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시장 약방 1

여기야.

긴 침묵 끝에 새벽제비가 말했다. 시장이었다. 시장 입구 공영주차장에 트럭을 세우고 내렸다. 내리자마자 왁자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소리였다. 시장에 있는 약국에서 뭘 사려는 것인지 로젠은 궁금했다. 그러나 파란 트럭 이후로 새벽제비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로젠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똑같이 조용히 하기를 선택했다. 갑자기 무게 잡는 저 놈팽이에게 반항하느라? 아니면 눈치를 보고 있으니까? 새벽제비가 자신에게 말했듯, “어떤 대답이 마음에 들을 지”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새벽제비는 시장통 한가운데로 갔다. 쿰쿰하고 들큰한 냄새가 났다. 조부모의 집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새벽제비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여기야.

그 곳에는 “시장 약방” 이란 간판이 달려있었고, 그 밑에는 “뭐든 달여드립니다” 라고 붉은 궁서체로 써있었다. 로젠은 어이가 없어 헛기침을 했다.

여긴 약방이지, 약국이 아니야. 그리고 대부분은-,

그래. 대부분은 사기꾼이지.

새벽제비는 점퍼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흰 천으로 포장한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를 뒤져 붕어빵 세 개 정도 먹을 돈을 꺼내 로젠에게 주었다.

가서 맛있는거 먹고, 한 시간 있다 볼까?

아니 이걸로 무슨 맛있는……. 야! 거기 멈추지 못해?

로젠이 한 걸음을 내딛자 뻘건 대야에서 간신히 숨을 쉬고 있던 미꾸라지며 잉어, 가물치가 푸덕거렸다. 파란 트럭이 달려오는 것을 느꼈다.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로젠은 불쾌해졌다. 가슴이 막혔다. 커다란 벽돌을 가슴뼈 위로 차곡차곡 쌓은 것 처럼 답답했다.

붕어빵이나 사자.

로젠은 환상에서 벗어나려고 부러 쫑알거렸다. 붕어빵, 붕어빵, 마음에도 없는 붕어빵을 사러 가는 것이 몹시도 즐거운 것 처럼 로젠이 쉼 없이 중얼거렸다. 약방에서 불어오는 냄새에는 여자의 웃음소리가 섞여있었다. 새벽제비가 그 곳에서 무엇을 달일지는 몰라도, 로젠이 그걸 먹게 될거란 건 알았다. 역겨웠다. 저 안에 뭐가 들어갈까? 로젠이 죽상으로 늬역늬역 붕어빵을 먹고 있으니, 머리를 빡빡 깍은 주인장 아저씨가 측은한 눈빛으로 오뎅 국물을 한 컵 건네주었다.

어디 안 좋아요?

손님도 없겠다, 주인장은 심심했는지 로젠에게 넌지시 말을 붙였다.

한약을 달이시는데…….

많이 아프세요?

그게 아니라서 문제죠. 무엇보다 뭐가 들어갈지도 모르겠고, 역겹다고요!

로젠은 스스로 놀라 어깨를 떨었다. 이런 류의 거짓말에는 능숙치 못한 로젠이었다. 자신의 멍한 표정을 뒤늦게 깨닫고 오뎅 국물을 마시는 척 얼띨이 같은 표정을 가리려고 애를 썼다.

거기 예삿병이 아닌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인데, 정말 안 아픈 것 맞아요? 보신용 한약은 절대 안 지어준다고…….

아니, 약방에서 보신용 한약을 안 지어준다고요?

건강한 사람들 조금 쑤시다고 약 지어주면 사기꾼 놈이라나? 그래서 처음엔 이 시장 주인 어르신들이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시장 어르신 한 분의 손녀분이 엄청 아팠는데 병원에서 진단을 못 내리지 않겠어요?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저……. 저 괜히 약방 사장님이랑 싸우지 말고 얌전히 집에 가자고 말하러 가봐야겠어요!

어어, 그래요.

다음 말은 로젠에게 닿지 못했다. 쏜살같이 달려 로젠은 곧 시장 약방 앞으로 갔다. 생각없이 빨간 대야를 지나치려다가 갑자기 환각이 생각나 발을 멈췄다. 그 새 바닥에 흥건한 물이 살얼음이 되어있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로젠의 화려한 스텝에 물고기들은 다시 푸닥거렸다. 바깥의 작은 소란에 새벽제비와 약방 사장님이 고개를 돌렸다.

왜 벌써 왔어?

새벽제비가 약방의 미닫이 문을 열었다. 후끈하고 들쩍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거, 신병이랑 관련된 약방이지.

약방 사장님이 새벽제비를 힐끗 보았다. 새벽제비는 알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라고 손짓 했다. 로젠은 모든 것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면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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