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힐) 이런 로코 보고싶다

선결혼 후연애

힐데씨 혹시...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힐데는 재빨리 달려갔어.

이때 가야할 곳은 단 한 곳 뿐.

윤, 저 어떡하죠

그 누구도 쉽사리 옆에 올 수 없는 인간 방어막 윤의 데스크 옆에 찰싹 붙으며 힐데가 말했어.

저 또 고백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맘에 안들디?

그야 잘 모르는 사람들이니까요. 고백받는다고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잖습니까. 제 정체 문제도 있는데...

맘에 들면 만나보는 거지.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해

아무튼요! 이제 그만 받고싶어요... 거절하는 것도 미안하고... 민망하기도 하고요

한숨을 푹 쉬며 꿍얼거리는 힐데의 말에 윤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어냈어.

하지말라고 하면 되잖아

근데 '저한테 고백하지 말아주십쇼' 이러면 너무 자의식 과잉같지 않나요?

것도 그렇네

윤이 픽 웃음을 흘렸어.

진짜 곤란하다구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뭐라도 좋으니 절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음 좋겠어요

힐데는 알지 못했지. 이게 본인의 인생을 뒤흔들 엄청난 실언이었다는 사실을.

뭐든?

네?

윤의 데스크 위에 턱을 대고 엎어져있던 힐데가 눈동자를 들어올렸어. 검은 눈동자가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지.

진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윤이 힐데를 빤히 보며 재차 물었어.

뭐지? 방법이 있는건가? 근데 윤이 인간관계, 특히 연애에 있어 떠올릴만한 방법이라...

불안한데.

어, 제가 할 수 있는 거고 그분들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 실수를 떠올리며 힐데가 그렇게 말하자 윤이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이내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어.

해결해 줄테니 그 말 무르지 마라

윤은 힐데에게 1달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 기간동안은 제 옆에 붙어다니거나 제 데스크에 눌러 살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서.

힐데는 냉큼 그렇게 했다. 본부를 돌아다니다 고백받느니 윤하고 함께 있는게 훨씬 나았으니까.

그치만 바로 옆에서 지켜봐도 딱히 뭘 하는 것 같진 않았는데...

그렇게 의심 반 신뢰 반으로 윤이 내놓을 해결방법을 기다리던 어느날.

힐데는 코어 내부에 열린 포탈에서 튀어나온 크리처를 토벌하러 출동했어.

포든 때 만큼은 아니지만 빌딩이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

가까운 곳에 있던 배저들이 급히 소집됐는데, 현장으로 온 배저들 중엔 윤도 있었어.

?

뭐지? 왜 윤이?

위험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본부에 있던 윤이 올 정도는 아니지 않나...?

힐데는 의아했지만 그래도 일단 윤이 있으면 든든하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크리처 처리에 집중했어.

그리고 크리처를 전부 처리하고 구조활동에 합류하려던 힐데의 눈에 커다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채 윤에게 달려가는 기자들이 보였어.

특종을 잡겠다는 목적 하나로 윤에게 저렇게 거리낌없이 접근하다니 대단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곧 윤의 입에서 꺼지라는 말이 나오겠군 하는 생각을 하며 힐데는 인명 구조에 집중했어.

그리고 마지막 구조자를 구급대원들에게 맡기는데, 윤이 아직도 카메라 앞에 붙잡혀 있는거야

어라?

그리고 그때 윤이 고개를 돌렸어. 그를 쳐다보던 힐데와 눈이 마주치자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손을 들어올렸어.

특종을 원한다면 주지

얼굴 옆까지 올라간 왼손의 네번째 손가락에서 빛나는 금색과 검은색 보석이 박힌 반지.

오늘부로 힐데베르트 탈레브는 내 약혼자가 됐으니, 함부로 넘보지 말도록

이상.

그 말을 끝으로 윤은 용건은 끝났다는 듯이 망설임 없는 몸짓으로 넋을 놓은 기자들과 카메라맨 사이를 지나, 마찬가지로 넋을 놓은 힐데에게 성큼성큼 걸어갔지.

우린 먼저 돌아간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

남아있는 배저들 중 가장 연차가 높은 자에게 그렇게 말한 후 윤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는 힐데의 어깨를 감싸 데려갔어.

충격적인 발표에 넋을 놓았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져댔지만 이미 윤은 힐데를 데리고 군더더기 없는 발걸음으로 그 장소를 떠난 후였지.

그리고 힐데는.

힐데는 주머니 안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을 애써 무시하며 소리쳤어.

미치셨어요?! 아니 제가 무슨 윤이랑 약혼을 해요!!!

이제 고백받을 일 없어졌잖아

아니... 아니! 물론 자기가 고백 안받았으면 좋겠다고 하긴했지만!

이런 일을 벌이실거면 사전에 상의를 하셨어야죠!

왜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왜 그런걸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얘기해! 코어 사람들이 다 볼텐데!

어이가 없고 도저히 이해가 안돼, 진정을 못하는 힐데를 지켜보던 윤이 아, 하고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어.

반지 네것도 있으니까 끼고다녀라. 검 쓰는데 불편하면 목에 걸고 다니던지

안할겁니다!!!

그리고 힐데는 대명절마냥 모든 동족과 인간들에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는 연락 세례를 받게 되고...

[요우: 지금이게무슨상황인지당장설명해!!!!!]

[이고르: 단장 미쳤냐?]

[델테이: 힐데!!! 약혼이라니! 나한테 일언반구도없이!!! 이건 아니지!!! 너 그사람이랑 결혼할거야?!]

[카이로스: 약혼?]

[로즈: 단장님^^ 지금 바로 갈게요!]

[예현: 힐데, 지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소피아: 협박받았니?]

[리카르도: 상대는 신중히 고르는게 낫지 않겠어~?]

[아미: 힐데!!!!! 이거 진짜야?!?!? (눈이 만화처럼 튀어나온 뱁새 이모티콘)]

[칼: 선배님 독단이겠지. 힘내라.]

[스핏파이어: 그 지루한 자와 그런 사이가 됐나? 하지만 이 또한 유쾌하다면 유쾌하군. 축하하네!]

절대 아니라고 이건 오해라고 두다다 답장을 작성하는 힐데를 보며 윤이 눈썹을 까딱였어.

해결해줘도 난리야

이게 뭐가 해결이에요! 빈대 잡겠다고 집에다 휘발유 뿌리고 불붙인거지!!!!

어쨌든 이제 고백 받을 일은 없어졌잖아

아 이제 사람들한테 뭐라고 해명하지...

뚱한 표정을 짓는 윤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채 힐데가 제 머리를 쥐어뜯을 기세로 움켜쥐며 끙끙 앓았어.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하실거냐고요...

결혼할까?

진짜 미치셨나요?

힐데는 진짜 두눈에 걱정을 담아 윤을 쳐다봤어. 이쯤되니 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게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꿈이거나.

윤하고 결혼하면 저한테 무슨 메리트가 있는데요

일단 혼인신고 이후부터 내게 들어오는 로열티의 반을 네게 주마

!

인류가 지구 전체를 영토로 수복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들어올 안전자산이지

헉...

솔직히 조금 혹했다.

그리고 부부의 일상적인 가사와 관련된 채무는 공동책임이지. 빚의 절반이 탕감되는거야

일상적인 가사요? 코어장치가?

콜튼을 죽인게 가정의 평화랑 무슨상관이야.

그냥 그렇다 치자고. 어차피 콜튼을 그때 죽이지 않았으면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가정의 큰 위기 아니냐. 그걸 지킨거면 뭐 일상적인 가사 활동이라고 봐도 되겠지

억지잖아요!

그래서 싫다고?

아니...

지속적인 불로소득, 심지어 액수도 커...

빚이 절반으로 탕감...

눈 딱감고 윤이랑 결혼만 하면...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힐데 보고싶다. 신체포기각서가 싫으면 혼인신고서라도 써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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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퇴근하는 쿼카

    아ㅠㅠㅠㅠ너무웃겨요 고백 그만받고 싶댔더니 냅다 약혼발표<<<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엔 기자들 무시하면서 오늘부터 얜 내꺼다. 하려고 기자 상대하는 최윤 <<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하실거냐고요.... 결혼할까?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ㅠㅠㅠㅋㅋㅋㅋ 배저들 문자도 너무 웃겨요 누가 누군지 말 안 해도 다 알아보겠어요 ㅋㅋㅋ 하근데 암만봐도 눈 딱 감고 결혼하면 따라오는 조건들이 너무 달콤해요 로열티 반띵에다 빚까지 탕감 ㅋㅋㅋ 돈복없는 힐데한텐 너무 혹하는 조건들인 ㅜㅜㅋㅋㅋ

  • 달리는 고양이

    영감님...혹하면 안돼요...영감님눈을떠

  • 진지한 오리

    영감님... 다단계 안당하게 조심하세요... 아니 근처에 그분이 있으니 안당하겠구나... 그분이 사기를 쳐서 문제지...(눈물

  • 개성있는 너구리

    신체포기각서가 혼인신고서로 바뀌는 날이 멀지 않아보여요ㅋㅋㅋㅋ주변인 문자도 하나같이 즐거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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