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량무현] 어린 양은 알파 늑대의 꿈을 꾸는가 02

해저기지 최고 미남(자칭) 서지혁은 요즘 즐겁다. 맨날 보는 놈이 그놈이었던 해저기지에 신선한 뉴페이스가 등장했고, 그 뉴페이스의 기행이 서지혁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 뉴페이스는 바로, 한달 전에 입사한 치과의사 박무현. 그리고 그는 서지혁의 상사인 신해량에게 열렬히 대시 중이었다. 신해량이 이성 동성 가릴 거 없이 인기가 많다는 것은 이 해저기지와 대한도를 통 틀어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딥블루에서 양치컵을 들고 나오는 저 치과의사를 보자.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키도 작고, 근육도 없어 힘 없고 말라 보인다. 성격이 유순해서 그런지 주변에 여자들이 많은 거 같다만, 서지혁의 눈으로 봤을 때는 신해량에게 어필될 포인트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서지혁은 자신의 옆에서 패드를 들고 걷고 있는 자신의 상사를 보았다. 정말 죄 많은 사람이지. 저 치과의사까지 이 얼굴에 꾀이고 말야. 다시 딥블루를 주시한 서지혁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양치컵을 들고 왼쪽으로 돌아 화장실로 갈거라 생각했던 치과의사가 밝은 얼굴로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지혁은 오늘 치과의사가 무슨 말을 할까 내심 기대되었다. 

“안녕하세요! 신팀장님, 지혁씨.”

우와 가까이 다가온 치과의사 얼굴에서 지금 어떤 감정인지 다 읽혔다. 신해량 팀장을 만나서 너무 반갑고, 좋고, 기쁘다는 표정. 신해량은 보고 있던 패드에서 고개를 들어 간단하게 인사했다. 서지혁은 ‘안녕하세요, 이빨샘.’ 하며 인사하다가 신해량에게 살짝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그걸 보고 박무현은 괜찮다며 웃었는데, 정말 괜찮은 표정이라서 서직혁은 안심했다. 

”이제 업무가 끝나신 건가요?“

”네-, 꼭두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도 못 먹고 일했지 뭐예요. 팀장님이 업무 스케쥴을 엉망으로 잡아놔서 제가 이렇게 고생한답니다 이빨쌤 흑흑.“

서지혁이 잉잉거렸지만 신해량은 무표정으로 가만히 치과의사만 마주 볼 뿐이었다.

”저희는 점심 먹으러 가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식사하셨습니까?“

”네, 저는 아까 먹고 양치하러 가려다가 두 분 보여서 인사하러 왔어요.“

치과의사의 뒤로 붕붕 돌리는 꼬리 같은게 보인다는 착각이 들었다. 요근래 치과의사는 신 팀장이 보이면 그 곁에 누가 있더라도 성큼성큼 다가가 넉살을 부리기도 했다. 덕분에 자신과도 이렇게 친밀하게 안부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재미있게도 신팀장이 없으면 그냥 얌전한 사람이었다. 저번에 유금이씨와 백애영 그리고 서지혁이 치과의사와 마주쳤는데 지금과의 텐션이 아니라 엄청 단정했다. 그래서 치과의사의 주위 사람들은 그가 신 팀장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을 모를레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아쉽네요. 제가 조금만 늦게 먹었으면 같이 식사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 기회 되시면 같이 하시죠.”

신해량은 밥 한 번 먹자는 현대인의 안부인사를 무표정하게 건냈지만, 그 말은 들은 치과의사는 곧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우와 정말 다 보인다, 다 보여. 저렇게 솔직해도 되는건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지혁과 신해량은 박무현에게 인사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박무현도 발을 돌려 화장실 방향으로 갔고, 충분히 거리가 벌어졌다 생각한 서지혁은 신해량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마구 찔렀다.

”팀장님, 팀장님. 치과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팀장님한테 관심 엄청 많아 보이는데요.“

”…“

”우와 저렇게 티가 나는데 아무 생각 없으십니까? 아니 뭐 그런 사람이 해저기지에 한 둘은 아니지만. 저렇게 착해보이는 사람도 마음에 상처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치과의사라서 드릴로 입안을 어떻게 쑤실 지 모른다고요 팀장님 분명 복수 당합니다.“

”…. 안 해.“

”예?“

“그런 사람 아니라고.”

팀장이 웃은 것도 같았다. 웃었어? 잠깐 벙쪄있던 서지혁은 자신을 두고가는 신해량을 다급하게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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