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3각 경기
이 워록과 사겨줄 사람 없나요?
* 부검님 헌탄워 썰을 토대로 하였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이 워록과 사겨줄 사람을 구합니다. 헌터와 타이탄은 마당을 오가면서 전단지까지 돌렸다. 수호자 네트워크에는 당연히 글을 올렸다. 죽 쒀서 개 주는 느낌이었지만, 워록과 사귀는 대신 몇 가지 조항을 지켜줄 것을 명시해놨으니 아주 손해는 아닐 것이었다. 헌터와 타이탄은, 제법 긴 시간동안 워록에게 대시를 했다.
저,
워록이 헌터와 타이탄을 모아놓고 말했다.
두 분이 고생하시는건 알겠지만, 이럴거면 직접 나와서 고백하는게 좋겠네요. 남들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헌터와 타이탄을 시켜 “누군가” 가 워록에게 대시하고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헌터는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려 했으나, 타이탄이 선수를 쳤다.
당연하죠. 데리고 올게요.
워록은 생긋 웃고 자리를 떴고, 헌터는 노발대발하여 타이탄을 두들겨 팼다. 방어구 때문에 자기 손이 더 아팠다. 그래서 화가 풀리지 않았다.
어쩔건데.
헌터가 폴짝거렸다.
워록과 사귀어줄 사람을 구하는거지.
우린?
그래서 내가 조항을 만들었어. 워록과 사귈 사람은 우리의 아바타 역할을 할거야.
헌터는 타이탄이 평범한 인이어 통신장비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워록과 사귈 사람은 데이트 시 통신장비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하고, 타이탄과 헌터의 지령을 받아 행동해야한다. 지령에 관한 것과 지령을 무시할 수 있는 예외사항들이 그 뒤로 줄줄이 나왔다.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그럴 듯 했다.
그럼 기한은 한 달, 한 달 뒤에 워록을 가차없이 차는 걸로.
헌터가 말했다.
워록이 너무 불쌍하지 않아?
그래야 우리를 봐줄 것 아냐.
넌 천재야.
타이탄이 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아직 인이어 통신장비가 들려있었다. 헌터는 장비와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리고 그들은 한 마음이 되어 워록과 사겨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잘 모이진 않았다. 연락이 온 사람은 딱 한 명, 겉멋이 잔뜩 든 멋쟁이 워록 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헌터와 타이탄은 멋쟁이 워록과 면접을 보고 실전에 투입했다.
어머.
워록은 멋쟁이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헌터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계를 위해 멋쟁이를 간단히 소개했다. 워록은 소개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멋쟁이에게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 두 분을 통해 저한테 이것저것 챙겨주신 분이시죠?
그렇습니다. 자, 그럼 우리 둘만 있게 자리 좀 피해줄래?
멋쟁이는 다짜고짜 헌터와 타이탄에게 반말을 하며 워록의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헌터와 타이탄은 멍청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니 저 망할 놈팽이가-
헌터는 이를 닥닥 갈면서 중얼거렸다. 타이탄은 다른 것이 신경쓰였다.
우리한테 자리 피해 달라면서 왜 자기들이 사라진거지?
그게 문제냐?
중요하지, 우리가 자릴 피하면 저 두 사람을 감시할 수 있잖아.
그런가? 헌터는 잠시 혹했지만 곧 머리를 흔들었다. 두 사람은 죽도록 손발이 맞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말해야할까, 헌터는 워록을 좋아했다.
워록, 무슨 꽃 좋아해요?
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
헌터는 잠시 고민했다.
필기구 같은거 모아요? 우리 예쁜 필기구 보러 갈래요?
음……. 그냥 데이터패드 씁니다.
이런.
그렇게 몇 번 더 물어봤지만, 워록은 모두 퇴짜를 놓았다. 답답한 나머지 헌터는 타이탄에게 찾아갔다. 다짜고짜 한숨을 쉬는 헌터에게 타이탄은 이모탈리아를 줬다.
그러니까 네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짝사랑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지만 자꾸 핀트가 어긋난다는거네.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우직하게 비밀을 지켜줄 것 같아서 말을 꺼냈을 뿐인데, 타이탄은 제법 괜찮은 조언을 해줬다.
누구든 식사를 하잖아? 멋진 음식점에 데려가는거야.
머릿 속에 근육만 든 줄 알았는데. 헌터는 타이탄이 추천해주는 음식점을 데이터 패드에 받아적었다. 신이 나서 음식점을 추천해주던 타이탄은 자기도 고민이 있다며 헌터에게 똑같이 연애상담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음식점만 데려가다가 짝사랑 상대에게 자기를 사육하는거냐고 한 소리 들었지 뭐야.
얼마나 음식점을 다녔길래 그래?
거기 있는거 두 번씩은 갔을걸.
너 열 군데 추천했잖아. 그럼 스무번은 만난거야?
두 번 만났는데.
헌터는 타이탄의 등짝을 후려쳤다. 등짝을 감싸고 있는 방어구에 손이 잘못 맞아 어디가 부러진 듯 아팠다. 헌터는 손을 꽉 잡은 채로 소리없이 아우성을 쳤다.
야, 좀 분위기 있게 야경이라도 보러 가. 헌터들이 꼽은 멋진 야경 스팟 5군데를 소개해주마.
물론 그 5군데는 헌터가 짝사랑하는 워록이 특별히 좋아하던 곳 5군데였다. 그건 살짝 숨겨놓고 타이탄을 데리고 탑을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니며 어떻게 야경 스팟까지 가는지 설명해주었다.
저, 모두 갔던 곳이에요. 이젠 질리기까지 하네요.
헌터와 타이탄에게 똑같이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서로 똑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헌터와 타이탄은 291번째 시련의 장 개인 경기를 치르고서 서로 같은 사람을 좋아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좋아. 우린 이제 선의의 경쟁자다.
헌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누가 더 먼저 워록의 마음을 얻는지 대결하는거야.
타이탄이 엄숙하게 헌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현재. 두 사람은 서로 대거리를 하며 허겁지겁 멋쟁이의 뒤를 쫓아갔다. 멋쟁이는 모든 조항을 어겼다. 그러면서 능수능란하게 워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헌터와 타이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저러다 키스하면 어쩌지.
타이탄이 속삭였다.
쟤 둘이 사귀면 난 그냥 머리 깎고 황무지로 튈란다.
저 겉멋만 잔뜩 든 새끼를 음해하는거야.
어떻게?
쟤한테 바람을 잔뜩 넣어서 진도를 지나치게 빨리 빼게 하는거지. 준비도 안 됐는데 스킨쉽 하려고 하면 정 떨어지잖아.
말은 또 그럴듯하다. 그게 될 리가 없다는걸 알면서 헌터는 아야어여 소리를 내며 입을 풀기 시작했다. 타이탄은 멋쟁이에게 우리는 지금 철수할테니, 2일 뒤에 만나자는 텍스트를 적었다. 타이탄이 텍스트를 보내기 전, 저쪽에서 멋쟁이가 달려왔다.
야! 이 사기꾼 새끼들이!
헌터와 타이탄은 멋쟁이를 쳐다보았다. 그 둘의 모습에 멋쟁이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바보같은 것들이……. 내가 충고하는데, 저 워록이랑 얽히지 마! 저건-,
멋쟁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어리둥절하게 자리에 굳어있었다.
야. 지금 워록 혼자지.
타이탄이 혼잣말 하듯 물었다.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앞다투어 워록에게 갔다. 워록은 쓸쓸하게 밴치에 앉아있었다. 헤드기어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외로움이 느껴졌다. 헌터와 타이탄은 잠시 어쩔 줄 몰라 발을 굴렀다. 멋지게 나선 것은 타이탄이었다. 헌터도 질 수 없어 점잖은 걸음걸이로 워록에게 갔다. 두 사람은 워록을 가운데 두고 앉았다.
고백할게 있어요.
타이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듣고 너무 화내지 말아주세요. 사실 당신을 사랑하는건 우리 둘이에요. 저 겉멋 든 워록이 아니라요.
우리가 손발이 안 맞아서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미안해요.
워록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길게 침묵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두 사람 모두 선택받지 못하거나……. 워록은 자기를 위로하려고 온 두 사람에게 모진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헌터는 자신과 타이탄 둘 다 워록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 타이탄이 말했다.
저희 둘과 사귈래요?
그러니까 타이탄과……?
아뇨. 저랑 헌터 둘 다와 사귀는거에요.
워록이 난감하게 웃었다.
저는 폴리아모리가 아니라.
아니면 저랑 타이탄과 돌아가면서 사귀는거죠. 저 3일, 타이탄 3일, 혼자 생각할 시간 1일.
헌터가 덧붙였다.
그러다가 잘 안 되면 친구들과 화력팀이 생기는거 아닌가요?
워록은 곰곰히 생각했다. 타이탄과 헌터는 긴장된 표정으로 워록을 쳐다보았다. 워록은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작게 키득거렸다. 타이탄과 헌터는 희망에 가득 찼다! 마침내, 워록이 말했다.
싫어요.
그리고 워록은 밴치에서 일어나 활랑거리며 헌터와 타이탄을 버리고 떠났다.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점점 멀어지는 워록의 뒷모습을 보았다. 헌터가 말했다.
이 사건, 절대 남들한테 얘기하지 말자.
그래.
타이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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