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原成侍の行方不明

백업용 by 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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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야라림하] 1

[오세준봣냐] 1

[아님연락이라도] 1

 

림하는 이제 막 나온 부대찌개를 한 스푼 뜨며 다음과 같은 연락을 읽었다. 한 술 뜨다 말고 시선을 테이블에 고정한 림하를 보며 현성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눈빛으로 묻는 현성을 두고 림하는 고개를 저으며 화면을 껐다. 으레 다른 대학로가 그렇듯, 뇌문雷門대학교 앞 대학교 앞 식당에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음식들을 팔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니 질보다 양을 노린 게 틀림없었다. 어쨌거나 6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 한 뚝배기는 그럭저럭 먹을 만 했고, 학식과 비교하자면야 훨씬 나았다. 그래서 림하는 현성의 추천으로 이 곳을 한 번 방문한 이래, 간단히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마다 이곳을 애용했다.

 

“별 거 아니래….”

“별 거 아닌 연락에 왜 밥을 먹다 말아. 중요한 거 아니…, 야, 잠깐만, 내 거 계란프라이 왜 네가 가져 가?!”

 

림하는 조용히 현성의 계란프라이를 씹으며 생각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기말고사 시즌이었다. 평소 학업에 별 관심도 없던 학생들도 부랴부랴 전공책을 펼치고 노트필기를 구하고, 족보를 구하는 시즌. 동아리 모임부터 시작해 간단한 술자리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고, 누구나 정신없이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머릿속에 정보를 밀어 넣기 바빴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도 지금 카톡을 보낸 이세진이나 카톡의 내용인 오세준을 못 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같은 학과도, 학년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다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바쁜 시기에 저에게 오세준의 행방을 묻는 이세진의 저의를 모르겠다.

 

“어쨌거나 빨리 먹으래. 아님 네 스팸도 다 내가 먹을 거니까.”

 

그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림하의 입으로 들어가던 계란프라이를 보고 있던 현성이 바로 제 앞에 있던 공깃밥에 코를 박았다. 제 뚝배기에 든 라면사리와 스팸을 꺼내는 젓가락질이 급했다. 좀 있다 답장해도 되겠지. 어차피 해 줄 대답도 부정의 대답이었으니까. 이따 현성과 함께 도서관에 돌아가 답장해야겠다. 쓰잘데기 없는 이세진의 연락보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밥이 더 중했다.

 

 

 

3일차

 

벼락치기는 역시 사람이 할 게 못 되었다. 몬스타와 핫식스, 그리고 스누피 커피우유에 절여진 뇌와 다르게, 졸려 죽겠다고 호소하는 몸이 파업을 선언했다. 쓰린 속에 탄산수를 들이 부었다. 다를 것 하나 없이 여전히 죽을 것 같았다. 전 단원 시험 범위라니, 이건 교수 평가 때 두고 볼 필요가 있었다. 전공도 아닌 교양 시험이 이렇게 빡센 건 범죄였으니까. 시험을 치다 잠에 들 것 같아 괜스레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답안지를 작성했기에 종이가 글자대로 파인 시험지를 제출하고, 세진이 아무렇게나 필통을 처넣은 가방을 대충 어깨에 둘렀다. 내일도 또 시험이 있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눈이라도 조금 붙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뇌마저 돌아갈 것 같았다.

 

한적한 복도에서 기지개를 피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자, 누군가가 세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졸음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봤더니, 라희였다. 제법 피곤에 쩔어 있는 제 모습과는 다르게 멀끔하고 평소와 같이 나른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라희의 모습에 세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 경영학과 과탑은 다르다 이 말이지.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차근차근 짚어가며 생각해보니 첫 날 같은 교양을 들었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았다. …아, 망했네. 그냥 공부하지 말고 푹 자기나 할 걸.

 

“잠 잘 못잔 것 같네….”

“뭐, 그냥. 며칠 밤새서 공부한 거지. 시험 기간이잖아.”

“그래, 들어가서 빨리 쉬어야 할 테니 오래 붙잡진 않을게. 별 건 아니고, 법학과 오세준이랑 연락이 되나 해서.”

“아, 그거.”

“응. 돌려 줄 책이 있는데, 며칠 전부터 연락이 안 되네.”

“도움이 안 되서 미안하긴 한데, 나도 그래서 답답해 죽을 것 같거든?”

 

세진이 며칠 전 림하와의 카톡 채팅방을 라희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개자식이 족보 건네준다고 해놓고선 잠수타고 튀어서 내가 이 꼴 났거든. 애초에 교수가 족보 그대로 시험 낸다길래 오세준 뜯어낼 거 믿고 수강 신청한 강의였다고.”

 

 

 

5일차

 

빨대로 바나나 우유를 빨아 먹던 림하가 작은 한숨과 함께 빨대에서 입을 뗐다. 30분 전의 전공 시험을 끝으로 림하의 시험은 전부 종료된 참이었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시험 기간이었다. 그렇게 어려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성적도 딱 느꼈던 정도로만 나와 줬으면 싶었다. 림하는 고등학생 시절 시험이 끝나면 느꼈던 묘한 해방감을 향수처럼 느꼈다. 앞으로 30분 후면 현성도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올 것이었고, 현성과 현성의 누나 현영과 림하, 그렇게 셋이 저녁이나 먹을 예정이었다.

 

현성의 시험이 끝나기 5분 전 쯤, 현영이 미대 건물 앞으로 도착한 것이 보였다. 림하는 근처 쓰레기통에 다 비운 바나나 우유를 던져 넣곤 다가가 기쁘게 아는 척을 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선배였다. 중학생 시절부터 이래저래 오가며 많이 봤고, 신세도 많이 지고 있었다. 간단히 안부인사를 나눈 후, 현영이 저녁 메뉴를 물었다.

 

“……초밥, 오랜만에 맛있을 것 같대.”

“초밥 좋지. 남현성도 좋아하니까. 근처 맛있는 집이나 검색해볼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대중적인 포털사이트의 지도 앱을 열려던 현영이 잠시 상단바의 알림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폰을 꺼내 근처 맛집을 검색하고 있던 림하도 현영의 변화에 의아해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후, 누군가의 연락에 간단히 답한 현영이 잠시 묘한 얼굴을 하더니 림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눈을 깜빡이던 림하에게 현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림하가 친했었나?”

“누구랑?”

“오세준이던가…. 법학과 그 친구랑.”

“…….”

 

새삼스럽게 제게 오세준의 소식을 물어보는 현영이 낯설지 않아 되새겨보니, 며칠 전에 이세진이 급하게 오세준을 찾았었던 것도 같다. 갑자기 다들 왜 이렇게 오세준 타령이지. 그것보다 현영 선배랑 오세준이 아는 사이였던가….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정정할 것은 정정할 것이었다.

 

“아니. 안 친해.”

“……그래?”

“무슨 일인데?”

“법학과에 하는 친구가 있는데, …뭐, 안 친하다면 괜히 이야기해 줄 것도 못될 것 같아서. 미안하다. 괜히 말을 꺼냈네.”

 

림하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영과 세준이 함께 있는데 혹여 미안한 일을 만든다면 그건 세준이 무조건 잘못한 것이었다. 설사 세준이 그 자리에 없다 하더라도. 하여튼 그랬다.

 

“심각한 일?”

“음,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고,”

“헐, 누나! 림하야!”

 

현영의 말을 현성의 외침이 가로막았다. 현영과 림하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언뜻봐도 시험이 끝났다는 벅차오름에 가방도 대충 꿰어 맨 현성이 오른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 진짜 배고프다! 시험은 개콧구멍같이 봤는데 염치도 없게 간만에 머리 썼다고 배 엄청 고픔. 빨리 밥 먹으러 가자! 오늘 초밥 땡긴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진 현영은 결국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림하 안에 피어올랐던 궁금증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뭐, 아직 오세준은 시험이 안 끝났나 보지.

 

 

 

8일차

 

[야오세준오늘은튕기는거안됨] 1

[ㅇㅇ 무조건 나와야 됨] 1

[오늘포차에서소주한잔하자 ㅎㅎ] 1

[ㅇㅇ 이세진이 오늘 쏜댔음] 1

[내가언제????]

[쏠거면오세준니가쏴야지갑자기화나네내학점] 1

[그러게 공부를 했어야지] 1

(얄미운 이모티콘) 1

[개화나네진짜] 1

[그래서 오세준 오늘은 올 거지?] 1

[그래형님이봐준다내가오늘쏨] 1

[8시에 포차 ㄱㄱ] 1

 

…….

 

[이새끼끝까지튕기네] 1

[알았어술마시기싫은거알겟는데] 1

[연락은 좀 보래...] 1

[싸가지 없으니까...] 1

 

 

 


10일차

 

[야오세준] 1

[족보] 1

[족보준댓자나^^] 1

[너어디냐???] 1

[도서관?] 1

[아니네진짜어디야?] 1

 

…….

 

[이미친너때문에다망햇다] 1

[내학점책임져] 1

[술열번은쏴야된다진짜] 1

[쫄아서안보냐?] 1

 

…….

 

[야오세준왜연락안ㄷ보ᅟᅣᆫ교] 1

[아니이게ㅔ지진짜] 1

[시험끝난거다ㅇ나다인자식아???????] 1

 

대충 멸치로 국물을 내고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콩나물과 고춧가루 넣어 만든 해장국에 밥을 말아 세진이 혹시 어제 실수한 건 없는지 카톡 채팅방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세진의 시선이 세준과의 카톡 채팅방에 고정됐다. 마지막 연락 세 개는 기억에 없던 연락이었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보자니, 같은 술자리에 있던 친구가 법학과였는데, 가장 마지막 시험 끝난 지 나흘은 됐다는 소리에 괜히 빡쳐서 충동적으로 연락을 했던 것도 같았다. 입에 씹던 밥을 삼키자, 칼칼한 목넘김에 그나마 숙취가 좀 가셨다. 대충 그 자리에서 손을 꼽아 오세준이 연락이 되지 않았던 기간을 셈 해보았다. ……일주일이 조금 넘은 것 같았다. 족보 주기 싫어서 나만 피하나 싶었더니, 라림하나 라희 연락도 피한 것 같았다. 괜히 인상을 찌푸렸다. 오세준이 좀 많이 싸가지 없고 인성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연락이 끊긴 적이 있었던가? 시험이 목전이라 그냥 핸드폰 끄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오세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험이 끝났잖아. 그럼 다시 켜야 하는 거 아닌가? 그새 휴대폰 잃어버렸나? 알 수가 없었다. 급하게 밥상머리에서 해장국이 식어가는 지도 모르고 오세준을 알 법한 애들한테 연락을 돌리며 넌지시 오세준을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다 똑같았다.

 

[오세준/세준이/걔/선배/세준씨 요즘 본 적이 없는데요/없다/없는데/없음/없어.]

 

그리고 대답 하나가 눈에 콕 들어왔다.

 

[무슨 일 있냐? 그러고 보니까 걔 시험도 결석이던데?]

 

 

 

11일차

 

“첫 번째 가정.”

 

세진이 말을 떼며 빨대로 긴 플라스틱 컵 안을 저었다. 컵 안의 얼음이 부딪혀 특유의 얼음 소리를 냈다. 림하는 그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납치.”

“……오세준이?”

 

상상조차 어렵다며 림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세진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세준이 납치…를 당할 이유조차 명확히 짚을 수 없었다. 머리 좀 좋은 꼰대 법학과 과탑 자식을 납치해서 어디에다 쓴 단 말인가. 그래도 굳이 오세준 납치의 사유를 짜내보자면 사채나 도박이었는데, 오세준이 그런 걸 하느니 자신이 남은 학년 학기 전액 장학금을 타는 게 더 가능성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두 번째. 자의로 잠수.”

“기각이래.”

 

세진이 납득한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컵 안을 젓던 빨대로 아이스티를 빨아들였다. 말 없이 림하에게 세진이 한 장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여주었다. 단정한 침대와 정갈한 책상이 눈에 들어오는 작은 방이었다. 깔끔은 했지만, 역시나 조금의 생활감은 보이는 채였다. 쓰던 물품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 놓여있었고, 별 다르게 물건을 챙겨 떠난 흔적이 없었다.

 

“오세준 기숙사래.”

“어떻게 찍었는데…?”

“걔 룸메한테 물어봤는데, 진짜 11일 전부터 한 번도 못 봤다던데. 시험기간이고 해서 시간이 자꾸 어긋나는 줄만 알았대. 외박은 아닐 거라고, 물건 하나도 안 사라졌다고 그러던데?”

 

…무엇보다, ‘그’ 오세준이 시험을 결석하면서까지 어딜 간다는 게 잘 상상이 안갔다. 아마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오세준은 꿋꿋이 출석해서 시험을 볼….

 

“진짜 설마 집 안에 안 좋은 일이 있나?”

 

세진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림하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도 그럴 게, 오세준이 이상하게도 가족 얘기만 하면 조개처럼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림하와 세진은 세준과 함께 수많은 술자리를 가졌지만, 세준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건 이번 오세준 실종 사건에서 세준의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유기도 했다.

 

“……그럼 적어도 교수님께 연락 한 통은 남겼을 거래. 이후에라도.”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세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좋아, 세 번째. 좀 껄끄럽긴 하지만, 범죄에 휘말렸다는 가정.”

“그나마 제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세진이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 근방에서 큰 범죄 사건이 있었던가. 11일이라면 뭐라도 드러날 타이밍이긴 했다. 그런데도 아직 뉴스나 신문은 잠잠했다. 그렇게나 큰 스케일의 범죄라니, 실감이 안나기도 했고.

 

실은 그 누구도 먼저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생각하고는 있던 네 번째 가정 또한 있었다. 그러나 림하와 세진은 스스로 조용히 그 가능성을 지우는 걸 택했다. ……그 미래 창창한 애가 왜. 별 다르게 우울해보이지도 않았잖아. 자책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상대와 자신을 객관적인 평가선에 둘망정.

 

“……….”

“……….”

 

“그럼.”

 

세진이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림하가 시선을 맞췄다.

 

“오세준은,

 

대체 어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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