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단편

어느날 ·

그저 가슴이 말했다.

로아 by 빙기
3
0
0

안녕 자기야.

꼭 보면 안되는것을 본 것 처럼 눈이 커졌다, 아니 커졌을까? 그 사실을 당장 앞에있는 남성이 알기엔 어려웠으나 당연한듯 쾌활한 미소를 짓는 표정은 모든것을 다 아는양 굴었다. 머리 두개는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동물 탈을 쓴 그의 시선은 바늘구멍보다 더 작은 작은 눈 구멍 뿐이였다. 케디언? 당신도 여기 온건가? 무리는 아니였다, 이 곳은 쿠르잔, 격전의 장소였으며 누구든 이 어렵고 척박한 땅에서 명분을 내세우며 싸울 자격은 충분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애인을 본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장소가 로맨틱하지 않다는것이 흠이였다. 그리고 자신은, 멀쩡한 척 양 손에 들고있는 자신의 무기를 쥐어보아도 작은 떨림조차 그에게 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였다. 대체로, 상황은 정리된 상황에서 케니가 할 수 있는건 많지 않았다. 남아있는 비누스 데런을 쏴죽이고나면, 연합군들이 쓸어내려온 곳은 수 많은 인간과, 실린과, 케나인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그리고 끝도 없이 몰려오는 악마들.

악마들 · · ·

“ 원래 여기는 이렇게 을씨년 스러운가?”

흠, 작게 헛웃음을 뱉고 시체들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류 따위가 기분나쁜 울음소릴 뱉어내며 근처를 맴돌때까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대며 어슬렁거리며 자릴 옮기던 놈은 안타깝게도, 이 남자는 자신의 애인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곧 이어 무언가 묵직한것이 차갑게 매말라붙은 땅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고, 자신은 -

“ 이봐, 폴! 왜그래?! 어디 다친건가? 응? 잠깐, 너..

손을 뻗어 부축한 손 끝에 무언가 묻어 나온다, 피는 아니다. 비린 내음은 없다. 땀? 땀이다. 잡은 두터운 몸통이 떨린다, 비상식적으로 땀이 많이 흐른다, 얼굴을 가린 무심한 동물탈은 제 주인의 상태를 계속 감추고 싶어하는듯 작은 미동만 보이며 타인에게 순순히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기야, 여기 봐. ..그렇지, 착하네. 나 기억해? 맞아, 내가 널 구했어. 여기가 아직도 그 물 비린내나고 곰팡이 핀 사원이라고 생각해? 작게, 나한테만 말해줘. ..그래 맞아, 여긴 그 곳이 아니야. 아니야, 죽은 사람은 없어. 네가 지켰잖아. 다정하게 동물탈에 기댄채 속삭이는 목소리는 꼭, 아이를 달래는 것 처럼 나른했다. 그래, 네가 죽인게 아니래도. ..왜 이렇게 착한거야.

“ .. 난 자신이 없어. 당신에게 내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것도. ” 난 겁쟁이야, 이어진 말은 다정스래 끌어안은 그의 손아귀 힘을 더 강하게 쥐는것 말고는 딱히 효능은 없었다. 누가 그래, 아무리 본인이여도 내 애인에게 그런 박한 평가는 용서 못하겠는데, 조금은 장난스럽고 우악한 손길이 힘 없이 탈을 잡은 손을 뿌리치고 천천히 벗겨올린다. 땀에 젖어 푹 앉은 머리카락이랑, 금방이라도 가라앉아 버릴것 같은 어두운 파란 눈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젖은 머리를 꾹, 끌어안았다. 테마파크 퍼레이드 담당마냥 땀에 푹 절여져선, 웃긴 모습 보이지말고 천천히 숨 들이쉬어. ..내쉬고, 잘하고 있어. 계속 반복해.

“ 안 더러워, 계속 이러고있어. 내가 좋아서 이러는거니까. ” 꼭 이어질 말을 아는것처럼 굴었다. 덜덜 떨리는 손 끝을 잡고, 힘 없이 바닥에 닿은 무릎이 걱정스러워 시선을 내리면 닿은 젖은 머리카락이 천천히, 소릴내며 사락거린다. 꾹 감은 눈이, 들리지않는 왼쪽 귀 너머로 닿은 차가운 금속이 자랑하는 가슴팍에서, 잘 들리지도 않을듯한 조용한 기계음이 왼쪽 귀를 경유해,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 보여? ”

“ …뭐가. ”

“ 붉은 빛. ”

“ …. 보여. ”

“ 그럼 이제 안심해. 자네가 진정 할 때 까지 지켜줄테니까. ”

“ 진정되지 않아도 지켜줘. ”

“ 어리광이 심해, 얼마든지. ”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