을 생각했다.

“악신에게서의 자비이다. 에드몽 단테스.”

어두운 피부를 가진 소년의 얼굴로 앙리 마유는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검은 문양으로 그려진 문신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주변이 점점 어두워진다. 에드몽은 자신의 능력 역시 어둠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어색하진 않았다.

그 어둠 사이에 무언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떠올릴 그 빛에 에드몽은 끔찍한 어둠을 떠올렸다.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완전한 어둠에서 사람은 자신의 눈동자에 담을 빛을 주워 담기 위해 억지로 발광하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만다. 그것은 어쩌면 눈꺼풀 뒤에 붙어 있을 먼지조각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은 그 작은 빛을 소중히 주어 담아 끌어안고는 빛이라 명명한다.

그것이 희망이다.

에드몽의 생각을 앞서 읽은 듯, 어둠에서 빛나던 악신이 다시 웃었다.

“하하. 우리 후배는 참 보기 드문 인재야. 어벤져의 이름에 걸맞지. 시대의 귀감이라고.”

앙리마유는 노래하듯 흥얼거렸다. 그의 말은 혼잣말에 가까워 대답해줄 의리는 없지만, 에드몽은 그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그것은 자의가 아녔다. 듣기 싫어도 들려왔다. 마치 뇌에 대고 누군가 말하는 기분이었다.

인류의 악이 말했다.

절망 속에 떨어질지라도 너는 인간의 선의를 믿는다.

희망을 말하며 썩어빠진 인간을 마지막까지 배신하지 않는다.

그것은 복수를 말하며 저주하던 네가 가진 인간성에서 기반 한다.

“나와 닮았지.”

앙리의 말에 에드몽은 질문했다.

“무엇이? 너 역시 저주하면서 인간을 믿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 사람 보는 취향. 나의 자양화도 은발에 금색 눈을 가진 성직자였어.”

짜 맞추어진 퍼즐을 소중히 안으며 앙리는 웃었다. 그 미소가 평범한 소년의 미소와 닮아서 에드몽은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

“아. 그쪽인가.”

에드몽은 그 농담에 피식 웃어주었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꽃이 있다. 그 꽃은 악신을 믿었다. 악신을 사랑해주었다. 악신의 얘기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보다 우리 동기의 이야기를 하자. 악신은 죽은 아마쿠사를 내려다보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를 구하고자 한 성자의 얘기는 잘 알고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타인을 걱정했을 소년은 결국엔 세상을 저주했다고 한다. 다시 이 세상에 온 성자는 세상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망집에 사로잡혔다. 그 행복의 기준은 아마쿠사 시로. 자신의 기준이다.

그 이기적이고 고집적인 사랑의 방식이 이 세상에 대한 복수는 아닐까. 에드몽 단테스는 재정자를 보며 복수귀로서의 생각을 품었다.

그렇지만.

“이런 끝을 원한 건 아녔지.”

처음 에드몽 단테스가 감옥탑에서 마스터를 만난 날부터. 이 룰러와의 악연은 떨어지지 않는다.

예상이야 했다. 에드몽 단테스는 자신이 강해질 때마다 성배를 원하는 룰러를 죽이는 자신의 모습을 너무 쉽게 예측했다. 마스터가 자신을 신뢰할 때마다 그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에드몽 단테스가 이 칼데아에 소환된 것은 마스터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성배에 미쳐버린 룰러에게서 칼데아를 지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는 웃는 얼굴로 언제나 세상의 구제를 말한다. 에드몽 단테스를 위해 기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에드몽은 어떠했나.

애초에 에드몽 단테스는 구원 따위 바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기도하고 있는 아마쿠사의 모습은 좋다고 생각했다.

“허황된 꿈이니 품지 말라고 했어도 미련하게 계속 가지고 있었겠지.”

애초에 꿈을 포기하는 아마쿠사 시로는 상상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아니다. 어쩌면 에드몽 단테스는 그 부분에서 아마쿠사 시로를 마음에 두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가질 수 없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이룰 수 없는 내일을 소망하는 성자의 우직함을 말이다.

“네네. 후배 씨 취향은 안물안궁이었지만 길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이쪽의 속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앙리 마유가 말했다. 그는 무언가 손에 들고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고 있었다. 얼핏 보인 그 물건은 빛나는 왕관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왕관. 누군가 쓰고 있던 것을 본적이 있다.

어느새 주변 어둠이 빛에 먹히기 시작했다. 빛은 뱀처럼 점점 나아가 무언가 문양을 만들었다. 그 모양은 앙리 마유의 몸에 있는 것과 같은 무늬였다. 에드몽이 그 무늬를 들여다보고 있자 앙리마유가 말했다. 이 그림은 인간이 가진 원죄의 상징이야. 에드몽은 그 말을 들으며 아마쿠사를 떠올렸다. 인간의 원죄를 구원한 구세주를 믿는 그는 자신 역시 세상의 구제를 바랐을 뿐이 아닌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순박한 선원이 끔찍한 죄를 뒤집어쓰고 차가운 감옥에 갇혔던 과거가 있다. 마을 청년이 악마라 불리며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몸 안에 담은 역사도 있다. 이들처럼 차라리 복수심을 품었으면 좋았을 것을. 성자는 억울함을 토하면서도 자신이 구하지 못한 사람에 원통해했다. 분노를 품은 대상은 자기 자신이 되었다.

 

품안에서 죽어간 아마쿠사는 아직 식지 않았다. 서번트이기에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지겠지만, 에드몽의 품 안에서 아마쿠사는 아직 남아있다. 시간이 정지되고 공간이 비틀어진 이곳에서 에드몽은 생각했다.

차라리 복수귀가 되어야했다. 아마쿠사 시로는 차라리 자신처럼 복수에 미쳤어야했다. 그렇지만 어딘가의 세상에서 그가 비틀어져 악을 품는다면 그 역시 자신이 막아야 할 것이다.

“후배. 너는 암굴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에드몽 단테스를 잊지 않았지.”

그거 알아? 앙리 마유가 되기전의 내 이름 따위 이제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아. 이름없는 피해자가 되어버렷을 뿐이니 나 역시 기억하지 못하고. 앙그라 마이뉴는 중얼거렸다.

“에드몽. 너는 놓치지 마.”

악신이 손을 뻗자 주변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처음 보는 풍경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앙리 마유는 눈을 감았다. 발버둥 치는 인간은 나쁘지 않아. 내가 겪었지만 관계없을 이야기의 끝에도 계속 발버둥 쳐서 구원 받은 사람이 하나 정도 있었다나 뭐라나. 악마왕의 이름을 뒤집어 쓴 남자는 말했다.

 

 

 

“메리크리스마스! 2대 산타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에드몽 단테스가 눈을 떠보면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어설픈 크리스마스 리스로 꾸며진 칼데아 복도였다. 반짝이는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문구가 어설픈 솜씨지만 열심히 꾸몄기에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귀여운 소녀의 큰 목소리가 울린다. 에드몽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앗. 암굴왕 씨. 안녕하세요.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작은 산타 소녀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산타 릴리.”

에드몽은 어색하게 답했다. 에드몽이 어색해 하는 것은 산타 소녀가 아니다. 그 소녀의 뒤에 있는 성자였다.

“어벤져.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 되시기를.”

그는 언제나처럼 붉은 성해포를 두른 채 미소 지었다. 그 얼굴도. 그 목소리도. 두 번째 보는 것이기에 익숙해야했는데 이상하게 너무나도 어색했다.

에드몽은 이 뒤의 일을 알고 있다. 잠시 뒤에 아마쿠사 시로는 성배를 얻고자 칼데아에 반란을 일으킨다. 다른 세상에서 자신과 한편이었던 셰익스피어와 함께 힘으로 성배를 뺏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마스터를 지키기 위해 에드몽 단테스. 자신이 아마쿠사를 죽인다.

“왜 그러십니까. 어벤져? 사람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시고.”

에드몽의 태도가 평소와 차이가 있음을 이 눈치 좋은 룰러는 알아차렸다. 정말로 작은 차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아마쿠사는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에드몽은 일부러 평소처럼 모자를 눌러쓰며 답했다.

“아니. 그 멍청이 같이 한심했던 가면은 올해는 쓰지 않을 모양인가 생각했을 뿐이다.”

“세상에나. 한심하다니요? 천재 음악가에게 사과하시기를. 그저 시크릿 산타로의 정체가 밝혀진 이상 쓸 이유가 없어서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아마쿠사는 마치 토라진 아이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어벤져. 저와 산타 릴리는 이만.”

아마쿠사는 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작은 산타 소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른 쪽으로 발을 돌리려 했다. 에드몽은 반사적으로 아마쿠사의 팔을 잡았다. 아마쿠사는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에드몽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어벤져?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그러니까…….”

낭패다. 생각을 하지 않고 움직여버렸다. 에드몽은 자신의 빠른 행동을 이번만큼은 비난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빨리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어색하지 않을지를 생각했다. 이 기회를 잘 써야한다. 중압감이 너무 강했다.

에드몽이 아마쿠사를 보며 당황해 하는 모습은 정말로 특이한 일이다. 이 두 사람을 보던 산타릴리는 말했다.

“아. 암굴왕 씨께서도 선물을 받고 싶으신 거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는 2대째의 산타! 선물을 바로 드리겠습니다~!”

어린 소녀는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자. 여기. 일 년 내내 칼데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신 암굴왕께는………. 커피에 곁들여 드시기 좋은 쿠키 세트!”

“고……. 고맙다.”

산타 소녀가 에드몽에게 준 것은 초콜렛이 잔뜩 묻은 쿠키 세트였다. 나는 단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에드몽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 과자 정말로 맛있답니다. 저랑 스승님이 함께 골랐어요!”

네 취향이었나. 아마쿠사 시로…. 에드몽은 절대 자신의 입맛에 맞을리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착한 어른께 선물도 드렸으니……. 슬슬 제 팔은 놓아주시죠. 에드몽 단테스. 조금 아픕니다만.”

아마쿠사의 지적을 듣고 나서야 에드몽은 자신이 한 손으로 계속 아마쿠사를 잡고 있음을 떠올렸다. 그래. 놓아줘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마쿠사. 혹시 오늘은 다른 일정이 있는가?”

“제 일정 말씀이십니까? 으음~ 산타 릴리를 도와서 다른 분들에게 선물을 전해줄 예정입니다만. 그리고 끝나면 1대 산타와 3대 산타와의 산타회의가 있고…….”

산타 회의는 또 뭐인가. 에드몽은 속으로 지적하고 싶었지만 여기선 다른 말을 해야했다.

“그럼 오늘 하루는 나도 함께 보내지.”

에드몽 단테스는 최선이라 생각한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들은 산타 소녀의 큰 눈이 더욱 더 커져서 뭔가 잘못 말을 했나 고민에 빠져야 했다. 아마쿠사는 반대로 눈을 가늘게 하며 미소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에드몽 단테스. 그렇게 하죠. 자아. 릴리. 잘 되지 않았습니까. 일행이 늘었습니다.”

“그렇네요. 릴리도 기뻐요! 스승님.”

어린 소녀가 가볍게 뛰면서 에드몽과 아마쿠사 사이에 섰다. 에드몽도 다정하게 소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그러면 에드몽 당신은…. ‘견습 시크릿 블랙 산타’. 어떠십니까?”

“그런 괴상망측한 이름은 별로 좋지 않은데.”

“아, 아니시면 ‘떠오르는 신생 스타 ★ 어벤져 암굴산타’ 쪽은 괜찮으실까요?”

생각해보니 아마쿠사의 센스는 트윈 암 빅 크런치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괴악한 센스였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아마쿠사가 더 괴상한 작명을 늘여 놓을 것이 뻔했다. 에드몽은 아마쿠사의 잡은 팔을 당긴 후 다른 팔로 그의 어깨를 잡은 후에 팔을 놓아주었다. 그가 다른 속셈을 품고 있더라도 이렇게 에드몽 자신이 붙어있으면 실행하지 못하리라. 안심하는 에드몽의 눈에 아마쿠사의 큰 눈이 맞닿았다. 잡고 보니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방금 전까지 보아왔던 아마쿠사가 떠올랐다. 에드몽 자신의 품에서 피투성이로 죽어가던 성자는 얻지 못한 자신의 꿈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숨이 거두어지는 순간엔 옅게 미소 지었다. 마치 무언가 기나긴 일에서 해방된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

에드몽은 그 얼굴과 지금 자신의 바로 가까이에 있는 얼굴을 비교하다가 툭하니 말했다.

“참. 메리 크리스마스. 아마쿠사 시로.”

악신의 변덕스러운 은혜로 오늘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면 그는 어떠한 표정을 지을까. 에드몽은 아마쿠사에게 묻지 못할 의문을 삼켰다.

“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당신께도 그분의 변함없는 사랑이 함께하시길.”

에드몽의 말을 들은 아마쿠사는 답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이 되돌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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