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22
태초에 뭐가 없었다. 뭐가 없는 연유로 유일한 분께서 미감을 발휘하여 이것저것 만드셨다. 아들딸이며 날아다니는 것들도 만들고, 날지 못하는 것도 만들었고, 컨펌받을 필요 없으니 취향대로 많이도 만드셨다. 다만 유일한 분께서는 그 무렵엔 꽤나 컨트롤 프릭이라, 제 말을 따르지 않는 것들 불구덩이로 내치고, 낙원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개중에 불지옥에 떨어진 게
쫄딱 젖은 모양새로 나타난 둘에 성준수는 사정없이 얼굴을 구겼다. "다 큰 새끼들이 물장난하고 자빠졌냐?" "아니 임마가......."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성준수는 대충 손을 더듬어 잡히는 대로 천 쪼가리를 던졌다. 퍽퍽퍽 정확히 가슴에 하나씩 명중하는 것들을 들춰보니 딱 수건, 상의, 하의, 속옷의 조합이었다. 비록 색과 스타일이 자유분방했지만. 흘
"언제 복귀라고?" "내일."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수플레 팬케이크에 나이프를 갖다 댄다. 퉁명스러운 대답과 달리 정성스러운 손짓이었다. 먹기 좋게 자른 조각에 무화과를 올리고 포크를 내민다. "내가 손이 없나 발이 없나." 그러면서도 조막만 한 입을 벌려 받아먹는 게 좋았다. "맛있나." "응. 맛있네." "담에 집에서 해줄까?" "얼마나 자주 먹는다고
24.04.20 디페스타 발행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한국항공은 여러분의 탑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KR431편입니다.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까지 예정된 비행시간은…….」 전영중의 기분은 가히 최고였다. 공항 수속부터 출국심사까지 막힘없는 VIP 의전 서비스.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라운지. 칸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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