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힐) 생일 선물

셀님께 드린 릭 생일 축하 기념 썰!

릭 답지 않은 것 같지만 릭을 각잡고 써본게 첨이라ㅎㅎ…

암튼 셀님 받아줘요! ₍⑅ᐢ..ᐢ₎

힐데가 누워있을때 릭 생일이 지나버렸다… 는 전제의 썰입니다.

아침부터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쏟아지는 연락에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하고나서, 그는 평소보다 옷을 차려 입은 채 집을 나섰다.

날씨는 맑았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흐리지도, 햇빛이 따갑지도 않은 나쁘지 않은 날이었다.

10월 19일.

오늘은 그의 70번째 생일이었다.

하도 다녔더니 이제는 눈감고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은 곳.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변함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린 의료 기기들.

똑똑 떨어지는 링거액.

그리고 감겨진 눈.

릭은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뺨은 여전히 따듯했다.

그때, 죽어가는 것을 발견했을때와는 달리 온기가 남아있어 그는 오늘도 살아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릭은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띠, 띠.

규칙적인 기계음.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미약한 숨소리.

그 외에는 적막만이 가득한 곳에서 릭은 잠들어있는 얼굴을 쳐다보다, 그대로 침대 위로 고개를 숙였다.

오래도 자네...

70번째 생일은 특별하게 챙기는 거라고 아미한테 들었다며, 그날은 꼭 성대하게 축하해주겠다더니.

빠져가지고...

그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벌써 몇개월이 지났지?

계절이 바뀌고 전쟁의 뒷수습 절차가 어느정도 안정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힐데베르트는 일어날 기미도 없었다.

당신들을... 사랑해서 다행이야...

그 말을 남기고 쓰러져버린 후임.

그는 순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여 이대로 그를 잃어버리는 걸 까봐 겨우 정신을 다잡고 움켜잡은 몸을, 치료실로 들어갈때까지 놓을 수 없었던 손을 풀고 너를 놓아주어야 했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너는 알까.

이대로 영영 보지 못할까봐, 그게 마지막 모습일까봐.

힐데가 잠들어 있는 동안, 습관처럼 손에 쥐어보던 리볼버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대신 그에겐 다른 습관이 생겼다.

먹을 사람 하나 없는 그 좆같은 프랜차이즈 누들을 만들어놓고, 면이 퍼지고 솟아오르는 김이 사라져 결국 차갑게 식어내릴 때까지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보는 것.

멍청하기 그지 없지. 그런다고 힐데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어리석게도 릭은 그 짓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 저를 보고 스카는

이 얘길 들으면 힐데가 기뻐하겠네.

하고 얘기했지만...

글쎄.

리볼버를 신경 안쓰시게 된 건 다행입니다. 아예 처리해 버리시면 좋겠지만... 그리고 너무해요! 저한테는 잘 안만들어 주셨으면서!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면서도 툴툴거릴 얼굴이 선했다.

픽.

릭은 코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힐데의 머리카락은 그가 얌전히 눈을 감고 잠들어있던 사이에 조금 자라 이제는 목덜미를 살짝 덮을 정도였다.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그는 떠올렸다.

1차 전쟁 후, 그가 돌아올때까지 걸린 시간은 50년.

이번에도 그만큼 지나야 돌아오려나.

그때까지 안 죽고 버텨볼테니까...

릭은 이불속에 얌전히 놓인, 조금 야윈 손을 조심히 들어올렸다.

그땐 생일 선물로 일어나 주기나 해

부디 그 금빛 눈을 내게 보여줘.

기도가 담긴 입맞춤이 손등 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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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진지한 오리

    아아아 너무 달달해요 저 이탈리안 환자한테도 숨쉬듯 플러팅하네!! 힐데야 저남자다 어서 일어나서 저남자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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