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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코넛 비치, 후미진 곳, 암석 지형 (밤)
멀리 서 있는 두 사람, 어두워서 대략적인 체형 정도밖에 구분이 가지 않는다. 거친 파도 소리.
남성-철옹성-테리
그거 다 거짓말이잖아!
(악에 받친 목소리)
덩치가 더 큰 쪽 실루엣이 상대방을 잡아챈다. 서로 옥신각신하더니 한 쪽이 쓰러진다. 이어 남은 한 쪽이 그 위에 올라타 쓰러진 사람을 잡고 마구 흔든다. 그 모습이 마치 머리를 내리 찍는 것처럼 보인다. 화면 전환되며 올라탄 사람의 뒷모습을 가까이 비춘다.
여성-메릴린
아… 하하, 씨바알! 진짜 좆같네….
(피가 묻은 양 손을 들어올려 제 얼굴을 쓸어내린다.)
2. 메릴린의 집 (낮)
아무도 없이 잠잠하던 집에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상당히 길게 울리다가 끊어지고, 잠시 뒤 다시 벨소리가 울린다. 이번에는 빠르게 끊겼다가 곧바로 벨이 울린다. 벨이 계속 울리는 상태로 화면이 바뀐다. * 전화기 천천히 클로즈업
3. 코코넛 비치, 비치&푸드 페스티벌장 (낮)
메릴린 고개를 휙 돌린다. * 얼굴 클로즈업.
메릴린
뭐지…
메릴린 미간을 찌푸리며 뒤통수를 긁더니 이내 스트레칭을 하며 바다쪽으로 간다. 일행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누군가 멀리서 지켜본다. * 메릴린의 얼굴 다시 클로즈업, 화면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아웃 포커스. 바로 옆에 있던 루의 얼굴로 초점이 옮겨지고 인 포커스.
4. 코코넛 비치, 비치&푸드 페스티벌장, 인적 드문 곳 (저녁)
메릴린의 뒤로 접근하는 테리. 어깨를 잡아채 돌리고는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며 말한다.
테리
거기로 와. 기다릴게.
(초조한 기색)
메릴린
아, 씨. 깜짝이야…
(깜짝 놀라 돌아봤다가 짜증스럽게 팔을 뿌리치려 하며)
뭔 소리야? 여긴 왜 찾아왔고?
테리
저번에 전화로 말한 데 있잖아!
(팔을 놓아주지 않고 소리치더니 근처에 다른 방문객들이 멀리서 걸어오자 흠칫한다.)
너… 너, 안 오기만 해봐. 각오해.
메릴린
꼴에 협박은… 이번까지만 봐줄테니까 꺼져라, 진짜.
테리
그… 네 새 애인.
(힘겹게 발음한다.)
얼굴 다 봐놨어.
(방문객이 점점 가까이 오는 것을 신경쓰다가 휙 멀어지며)
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빠르게 걸어 사라진다.)
메릴린
저 씨발새….
5. 코코넛 비치, 푸드파이트 이벤트장 (밤)
이벤트가 거의 끝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하늘을 흘끔 보는 메릴린. 평범하게 이벤트를 즐기고 있으나 테이블까지 정리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 발 클로즈업 해서 따라가다가 카메라 멈추고 로우앵글로 두 사람 잡음
6. 코코넛 비치, 후미진 곳, 암석 지형 (밤)
초조하게 서성거리다가 메릴린을 발견하고 반색하는 테리.
테리
메릴린, 역시 와줬구나!
메릴린
네가 오라고 지랄 염병을 떨었잖아, 씨발아.
(피곤해보이는 얼굴)
테리
하하, 그래도 안 오려면 안 올 수도 있었잖아.
(가까이 다가가 메릴린의 어깨를 잡고)
너도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지?
메릴린
아, 진짜. 뭐 이런 그린듯한 병신이….
테리
너무 그렇게 튕기지 않아도 돼. 나 진짜, 다 용서할 수 있어…. 새 애인 생겼다고 거짓말 한 것도, 그 새끼 나한테 보낸 것도…. 무, 물론, 그….
(머뭇거린다.)
메릴린
그 새끼는 입도 싸다. 가서 너 패주라고 한 걸 그걸 불었어? 돈도 받아놓고.
테리
돈을 줬어? 돈을 줬다고?! 얼마 줬는데!
(고개를 번쩍 들고)
메릴린
그래, 줬다 이 새끼야. 얼만지는 알아서 뭐 하게? …아~ 너 돈 급하구나? 너 돈 급해서 이러는 거지? 어? 그래서 씨발, 되도 않게 사랑하느니 뭐니 이 지랄 하는 거지?!
(테리를 마구 떠민다.)
내가 남자한테 돈 퍼다주는 년이라고. 그 얘기 듣고 와서 이러는 거지? 어? 왜 대답을 안 해?
테리
아, 아니야! 난 진심으로….
메릴린
진심으로 돈이 급한 거겠지. 너 경기 성적도 그 따위인게, 꼴에 허세는 있어서 빚 내서 스포츠카 사고 몇 천 달러 짜리 시계 사고. 또 뭐 있냐. 아- 시가도 피우지? 그래서 돈 없잖아.
테리
아니… 너… 너도 그러잖아! 맨날 옷, 옷이나 가방… 사고! 얼마 전에는 바이크도 샀더라? 할리 데이비슨… 그거 나도 갖고 싶었던 건데…!
메릴린
아하하, 와중에 그게 갖고싶었냐? 하하, 진짜 별…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어, 맞아. 그래서 나 돈 없어. 다~ 썼어! 그렇게 쓰는데 남아나겠니? 니같은 병신한테 5천달러 꼴아박았다가 날리고, 이 지랄을 했는데 돈이 남아나겠냐고.
테리
그…! …지, 진짜 없어?
메릴린
어휴… 이제 아닌척 할 여유도 없냐? 쯧… 없어.
테리
…
(작게 웅얼거린다.)
메릴린
뭐?
테리
…이것도 거짓말이지?
메릴린
거짓말이겠냐? 그리고, 거짓말이면 뭐 어쩔건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또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멈칫한다.)
…너 뭐하냐?
테리
그거 다 거짓말이잖아!
(악에 받친 목소리로 잭나이프를 꺼내든다. 날은 아직 접혀있다.)
나 아, 안 좋아한다는 것도, 새 애인 생긴 것도오!! 돈 없는 것도… 다 거짓말이잖아!
메릴린
아니 씹… 야, 야! 진정 좀 해봐! 그거 내려놓고!
테리
메릴린… 나 진짜 힘들어…. 네 말이 맞아, 나 여유 없어…
(훌쩍거린다.)
메릴린
하… 알겠고, 그것부터 내려놔. 빨리!!
테리
너네 집 열쇠… 아직도 현관 매트 아래에 두지?
메릴린
아니, 씨발 알려주지도 않은 걸….
(심상치 않음에 주춤거린다.)
테리
그럴 거 같았어… 그래도 나, 네가 무서워 할까봐 안 찾아갔는데. 내가 그렇게 배려 해줬는데! 날 이렇게 기만하고….
순식간에 메릴린에게 달려드는 테리. 펼치지 않은 잭나이프를 쥔 손으로 메릴린의 머리를 때린다. 이때 달빛에 메릴린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메릴린, 팔을 들어 막다가 밀치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한다. 고함소리와 짧은 비명, 타격음이 오가다가 둘이 거의 동시에 쓰러진다. 메릴린,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가 가슴에 칼이 꽂혀 헐떡이는 테리를 발견한다.
메릴린
어? 뭐야…
(황망한 목소리)
메릴린, 머뭇거리다 테리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듣고 테리 위에 올라타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든다.
메릴린
야, 야… 주, 죽기 전에 잠깐만…
테리
사…
(쌕쌕거리는 숨소리)
메릴린
아니… 너 못 살아. 내가 알아. 내가 많이 봤어….
(힘없이 중얼거렸다가)
그러니까, 죽기 전에 말해!
(급하게 외치고는 숨을 들이킨다.)
과거의 장면이 오버랩 된다. 상자에 담긴 머리 없는 고양이 시체, 그 옆의 고양이 가면이 스친다. 계속해서 헐떡이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메릴린
날… 용서한다고.
(조용히 중얼거리고)
괜찮다고 말해! 죽기 전에… 제발… 애초에 네 잘못이잖아! 네가 먼저… 니들이… …빨리 말하라고!! 내 잘못 아니라고 말 해!
(목소리의 볼륨이 커졌다 줄어졌다한다.)
테리의 숨은 이미 끊겨있다. 그러나 헐떡이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메릴린,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한다. 피가 묻은 양 손을 들어올려 제 얼굴을 쓸어내린다.
메릴린
아… 하하, 씨바알! 진짜 좆같네….
손은 멈추지 않고 제 목을 감싼다. 손에 힘은 들어가지 않지만, 헐떡이는 소리가 드디어 멈춘다. * 메릴린의 손을 클로즈업 하고 손의 이동을 따라감. 숨소리 멈추고 화면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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