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 days Ⅰ
드림소설 '이치카의 다이어리' 백업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갑자기 발에서 느껴지던 딱딱한 감촉이 사라지고 공중에 붕 떠올랐다. 아까 등에서 느껴졌던 감촉은 분명 당신의 손이었을텐...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내가 왜 이렇게 있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어서 그저 멍하게 있으니 슬로비디오처럼 몸이 천천히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와줘─!
미처 소리로 내뱉지 못하고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하지만 내 손은 누군가에게 닿지못한 채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도와주지 않는 거야?
혼란스러운 내 심정처럼 마구잡이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당신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알아채고 말았다. 당신의 눈에 깃든 두려움을, 그리고 희미하게 어린 통쾌함을.
왜?
왜 그런 눈으로 날 보고 있는거야?
지금까지 날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어?
대체 언제부터 그런 눈이었던 거야?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모르겠어!!!
그런 의문에 답해주지 않고 당신은 차가운 등만을 내보이며 사라질 뿐이었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목 안쪽을 틀어막고, 어느새 한가득 고여버린 눈물이 시야를 가려버린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이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그에 맞추어주듯 시끄러운 매미 소리가 내 귀마저 막아주었다.
내가 동경했던 사람. 같이 놀거나 한 적은 그다지 없지만 늘 당신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동경하며 저런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어쩌면 그건 단순히 당신이 내 유일한 사촌오빠라서, 주변 사람 중 나와 제일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난 당신이 좋았다. 주변의 가식과 위선으로 치장한 어른들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사람. 그런데 그런 당신이 왜!!!
눈물과 함께 배신감과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차올라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당신이 밉다.
죽을 만큼 밉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런 거 생각해도 아무 소용없겠지.
조용히 눈물이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아빠....!"
「죄송해요.」라는 말도 채 하지 못하고 체념한 채 눈을 감으려는 그 순간─
똑똑히 보였다. 커다란 이빨이 달린 듯한 커다란 입을. 그것이 망막에 강하게 새겨진 그때, 크나큰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고, 붉디붉은 선혈이 파란 하늘에 튀어 올랐다. 주위가 차갑게 변하며 서서히 아늑해지는 의식이 끝을 고하자 그 입은 나를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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