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은 있었고?

그곳은 모두 불탔잖아

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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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eGKMldpp-M?si=LrJdFoNus1x0xnSH

그렇지 않고서야, 너랑 이렇게 안 맞을리 없지.

윤하영은 터질 것 같은 머리에 욱신거리다 못해 빨갛게 부어오른 다리가 더는 생각에 들어오지 않았다. 숨기지 못할 것은 처음부터 숨기지 말 것, 그러나 숨길 수 있다면 완벽히 숨길 것. 그것이 그가 여태껏 해왔던 것이고 배워왔던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지금 진성우가 하는 말 모두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터질 것 같은 머리는 화가 나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 이제 무엇 때문이던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넌 이성적일 필요가 있어. 여령이가 나랑 같은 말을 할거라는 전제를 두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여령이는 여령이고 나는 나야, 그러니까 다른 선상에 두고 생각을 해야지. 항상 네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내가 비정상적인 것 같아서 짜증이 나 이제는.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말을 끝냈을 때 제 안쪽 살을 씹었다. 입안에 퍼지는 비릿한 맛이 기분이 나빴고 바람이라도 쐬고 싶은 기분이다. 사실 이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인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서부터인가 초점이 나가게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여태껏 뱉은 말들이 진심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가서 후회한들 주워담을 수 없는 것들뿐이겠지.

하영은 너무 이성적이었다. 그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상황에 대입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과 다르고 각자가 선택하고 추구하는 것이 다르니까. 그래서 지금 진성우가 왜 여령이를 자신과 동일 선상에 두고 말하는 것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너는 왜 항상.

우리 이제 그만 두자.

뜨거운 불덩이를 토하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저 자신을 몰아세운 적이 있었나. 마음만 같아서는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눈물에, 이제 눈물을 흘리는 방법조차 잊어버렸다. 너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도 달라서 우리는 이제 돌아서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야 이제는.

그래 분명 죽을 때까지 나는 너를 이해 못할 거야. 그리고 너도 분명 내가 죽을 때까지 이해 못 하겠지.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이해하지 못할 거야 성우야. 그런데도 서로가 이해하기를 바라는 친구가 되길 바란다면, 그 친구 정말 계속해도 되겠어?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봐, 이제 불타버려서 보이지도 않아. 돌아갈 곳이 없다고 우리는. 우리는... 도대체 우리가 뭔데, 친구가 뭔데. 그게 다 뭔데 나를 이렇게 몰아세우는 거야?

뱉고서야 잠시 아차 싶었다, 그렇지만 다시 주워담을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어떤 말을 덧붙이던 구차해 보일게 당연하니까. 이게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되던 이제 상관 안 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차라리 아무 관계가 아니게 되어버리는게 더 편할 거라고. 이제 더 이 영양가 없는 대화를 끝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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