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바람 3.

>×~+> 10.

선선한 바람, 한적한 구름. 조용한 성곽 위의 훤히 보이는 비밀기지 라니. 그럼에도 나름의 정막감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엔 충분하다.

뚜벅 뚜벅, 회랑을 타고 구둣발소리가 울린다. 한때 새로운 터미널을 준비하고자 했지만 실행이 취소된 구역이 있다. 덕분에 외부로 나가는 승강기까지 있음에도 이곳을 이용하는이는 상당히 드물었다.

오늘도 사소한 기대감을 품고 쉼터에 도착하면 이미 선객이 있다. 조용히 그의 옆자리에 앉으면 놀란눈으로 바라본다.

“느비예뜨님!”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계셨군요.”

“에에… 뭐어… 헤헤. 느비예뜨님도 오셨잖아요.”

“네. 여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프레미네군도 계시구요.”

“으에… 으음. 다른곳보다는 조용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이기는 해요.”

아이는 부끄러운듯 뒷목을 긁적 거린다. 얇고 투명한 머리카락에 햇빛이 들어 반짝인다. 야외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힘들정도로 하얀 피부가 혹여나 데일까 손으로 가려준다는것이 서로 손이 스쳤는지 쭈뼛거리며 몸을 웅크린다. 어느정도 신뢰를 받았다 생각 했지만 아직 접촉까지는 무리인듯 싶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어, 뭔가요.”

“함께 다이빙을 해보는것도 희망사항입니다만… 오전중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더군요.”

“으음. 그렇겠죠, 아무래도…”

다이빙이라는 단어에 퍼득 고개를 들어 눈을 빛냈지만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자 오히려 실망했는지 시선이 내려간다. 시무룩해진 아이의 어른은 다 그렇지 뭐. 라는 눈빛이 선명한 탓에 느비예뜨의 마음 한켠에 불편함이 자리잡았다. 아이가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것이 중요하다 배웠거늘 그와 그러할수 없는 스스로에게 실망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최근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휴가를 낸다거나의 휴식 권유를 받아 고려사항이라는 것 정도. 급한 외교 사항도 어느정도 처리되어 확실히 숨을 돌릴수 있는 상황인것은 분명했다.

다만, 아직 이라 한다면. 아이가 어른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것. 휴가기간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 (일전 해등절때 잠시 동행인들과 함께 하긴 했지만 업무가 걱정되어 반나절 만에 돌아와 버렸기에, 주변에게 질타를 듣긴 했다.)

다이빙을 하고는 싶으나 느비예뜨가 생각하는 잠수는 다이빙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 등.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기에 생기는 사소하면서도 무거운 고민들 탓이었다.

행정청의 직원들도 업무와 휴식의 저울질에 늘 고민과 고생을 하는것을 보았기에, 휴가는 우선순위에서 저 멀리 있던 느비예뜨로서는 확실히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무거운 주제로 아이에게 괜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아이가 우인단의, 난로의집 소속이라는것이 이미 공개적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비록, 타국에서는 어떠한지 알 수 없으나, 폰타인 내에서 만큼은 우호 교류 관계 상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 있다 한들 우인단 이라함은 세계적으로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였기에.

아이가 먼저 거리를 두는것에 대하여 첨언 할 수 없는 이로서 지금의 동행조차 감사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어찌되었든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자신의 보호자를 생각하여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며 폰타인의 복지에 대하여 한번 더 고민을 할 뿐.

한참동안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침묵하던 사이 정오를 알리는 광장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심시간이 점점 끝나간다. 아이도 귀가 해야하고, 느비예뜨도 복귀하여 마저 오후 일정을 살펴야 했다.

최근 휴가를 다녀온 아이가 돌아오고나서 들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까지만해도 친구로서 마음 편히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줄 정도로 신뢰를 쌓았다 생각했지만 아이의 신뢰는 가볍게 쌓아 올려지고 정말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아주 오랜시간 공을 들여 진심을 보이고 심리적인 평가가 내려져야만 신뢰라는것이 생기는 어른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반응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 하지만 모두 나타나는 아이의 솔직한 반응에 오히려 자신이 상처받을 수 있음을 이제야 알수 있었다.

다퉜다면 사과하면 될것이다. 하지만 기대에 따른 실망은 사과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 심리적 불안감에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컵안의 가득 담긴 물방울 같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것은 그보다도 더 어려웠다. 감히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한 ‘인간의 마음’은 살얼음 같은 여린 아이를 만나 그의 감정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려준다.

저도 모르게 뻗어진 손은 아이의 힘없는 손가락을 잡는다. 그에 놀라 손을 거두려는 것을 강하게 다시 잡아 끌어 안는다. 긴장만 간신히 했었던 몸뚱이는 가볍게 품안에 가둬지고 얕게 들이쉬는 숨소리만 작게 들린다.

아이의 곁엔 늘 쇠 냄새가 났다. 차가운 강철과 역하고 뜨거웠던 무언가의 냄새가. 부러 무시해온 짙은 냄새 밑으로 옅은 물냄새가 난다. 소금기가 적은 폰타인의 바다의 냄새와 쓸정도로 짜디짠 눈물의 냄새.

온갖 차가운 냄새들 사이로 아이의 살내는 달콤하고 따뜻했다.

한참을 품에 안고 있는 동안 반응을 못하던 아이가 뒤늦게 버둥거린다. 품에서 놓아달라며 앓는 소리를 내서야 아이의 얼굴을 보니 얼굴이 붉다 못해 눈가엔 물기가 가득하다.

“... 죄송합니다.”

“우으… 뭐, 뭐에요 갑자기…”

“음… 뭔가… 변명을 해야할것 같았습니다.”

“그, 그럼 말로 해주세요. 이러면… 심장이 아파…”

“죄송합니다…”

나름의 사과의 행동으로 눈가의 눈물을 핥는다. 자각하지 못했던 무의식의 행동에 놀랐는지 몸을 뒤로 뺀다. 이러다간 넘어질거야. 라는 생각이 스쳐 다시 강하게 등허리를 당겨 품에 안으면 부끄러움에 무언가 소리도 내지 못하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내려친다.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힘을 실은 아이의 주먹은 강한 편이었다. 갑작스러운 큰 충격에 결국 아이를 놓아주었다. 아픔을 참는 얼굴을 발견한 아이가 놀라 우왕좌왕 한다. 세상의 참 여러가지로 놀랄것도 많은 아이인데, 너무 자주 놀라면 힘들것이란것을 뻔히 알지만 서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번 놀랄것이 눈앞에 훤했다.

“...”

“죄…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제탓입니다. 으음.”

“저, 윽… 많이... 아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견딜 수 있습니다.”

“아프다는 뜻이잖아요…!”

아이가 허둥대며 연신 사과한다. 불과 몇분 전까지만해도 함께할수 없다는것에 실망하여 거리를 두려던 아이는 순식간에 일어난 자신의 실수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약아빠진 어른은 이를 가만두고 놓칠리 없다. 저도 모르게 웃어버린 느비예뜨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이를 빌미로 사소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

“그럼, 무얼 하시고 싶으신가요.”

“에…? 네?”

“제가 사과를 받아들였음 하시는 것입니까.”

“그… 우… 죄송해요…”

“크흠. 그럼… 조건을 두는것이 어떠십니까.”

“조건… 이요…?”

“계약과 비슷한것입니다. 일전에 했던 의뢰도 비슷한 느낌이지요.”

“그… 글쎄요, 모르겠어요… 음… 뭘 하면 되죠…?”

물었다.

아이가 기억하기로 멜뤼진 에게만 보였던, 그의 기준으로 가장 큰 웃음을 짓는다. 의미심장한 웃음에 아이는 멈칫하며 경계를 하지만 소용이 없다. 잘못을 한건 아이쪽 이었으니.

부드럽지만 강하게 다시 끌어 안는다. 이미 하루치의 필요 이상의 접촉으로 머리가 터질듯 했지만 얌전히 있어야 혼나지 않을것이다. 라는것이 학습되어있는 프레미네로서는 도망칠수도 없어 달아오르는 얼굴을 가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채 올려다보면 만족한 느비예뜨씨의 얼굴이 마주보고 있다.

“서로에게 실망한것 같으면 이것처럼, 포옹 합시다.”

“예에…?”

“음, 이걸로는 부족하신걸까요. 다른거라면…”

“다, 다른거…?!”

“키스면 되겠습니까?”

“예?”

진심어린 의문에 느비예뜨씨의 표정이 순간 사라진줄만 알았다. 좁혀진 두사람 사이의 거리에 가벼운 접촉.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에 사고연산이 멈춰버린 아이는 고장이 난듯 가만히 올려다만 본다. 너무 과했나? 라는 생각을 가진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그제야 눈알을 굴리며 덜그럭 거리던 아이가 결국 터져버렸다.

“아!!!”

“음, 별로 이십니까.”

“아! 와! 으악.”

결국 참다 못한 외침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까지 큰소리로 외치는것은 들어본적이 없는것 같다.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다. 자연스럽게 품안을 파고들어 숨는것이 익숙하니 사랑스러워 연신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한편으론 이런 상태의 인물의 얼굴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아마 아이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절대 보여주지 않으리라.

“치… 치사해…”

“예? 어째서 치사하다 생각하시나요.”

“그… 어른은 치사해요…”

“음. 그렇지만도 않다 생각합니다만…”

“꾹 참고 있던걸 먼저 해버리잖아… 치사해…”

“... 예?”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해줄려 했는데… 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잠시 눈알을 굴려 마주하지도 않는 시선을 피했다. 약아빠진 어른의 사심 채우기 라고 하지만 역시 과했던 걸까. 자신에 대해서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려던 차에 아이가 옷깃을 꽉 쥐었다.

“으… 텔시에게 먼저 해주려 했었는데… 느비예뜨님이…”

“그…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멋대로 생각하고 있던 수룡… 텔시가 느비예뜨님이었다는 것부터, 이미 오류에요…”

“... 예?”

“제일 못믿을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가장 좋아하는 존재였다는 것부터 오류에요…! 맙소사 이게 뭐야… 리니랑 리넷이 들었으면 분명 일주일은 넘게 놀렸을거야…”

“오. …”

세상에. 맙소사. 멋대로 갖고 있던 친근감을 넘어 이미 애정을 받고 있었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랜시간 폰타인을 살피며 원하지 않은 친근감과 애정을 표현하는 이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안정을 찾음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생긴 친분들을 챙기다보니 유독 반갑다 생각했던 이가 거리를 두다가도 사실은 누구보다 뒤쳐지지 않게 애정을 품고 있었다는것은, 마치 바다 밑바닥에서 찾은 반짝이는 돌이 사실은 보석이었다 거나의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바짝 품에 파고들어 끌어안은 아이를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느비예뜨의 머릿속 경험의 메뉴얼 에는 해당 대처법은 없었다.

“느비예뜨님은 치사한 어른이니까… 말 안할거야.”

“... 무얼 말씀이십니까.”

“좋아한…다고… 안 해줄 거예요!”

“... 정말로, 안해주실겁니까?”

“윽…”

턱을 끌어당겨 억지로 시선을 맞추려 하니 역시나 눈을 피한다. 한껏 따듯하게 달아오른 몸은 사랑스럽다. 고 느껴지는 향을 내뿜을 뿐이다. 바짝 다가가면 눈을 질끈 감는다. 나름의 회피의 행동 이었겠지만 시야를 차단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것은 아니다. 숨이 가까워지고 한끗도 채 남지 않은 거리. 서로의 온기가 느껴질수도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을때, 치링. 어디선가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퍼득 눈을 뜨고 어깨를 밀어내는 프레미네는 가방에서 항상 들고다니는 작은 친구, 페어를 꺼내든다. 아마 페어 안에 여러가지 기능이 있다고 자랑했었는데… 알람 정도는 있었겠지… 라며 아쉬운 눈빛으로 둘을 바라본다.

“앗, 저. 돌아가야할 시간이에요. 점심, 끝났데요.”

“그렇군요…”

“다, 다음에…! 다음에 계속해요…”

“? 계속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 저기. 으…!”

가방에 다시 페어를 넣은 프레미네가 우물쭈물하다 느비예뜨의 옷깃을 확 잡아당겨 먼저 입을 맞춘다. 너무 세게 부딛쳐 버린탓에 조금 아프다 생각을 했는지 미간을 좁힌다. 그러곤 떨어져 제 소매로 입가를 훔치더니 저멀리 뛰어가 버렸다.

“다음에…! 다음에, 꼭 다이빙 가요…!”

“아. 네. 일정 비워놓겠습니다.”

“응! 먼저 갈게요! 오후에 딴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야해요!”

“노력하겠습니다.”

“우, 이따 불시에 찾아가서 세드나에게 물어봐야겠다… 느비예뜨님이 딴짓도 하시냐고…”

“... 신뢰가 거기까지 무너졌나요.”

“그, 그건 아닌데… 헤헤. 몰라요! 나중에 봐요!”

“예. … 다음에 봅시다.”

언제나 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만남은 마치 파도처럼. 예측할수 없기에 즐거운 바람처럼.



<+~×

어카지

부끄럽다 통째로 접어 버리고 싶다

가하하학

옙… 간질간질한 느김 최고로 좋지 않습미카…

하하… 사랑스러운 아이에게는 뽀뽀와 포옹을!

마구 핥아 버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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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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