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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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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WIks9QJy4I?si=nJR22Hv7zBL2ITbA

사랑은 상처를 내어주는 것 그리고 탐욕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트리가 당신의 말을 큰 거부 없이 무표정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가 다정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그릴 잉크도 양피지도 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면 쓰레기통에서 그나마 덜 젖은 누군가 다 읽은 신문지를 꺼내어 장작으로 쓸 뿐이었다. 트리가 소유하고 가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그저 그렇겠지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며 욕심을 가지지 않는. 호그와트의 따뜻한 잠자리도, 제대로 따뜻한 햇볕에 말려져 다려진 교복도 트리는 받아들였다. 조금 더 일찍 받았더라면 같은 생각은 할 것도 없이 그대로 누리었다. 깨끗한 곳에서 지내게 된 것은 처음이었고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스노스필즈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에 하나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또 그곳에 맞춰 살아갈 것이다. 무소유, 무가치. 트리는 누군가의 지갑을 훔치며 살아가지는 않았다.

비가 내리던 날 네 집에 내던져졌을 너의 동생을 상상해보았다. 비 내리는 런던의 골목길과 그 저택 앞은 똑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물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 힘껏 밟지 않아도 찰박이는 소리. 그것은 모두 지워질 수 없는 기억처럼 새겨졌을 것이다.

" 자유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흙탕물에 발이 빠지면 모두 빼내려고 하잖아. "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발이 늪에 빠진다면 빼낼 노력은 몇 번 하겠지만 살려달라는 말은 외치지 않을 것이다. 쉽게 주어지면서도 쉽게 빼앗기는 것이 자유이니까. 좋아한다면 좋아하지만, 그것을 가치로써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에 쥐어지는 것. 필요의 의미. 플라피스와 자신의 관계성. 트리는 당신이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이는 것들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나열해 갔다. 유흥은 가진 자들의 것. 모래를 손에 쥐는 것처럼 그는 모든 것을 양손에 얹어진 것들을 흘러가게 두었다. 그러니 그는 가진 것이 없다, 그러므로 유흥도 없다. 당신이 몇 개의 풍선을 쥐여주더라도 그것은 정말로 잠시 동안 무게를 느끼게 해줄 뿐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어떠한 재미도 되지 못한다. 그것을 우리는 유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전적으로 정의하는 유흥의 의미는 재밌는 것이 되는 오락. 

자신을 필요로 하다는 플라피스를 트리는 그러니까….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 저 애는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대화에서 플라피스는 자신을 동생과 동일시 혹은 그 이상의 존재 그리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을 고개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내보였다. 무언가 큰 반응이 필요하지는 않을 테니.

" 너도, 나도 언제나 호그와트에 있을 텐데 뭐. 필요하다면 언제나 대화상대가 되어줄게, "

대화상대. 트리가 받아들인 필요의 의미는 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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