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삼키는 뱀

To. Rear Schofield

Temporary by 커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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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빠진 모자가 내게 그리핀도르를 고했을 때엔, 내가 왜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선택을 받지 못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저 순수하지 못 한 반쪽짜리 마법사들은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선택을 받는데, 누구보다 슬리데린의 이념에 부합할 순수한 자신은 슬리데린에게 선택받지 못 했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어나서 언어를 이해할 때부터 늘 들어온 이야기들. 그걸 이루는 단어들의 정확한 뜻을 모르던 시절부터, 꾸준하게 내가 바라봐야하는 세상에 대한 교육과 가문의 신념, 이념 등에 대해서 배워왔다. 그러니, 슬리데린 출신이 많은 순수 혈통의 가문의 일원으로 당연히 그곳에 가야한다고, 아니,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스스로를 뱀 사이에서 자란 누구보다 가장 완벽한 뱀이라고 자부했었고, 순수 혈통 가문이면 으레 있는 ‘돌연변이’가 자신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러니, 제 오빠의 말마따나 그저 제 야망을 이루기 위한 용기를 고드릭 그리핀도르가 높게 샀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찌하여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선택을 받지 못 했는지, 제 앞의 진짜 뱀을 보고 깨달았다. 낮은 곳에서 풀 사이를, 낙엽 위를 기어다니다가. 독을 품고 때를 기다리는. 기회가 오면, 세상 온갖 진귀한 보석들을 전부 제 뱃속으로 삼켜버릴 것만 같은 뱀이 보인다.

“그게 왜, 뭐가 나빠? 네가 예전에 그랬잖아. 조금 더 사랑받고 싶다고… 왜, 계속 하다보니 질려?”

다정을 연기하는 목소리, 그 속에 숨은 조롱에 입술만 짓씹었다. 네 말대로 이건 하나도 나쁜 것이 아니었고, 심지어 이건 자신이 직접 선택한 길이었다. 그 길 끝에 놓인 보상이 너무나도 명확하고 달콤해서 올랐으니까. 제 선택인 주제에, 포기하지도 않을 거면서, 꼭 남이 시킨 것마냥 굴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애초에 하지 못할 거라면 다 버려, 트릭시. 어찌됐든 그 집에 계속 머물고 싶어서 그러고 있는 거잖아. 그러고도 나에게 화풀이 할 정도라면, 너도 다 내려놓아.”

“왜, 그 특혜는 놓치기 싫어?”

특혜가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알고 있다. 순수한 혈통의 마법사. 유서 깊은 집안. 인정받지 못 하는 순수하지 않은 마법사.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그를 위한 희생을 전부 모아 그 정수를 뽑아내어 만든 구역질 날 정도로 악취나는 특혜. 그 악취가 집에서, 자신한테서 나는 것같다.

역겨움과 혐오감이 묻어나던 네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렇게 냄새가 진동하는데 당연하겠지. 더 역겹게, 더 혐오스럽게 굴면 너는 그 감정을 대놓고 드러낼까?

정적은 웃음소리가 깨트린다. 손바닥까지 맞부딪혀가면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웃느라 벌겋게 바뀐 눈가에 맺힌 부러 눈물을 부러 큰 동작으로 닦는다.

“…하하하!! 응, 그렇네. 맞아, 전부 네 말대로야. 나쁜 건 아무것도 없어. 그저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간단한 길일 뿐인데. 응,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집에서 머물고 싶어. 특혜도, 전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그 특혜가 차별이든, 다른 사람의 목숨이든 무엇을 쌓아 올려 만들어졌던지 말이야. 그런 건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건데.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이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을 것같은데… 호그와트의 누구보다 특혜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컸을 네가 말해서 그런가? 그 특혜를 위해서 짓밟혔을 대상인 네가 말해서인가? 누구는 평생 바라도 기회조차 오지 않을 길 위에 올라놓고서 투정이나 부렸네. 하하, 나 정말 특혜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컸나 봐. 누군 매일 아침 식사 차려주면서 돈 벌었는데 말이야. 난 얼마를 준대도 못 할 거야, 애초에 요리할 줄도 모르지만.”

말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한 손을 제 가슴께에 올리고, 조금 숨을 가다듬는다. 여전히 미소가 번진 얼굴이, 남은 웃음을 토해낸다.

“맞아, 에버화이트가 무얼 밟고 쌓아서 지금 자리에 왔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데. 삼촌처럼 틀에서 도망가면 안 되는데. 그러면 집에서 버려질 뿐인건데. 길 밖의 일들은 그저 무시해버리면 되는 건데… 내가 대체 왜 이런 생각을 했담? 하하, 바보같아라… 방학 때도 내내 졸업 시험 준비때문에 너무 지쳤었나봐. 너한테 괜한 투정이나 부렸네.”

겨우 웃음을 가다듬어 만든 미소와 함께 네 손을 잡는다. 가늘게 호선을 짓는 눈으로 네 모습을 바라본다.

“…그래도 넘어가줄거지, 리어? 에버화이트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호그와트에서 적어도 너만큼은 내 편이 되어줄 거라며. 방금 내가 한 말은 전부 잊어주라. 비밀로 해줘, 응? 입에 지퍼를 채울 돈이 필요하다면, 줄게. 아니면 다른 대가가 필요해?”

표정과 달리 전혀 웃지 않는 눈동자가 네 푸른 눈을 바라본다.

어째선지 마음 한 켠이 무겁다. 그럼에도, 이렇게 틀에 자신을 집어넣으니, 가족들이 만족스럽게 미소짓는 것이 보인다.

그래, 이거면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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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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