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약방 2
로젠은 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신은 로젠을 신부로 삼기 위해 호시탐탐 노렸고, 그건 이천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스님 한 분이 신통력으로 석상을 세워 신을 봉인했다. 먼 훗날의 신부를 잡아채지 못하도록. 그러나 석상은 닳고 낡아졌다. 신의 힘이 점점 새어나갔다. 자신의 신부를 찾아 마수를 뻗었고 그 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는? 그 산의 초입에서 뭘 하려는 거였어?
로젠이 새벽제비를 쿡쿡 찔렀다. 새벽제비는 잠시 끓는 소리를 냈다.
신을 막는 작업. 근데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어.
몇 중 추돌 사고에서 사람을 구해낸 네가?
그래.
새벽제비는 쓸쓸하게 웃었다. 약방 사장님이 헛기침을 했다. 왜인지 안색이 파리해보였다.
무례를 무릅쓰고 한 마디만 할게요. 새벽제비 사장님은 고명하신 퇴마사가 맞습니다만, 그런 퇴마사도 섣불리 힘을 못 쓸 만큼 강대한 존재가 아가씨를 노리는 신이랍니다.
할멈, 내가 그런 소리 말랬잖아.
새벽제비가 자기보다 나이는 두 배 많을 것 같은 약방 사장님을 점잖게 꾸짖었다. 로젠은 잠시 두 사람의 상하관계를 가늠하다가 새벽제비가 부동산 주인이 아닐까하는 망상에 빠졌다.
계획을 설명할게.
새벽제비가 말했다.
네게 약을 먹일거야.
싫어.
그 약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타당성을 입증한다면?
새벽제비는 로젠을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로젠이 원하는 방식이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제비는 어린이 환상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냄새로 신을 속이는 작전이다. 로젠의 몸에서 나는 로젠의 냄새를 약으로 제거한다. 무취 상태인 로젠에게 다른 사람의 몸냄새를 씌운다.
언제까지?
로젠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적당한 때에 내가 신을 유인하여 네 앞을 지나가게 할거야.
내가 생긴 모습은 어떻게 숨기고?
그 신은 토룡신이야. 벌레라고. 눈이 그렇게 좋진 않아.
옵니다, 새벽제비 사장님.
약방 사장님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어째 안색이 점점 나빠지시는 것 같았다. 새벽제비가 밖을 보았다. 로젠이 보기에는 비둘기만 점점이 날아가는데, 뭐가 온다는지 모르겠다. 새벽제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 방에 로젠을 두지.
안됩니다, 새벽제비 사장님. 사장님 같은 강대한 분이 지켜주셔야합니다.
약 달이는건 내가 끝까지 봐야한다.
저를 못 믿으십니까? 달이는 것은 제 몫입니다, 여기에 새벽제비 사장님은 말을 얹으실 수 없어요.
새벽제비가 입을 벙긋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이곤 로젠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낡은 문을 닫았다. 조부모님 댁의 안방 같아서 잠시 몸서리가 쳐졌다.
그 사람들이 많이 괴롭혔나보지.
새벽제비가 로젠을 이불 밑에 밀어넣었다.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아는거지? 내가 말하지 않은 것 까지 다?
로젠은 순순히 이불 밑으로 들어갔지만, 새벽제비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날카롭게 물었다. 새벽제비는 잠시 침묵했다.
널……. 찾아다녔으니까.
이번엔 로젠이 침묵했다. 새벽제비는 자기 말에 자기가 당황했다.
이, 이상하게 들린다는 걸 알아. 하지만 대를 이어서 신의 신부를 찾아왔어. 신에겐 신부가 있어선 안돼.
내가 왜 신부가 되면 안돼?
밖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젠장!
새벽제비가 비명처럼 소리지르며 로젠을 두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로젠은 이불 속에 버려졌다. 어머니가 조모에게 로젠을 맡기고 일을 나갔을 때……. 조모는 로젠을 솜이불에 넣고 몽둥이로 두들겼다.
네 안에 귀신이 있다!
그 몹쓸 귀신이 우리 가족을 아프게 해!
두들겨 패서라도 널 쫓아내야겠다!
그 사실을 안 엄마는 조모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 연을 끊지는 않았지만, 로젠을 다신 맡기지 않았다. 친딸이 아니란 이유로 로젠은 어머니 회사에 딸린 부속유치원을 가지 못했다.
로젠. 사람들이 다 너보고 손가락질을 할거야. 하지만 우리 약속하자.
어머니가 울어서 부은 눈으로 로젠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넌 저주받은게 아니야. 귀신 들린 것도 아니고. 그건 다 무속이고 미신이야. 믿지 않기. 알았지?
믿지 않기…….
아, 엄마. 그러나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미신에 온 몸을 내던져야했고, 그 결과 처참하게 뭉개진 시체가 되어 로젠의 앞에 내동댕이 쳐졌다. 조부모는 자신의 딸을 잡아먹었다며 법적으로 로젠을 괴롭히려고 했다. 다행인 것은 어머니가 이미 손을 쓴 다음이었다. 혈연은 아니었지만 그 둘의 연대는 누구의 것보다 끈끈했다.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끝이었다.
넌 저주받은게 아니야. 귀신 들린 것도 아니고. 그건 다 무속이고 미신이야. 믿지 않기.
로젠은 저 문 밖에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지 두려웠다. 새벽제비가 벌컥 문을 열고 별거 아니라는 듯 빙글거리며 들어오기를 바랐다. 미신의 정점에 서있는 사람. 로젠은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기로 했다. 엄마, 나 무서워. 나 어떡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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