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사랑 2
양어머니는 차에 치여서 돌아가셨다. 정확히는 트럭에 치이셨다. 뺑소니었다. 나는 차량 번호판을 볼 생각도 못하고 숨을 몰아쉬며 엄마의 시신을 보기만 했다. 멍청이처럼. 세상이 나를 기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어떤 사람이 내 눈을 가려주었다. 손바닥이 버터를 바른 것 처럼 스르륵 미끄러지는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벗어나는 기분. 토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소리까지.
그 기분을…….
로젠은 왜 이렇게까지 털어놓는지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기분을 다시 느꼈어, 오늘.
정신과에선 뭐래?
새벽제비의 정상적인 반응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졌다. 정상. 로젠은 정상이었다. 그 정도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다. 로젠은 새벽제비를 도전적으로 쳐다보았다.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 네가 진짜 한거야?
어땠으면 좋겠나? 뭐가 우리 꼬마 공주님 마음에 드는 대답이려나?
또다시 애를 어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로젠은 말투에 딴지를 놓으면서 생각했다. 어떤 것이 마음에 드는 대답이냐니. 로젠이 요구한 것은 진실이다. 새벽제비가 주술을 사용해서 이 상황을 조종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 직원들의 정의감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지금은 어때. 귀에서 여자가 웃는 소리는 안 들려?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내가……. 내가 그걸 물었어?
로젠. 주술을 마법 글귀를 외우면 뿅하고 이뤄지는 편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 그건 운명을 구부리는 것이야.
새벽제비가 차를 한 곳에 세웠다. 로젠은 새벽제비가 말한 약국이 여긴가하고 두리번 거렸다. 새벽제비가 먼저 내리고, 로젠 쪽의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내려.
여기야?
내려.
뭔가 잘못 되고 있었다. 로젠은 새벽제비의 손을 잡고 황급히 자리에서 내렸다. 두 사람이 차도에서 떨어졌다. 파란 트럭이 보였다. 로젠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엄마를 친 트럭이야. 손바닥이 시야를 가렸다.
보면 안 돼.
저것도 신-,
그래. 그거야. 근처에 있을 때는 말하지 마.
저건 날 찾는 거지? 석상을 내가 쓰러뜨려서…….
근처에 있을 때는 말하지 마!
사람들이 많이 죽을까?
새벽제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눈 감아. 두 손이 필요하니까.
로젠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꽉 감았다. 눈 앞이 살짝 환해졌다. 한 꺼풀이 벗겨진 것 같았다. 무언가가 땅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양어머니와 나는 자주 꿈을 꾸었다. 악몽이었다. 엄마는 수백, 수십 개의 발에 밟혔고 나는 그 위에 타서 엄마가 죽는 모습을 무력하게 봐야만 했다. 엄마는 그냥 꿈일 뿐이라며 나를 위로해줬고, 정신과에 가 치료를 시작했다. 조부모님은 달랐다. 나를 납치하듯 차에 태웠다. 겁에 질려 엄마를 찾자 조용히 하라며 윽박질렀다.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나왔지만 크게 울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는 스님을 만났다.
꿈을 보내드리지요.
아이, 저 새끼가 미쳤나!
요란한 경적 소리 속에서 사람들이 소리쳤다. 미친 새끼, 뒈지려고 환장했어? 야! 갓길에 차 세워!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차들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파란 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새벽제비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멍하게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안 죽었어.
왜인지 실망스러운 말투였다. 로젠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도 안 죽었다고. 새벽제비가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그는 로젠을 놔두고 차에 올랐다. 로젠도 황급히 조수석에 탔다. 이게 주술이냐고, 운명을 구부려 사람들을 구한 것이냐고, 그럼 우리가 그 자리에서 눈을 감기만 했다면 그들은 다 죽은 목숨이었냐고 묻고 싶었다. 가장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었다. 운명을 구부리는 것의 대가는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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