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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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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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ca9gJyjoAg?si=-FrlFtQxNFu7o6nY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쥐가 벽장에서 기어 다니는 것처럼 종이가 바스러지는 것처럼 모두가 수군거린다. 인간의 눈은 두 개이며 사람은 여럿인데 어찌 그들이 좇는 끝에는 단 한 명밖에 없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이 큐빗이기 때문이다. 시선이 따라오는 것은, 문장이 집어삼킬 듯 입을 찢어 벌리는 것은 내가 큐빗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 대해 무어라 수군거리는지 잘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부터 사람들은 나를 볼 때면 같은 주제로만 문장을 주고받으니 말이다. 그 주제가 나를 명명하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은 수군거렸다.

" 알아. 다들 나에 대해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

그런 사람들을 향해 달린은 무슨 생각을 하나. 복수, 원망, 분노, 애원.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들이 달린의 속에서 들끓는다. 

사람을 돕는 것을 가족들은 태어났을 적부터 지워진 자신들의 숙명인 것처럼 행해왔다. 부랑자, 거지, 무명의 환자 그 누구라도 그들은 돕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큐빗의 선행은 해바라기가 태양을 바라보는 것 마냥 한 방향으로 향했다, 오직 일직선으로. 쭉 올곧게. 그 끝은 석양 마냥 불타는 제 집이었지만.

들끓는 감정은 그날 불타던 집과 같았다.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무너져내리는 목재의 건축물. 난로 속 땔감이 불 속으로 던져지는 것처럼 무너져내린 집은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숯이 되어갔고, 타는 냄새 사이 약재들이 불타는 냄새도 뒤섞였다. 달린 가족의 모든 신념이 담긴 것이 불길 속으로 타들어 간다. 환자의 피가 아닌 아버지의, 어머니의, 자신의 피가 시야에 들어온다. 까만 연기 속 희미하게 들려오는 서로의 이름. 그러나 그 소리는 연기와 함께 하늘 위로 점이 되었다. 모든 것이 불탔다. 집도, 가족도, 신념도. 아니지…, 아니야 단 하나 불타지 않은 것이 있지. 달린! 달린 서머 큐빗! 가족의 신념과 함께 자란 네가 아직 살아있지 않니! 달린, 오 달린. 해바라기 사이의 길의 끝인 석양 속에서 너는 무엇을 만났니?

인간은 죄를 짓는다. 그들은 달린을 향해 죄를 짓는다. 신은 불공평하여 그들에게 심판을 내리지 않아도 달린은 그들을 심판하지 않는다. 큐빗의 신념은 심판이 아닌 그들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무게추니까. 

달린이 석양 길의 끝에서 마주친 것은 바닥에 떨어진 열쇠였다. 누구의 집의 열쇠일까. 알량한 선행을 베푼 것에 대해 속죄하라며 제 집을 불태운 그 사람? 이것은 정해진 운명이라며 모두 우리의 탓이라며 수군거리던 학생? 우리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음에도 벌레라도 마주한 것마냥 기피하던 어른? 이 열쇠를 가지고, 어느 누군가의 집에 똑같이 쳐들어가 그들의 모든 것을 불태우면 만족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복수를 위한 계기일 뿐일까. 아버지는 내가 복수를 한다면 만족해하실까.

" 그렇지만 그게 그들의 죄는 되어도, 그들이 나와 똑같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는 되지 않아. "

달린은 열쇠를 못 본 채 하며 끝으로 보이는 길로 향해갔다. 자신이 만든 열쇠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훔친 열쇠는 그저 훔친 것일 뿐이다. 어떠한 신념도 의미도 가지지 못한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

" 이리스, 복수한 다음에는 무엇이 있어? 분명 지금의 고통을 내 손으로 없앴으니 행복하겠지만, 내가 그것을 위해 신념을 죽인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겠어. "

달린은 네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 그러니 그러지 마. 차라리 웃어줘. 과거에 휘말리지 않은 채 함께 복수가 아닌 더 많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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