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 미생지신

여주x아무나 골라먹는 드림

Dream by 임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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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쓰레기 주의ㅎ 하지만 여자가 큰일을 하려면 그럴 수도 있지요...

미생지신: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교각을 끌어안고 죽었다

 

(죽일 것까진 아니지만,,,,)

여주는 주고, 애초에 딱히 연애에 흥미가 없었는데, 그남의 열렬한 구애에 그래, 그럼 뭐...하는 미온적 태도로 승낙해 연애를 하게 됨.

그러나 여주는 역시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도 딱히 그남에게 흥미가 가지는 않았고...

그남이 하도 좋다고 하니 그냥 만나긴 하는데 역시 흥미가 없다보니 약속도 자주 잊고 표현도 절대 안함.

그리고 어느날, 그남은 나름대로 여주와 n일 기념일이랍시고 여주 만나고 싶어서 오늘 저녁에 임무 끝나면 만나자고 말하는데, 여주 그래~ 하고 나서 까맣게 잊어버림.

다음날 주합회의. (혹은 그냥 귀살대 본부~) 

그남이 나오지 않아서

.....웬일이래. 생각하는 여주와,

옆에서

“어제 비 진짜 많이 왔죠? 안나가길 잘했네요.”

“아, 나도 어젠 그래서 집에만 있었는데~” 

하며 사담하는 다른 주들.

“................”

설마. 싶었음.

여주 본인이 약속을 잊은 건 일단 둘째치고....

다른 주들의 말대로 어제는 비가 홍수마냥 왔는데.....

설마하니 계속 기다렸을까.

“...............”

아무리 쓰레기인 여주라도, 이 상황에 그남이 어떨지 궁금하고 약간 걱정되지 않을 순 없었음.

연인으로서는 아니더라도, 같은 귀살대 동료로서의 정도는 있으니까.

그래서 여주는 주합회의가 끝나자마자 회의 내용을 전달해준다는 핑계로 그남의 집에 향하는데......

  1. 사네미

여주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데도, 한동안 아무도 나오지 않음.

설마.....심하게 아픈 건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죄책감을 느끼며 계속 문을 두드리는 여주.

몇 분이 지났을까, 쿵쿵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신경질적으로 드륵 하고 열림.

“...................”

대체 아파죽겠는데 누가 이렇게 문을 두드리나 싶어 신경질적으로 문을 연 사네미.

눈앞에 보이는 건 어제 제가 밤새서 기다린 여주겠지.

“................”

여주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먼저

야, 어제 오래 기다렸냐.

오늘 왜 안나왔냐.

같은 말은 꺼내지 못하고 그저 마루 위에 서서 여주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네미를 물끄러미 쳐다봄.

사네미는 잠시 여주를 바라보다가 곧 .....하. 하고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내쉬었음.

여주 괜히 좀 머쓱하고 미안해서 뒷머리 긁적이며

“음.....많이 아프-“ 하고 묻는데, 여주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야. 대체 너한테 난 뭔데.”

하는 목소리가 들림.

“...................”

애써 죄책감에 시선을 안마주치려다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 사네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네미는 주먹을 꾹 쥔 채,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음.

나한테 넌 뭐냐니.

그냥...........

마음이 불편했음.

애초에 받아주지를 말았어야 했던 게 아닐까.

그냥 한번 만나보는 사람.

이렇게 말하면 , 분명 상처받겠지.

“..............”

여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음.

굳이 아픈 사람을 상처 줄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었으니까.

일단 쉬라고 하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려는데,

여주 입에서 나올 마을 대충 예감한 것인지, 사네가 여주의 말을 막았음.

“말하지마.”

“...........?”

여주는 자기가 물어봐놓고 무슨, 싶은 마음에 사네미를 쳐다보는데,

“..............”

사네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 마룻바닥에 뚝뚝 떨어짐.

“그냥 니 대답 안들을테니까. 어제 일...없던 걸로 하라고.”

“.............”

여주가 질려서 헤어지자고 할까봐 얼른 말 취소하는 그남ㅋ

2. 기유

똑똑.

한참을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기유는 나오지 않음.

동료로서도, 사귀고 나서도 기유가 한 번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설마하니 화내는 건가,

아니면 진짜로 아파서 못나오는 건가.....?

괜히 미안해서 사온 과일 같은 것들만 뒤적이며 서 있는 여주.

그리고 그때 문득 문이 드륵 하고 열림.

“......아.”

“.............”

문을 열고 나온 기유는, 드물게도 흐트러진 옷차림을 한 채였고 그 얼굴은 누가봐도 아프다 싶게 붉어져 있었음.

따끔.

그래도 인간이긴 한지 여주는 심장이 죄책감과 함께 따끔이는 것을 느낌.

“....얼마나 기다렸어.”

“..............”

아픈 건지 물으려고 했는데.... 여주의 입에서는 맘에도 없는 퉁명스러운 물음이 튀어나왔음.

평소 버릇 못주는 거지.

이런 여주의 물음에도, 기유는 문을 열고 여주를 본 순간부터....계속 여주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채였음.

화난 걸까, 역시.

근데 평소에도 말은 없는 편인데.....

“.......해가 뜰 때까지.”

“...............”

여주는 말문이 막혔음.

아니....약속시간이 저녁 때였는데,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니, 제정신인가.

어이도 없고....대체 왜 이렇게 미련하게 구나 싶어

“안오면 적당히 기다리고 들어가야지. 누가 거기서 밤을 새래.”

하는 말이 튀어나왔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솔직하게 어제 약속을 잊어서 미안했다, 많이 아픈 거냐 묻기엔, 여주의 성격은 너무 꼬인 편이었음.

괜히 사온 과일 꾸러미만 꾹 쥔 채, 여주는 그렇게 기유에게 쏘아붙였음.

그리고 기유는......

“................”

말없이 여주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여주의 팔목을 잡고 끌어안아버림.

“......아니-“

뭐 하는 거야, 하며 밀어내려는 여주에게, 기유는

“....왔으니까 되었다, 여주.”

하고 말할 뿐이었음.

“.................”

풀어헤쳐진 기유의 옷자락 사이로 느껴지는 몸이 뜨거웠음.

3. 탄지로

등꽃가문에 찾아가자, 주인 할머니가 이 방에서 쉬고 계시다며 한 방 앞으로 안내해주셨음.

“..............”

노크를 하기 전부터, 여주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음.

안물어봐도, 상태를 안봐도 뻔하다.

탄지로는 분명 밤을 새서 날 기다렸겠지.

방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마음이 불편했음.

솔직히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음.

그저 이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지만, 그냥 최소한의 사람으로서의 양심에 여주는 문을 똑똑 두드림.

아, 네....!

여주의 노크에 허둥지둥 대답하는 목소리와 함깨, 분주히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음.

“.............”

여주는 말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음.

“아, 여주님. 오셨어요?”

애써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아있는 탄지로는....

감기 걸렸네. 싶게 붉은 얼굴을 하고는 이따금 기침을 하고 있었음.

“................”

여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음.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음.

그리고 탄지로는 여주의 한숨에 멈칫, 하겠지.

“.........여주님?”

여주는 탄지로가 앉은 침대 가로 다가가, 침대에 폭 걸터앉았음.

“........있잖아, 탄지로.”

그냥 , 이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음.

애초에 그래, 뭐. 그러든가. 하고 고백을 받아준 것부터가 실수였음.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는데.

탄지로가 이렇게 아플 일이 없도록,

그리고 여주 본인이 귀찮아질 일이 없도록.

여주는 조금 거친 손길로 머리를 헝클이다가, 

“우리 그냥-“ 하고 입을 열었음.

그러나......

탄지로가 여주의 손을 잡아온 것이 먼저였음.

“.........탄지로?”

잡아온 탄지로의 손은 떨림이 가득했음.

사실 탄지로는 여주가 방문을 열기 전부터 

어딘지 무거운 듯한 여주의 냄새, 방에 들어와서도 미간을 찌푸린 여주의 표정, 그리고 지금 입을 여는 여주로부터 흘러나오는 다 질려버린 듯한 냄새 느끼고 심장 미친듯이 뛰는 중이었겠지.

“여주님, 저 괜찮아요.”

“.................”

“괜찮으니까 제발,”

“제발 헤어지자고만 하지 마세요.....”

하고 눈물 뚝뚝 흘리는 그남ㅋ

4.렌고쿠

여주는 렌고쿠 츠구코임

어제 아침에 약속을 하고, 여주는 임무에 파견되었다가 그대로 약속을 잊고 집에 들어가버렸음...

눈치를 보며 렌고쿠 가에 들어서는데,

마침 깨끗한 물을 작은 대야에 받고 있던 센쥬로와 마주침.

“아, 센쥬로.”

여주는 센쥬로에게 인사하며 몇 걸음 다가갔음.

사범님은 어디-하고 묻기도 전에,

센쥬로의 동글동글한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짐.

센쥬로는

“혀, 형님이... 열도 심하고....땀도 많이 흘리시고.....혈귀에게 다치신 걸까요? 물어봐도 말씀해 주시지도 않고.....”

하며 뚝뚝 흐르는 눈물을 애써 팔을 들어 닦았음.

센쥬로의 작은 어깨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음.

“...............”

여주는 어린 센쥬로의 눈물에 생에 가장 죄책감을 느끼고 있겠지ㅋㅋㅋㅋㅋ

혈귀가 아니고 내가 그렇게 만들었을텐데.....

그래서 말없이 센쥬로 머리 쓰다듬고는

“괜찮으실 거야. 사범님은 내가 간호할게. 가서 얼굴 씻고 올래?”

하고 말하며 깨끗한 물이 담긴 대야를 가지고 렌고쿠의 방으로 걸어감.

“..............”

문을 열기 전 잠시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며 서있는데, 렌고쿠가 먼저 

“...여주인가, 들어와라.”

하고 입을 열었음.

문 사이로 들리는 목소리는 한껏 잠겨있었음.

“..........”

그래, 일단 들어가고 보자.

여주는 드륵 문을 열고 렌고쿠의 방에 들어섬.

렌고쿠는 애써 아픈 몸을 일으킨 채 정자세로 곧게 앉아있었음.

....누워 계셔도 되는데.

“...사범님, 어제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여주는 바닥에 대야를 내려놓으며 툭 물었음.

렌고쿠에게서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아서

천을 물에 적시다가 고개를 드니...렌고쿠는

“기다리지 않았다.”

하고는 평소대로 다정하게 웃어보였음.

“...........거짓말.”

여주의 미간이 작게 좁혀졌음.

땀에 젖은 옷. 일부러 천천히 내뱉고는 있지만 평소보다 달뜬 호흡. 묘하게 붉은 얼굴.

지금이라면 사범님과 대련해서 한 판 정도는 이길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렌고쿠의 상태는 흐트러진 채였음.

애초에 제 스승으로서는 렌고쿠를 너무나 존경하고 있는 여주였기에, 고작 자기 때문에 이렇게나 흐트러진 제 스승의 모습이 좀 낯설고 속상함.

이래서 처음부터....사범님의 고백을 받아들이면 안됐는데.

렌고쿠가 여주에게 고백해왔을 때. 여주는 렌고쿠를 전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듯

“....네? 그치만 사범님은.......”

하고 한 걸음 물러났었음.

“...........”

그리고 렌고쿠는 물러나는 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음.

그리고 작게 웃어보였음.

여주가 자신을 스승으로만 본다는 것 쯤,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고백을 한 것은 그저 자신의 욕심이었음.

자신의 마음을 여주에게 전하고 싶다는 .

그래서 렌고쿠는 멀어진 여주에게로 두 걸음 더 다가가, 여주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오며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도 괜찮다, 여주.” 하고는 웃어보였음.

그리고 가볍게라도 좋으니,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지.

“............”

그리고 여주는 결국 며칠 뒤 

음....진짜 감정없이 만나도 괜찮으세요....? 하며 렌고쿠의 옷깃을 잡아끌었음.

“.............”

렌고쿠는 그렇게 말해오는 여주를, 자기도 모르게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음.

“사범님.....?”

여주의 허리를 끌어안은 렌고쿠의 손이 기쁨에 살짝 떨렸다는 것을, 여주는 몰랐음.

렌고쿠는 여주를 품에 안은 채

“고맙다, 여주.” 하고는 웃어보였음.

여주가 감정이 없더라도 자기와 만나는 선택을 해준 것이 기뻤고, 여주와 만나며 여주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도록 갖은 노력을 다 할 준비도 되어있었음.

아니, 설령 여주가 영원히 자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지치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었지.

그러나......

여주는 제 앞에서 제게 씨알도 안먹힐 거짓말을 하고 있는 제 스승을 바라보다가 ... 결국 한숨을 내쉬었음.

“사범님. 죄송해요.”

“.............”

렌고쿠는 여주에게 살짝 웃어보이던 그대로, 멈칫 하고 말았음.

대체 뭐가.

여주에게서 이어 나올 말이 두려웠음.

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해오던 순간보다, 지금 제 앞에서 죄송하다고 말해오는 여주가.

여주에게서 흘러나올 다음 말이, 그렇게도 두려울 수가 없었지.

“제가 애초에....그렇게 쉽게 고백을 승낙했으면 안됐던 것 같아요.”

여주는 애써 렌고쿠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내뱉었음.

눈이 마주치면 이 말마저 못할 것 같았으니까.

딱히 무슨 감정이 생겨서라기 보다, 일단은 제 스승인 렌고쿠니까...

“그러니까.....죄송해-“

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주는 렌고쿠에게 팔목이 붙잡혀 그 품에 안기고 말았음.

“사범님....”

이런 것도, 받아주면 안되는 거겠지.

싶은 생각에 렌고쿠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내려는데,

“...............”

렌고쿠는 전혀 밀려나주지 않았음.

(.....한 판은 이길 수 있겠다는 말은 취소다.)

렌고쿠는 말없이 여주를 제 품에 꼭 안은 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군. 나는 어제 여주를 기다리지 않았다.”

하며 씨알도 안먹힐 거짓말을 늘어놓음.

그 얼굴은 진짜 사실만을 말하는 것처럼 미소를 띄운 채였음.

“...............”

여주는 렌고쿠의 품에 안긴 채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맘. 이렇게까지 하시는데....

그래....당분간만, 조금만 더 이 거짓말을 모른 척 해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여주는 네네, 알겠어요... 하고는 렌고쿠의 등을 토닥였음.

5. 우즈이

주합회의 내용을 전달해주러 우즈이 가에 방문한 여주.

저택의 사용인에게 방을 안내받고... 도착한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림.

“..............”

아무 대답이 없어서 ...자는 건가. 생각하며 들었던 손을 내리는 그때, 문이 드륵 열리고....

“............”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기침을 하고 있는 우즈이가 나왔음.

그 머리는 풀어내린 채였고 옷차림 또한 느슨해 보였음.

.....어제 결국 기다렸구나.

그렇게나 튼튼한 몸인 우즈이가 아플 정도면....비를 얼마나 맞았길래.

여주는 살짝 죄책감을 느꼈음. 

그러나 그게 다였지.

뭐 죄책감을 느껴서 더 잘해줘야겠다거나, 표현을 해주자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음.

“....무슨 말이라도 해라.”

“..........”

문득 키 차이에 한참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 여주는 고개를 들었음.

우즈이는 딱히 화나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음.

그저 무표정으로 여주를 내려다보다가, 픽 웃어보임.

“..............”

그런데도 여주는....그냥 이 관계가 귀찮기만 했지.

그래서 결국 우즈이에게서 시선을 피한채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다가.....

“우리 그냥 헤어지자.”

하고 툭 던짐.

“...............”

여주의 아무렇지도 않은 이별통보에 순간 우즈이가 굳은 것은, 굳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기척으로 모두 느껴졌음.

여주는 일부러 우즈이를 쳐다보지 않았음.

쳐다보면 더 귀찮아질 것 같았으니까.

“이렇게 만나는 거, 별로 서로에게 좋지도 않은 것 같고....솔직히 말하자면 좀 귀찮아서.”

원래도 말투가 곱게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여주는 일부러 더 차갑게 말을 내뱉었음.

그래야 우즈이도 더 안휘둘리고 마음정리를 하겠지.

뭐 우즈이랑 몇 달간 만나면서 즐겁지 않은 건 아니었음.

무거운 관계가 싫은 여주를 위해 일부러 장난스럽게 친구처럼 여주의 이름을 부르고, 여주에게 장난을 치고, 여주를 웃겨주고....

그러다가도 웃는 ㅇㅕ주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겹쳐 잡아오던 우즈이.

“.............”

여주가 갑자기 잡힌 손에 우즈이를 올려다보면

“이 정도는 좀 봐줘라.” 하면서 웃던 우즈이는, 그렇게 싫지는 않았지.

하지만 그게 다였음.

싫지 않은 게 좋은 건 아니지.

“...............”

뭐 우즈이라면, 그래. 어쩔 수 없지. 하고 의외로 쿨하게 보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여주.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한순간에 여주는 우즈이에게 팔목을 잡혀 끌어당겨짐.

“야.......!”

갑자기 제 팔목을 당기는 우즈이에 놀란 여주가 무심코 우즈이에게로 시선을 올렸을 때,

“..............”

여주는 무심코 숨울 들이켜고 말았음.

가까이서 마주 본 우즈이의 얼굴은, 살벌하게 일그러져 있었거든.

“...............”

여주는 당황해서 우즈이만 올려다보고 있었고...

우즈이는,

여주가 약속을 잊은 것 정도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음.

애초에 여주가 제게 마음이 없다는 것 정도야 알고 시작한 감정이었고, 어제는 비가 와서 그런 것일 뿐, 여주가 저와의 약속을 잊어먹은 게 어제가 처음도 아니었지.

오지 않는 여주를 밤새서 기다린 것 또한 제 선택이었고.

하지만........

“...........”

그것과,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당하는 건 다르지.

언젠가는 김여주도 조금씩 마음을 열겠지, 생각하며 쌓아온 하루하루가 한 순간에 부정당한 느낌이었음.

그리고 우즈이는 눈은 전혀 웃지 않는 채로, 입꼬리만 이질적으로 끌어올려 웃어보이며 말했음.

“누구 맘대로.”

“..................”

그리고, 한 순간에 우즈이의 방으로 끌어당겨진 여주가 바톤을 이어 받듯 다음 주합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 뭐 당연한 일이었음.

6. 무이치로 

분명 주합회의에 오지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무이치로는 회의가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났을까,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등장함.

큰 어르신께서 “회의에 나와도 되겠느냐.”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으셨지만 무이치로는 애써 기침이 나오는 목을 가다듬으며

“...괜찮습니다.” 하고는 고개를 숙였음.

무이치로의 말에 회의가 계속 이어지고... 여주는 문득 무이치로랑 눈이 마주쳤으나,

“..............”

무이치로는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미간을 찌푸리고는 시선을 피해버렸음.

“...............”

이런 내게 질린 걸까.

뭐, 그럴 만도 하지....

여주는 애써 회의에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음.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여주는 양심도 없이, 몰래 집을 향해 돌아서는 중이었는데......

“.....어제, 10시간을 기다렸어.”

하는 목소리에, 우뚝 걸음을 멈춤.

“...............”

조용히 뒤를 돌아보니, 아직 얼굴이 붉은 채로, 간간이 기침을 하면서도, 여주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무이치로가 서 있었음.

....나랑 얘기할 게 아니라 집에서 약을 먹고 쉬는 게 좋을텐데.

그저 동료애로서 제 앞에 서 있는 무이치로가 약간 걱정되는 여주, 그러나 딱히 연인으로서의 감정은 없어서...

“....그래?” 하고 되물음.

“..............”

무이치로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여주의 대답에 작게 하. 하며 헛웃음을 흘렸음.

자기도 모르게 꾹 쥔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음.

그리고 여주는 그런 무이치로를 보다가....그저 마지막 남은 양심 상

“....미안해.” 하고 말해오는데.....

무이치로는

“...진짜 미안하긴 해?” 하고 되물어옴.

여주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음.

거기에 진짜다, 대답하기도, 아니. 사실 별로 안미안한데, 대답하기도 어려웠으니까.

그냥 여주는 무이치로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궈버렸음.

“................”

“..........그냥,”

........그냥?

그냥, 헤어지자. 일까.

차라리 저쪽에서 먼저 말해주면 편하겠네, 생각하며 고개를 든 여주의 앞에....무이치로는

작게 팔을 벌려 보였음.

“..........?”

“그냥 지금 안기면, 다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이리와.”

“................”

생각지도 못한 말에 , 멈칫 하고 무이치로만 바라보고 있는 여주와,

살짝 미간 찌푸리더니

“.....진짜 화내기 전에.” 하는 연하 그남ㅋ

7. 이구로

약속이 있었던 다음날 아침,

조용히 두드려진 문에 여주는 하품을 하며 문에 나가봤음.

“...............”

그리고 제 앞에 있는 것은 조용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어쩐지 달아오른 얼굴을 한 이구로였음.

일단 사귀는 사이긴 하니 

“....이구로? 아침부터 여긴 왜......”

하고 묻는 여주.

이구로는 나온 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음.

그리고는 

“....헤어지자.” 한 마디를 남긴 채 여주에게서 등을 돌림.

.........? 

이 아침부터....갑자기.....?

“.........아.”

그제서야 들어오는 이구로의 다 젖어버린 옷,

어쩐지 아픈 듯한 얼굴.

어제 아침 조용히 여주에게 

“임무 끝나고 만날까.” 하고 물어오던 이구로.

“...............”

그제서야 여주는 어제의 약속을 기억해 냄.

그리고, 붙잡으려라기보다 죄책감에 사과라도 할까 싶어 여주 집을 나서 골목에 들어선 이구로를 쫓아가는데......

“이구로!! 이구로, 잠깐만.......!”

이구로는 여주의 부름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조용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음.

.....단단히 화났네.

여주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구로를 쫓는 속도를 높였음.

그리고 여주가 이구로의 팔을 붙잡았을 때.....

“.......이구로......!”

이구로는 그대로 휘청,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버렸음.

여주는 반사적으로 이구로의 몸을 받쳐 드는데, 여주의 어깨 위로 닿는 이구로의 이마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음.

아니.....비를 얼마나 맞은 거야.......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같은 주로서의 동료애로, 야주는 이구로를 조심스레 제 집으로 옮겼음.

“..............”

그리고 오후 즈음, 이구로는, 어딘지 기분 좋은 찬 손의 감각과 함께 눈을 떴음.

조심스레 손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옮기니, 그건 여주였겠지.

응, 열은 좀 내렸네.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여주.

아직 이구로가 깬 것을 모른 채 손을 뒤집어 가며 이구로의 이마의 온도를 재는 여주는 퍽 다정해보였음.

“.............”

여주가 약속을 잊어서 이별을 고한 것이 아니었음.

며칠을 만나도...자기가 어떤 행동을 해도....

자기에게 별 감정이 없어보이는 것 정도는 괜찮았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구로가 먼저 이별을 고한 것은,

그게 여주가 바라는 게 아닐까 했기 때문임.

여주는 그냥, 이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닌가.

그렇담...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낫지 않나.

그런 생각에 이구로는 밤을 새서 여주를 기다리고, 바로 여주의 집으로 향했음.

그리고 자기와의 약속 따위 까맣게 잊고는

아침부터 여길 왜 왔냐는 여주의 물음에....

자신의 생각은 확신을 더해갔겠지.

“..............”

그런데도 또 자신을 간호해주고 있는 여주가, 평소 하는 말이나 행동과는 퍽 다르게 다정한 이마 위의 손이.

.....너무나도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음.

“.........깼어?”

여주는 이구로랑 눈이 마주치고, 조용히 이구로의 이마에서 손을 내렸음.

뭐, 먹을래? 죽이라도- 하고 입을 여는 여주에게,

이구로는 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떻게 붙잡지도 않냐.”

하고 물어옴.

이구로의 말에 원망은 담겨있지 않았음.

그새 잠겨버린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낮았음.

“.................”

여주는 딱히 붙잡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저 제 동료가 쓰러지니 간호한 것일 뿐,

머쓱한 마음에 이구로에게서 시선을 피해버렸음.

“.....진짜 헤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아?”

.....응. 그런데.

아픈 사람에게 면전에서 이런 대답을 꺼낼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었음.

그러나 또 거짓으로 대답해주기도 좀 그래서...

여주는 대답하지 않은 채 시선을 바닥으로 고정했음.

“..............”

대답 없는 여주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이구로는 천천히 누인 몸을 일으켰음.

...화나서, 가려는 걸까.

좀 더 쉬는 게 좋을텐데.....

생각하며 힐끗 이구로를 쳐다보는 여주.

그리고 이구로는.....

힘들게 제 몸을 일으킨 후, 천천히 입가의 붕대를 내리더니......

망설임없이 여주의 손목을 낚아채 끌어당겼음.

........?

생각지 못한 행동에 여주가 두 눈을 크게 뜬 순간, 이구로가 여주의 뒷머리를 감싸며 입을 맞춰오겠지.

“............”

감기에 걸린 탓에 평소보다도 뜨거운 체온과 함께, 이구로의 입술이 여주의 입술을 부드럽게 포갰음.

여주는 싫다거나 하기보다....

이런 걸 받아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구로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구로의 손이 여주의 손을 잡고 가만히 끌어내렸음.

그리고 여주는.....

마치 제발 밀어내지 말라는 듯, 떨리는 이구로의 손에.....

조용히 한숨을 삼키며 이구로를 받아주고 말았음.

이러니까 지금 이구로가 아픈 걸텐데.

생각하며.

그리고 이구로는 조용히 여주의 손을 꾹 잡고 부드럽게 여주에게 키스해오겠지.

이런 여주에게 화가 난 것 같지도, 또 제 욕망에 여주를 조급하게 밀어넣는 것 같지도 않은,

그저 다정한 입맞춤이었음.

마치 여주에 대한 이구로의 마음처럼.

“..............”

그리고 몇 분이 지나 둘의 입술이 가만히 떨어졌을 때, 이구로는 그대로 여주를 제 품에 당겨 안고는 여주의 어깨 위로 제고개를 묻었음.

“...............”

어떡하지.

이제 밀어내도 되려나.

대체 나는 어떡하면 좋나.

생각하며 이구로에게 안긴 여주의 위에서,

나지막이 이구로의 목소리가 들려옴.

“......못하겠다.”

“...............”

“......너랑 헤어지는 거, 나는 못하겠다고..”

“...............”

여주는 제 어깨가 이구로의 눈물에 젖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이구로의 등을 쓰다듬었음.

8. 시노부 추가

여주는 주 아니고 대원으로.

시노부는 비 맞히기 싫으니까 어디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여주가 안온걸로 할게요🤫

시노부는 가만히 탁자에 앉아, 가져온 업무일지도 보고....일지를 다 보고나서는 이미 식은 차에 새로운 차도 주문했다가....그렇게 몇 시간 째 여주를 기다리는 중이었음.

그리고 여주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한참지나... 가게 주인이 눈치를 보며

“저, 손님...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은데...기다리시는 분은 아직 안오셨나봐요?” 하고 물어왔음.

“........네, 오늘도 안오려나봐요.” 하고 시노부는 한숨섞인 웃음을 흘렸음.

그리고 가게 주인이 문을 닫고도, 가게 처마 밑에서 시노부는 오지 않을 여주를 기다렸음.

“...............”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네요.

어디있든, 비는 맞지 말아야 할텐데.

정작 본인은 낮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면서도, 시노부는 여주의 걱정을 하고 있었음.

시노부도 여주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쯤은 알았지만.......

“..............”

시노부는 작게 한숨을 쉬었음.

어쩌겠어요, 더 좋아하는 사람이 기다려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노부는 오래 앉아있어 찌뿌둥한 몸을 풀었음.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는 낮은 처마 아래서 피하기엔 너무나 거셌고... 바닥을 때리고 솟아오르는 빗물이 시노부의 옷자락끝을 적셨음.

주위가 어둠에 잠기고, 쏟아내리는 비에 슬슬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고, 한참이 지나 결국 해가 뜰 때까지....

시노부는 그 자리에서 여주를 기다렸음.

으슬으슬 떨리는 몸에 제 팔을 비비기도 하고, 처마 밑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

그리고 결국 해가 뜨고 다시 거리에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을 때, 시노부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잦은 기침에 미간을 찌푸렸음.

...임무에 나가려면 감기에 걸리면 곤란한데.

그리고 시노부가 작게 한숨을 쉬며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려던 그때..........

“어....시노부님?”

“..............”

아침 임무를 나가는 것인지, 대원복 차림을 한 여주가 제 앞을 지나가고 있었음.

“시노부님도 임무 나가시는 건가요?”

“..............”

자기와의 약속 따위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여주의 말에.....

평소 기본적으로 다정한 웃음을 띄우고 있는 시노부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음.

제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감정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 앞에서 확인사살을 당하니....

여주가 제게 감정이 생길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자고. 여주에게 재촉하지 말자고. 여주에게 제 깊은 감정을 보여 여주를 당황시키지 말자고.

수백 수천번을 다짐했는데.

결국 시노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음.

“어....시노부님......?”

“.............”

그리고 곧이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주를 바라보는 시노부에, 여주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말았음.

시노부는 평소에 여주에게 보여주던 다정한 미소와는 전혀 다르게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고, 억지로 끌어올린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음.

“............아.”

그제서야 어제 아침 

저녁에 -에서 볼까요, 여주씨?

하고 웃으며 물어오던 시노부가 생각나버렸음.

여주 당황해서 

그럼 지금....밤을 새신 거야......?

어제 비 진짜 많이 왔는데....

생각하며 안절부절 못하는데,

그때 시노부의 붉어진 눈가에서 눈물이 주륵 흘렀음.

“.........시노부님..”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잘도 흘러내렸음.

시노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여주를 향해 억지로 웃어보였음.

“.....여주씨.”

제발 다음 말을 내뱉지 말라고,

시노부는 스스로 수백 번 되뇌었지만.....

“....이럴거면, 제 고백 받아주지 말지 그랬어요.”

“.................”

결국 시노부는 그 말을 내뱉고 말았음.

내뱉은 말은, 스스로 내뱉고도 그닥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음.

오히려 여주가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을까봐 걱정이 들기나 했지.

“......저, 시노부님-“

한눈에 봐도 안절부절 못하는 여주가 제 쪽으로 손을 가져오자......

“..............”

시노부는 조용히, 여주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음.

한 번도 여주에게서 멀어졌던 적이 없던 시노부가 제 손길을 피하자, 여주 역시 멈칫 하고 맘.

“.....죄송해요. 다음에 얘기해요.”

그렇게 말하고, 시노부는 조용히 돌아섰음.

시노부는 그 이후 여주가 시노부 우는 거 보고 ㅈㄴ 심장 떨리다가 결국 아, 나도 시노부님을 좋아하는 게 맞았구나. 느끼고 시노부 저택가서 3일동안 무릎꿇고 빌어서 겨우 다시 사귀는 걸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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