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와 번데기 蓓蛹

To. Alieta Dalie

Temporary by 커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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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부터 내게 말하려고 하는 그 무거운 짐이 대체 무엇이길래…. 너로 하여금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 걸까.’

베아트리스는 지금껏 제 친구가 저렇게까지 긴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알리에타의 모습은, 언제나 당당하고, 거리낄 것이 없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기에….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듣고난 후에도 친구로 남아달라고 이렇게나 간곡하게 부탁하는가 걱정되는 동시에, 조금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네가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것일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원래 무엇이든 기준을 극단적으로 높이거나 낮추면서, 사람은 자신의 일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눈속임하곤 하니까.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베아트리스는 일부러 더 활짝 웃으면서 약속의 말을 뱉었다. 네가 지금처럼 잔뜩 긴장하고 움츠려든 표정을 짓지 않을 수만 있다면. 자신은 얼마든지 알리에타를 안심시키기 위해 기꺼이 그에 알맞은 표정을 짓고, 목소리 톤을 높이며 누구보다 완벽하게 당신을 안심시킬 수 있는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다.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어떤 사람이어도. 버드의 친구로 계속 남을게.”

“…혼혈이야. ……. …후계겠지.”

알리에타가 고한 진실을 들었을 때, 사실 첫 문장 이후의 말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런 태평한 생각이나 들었다.죄책감으로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하는 당신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베아트리스는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배신감이 들지도 않았고, 동정심이 들지도 않았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야 이제와서 알리에타와 함께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기차에서 만난 그 때부터. 같은 기숙사가 되고. 차를 마시고. 서로의 집에 초대하고. 편지를 주고받고. 목걸이를 나눠 갖고. 서로를 걱정하고. 그리고 너와 마주보고 웃는 그 모든 순간들이, 그때 느낀 수많은 감정들이 거짓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이제껏 거짓말해서 미안. 트릭시.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일게.”

베아트리스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지 못 하고, 찻잔만을 바라보는 알리에타의 모습을 그저 바라봤다. 네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과 동시에, 네게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는 것이 몹시도 미안했다. 제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가 보였다. 자신이 너를 아는만큼, 너 역시 나를 잘 알았으니 분명 내가 실망할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같았다. …그래도 이걸로 분명해진 것이 아닐까. 네가 나를 아는 것보다는, 자신이 너를 조금 더 안다는 사실이 말이다.

우리의 관계는 서로의 가문과 배경을 보고 시작했고, 그 안에 거짓의 씨앗이 섞여 들었을지언정, 끝없이 자라났다. 그리고 그 안에 섞인 거짓의 씨앗은 알리에타의 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호그와트를 가는 기차 객실 안에서, 이름을 듣고 베아트리스가 친해지고 싶었던 것은, ‘달리에’라는 가문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알리에타는 분명 ‘순수 혈통’일 것이고, 제가 어울려도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 끝에는, 분명 부모님께서 기뻐하며 칭찬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순수하지 못한 접근이었다. 하지만, 네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소중한 사람이 될 줄 몰랐다. 그런 마음으로 접근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말이다.

그러니, 지금 와서는 네 심장을 이루는 피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버드, 나는-”

그리고, 순간 집이 떠올랐다.

네가 ‘순수혈통’이 아닌 것을 알면, 아무리 그 ‘달리에’ 가라고 하더라도. 너와의 교류를 허락해 줄까?

정답 또한 알고 있었다.

절대 네 혈통이 다른 이들의 귀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분명 나한테서 너를 빼앗아 갈 것이 분명하다. 이 사실을 알면, 너는 또 걱정하겠지. 그러니까, 우리의 관계에 거짓의 씨앗을 하나 더 섞을 것이다. 그래도 분명 티나지 않을 것이니까.

“이제와서 네가 혼혈이래도, 머글 태생이래도. 너는 언제나 내 친구, 알리에타야.”

절대로 네 태생을 집안 사람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들어갈 것을 알고 있었다.

“졸업하고 이젠 개학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휴가가 시작되면. 또, 달리에 가에는 붉은 달리아 꽃이 만개하겠지? …예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네가 가주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던 말. 너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던 말. 그러니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네 편지에 영 답장을 못 하는 것같은 날이 온다면 말이야. 내가 널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 믿어줄래?”

나는 네가 소중하다는 이유만으로,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유만으로, 거짓말을 한다. 네가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웃는다. 그야, 정말로 네가 날 믿고 내게 제일 먼저 네 가장 큰 비밀을 말해준 것이 고마웠고, 기꺼웠고, 행복했으니까. 이 웃음에는 단 한 점의 거짓도 없다.

“내가 너의 성공을 빌고 있는 중이라고 믿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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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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