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약방 3
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로젠은 불현듯 눈을 떴다. 유난히 머리를 빡빡 깎은 붕어빵 집 사장이 생각났다. 신의 신부? 그게 뭔지 모른다. 자신에게 닥쳐온 위협? 그것도 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의 용감함으로 로젠은 일어섰다. 밖은 조용했다. 문고리에 눈을 대면 충혈된 눈이 나를 쳐다보겠지. 문 틈으로 지켜보면 벌레들이 자기를 잡기 위해 파고들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무서운 것은 이것이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 로젠은 고민을 그만두었다. 문을 벌컥 열었다.
새벽제비, 무슨 일이야!
고약한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쿰쿰하고 들큰하던 냄새가 아니었다. 피비린내, 돼지 내장 냄새, 하수구에 낀 머리털 냄새……. 형용할 수 없었다. 로젠은 그 냄새에 맡섰다. 인상을 잔뜩 쓰면서. 새벽제비는 헐떡거리면서 솥 하나에 몸을 기대듯 서있었다.
로젠, 안에 있으랬잖아.
다쳤어?
내가 문제가 아니야.
새벽제비가 고갯짓을 했다. 궤적을 따라갔다. 약방 사장님이 쓰러져 있었다.
사장님!
로젠이 달려나갔다. 사장님은 이미 숨이 끊어져있었다. 이마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로젠의 표정이 다르게 일그러졌다.
어떡해, 새벽제비?
아…….
새벽제비가 고개를 돌렸다.
아, 결국 그렇게 됐구나.
쿨럭거리며 새벽제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밝은 전등 아래서 그의 옷 위로 선명한 핏자국이 새로 그려지고 있었다. 로젠은 이미 죽은 약방 사장님과 아직 살아있는 새벽제비 사이에서 발을 굴렀다.
괜찮아. 나는……. 나는 그냥 코피니까. 호되게 맞긴 했는데.
쿵, 하는 소리를 생각해냈다. 새벽제비가 맞는 소리였나보다.
내가 처리할테니 뭣하면 잠시 나가있어. 신은 당분간 안 올거야. 아직 널 찾지 못했고, 또,
새벽제비가 다시 힘겹게 기침했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 줘.
신이 왔었어.
약 솥을 지키려던 약방 사장님이 먼저 당했고, 그 다음은 눈치채고 뛰쳐나간 새벽제비였다. 약방 사장님은 퇴마를 할 줄 몰라 무력하게 당했지만 새벽제비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신을 “튕겨냈다”.
우린 그렇게 말해. 튕겨냈다고. 뭐라고 설명해야할진 모르겠다.
이 영역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로젠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제비가 로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끅끅거리며 웃었다.
따지고 들 줄 알았는데, 아니네.
받아들이게.
로젠이 선명하게 답했다.
손수건 있어? 사장님 얼굴만이라도 덮어드리려고.
참……. 할멈, 천수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새벽제비는 바지에서 흰 손수건을 하나 꺼냈다. 작고 앙증맞았지만 아무튼 흰색이지 않는가. 약방 사장님의 얼굴에 덮자 잠시 뒤 손수건은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마실 약은 지켜낸거지.
로젠이 손수건을 말끄러미 보다 시선을 옮겨 새벽제비를 보았다. 새벽제비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솥 하나를 탕탕 두들겼다.
내가, 지켜냈다고.
뭘 넣고 달이는건데?
믿을 수 있겠어?
로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망설이는 것은 새벽제비였다. 문간을 힐긋거리는 것이 꼭 신이 다시 올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새벽제비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마침내 답을 주었다.
신의 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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