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엪녈이 보고 싶다

보고 싶은 걸 늘어 놓습니다

침잠 by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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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알엪녈이 예정에 없던 데이트를 했으면 좋겠다.

오후 네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소파에 기댄 채로 재미 없는 티비 채널만 깔짝대다가

충동적으로 “날씨도 좋은데 나갈까요?” 하는 매뉴얼.

사실 늦겨울이라 기온이 따뜻한 건 아니고, 소파 옆에서 해 잘 드는 거 보고 한 소리임. 창문 안 열어봄.

알에프 매뉴얼 허벅지 베고 누워있다가 일어나면 좋겠다. 데이트 하러 가자고.

씻고 나갈 준비 하는 매뉴얼 고민하다 코트 집음. 데이트니까. 나가서 추위에 떨 망정 코트 입음.

코트 입은 남정네 둘이 손 잡고 알에프 코트 주머니에 손 넣었음 좋겠다. 귀여우니까.

해는 따뜻한데 바람도 제법 불어서 매뉴얼이 추워하면 알에프 웃을 듯.

시간도 어중간한 데다 둘이 뭐 코스를 정하고 나온 게 아니라서 동네 마실이나 나갈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좋겠지.

해 잘 드는 자리에 있는 목련에 몽우리 맺힌 거 보고 곧 봄이 오겠구나 싶을 거 같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하고 히히 웃는 매뉴얼 보고 있으면 알에프는 사시사철 봄이겠지….

동네 새로 생긴 가게 구경도 하고, 꽃집 구경도 하다가 저녁 외식하고 귀가해라. 냉삼에 소주.

술은 알에프만 마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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