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클

어떤 미래

세온아스세온?

*숲클… 대략 최신화까지의 스포일러 주의

*if:아스카가 세메이온을 죽이게 된다면

*진한… 로맨스 요소는 없습니다. 다만 커플링or안 사귀는 cp스러운 느낌은 있습니다.

*짧아요… 그리고 퇴고도 못했습니다… 미안하고사랑해

https://youtu.be/3vSlfwzpTf4?si=fG9jwBxYChvEy6T

(*우지-어떤 미래. 같이 들어주세요.)


“왜 그랬어요, 아스카.”

물기 어린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고개를 살짝 내리자 익숙한 연보랏빛이 선연했다. 푹 숙인 동그란 머리가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스카는 슬슬 세메이온과 검은빛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온은 눈을 가늘게 떨며 주변의 상황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동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아주 간만의 일이었으나, 겪었던 일을 생각하자면 놀라울 것도 없었다. 기억이 섞여 난잡할 텐데도 당황 좀 하고 마는 데서 그치는 그 정신력에 찬사를 보내는 편이 더 옳겠지. 그 순간 아스카는 세온이 전투에서 입었던 상처를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두꺼운 옷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텐데. 그러면서도 괜히 찢어진 옷자락을 감추기 위해 손을 바삐 놀렸다. 정확히는, 놀리려고 했다. 세온이 부드럽게 그 손을 잡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스카는… 거짓말에 재능이 없다니까요.”

“……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너밖에 없었어.”

그럴 리가 없는데. 표정만 무표정하면 다인가요? 그 부근을 조심스레 헤집는 세온에 아스카는 차마 거부도 못하고 눈만 대굴데굴 굴렸다. 속상하다는 듯한 한숨이 들려오자 아스카는 괜히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아닌가. 아생일 시절 어른에게 꾸지람도 듣던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 표현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간에, 어디로든 숨어버리고 싶었다.

“안 다쳤다면서, 다 거짓말이었죠.”

“…별로 아프지 않아. 신경쓸 만한 것도 아니고.”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요? 제가 어떻게,”

화를 참는 듯한 목소리마저 기껍다면, 미친 클로네 같아 보일까. 어쨌든 죽은 사람도 없고, 자잘하게 다치긴 했지만 중상자는 없고, 그 정도 부상은 클로네 특유의 회복력도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세온도 다시 멀쩡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그 기시감에 아스카가 갸웃할 즈음, 세메이온이 눈꼬리를 축 내리고는 말을 이었다.

“당신이 다칠 바에야, 날 죽였어야죠.”

몇 번이나 그럴 수 있었잖아. 그 말에도 다정이 스며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대답은 잘하죠. 세온이 그러고는 제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큰 상처라 할 만한 것도 없는 몸에 제법 불만이 생긴 모양이었다. 어쨌든 너는 다친 곳도 없으니 괜찮지 않나, 는 건 아스카만의 생각이었다. 몇백 년 간 그 사실을 학습해 온 아스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래도.

“나더러 널 죽였어야 했다니.”

“합리적인 선택이니까요. 그대로 돌아오지 않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널 믿었으니까.”

“…그건 알고 있어요. 늘 고맙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죠. 하며 세온이 한 발짝 떨어졌다. 그제서야 아스카는 제가 세온과 거의 밀착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거리감이었다.

어째서 한 발짝 떨어졌을 뿐인데 이렇게 애타는 감정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이래서야 아스카가 세메이온을 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음, 순간 아스카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건 좀. 그것보다는…….

왜 꼭 세메이온을 놓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지. 그럴 리가 없는데. 제 앞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지 않나. 이제 넘을 고비도 웬만큼 넘었다. 세온과 라휄의 영혼을 확보한 이상, 일단 큰 고비 하나는…….

“…여기가 그렇게 좋아요?”

“…… 뭐?'”

세온의 시선은 어느새 저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세온이 다 안다는 듯 싱긋 웃었다. 아스카는 괜히 심경이 복잡해져 저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고 말았다.

“아스카.”

“…….”

“아스카의 인생은 여기가 아닌 너머에 있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항의하기도 전에, 아스카가 부드럽게 밀렸다. 곧게 뻗은 흰빛 손의 주인이 생긋 웃는다. 아스카는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한참이고 바라봤다. 기억해야 한다는 본능이 그를 강하게 독촉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스카는 잠에서 깨어났다.


"…….“

순간 벅찼던 호흡을 골라내고, 흘러내렸던 식은땀도 대강 훔쳐냈다. 벌써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이 꿈을 꾸었다. 진정으로 바라던 미래를 보여주는 꿈이라니. 현재 사정이 많이 좋지 않은데 이런 꿈이나 꾸고 있는 스스로가 참 팔자도 좋다 싶다. 헛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왔다.

세온을 어떻게 죽이냐고, 믿기에 그러지 않겠다. 꿈 속의 저는 그렇게 말했다. 그마저도 후회의 산물알까. 아스카는 영영 알 수 없을 테다. 아스카는 늘 자각에 서툴렀고, 그런 그를 도와주는 건 대개 세메이온이었는데… 그는 이미 자신이 죽인 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결국 세온이 돌아오기는 요원한 일인 듯 싶었고, 이래저래 열세에 밀리고 있어서 상황이 영 좋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짤막한 단편적인 기억만이 뇌를 메우고 있었다. 생생한 것은 오직 하나. 아스카를 적신 붉고 따뜻한 선혈과, 스르르 쓰러지는. 세온이되 그 자아가 먹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신형 따위의 것들.

그래서……. 아스카는 이제는 꿈을 악몽이라 여겨야 할지 길몽으로 여겨야 할 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독한 희망고문이기는 해도,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고, 그럼으로써 아스카는 세온을 잊지 않을 수 있었고…….

…….

우리의 미래는 어쩌면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까. 어긋나버린 미래의, 그 행동들을 조금만 신중히 했다면.

하등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새 새벽녘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스카는 그 세메이온이 떠오르는 빛깔을 가만히 보다가, 이내 눈을 감아버렸다.

이제 그는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조차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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