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p of Theseus

프랑켄슈타인

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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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hD5isT0Png?si=Xf6EpyV5apRt8sYV

처음부터 온기라곤 한 점 존재하지 않았던 괴물의 몸뚱아리를 붙들어 안은 채 빅터 프랑켄슈타인 또한 괴물과 다름 없이 차갑게 식어갔다. 다른 점이라곤 이미 식은 괴물과 달리 그는 식어가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들면 최후라고 하기에는 과분한 아름다운 오로라가 펼쳐져 있었고, 빅터는 목석과 다를 바 없는 것을 끌어안으며 제 친우의 이름을 몇 번이고 읊조렸다.

" 앙리…. "

함께 이루고자 했던 꿈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그리고 자신을 외톨이로 만든 괴물의 중추인 제 친우.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죽어가던 중 마지막 의문을 던졌다. 이 괴물은 앙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 논제는 플루타르코스의 테세우스의 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앙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괴물을 이룬 고작 머리의 일부분일 뿐이다. 팔, 손, 다리, 발, 몸통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친우였을 하지만 흙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자들의 것을 하나하나 이어붙였을 뿐 그 무엇도 온전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괴물은 앙리의 기억과 지식을 온전히 가지고 있었는가? 이 답은 No. 처음 되살아났을 때 괴물이 룽게의 목을 물어 뜯었던 것을 여전히 기억한다. 짐승과 다를 바 없었던 지능과 행동거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인간과 유사한 언어능력과 지적능력을 가졌다지만 그것이 온전한 앙리와 같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어찌하여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어버린 이 괴물의 시체를 놓지 못한 채 끌어안으며 친우의 이름을 울부짖을 수 밖에 없는가. 이 답은 바로 후회다. 빅터에게 모든 순간은 후회뿐이었다.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믿으며 살아왔다지만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인정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깨달음.

처음으로 후회한 것은 다 타버린 어머니의 시체를 다시 성안으로 가지고 온 것이었다. 죽음은 일시적인 것, 재충전을 통한 생명창조. 평생 이것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그것은 오만한 인간의 착각일 뿐. 죽음은 영원하다, 신이 앗아간 온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처음으로 잃었던 온기는 어머니의 것이었다. 그것을 인정할 줄 몰랐었던 어린아이. 자신이 어머니의 시체를 가지고 오지 않았더라면 마녀의 소행이라며 우리의 성이 불에 탈 일도 없었을 것이고, 아버지가 불구덩이 속으로 자신을 구하러 와 그곳에서 깔려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누나를 고아로 만들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빅터의 첫 번째 후회였다. 

그다음으로 후회한 것은 줄리아의 강아지를 되살린 것이었다. 줄리아를 사랑한들 그 눈물을 흘리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추어 보아 생명을 되살리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때 깨달았어야 한다. 이미 한번 죽은 것은 일시적으로 유사한 생명을 얻더라도 죽기 전과 같은 모습 그대로 소생될 리 없다는 것을. 줄리아를 물어 뜯던 그 강아지의 모습을 뇌리에서 지우지 말았어야 한다. 인간의 불행은 자만심에서 비롯되니 다음에는 성공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절망을 나은 것이다.

세 번째로 후회한 것은 세상에 버려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단 한 번도 버려지지 않았으며, 책임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이다. 누나는 홀로 남을 자신을 위해 마음을 굳세게 먹으라 조언해주었으며, 룽게는 어떤 위험한 곳에서도 불평을 하더라도 자신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으며, 줄리아는 몇 년을 자신을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앙리…. 앙리의 첫인상은 샌님이었다. 인간의 생명은 적군이더라도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실현 불가능한 낙원을 꿈꾸는 그런 의무병. 그러나 자신의 낙원은 실현 가능하다고 믿으며 그의 논문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열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벌어진 이 참극을 보아라. 낙원은 온데간데없으며 모두가 피 칠갑을 한 채로 죽어있지 않은가. 

' 살인자! '

앙리가 죽던 순간까지 민중이 손가락질하며 소리치던 말. 그것은 정말로 앙리에게 향하는 것이 맞는 말이었을까. 두 손을 들어 보아라, 제 손에서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이는 고이고 흘러 강이 되었으니 주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스스로가 만든 피조물도 제어하지 못하는 창조주여 내가 정녕 살인자일지어다. 그래! 내가 살인자였던 것이다. 인류의 발전, 생명의 창조 그 무엇도 아닌 모든 것을 죽이고 죽이고 죽인 살인자! 앙리, 앙리. 아, 너는 나의 꿈속에서 살아가겠다 말해주었지만 우리의 꿈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구나. 

오로라가 퍼져나간다. 오로라는 대기와 자기장이 마찰하여 일어나는 방전현상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생명창조와 다를 바 없지만, 그보다 아름다우며 누군가를 희생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북극의 오로라 아래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친우의 머리를 가진 괴물 옆에서 차갑게 식어간다. 그 누구도 옆에 남지 않은 외톨이, 살인자. 그는 그렇게 두 눈을 감는다. 결국 자신이 친구를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인지, 괴물을 창조해냈던 것인지 답을 얻지 못하고 스스로가 괴물인 것만 깨달은 채.

떠나자 그 누구도 없는 북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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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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