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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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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svfu0H2Xu4?si=suNIOioctjBFqRce

이건 한 손에 쥐었던 풍선을 놓아준 이야기. 

그대에게 전하며.

의심은 생존이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는 런던의 골목길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다. 연민은 멍청함, 다정은 자기 위선, 신뢰는 곧 배신. 한 단어는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고 골목길을 정의해가고 사람들에게 새겨져갔다. 그 속에서 조금 특이했던 트리는 다정했고 그렇지만 몇몇의 본질은 여전했다. 외로운 마녀. 고목 같은 트리를 스노스필즈의 누군가는 그렇게 부르더라.

 거리의 광장에서 무료로 나누어주는 풍선을 쥐는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료로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은 연민이지만 아이들은 가지고 놀 것이 생기는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아이들은 하나씩 건네받은 풍선을 손에 쥐고는 그것이 그렇게도 소중한지 어떤 아이의 손은 너무 힘을 주어 붉은 손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그 무리 속에 트리도 있었다. 트리도 풍선을 받았고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그렇지만 그다지 기쁘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 가볍게 쥐고 있던 손을 풀면 풍선은 푸른 하늘 위로 날아가더라. 붉은 풍선은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자유가 된 풍선은 기쁠까. 트리는 무표정했다.

" 걱정 고마워, 설마하니 네가 날 걱정할 줄은 몰랐네. "

큰 표정의 변화 없이 작은 근육의 움직임들만 있었을 뿐인 얼굴은 여전하게 당신을 향했다. 

" 의외인가…. 세상은 언제나 예상을 빗겨나가니까. "

텅 빈 것. 우주를 부유하는 작은 돌덩이 마냥 트리에게는 그럴 의지가 없었다. 애초에 그럴 이유가 있나? 단 하나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절망한다. 그래 광장에서 풍선을 가지고 놀다 놓친 아이들처럼. 하지만 소중한 존재로 정의하지 않고, 지나가는 별을 천천히 지나가는 것처럼 그저 그렇게 곁에 잠시 있다 떠날 존재로만 둔다면 절망할 일도 없다. 그것을 텅 비었다고 이야기하며 받아들인다면 트리는 그것을 텅 빈 것이라 정의하며 그대로 둘 것이다. 트리는 트리니까. 한 자리에 올곧게 서 있는. 만약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바람이 안내해주는 새로운 터를 받아들이는. 

" 부럽다면 너도 만들면 돼, 소중한 거, 사랑할 거. 자신감을 갖고 돌아봐. "

제 옆을 한 칸 띄우고 앉은 플라피스에게 굳이 거리를 좁히지 않고 그 간격을 둔 채로 당신이 건네는 새 미로찾기 판을 건네받았다. 그것이 우리 사이의 거리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당히도 기만적인 발언이라고 트리는 생각했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사람도 물건도 스쳐 지나가는 것이면 그만이다. 차가운 런던의 골목길은 그런 다정한 것들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런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 글쎄. 그러도록 해볼게. "

납득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서로 각자의 통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 마냥 불투명하게 웅웅 울리는 대화였다. 이 대화를 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외쳐보아도 선명하게 닿지 않는 목소리. 

하늘 위로 점이 되어버린 풍선을 떠올린다. 풍선은 저 우주 바깥으로 나가 여행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트리는 되려 고독한 자유를 택할 것이다. 아무것도 얽매지 않는 우주 속 부유하는 풍선처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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