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노치카]이치카의 다이어리

아우터 사이언스 Ⅱ

드림소설 '이치카의 다이어리' 백업

"설마... 반복해왔던 거야? 이 짓거리를? 네가 말하는... 마리가 가졌다는 그 「여왕의 힘」이라는 건 설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인 거야?!!"

"조금 수정하고 싶긴 하지만 뭐, 정답이다."

그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거짓말... 거짓말이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니... 있을 수 없잖아!!!"

"받아들여라, 이것이 운명이다. 그리고 원래 심하고 무르고 하찮은 이야기가 진짜인 법이지."

그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광기 어린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거기서 난 절망을 맛보았다.

"자,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도록 하죠, 여왕!"

탕하고 강렬하면서도 차가운 소리가 내 귀에 박히고, 배에도 박혔다. 나는 비명 대신 묵직한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아프다. 괴롭다. 정신이 아늑해져만 간다. 이 감각은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 어릴 적 그때와 똑같은 감각이었다.

죽는다. 이제 정말로 죽는다. 눈에서 흘러내린 투명한 물방울은 붉은 웅덩이 속으로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젠 싫어!!!"

...뭐야, 저거. 저게 마리야?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울부짖는 마리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초점을 잃은 눈, 얼굴에 오소소 돋아나는 뱀의 비늘, 길고 몽실몽실했던 머리는 어느샌가 확 짧아지더니 사라진 머리를 대신하듯 늑골 같은 무언가가 마리의 등 부분에 자리했다.

괴물.

그 이상 지금의 마리를 잘 표현할 단어는 없을 것이다.

마리의 각성에 동요한 것인지 눈이 맨 처음 능력을 얻었을 때처럼 뜨거워졌다.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그때처럼 의식이라도 얼른 잃으면 좋으련만, 웃기게도 의식과 흐릿 시야가 더 선명해질 뿐이었다. 점점 더 망가져 가는 마리를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자─

─뱀이 보였다.

죽은 메카쿠시단원 전원의 시체 안에서 뱀이 한 마리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칠흑 같은 검은 비늘에 붉은 눈을 한 그 뱀들은 우리들을 「아지랑이 데이즈」로 안내한 그 뱀과 매우 흡사했다. 우리의 능력은 아지랑이 데이즈에서 얻은 뱀의 능력이라고 카노가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내 능력으로 「뱀」을 볼 수 있다는 것엔 상당히 놀라긴 했지만...

지금 이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단원들 안에 있는 뱀들은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곳에는 마리가 있었다. 완전한 여왕으로서 각성한 마리가. 마리의 뒤쪽에선 마치 사진을 찢어내듯, 조각을 뜯어내듯 세계가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그 미친 것 같은 광경 속에서 그는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아아, 끝이다.

아니, 다시 시작인가.

이 미친 짓을 또다시.

지금의 나처럼 과거의 나도 똑같이 절망했을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의 나 자신도 결국 세계의 끝에서 절망하고 말겠지. 나도, 메카쿠시단원 전원도.

잠깐만. 「메카쿠시단원 전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에 정신이 멍해졌다. 난 서둘러 뻣뻣해진 고개를 애써 들어 다시 한번 메카쿠시단원 전원을 보았다. 모두 빠짐없이 죽어있었고, 모두 빠짐없이 각자 한 마리씩 「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전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신타로씨는 능력자가 아닌데도.

눈을 깜박여봐도 신타로씨한테도 뱀이 있었다. 우리 메카쿠시단에서 유일하게 능력자가 아닌 신타로씨에게 하얗고 하얀 뱀이.

「저 사람이 최선책이야!」

누가 말하는지도 모르는 말에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미친 짓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저 사람이라고.

"신타로씨, 제 말 똑똑히 들으세요!"

놓칠 것만 같은 정신을 억지로 붙잡고, 이미 죽어있는 사람을 상대로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게 된 그 모든 것들을.

8월 15일

죽음

아지랑이 데이즈

메두사

능력

붉은 눈

여왕

루프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키도, 세토, 카노, 모모, 에네, 히비야가 세계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나는 마지막까지 버티려 하나 남은 손으로 바닥을 긁으며 신타로씨에게로 다가가 뿌옇게 흐려져 있는 그의 눈을 가까이서 마주 보았다. 이 사람 눈에는 내가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죽을 때 청각은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목소리가 닿는다면, 그리고 혹시 그것에 뇌리에 강렬히 박힌다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발악하며 외쳤다.

"또 이런 일을 겪을 순 없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기억을 떠올려줘! 조금이라도 앞을 향해줘!!!"

부서져 가는 세계와 함께 나조차도 부서지는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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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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