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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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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pRu9u-s6cs?si=2RRk_E36bphyGgNy

" 트리, 넌 강한 사람이구나. "

동정이 아닌 문장이었기에 그저 무감각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여러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당연하게도 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살아온 곳이 그닥 일반적인 부류의 동네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으며 그곳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도 자신 말고는 있었으니까. 다만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위한다며 내비치는 어쭙잖은 표정과 문장은 불쾌했다. 자신을 보여줬을 뿐인데 그것이 동정을 살 일인가? 살아온 배경이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똑같이 기회가 주어져 이 곳, 호그와트에 있지 않은가. 또한 동정이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질 이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트리는 이따금 자신이 살던 곳에 대해 둘러 말하곤 했다 지금처럼.

" 왜 그런 표정이야. "

웬디는 동정을 표하지 않았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는 아이라서 그런거겠지. 하지만 이럴까 봐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이따금 불쑥 떠올라 문을 두들기는 하더라도 단지 호수 위 나뭇잎이 떨어진 것마냥 잔잔한 파동일 뿐 파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너를 보는 것이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정말로 유감이었다.

" 있잖아, 웬디. 나는 그냥 트리고 너는 여전히 웬디고…. 우리는 여전히 친구니까. "

주어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스노스필즈에 살았었고, 내 이름은 트리이며 내 앞의 있는 너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 웬디이다. 우리는 아주 많이 다르고 서로를 모를지언정 상대를 싫어하지는 않으니 그 격차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줄여나가면 그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런 곳에서 살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트리는 자신 또한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과 생각은 옳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언젠가는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천천히 수용하고 포용하며 황량한 사막에서 푸른 숲이 된다면, 그때 자란 숲에서 나무 한 그루는 당신이 심어준 것일 것이다. 푯말은 다정한 이해.

" 그러니까 표정 풀어. 안 그러면 밤에 잘 때마다 괴롭힌다-? 부(BOO)! 하고. "

무뚝뚝하게 당신을 쳐다보던 트리는 할로윈의 이불을 뒤집어쓴 유령이 된 것마냥 양손을 들어 BOO 소리를 내며 장난스럽게 위협해왔다. 당신의 다정은 고맙지만 여전히 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자신에게 불편한 상황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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