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2 연성

손에 묻은 쇠냄새

쇠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손에서 나는 것이었다.

그는 아들을 고발했다. 자신을 쫓는 전쟁군주의 본거지로 직접 걸어들어갔다. 그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달려들었으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첫 번째 희생양은 다른 이들을 겁 줘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끔찍하게 죽였다. 목을 맨 손으로 뽑고, 심장을 잡아뜯어 던졌다. 아직 경련하는 시체를 발로 밟고 새벽제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폭력은 그의 천성이었다. 그 동안 보지 않았을 뿐이다.

너희 군주와 할 말이 있다. 나를 데려가라.

두 번째, 세 번째 사람들이 달려들고 몇몇은 엄호사격을 했다. 새벽제비는 단도 하나 만으로 그들을 모두 제압했다. 그리고 모두 죽였다. 맨발은 피로 미끌거렸고, 다음 관문에서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이젠 발은 미끄럽지 않았다. 끈적거렸다. 수십명의 시체를 문 밖에 버려두고 그는 전쟁군주와 마주 섰다.

잘 도망다니더군.

그게 내가 싸우는 법이니까.

핏물을 뚝뚝 흘리는 새벽제비에게 전쟁군주는 손짓을 했다.

괜찮아. 네가 피라미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해치지는 않겠다. 내 고스트에 대고 약속하지.

할 말은 딱 하나 뿐이었으나 새벽제비는 기꺼이 전쟁군주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친씨앤은 노래로 사람을 위로하며 새벽제비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새벽제비는 슬픔이 사치라는 것을 알았다.

그대가 우리 안의 빛에 의문을 품으며 고스트를 실험해보고자 한다는 것은 안다.

새벽제비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것이 해소되면 우린 여행자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을 것이야.

전쟁군주는 새벽제비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의 아들이자 나의 배신자, 친씨앤을 고발하려고 한다.

새벽제비는 친씨앤이 전쟁군주에게 자신의 지어미를 바쳐 빛에 대해 알고자 하며, 전쟁군주의 실험 데이터를 통해 승천자들을 제압할 무기를 개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고발을 받아준다면 친씨앤과 그의 무리들이 은거하는 곳을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아니.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파고들 약점까지도, 그들의 퇴로를 막을 꾀도, 무엇보다, 그 지역을 상세하게 그려놓은 지도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들이라. 신기한 것을 두었군.

전쟁군주가 호탕하게 웃었다.

어미새는 새끼새를 지키기 위해 적들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인다. 그런데 아들을 고발한 어머니라니. 난 너를 믿지 못하겠다.

그대는 승천자일진데, 어찌하여 직접 나서지 않고 피라미들로 하여금 그대의 근거를 지키게 하는가.

그 말로 반박이 된다고 보나?

나는 여기까지 왔고, 그대를 죽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같은 승천자니까.

새벽제비가 덧붙였다.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니까.

전쟁군주는 그 말에 만족하여 새벽제비의 고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벽제비는 항상 자기가 하던 말이 왜 이토록 껄끄러운지 몰랐다. 그냥 군주의 거처를 나서며 바닥에 침을 퉤, 뱉었을 뿐이다.

왜요, 어머니?

어린 친씨앤이 물었다.

그야…….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니까.

생긴 것은 비슷할지 몰라도, 목숨이 하나인 사람과 죽지 않는 사람은 다르다. 새벽제비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았다. 그는 하늘을 보았다.

나는 여행자를 지키기 위한 무기란다. 이곳에선 잘 안 보이지만, 본 적 있지?

친씨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는 인간과 근본적으로 같을 수 없어. 너도 알게 될거란다. 그래서 우린 가족이 될 수 없단다. 날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그만두렴.

하지만 강아지랑도 가족이 될 수 있잖아요.

그건 인간이 일방적으로 정한 관계 아니니.

맞아요.

친씨앤이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그들은 폐가에 침낭을 놓고 먼지를 대충 털어낸 뒤 식사를 차렸다. 친씨앤은 몇 년 전 부터 새벽제비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사춘기라기엔 나이가 많아 새벽제비는 항상 트로이메라이를 두고 고민을 했다. 늦은 사춘기, 라고 결론을 내렸을 때 친씨앤이 입을 열었다.

당신과 나는 달라요. 왜냐면, 당신이 인간의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걸 난 알거든.

새벽제비는 눈만 깜박였다.

힘을 가진 사람의 자비에 의존하는 삶은 끝내야하고, 난 그걸 끝내기 위해 떠날겁니다.

친씨앤은 자신의 밥그릇을 소리나게 내려놓고 밥을 먹다 멍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새벽제비의 팔을 쳐서 그릇을 떨어뜨렸다. 깨지지는 않았지만……. 새벽제비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 현악기를 집어 나가는 친씨앤을 바라보았다. 잡지 못했다. 날이 지나가도 친씨앤은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제비는 친씨앤을 찾아 그 일대를 쥐잡듯 돌아다녔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전쟁군주를 칠 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짧게 돌다 사라졌다. 그냥 저 너머의 강철군주라는 승천자들 집단이 있던데, 그 얘긴가보다 했다.

누군가 와요.

트로이메라이가 짧게 속삭이고는 사라졌다. 새벽제비는 조심스럽게 불을 껐다. 그리고 이제는 망가져 간신히 붙어있는 문에 손을 올렸다. 바작바작 낙엽을 소리 죽여 밟는 것이 들렸다. 아주 가까이 왔을 때, 새벽제비는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 무슨 탄환이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일반적인 총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스쳤을 뿐인데, 그의 몸엔 불이 붙었다. 새벽제비는 무시하고 내달렸다.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죽을 것 같을 때 새벽제비는 희게 눈을 뜨고 공중으로 날아 올라 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반쯤 타버린 망토가 재를 흩날렸고 불타는 열 자루의 단도가 바닥에 꽂혔다. 불길이 추적자들과 새벽제비 사이에 솟구쳤다. 추적자들은 불길에 막혀 돌아갔고, 새벽제비는 계속 내달렸다. 잔열이 자신의 피부를 녹이는 것을 느꼈다. 빠르게 스치는 바람이 화상을 할퀴고 지나갔다.

누가 날 공격한거지?

트로이메라이가 치료를 하는 동안 새벽제비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알아내야지.

뭔가……. 대단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어. 이 근방의 전쟁군주인가.

새벽제비는 전쟁군주의 세력권 밖에서 살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 새벽제비는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는 것 말고 재주는 없었다. 그런데 전쟁군주는, 새벽제비가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을 걷어갔다. 아이와 결별한 지금에도 새벽제비는 그 자리에서 살고 있었다. 친씨앤이 찾아올까봐. 그리고 새벽제비는 다섯 차례 공격을 받았다.

완장인가.

새벽제비는 두 번째 공격에서 사람을 하나 생포했다. 사람은 곧 자결했고, 새벽제비는 그를 애도했다.

통신기기다.

내가 고쳐볼게요.

새벽제비는 세 번째 공격에서 사람을 하나 생포했고, 두 명을 죽였다. 사람은 자결하지 않았다. 새벽제비는 망가진 통신기기를 트로이메라이에게 맡겼다.

승천자가 힘을 독점하는 시기는 끝날 것이다.

사람이 말했다. 새벽제비는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쫓지 마시오.

새벽제비는 사람에게 미약한 부상을 입히고 도망갈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네 번째 습격이 있었다. 새벽제비는 결국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죽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새벽제비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물었다.

힘의 독점이 끝난단 구호를 아시오?

살아남은 사람은 덜덜 떠느라 말을 하지 못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새벽제비는 그 사람을 풀어주고 뒤를 쫓아 전쟁군주의 영토로 들어갔다.

그래서, 통신기기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했나요?

새벽제비가 혼잣말을 하듯이 물었다. 그의 넓은 후드에는 트로이메라이가 숨어있었다. 거리와 소문,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서 트로이메라이는 양자중첩상태가 되지 못했다.

전쟁군주의 것이 분명하지만…….

트로이메라이가 말했다.

아무튼 시간이 필요해.

전쟁군주의 영토에서 얻은 것은 현상수배 전단지 정도였다. 그 곳에 그려져있는 것은 묘하게 뭉개진 새벽제비였다. 그래서 새벽제비는 다섯 번째 습격 때, 전쟁군주가 자신을 쫓는 줄 알고 친씨앤을 포기한 채 떠나려 했다. 새벽제비의 슬픔은 트로이메라이의 슬픔이었다. 승천자의 작은 드론은 승천자와 연결되어있으니까. 그래서 트로이메라이는 실토했다.

새벽제비, 아, 내가 알아낸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황금기의 무기로 무장한 사람들이 새벽제비를 습격했다. 새벽제비는 그들을 모두 살렸다. 살려서 제압했다.

친씨앤.

새벽제비가 물었다. 첫 번째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새벽제비는 그를 찔러 과다출혈로 죽게 했다.

친씨앤.

새벽제비가 물었다. 두 번째 사람이 그의 눈길을 피했다. 새벽제비는 그의 혀를 뽑아버렸다.

친씨앤.

새벽제비가 물었다. 세 번째 사람이 죽은 두 명을 보며 덜덜 떨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우릴 여기에 보냈습니다.

새벽제비는 고통스럽지 않게 단칼에 그의 목을 쳤다. 그 사람의 시신은 친씨앤에게 보낼 선물이 되었다. 트로이메라이는 2m 정도 높이에서 그 꼴을 남김없이 보았다. 자신의 고백을 후회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친씨앤에 대한 분노를 보며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새벽제비는 6번 더 물을 수 있었고, 자기를 속이려 한 여덟 번째 사람은 가지고 놀며 천천히, 일주일에 걸쳐 죽였다. 그가 죽자, 아홉 번째 사람의 손가락을 모두 자르고 친씨앤에게 줄 선물을 들려 보냈다.

친씨앤, 대체 나한테 왜 그랬니.

세 번째 사람의 목을 어찌저찌 들고 도망가는 아홉 번째 사람을 보면서 새벽제비가 물었다.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언젠간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자신의 가슴에 맺힌 울분을 저 자가 운반하고 있으니까. 새벽제비는 아홉 번째 사람을 느긋하게 미행했다. 또 다른 산이 있었고, 그 산 깊숙이 고딕풍의 건물이 있었다. 고딕 시기에 지어진건 아니었지만 양식을 훌륭히 따라해낸 건물이었다. 녹슨 표지판이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새벽제비는 표지판을 전령가방에 넣고 재빨리 사라졌다. 새벽제비는 떠나려던 계획을 바꿨다. 전쟁군주도, 친씨앤 녀석도 성가시다. 그에겐 힘이 있었다. 그 동안 그걸 안 쓰고 있었을 뿐이다. 새벽제비는 산 아래로 내려가 전쟁군주의 영지 가장자리의 마을에 들어갔다.

힘의 독점이 끝날것이란 구호를 아나?

그리고 아는 사람이 나올 때 까지 사람들을 한 명씩 죽였다. 그건 손쉬운 일이었다. 젊은이들 한무리가 눈에 독기를 품은 채 새벽제비 앞으로 끌려나왔다.

이 애들이 승천자들이 가진 힘을 뺏어올거란 헛소리를 했어요.

나이가 많은 여자가 빌었다.

이 애들도, 저희도 헛소리인걸 아니까, 제발 우리를 용서해주세요.

보통은 새벽제비가 용서를 비는 쪽이었다. 힘 앞에서, 위치가 너무도 쉽게 뒤집혔다. 새벽제비는 젊은이들 한 명을 본보기로 죽였다.

그러고도 멀쩡할 수 있을 것 같아?

젊은이 한 명이 대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도 죽였다. 새벽제비는 나머지 세 명을 보았다.

친씨앤의 계획을 말할 사람이 있나?

세 명은 서로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대답이 너무 늦어 한 사람을 또 죽였다. 남은 두 사람이 더듬거리며 서로 얘기했다.

여행자의 기술로 되살아난 승천자……. 그것이 여행자를 지키기 위한 무기라면 무기와 기술은 마땅히 인간의 것이 되어, 인간이 다루어야합니다.

새벽제비는 칼을 갈고 있었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새벽제비의 단도는 시퍼렇게 날이 서있었다. 친씨앤은 새벽제비의 옆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승천자는 무기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당신은 인간으로 당신이 가진 힘을 어찌 나누겠습니까?

틀렸어. 난 무기다.

새벽제비가 단도를 쥐었다.

난 너희와 달리 영생을 살고, 다른 감정을 느끼며 산다. 그리고 너희와 다른 기관이 있다. 그 때문에 초인과적 힘을 다룰 수 있는거고.

그런가요, 어머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지?

새벽제비는 칼을 휘둘러 친씨앤을 위협했다. 단도가 친씨앤의 뺨을 스쳤고, 잘 갈린 날에 피부가 찢어져 피가 천천히 흘렀다. 친씨앤이 고개를 들었을 때 올바르고 곧지만 약간은 지친 악공의 모습이 보였다.

저와 당신간의 관계는 강아지와 주인의 관계 같은거였나요?

그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다른 이를 사랑했다고요?

혼란스러웠다. 한참을 생각하다 간신히 한 마을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어디였는지, 누구였는지,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래……. 친씨앤이 독립하면 그 남자를 따라 정착할까 생각한 적이 있던 것은 확실했다. 새벽제비는 지쳐있었고, 남자의 거절에 항의하지 못했다.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네. 당신과 나는 다른 종족이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길을 가야한다고요. 그런데 당신은 사랑을 했고, 그 사람과 입맞추고, 이별에 슬퍼했죠.

그래서, 내가 네게 어머니가 되지 않았다고 시위하는거니? 네게 뽀뽀나 해주고 네가 떠났을 때 울부짖지 않았다고?

친씨앤은 부끄러움을 삼켰다.

차마 아니라고 말 못하겠네요.

새벽제비가 비웃으며 단도를 친씨앤의 턱 밑으로 밀어넣었다. 친씨앤은 약간 겁에 질려 숨을 들이켰지만 곧 그 앞에 선 사람을 믿고 힘을 뺐다.

너의 사사로운 혐오감에 사람들을 선동했다……. 네 죄목과 걸맞는 짓거리구나.

그건 아닙니다. 확언할 수 있어요.

친씨앤이 말을 이었다.

어머니……. 당신이 절 넘겼다고요. 괜찮아요, 제 이상이라고 지껄이며 어머니께 저지른 죄가 있고, 또 저는 제 사람들을 지켜야하니. 어머니께 오늘 죽지 않는다면 전쟁군주 앞으로 나아가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줄거에요.

그냥 노래 나부랭이나 부르지 그랬니.

어머니, 그러니, 당신의 성씨를 받아 쓰게 해주세요.

새벽제비는 칼을 치웠다.

너와 가족놀음 할 생각 없으니 가서 죽어버리렴.

친씨앤은 새벽제비를 쳐다보다가 무릎을 털고 일어나 천천히 산길을 내려갔다. 친씨앤이 나를 죽이려 들었다. 죽이지 않는다면 필경 실험체로 삼았겠지. 새벽제비는 칼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머리를 쥐어뜯었다.

멜.

새벽제비가 트로이메라이에게 말했다.

나, 이 힘이 갖기 싫어.

한참만에 트로이메라이가 답했다.

그렇다기엔 너무 잘 활용하시던데?

그의 등 뒤로 무언가가 보였다. 새벽제비는 빛을 왼 손에 모으고 서둘러 일어나 뒤를 보았다. 깊은 어둠과 작년에 떨어진 낙엽이 있을 뿐이었다. 믿지 못했다. 그래서 새벽제비는 그 뒤를 계속 맴돌며 죽일 것이 있는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해뜰녘, 새벽제비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무너졌다.

이사벨, 난…….

새벽제비가 아주 먼 옛날 사라진 군주의 이름을 불렀다. 과거는 현재에게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벽제비는 자신의 전령 가방을 챙겨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전쟁군주의 근거지에선 형이 시작되었단 방이 돌고 있었고, 새벽제비는 비명을 지르며 형장으로 뛰쳐들어갔다. 친씨앤을 끌어안았다. 채찍이 그의 등을 후려갈기고 끝에 매달린 납판이 등을 파고들어 폐부를 뚫었다. 새벽제비가 짧게 기침했다.

가자.

새벽제비가 말했다.

아들아.

친씨앤은 작게 웃으며 새벽제비를 마주안았다. 두 사람은 온전히 채찍질을 받아내었고, 친씨앤은 죽었다. 새벽제비는 아들의 시체를 등에 업고 강철군주들의 근거지 중 하나인 펠윈터 봉우리를 맨발로 올랐다. 숨 쉴 때 마다 입으로 피가 튀었다. 새벽제비는 아들의 시체를 내려놓고 서슬 퍼런 목소리로,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했다.

나는 복수를 위해 왔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