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치

#1 (23.11.06 재업)

~23/11/06. 뒤로 갈수록 최신. 히츠가야 위주.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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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히츠가 모모보다 연상이라는 거 봤는데, 아마 외견에서의 차이 때문에(+모모도 부정 잘 안 해서) 오는 오해가 많지 않았을까.. 당장에 팬들 사이에서도 히츠가 동생인 줄 알았으니까.

사실 히츠가 루키아 있는데도 최연소라는 걸 좋아했었는데, 히나모리<히츠가야<렌지, 루키아 는 말이 안 되니.

-

“히나모리 씨, 히츠가야 군은 히나모리 씨보다 동생이지?”

히나모리는 큰 눈을 동그랗게 띄우며 질문한 사람을 말뚱히 바라보았다. 키라 이즈루. 절친한 동기는 말 그대로, 의아하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당장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알고 있을텐데. 히나모리는 새삼스레 웃었다.

“왜 그렇게 물어봐, 키라 군?”

“아니, 얼핏 보면 그런 것 같은데― 히츠가야 군이 히나모리 씨를 너무 챙기니까. 히나모리 씨도 익숙해 보이고.”

“그렇게 보이나…? 음, 하긴.”

옛날부터 잘 챙겨줬지. 섬세하고, 다정하게. 툴툴대면서도 굳이 따라오면서.

히나모리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먼 옛날, 그가 저보다 컸을 때. 그때랑 태도는 변하지 않았는데, 신체가 바뀐 것 만으로.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키라 군에게만 알려줘야지.”

“…어?”

“사실은 말이야, 시로 쨩이 오빠야.”

“…!”

낮게 깔린 녹빛 눈에 경악이 어린다. 그제야 그 태도가 이해됐는지, 키라는 소리없이 제 입을 가렸다. 즐거운 사고 하나 친 기분에 히나모리는 미소를 유지하며 키라의 귀에 속삭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야? 시로쨩이 오빠라는 거.”

“으, 응.”

키라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잽싸게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밀빛 머리카락이 움직임에 따라 살랑이고, 히나모리는 멀리서 보이는 은빛 머리카락에 미소 대신 활짝 웃으며 팔을 크게 들어 흔들었다.

“시로쨩, 여기, 여기!”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에이, 괜찮잖아~ 시로쨩은 시로쨩인걸.”

“괜찮지 않다고.”

“아, 안녕. 히츠가야 군…”

“…아. 안녕, 키라. 너도 있었나.”

“물어볼 게 있어…서. 응. 이만 가볼게, 히나모리 씨.”

“잘 가, 키라 군!”

키라는 최대한 여유로운 척 등을 돌려 빠르게 걸음을 돌렸다.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 가슴이 너무 크게 뛰었다.

세상에, 처음부터 반말하던 이유가 그래서. 이상할 정도로 챙기던 이유도.

키라는 그 강대한 영압이 어느정도 멀리 떨어지자 다시 그 자리를 돌아보았다. 어린 아이처럼 놀리기 딱좋은 반응을 해주면서도, 히나모리의 시선이 사라지면 차분해지는 얼굴이 작지만 흐릿하게 보였다.

세상에…

어쩐지 그 비밀이 너무나 납득이 가서, 키라는 멍하니 자리에 서있다가 아바라이의 부름에야 정신을 차리고 교실로 이동했다.

수십년이 지나도 놀라운 진실이었다.

2.

히나모리가 히츠가야에게 '시로 쨩' 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사실 먼 옛날의 '오빠(오니쨩)'를 대체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다소 뭉클해지는 부분이.

'히츠가야 군' 이라는 타협한, 바깥에서의 호칭과 '시로 쨩' 이라는 비밀스러운, 가족 간의 호칭.

3.

뱌쿠야랑 시로 관계도 파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부인과 꼭 닮아 사랑하는데도 티내지 못했던 여동생과, 여동생보다도 작고 동생과 같은 얼음의 향이 나는 소년. 여동생을 대입해서 천년혈전 이전부터 드문드문 신경써주지 않았을지..

히츠가야 입장에선 사실 어느 대장이나 거기서 거기였을 것 같아서, 소사편 이후로야 친분이 생겼을듯.

시로에겐 우키타케나 쿄라쿠, 아이젠 정도가 친한 대장이었을 것 같은데..(1, 2, 11, 12는 말해뭐해고 4는 친절하지만 너무 연차가. 6, 7, 9는 주변을 두지 않는 타입이고 3은 너무 능글맞아서(..)

그래도 우키타케와 쿄라쿠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제일 친한(본인 기준) 대장은 아이젠이었겠지. 나름대로 친하다고 생각했고, 여동생, 어쩌면 사랑하던 이가 그토록 믿는 사람이었으니 배신에 상처받고 유난히 반응이 격했던 건 당연할지도.

그래도 그 이후로는 대장들 대부분 친해졌을 것 같아요. 소이퐁이야 요루이치 바라기고, 총대장은 총대장이고 우노하나는 (이유가 안 바뀌니) 같다고 하더라도. 뱌쿠야와는 꽤 친해진 듯 하고 코마무라는 전립 벗고 한결 친근해지고. 히라코는 우키타케&긴 느낌이고 히나모리 잘 챙겨주니까.

로쥬로는 아름다운 겉모습에 좋아하고(사실 캐해 안됨) 켄세이는 애취급하면서도 시로의 강함은 신뢰하지 않을지.

시로: (전부 짜증나)

초반에 '멍청한 아저씨들의 멍청한..' 보면 충분히, 음.

4.

모두에게(최대한 아군에선) 사랑받는 최애를 굳건히 미는 편이라서, 대장들 사이에서의 관계를 나름대로 짜본 적이.. 있습니다. 현재진행형.

총대장은 막내에 아기인데 일까지 성실히 하는 아이를 아끼는 편이리라는 날조(근데 DDR..^-^)

소이퐁은.. 포기

이치마루는 란기쿠 동생같은 사람이니까.

로쥬로는 아름다운 사람이라서.

우노하나는 사실 아들처럼 키워준 사람 아닐까하는 날조..

아이젠.. 논외.

히라코는 어린 아가 열심히도 산디야 느낌으로 '아야, 고백 언제 할기고?' 같이 놀, 아니 아껴주는.

뱌쿠야는 성격 비슷한 동료.. 말도 비교적 잘 통하고, 루키아 잘 도와줘서.

코마무라는 책임감있고 성실한 아이를 아껴주는 편 아닐까..

쿄라쿠야 뭐

토센.. 앞 안 보이는거 은근히 신경써줬을 것 같고, 목소리에서 아이인 거 티나니까. '정의'를 추구하는 이는 아이를 아꼈을듯. 나가리됐지만.

켄세이도 아이는 신경써주는 편 아닐까.. 하지만 시로가 가진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자라키는 야치루와 대입해서 보지 않을지. 사실 어린 아이에게 다정한 켄파치를 밀어요. 제라드랑 싸울 때도 방식은 험하지만 지켜줬어..

마유리랑은.. 어.... 얘랑 친하면 안될 것 같음. 히츠가야 도망쳐. 얜 애도 안 봐준다. 진짜 안 봐준다...

그래도 유용한 놈이니까 친하면 좋지 않을까. 시로에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능력이 있는데 핵심내용 캐치 잘한다고 날조를 주면 자기 발명의 핵심이자 진가를 잘 알아봐준다고 호감을..

5.

내 새끼의 공식 미인 설정을 아끼고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살짝 의심은 가지만 쿨혼이 아름답다고 했던거 믿고 있음.

아 아니다 공식 미인 맞구나?? 란기쿠가 몰래 만든 사진집 완판이랬어(물론 아기를 사랑하는 다수의 호정대의 소행일지도 모르지만,, 인기가 많댔으니

6.

3석 아기 시절부터 "10번대의 히츠가야 3석, 귀엽지 않아요? 다 자라면 어떤 얼굴일까~!" 라는 주변의 말에 몰래 만들어 내놓았던 사진집.

3석 시절엔 뽀로통하게 서류 처리하다가 대장의 만쥬를 몰래 꺼내먹는 모습이 박제되지 않았을까. 찍다가 걸렸을 때 "야, 마츠모토!!" 하면서 평소의 의식적인 근엄한 얼굴을 거두고 분하다며 주먹 꽉 쥐고 부들부들해하는 모습도 빠른 셔터 찬스로 담았을 것 같다.

대장이 되고 난 다음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은근히 성장한 모습이 들어오겠지. 3석 시절에 손이 닿지 않아 폴짝폴짝 애쓰던 책꽂이에 무난히 손이 닿는 모습이라던가. 그래도 아직 작기는 매한가지라서 닿을 것 같은데 안 닿는 위치의 책에 바들바들 발끝 떨리면서 까치발하고 눈썹 모으는 모습.

그래도 대장으로서 3석 시절보다 반응이 심심해졌을 것 같다. 몰래 찍는 건데도 화면속 이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분해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슬며시 미소짓고는 손으로 브이자 만들어 준다거나. 평상시의 모습에 서류 처리만 가득이고, 표정 변화도 줄었다거나.. 그래도 살짝 웃어주는 그 모습이 좋지.

7.

어둑어둑 비내리는 날, 차가운 숨을 내쉬며 술 마셔서 몸이 뜨끈한 부대장을 데리러 온 대장님.

저보다 큰 사람을 어떻게든 잘 들어서 비 맞지 않게 우산 들어주고, "대장님~ 같이 술마셔요~!"하는 걸 우아하게 무시하며 "그렇게 마시다가 병든다. 아프지 마." 해주는 상냥한 아이.

8.

솔직히 오프레AU도 재밌어요. 진짜 아기 야치루랑(사실 촬영하다가 진짜 놀아서 NG난 적 여러번) 어른스러운 초등학생 히츠가야라던가. 알비노기도 하고 어리기도 해서 촬영장의 관심을 듬뿍 받는 아기 대장님.

이치고 배우랑은 성 부르는 거 맨날 잊을 정도로 친한 사이. 처음에 토시로라고 부른 다음으로는 그걸 캐릭터성으로 살려서 계속 그렇게 부르게 됨..? 이라던가.

(히츠: 우리 여기서 처음 만나는데 이름 부르면 어떡해요, 쿠로사키 씨!

이치고: 어ㅓ.. 뭐 알아서 추가해주지 않을까!

히츠: 정말이지..

9.

새하얀 머리카락 위로 섬세하게 떨어지는 눈송이 사이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청록빛 눈이 따스한 기색을 띠면서 호선으로 접히는 모습을 보고싶다

10.

밤중에 눈이 내린 새하얀 아침. 추위에 영향받지 않는 한 소년이 입김도 없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새하얀 하오리 뒤에 크게 박혀있는 열 십자(十). 건물 외벽에도 크게 그려져있는 그 문자는 소년이 짊어진 책임을 의미했다. 아무도 없는 건물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사람이 아직 어리디 어린 소년인 것도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아직 아무도 안 왔나.”

그래도 부러 천천히 걸어왔는데 이정도로 고요한 것은 드문 일이라, 소년은 가만히 푸른 눈을 깜빡이다가 제 대원들이 머무르던 곳으로 걸음을 돌렸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종이와 붓, 그리고 시린 눈송이의 향이 머무르는 곳. 눈에 익은 복잡한 물건도 이따금 보였지만 소년은 자연스럽게 그 물건을 눈에 담지 않았다. 마츠모토 녀석, 저딴 걸 또 만들다니. 하고 한숨만 푹 내쉴 뿐이지.

소년은 대원들이 머무르는 곳으로 온 차에 전날 받았던 현세의 난로를 꺼냈다. 저야 추위에 영향받지 않는다지만, 대원들은 달랐으니. 따스한 곳에서 아프지 말고 있으면 좋겠다싶은 마음이었다.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난로를 설치한 다음, 아이는 다른 필요한 것이 있을까싶어 넓은 10번대 막사를 돌아다녔다. 추운 곳엔 난로를 꺼내오고, 정리가 덜 된 부분은 간단히 정리해주고.

마침내 소년의 기준에서 만족할 만큼 정리가 끝나자 아이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한 종교의 기념일이자 현세의 거대한 축일이니만큼 내려오는 서류도 평소보다 적었다. 아마 적당히 일하고 놀러갔다 오라는 총대장의 작은 배려겠지만 아이는 언제나와 같이 붓을 들었다.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어도 먹의 냄새가 좋았다. 남은 일이 적으니 확실히 종이를 넘기는 소리도 느리게 들려왔다.

멀리에서부터 밝고 익숙한 영압이 느껴졌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들뜬 듯 커다란 발걸음 소리 끝에,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눈부신 금발의 여인이 들어왔다.

“앗 대장님, 벌써 나와 계셨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여인은 해사하게 웃으며 소년에게 인사했다. 이제 오냐, 라던가 왜이리 늦어, 라는 인사를 준비했던 소년은 멈짓했다가 피식 웃었다.

차분하던 청록빛 눈이 따스한 온기를 띄고 호선을 그렸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창을 넘어 들어온 햇빛에 한올 한올, 마치 바깥에 내린 눈송이처럼 섬세하게 반짝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마츠모토.”

11.

이치고에겐 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히츠가야의 신체가 이치고와 비슷한 수준까지 자랐을 시 둘 사이의 무력은 비슷하거나 히츠가 좀 더 위라고 생각해요.

블리치 세계관 상 신체 상태→영력 극기반인데, 134cm(옥이명명 기준)의 작은 몸은 잠재된 영력이 얼마나 되든 전부 끌어내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이치고는 181cm(천년혈전/옥이명명 기준)이므로 실제 나이가 어떻든 잠재된 영력을 모두 끌어낼 수 있을 것.

실제로 182의 완빙 히츠는 영자와 같은 물리적 형태가 없는 것이나 희망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마저도 얼려버리며, 호프눙을 검술로 반동강 내버릴 정도로 힘도 세지죠.

개인적으로는 완빙 히츠는 그 상태에서도 성장할 여지가 남았다고 보는데(경험, 유지 시간, 얼음꽃이 다 지기까지 소모해야하는 영압, etc) 이치고는 거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나이대와 비교해 너무 급하고 빠르게 성장했으니까요.

물론 무월 이치고는 초월자이므로 규격외지만.. 천년혈전에서의 이치고는, 총대장과 비교해 이보다 강한가? 싶은 부분이 어느정도. 물론 이건 작가님의 연출 능력이 문제겠지만.. 기껏해야 1n년 산 어린 고딩을 그런 전투에 넣은 외부의 사정이 문제지만... 총대장은 너무 규격외지만....

이치고도 경험을 쌓으며 더 강해질 수 있을테니, 둘이 비슷한 정도의 재능을 갖고 있는 게 맞는 듯. 연출이나 전적의 문제일 뿐 완빙과 쌍검은 총대장 급이 맞을 테니까요(완빙은 그런 언급 나온 적 없지만).

12.

제발 쿠보가 사신들 나이 좀 밝혀주면 좋겠다. 자세한 나이가 무리라면 누가 연상이고 연하인지만 좀. 24명+n명밖에 없는데 제발..

특히제발 히츠 루키아(이 둘 제발) 렌지 키라 모모 제발. 모모랑 히츠는 나왔지만 딴 애들. 히츠 몇살에 대장됐는지 제발제발

13.

사랑받는 막둥이 대장 미는 거 혼자만이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아니그렇지만이쁘장하고매사에열심이고책임감넘치고부하들에게자상하며대장들평균허리께보다작은아기를누가사랑하지않을수있어요(마유리빼고)

14.

[만해(卍解)]

새하얀 눈바람이 시야를 가리고- 이내 얼어붙어 그 움직임을 멈췄다. 내뱉는 숨이 차갑디 차가워 아린 공기를 가까스로 밀어냈다.

얼어붙은 공기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상처에서 송글 올라오던 피가 그 채로 굳었다. 몸 속이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대홍련빙륜환(大紅蓮氷輪丸)]

새파랗고 차가운 눈이 번뜩 빛났다.

15.

헉 머리 다 내린 히츠 보고싶다

아 그거 3석시로인가

지금 시점에서 머리 완전히 내린거!!

잠에서 막 깨어나 비몽사몽한 눈을 막 비비며 (화장이나 준비 때문에) 기상시간이 저보다도 빠른 (근데 출근은 더 느린) 란기쿠의 방으로 밍기적 찾아가서 입 크게 벌리는 거 손으로 가리면서 란기쿠가 머리 정리해주는 거!! 보고싶다

직접 안 할 거잖아 아기야

오래된 나무의 묵직한 향이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부대장의 향수 냄새와 부대장실의 묵직한 향이 여상히 어울렸다.

창 너머로 은근히 새나오는 노란 빛을 확인한 히츠가야는 주저없이 두어 번 문을 두드리고 발칵 열었다.

“마츠모토.”

“어머, 대장님! 오셨어요??”

발랄한 목소리가 히츠가야를 반겼다. 여느 때와 같이, 막 화장을 다 끝낸 여인- 마츠모토는 사근히 웃으며 어린 대장을 반겼다.

씻고 대충 말려서 물기가 아직 남아있는 새하얀 머리카락에, 졸음기가 남아있는 청록의 눈을 비비는 아이는 웬일로 대장 하오리와 참백도를 빼놓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하오리도 안 걸치시고, 빙륜환도 놓고 오시고.”

“그냥… 오늘은 조금만, 여유부릴까 해서…-”

히츠가야는 여간 졸린 게 아닌 듯 크게 하품하는 제 입을 가리며 익숙하게 마츠모토의 앞에 앉았다. 미리 준비해놨던 방석에 앉은 아이에게, 마츠모토 또한 익숙하게 빗을 들고 다가갔다.

마츠모토는 히츠가야와 비교해 훨씬 큰 손으로 섬세하게 새하얀 머리카락을 넘겼다. 커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머리를 올릴 것을 요구하던 아이의 주문은 최근 바뀌어, 한쪽 머리카락만 뒤로 넘기기만 하면 되었다.

'이정도면 스스로 하실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지만, 제 어린 대장의 얼마 없는 어리광을 없앨 생각은 일절 없었으므로. 마츠모토는 그저 잔잔히 미소지으며 새하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머리카락, 말려드릴까요?”

“응…”

저와 비교해 따스한 손길에 꾸벅꾸벅 졸던 아이가 느리게 답했다. 근처에 준비해뒀던 드라이기를 꺼낸 마츠모토는 새삼스럽게 히츠가야의 머리카락을 살폈다. 저도 특이한 금발이라지만, 이 새하얀 머리카락- 많이 예민한 구석이었을 텐데, 이렇게 마음대로 하도록 허락해주다니.

“이렇게 내려도 괜찮았던 거예요?”

“괜찮지 않을 건, 흐암… 뭐가 있어?”

“뭐 있는 건 아니지만… 커보여야 한다면서요.”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하품하던 아이의 푸른 눈이 이쪽을 곧게 바라본다. 어느덧 바다의 파란 눈에서는 나른한 졸음기가 걷혀 있었다.

“아침이니까, 너도 피곤하고 바쁘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야.”

히츠가야는 진중히 말하고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눈을 꾹 감았다 떴다. 마츠모토의 숨소리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손길이 멈춘 것은 신경도 안 쓰고선- 그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마츠모토는 헛웃음을 삼켰다. 별로 신경도 안 쓰는 걸, 이렇게 찾아내어선.

“그래서 간단한 머리 모양으로 바꾸신 거예요?”

“뭐- 그런 셈이지…?”

“배려해주실 거면 혼자 해주시는 게 제일일텐데~”

장난스럽게 꺼낸 말에 아이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진심이 하나도 안 깃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싶은지 청록빛 눈동자가 이쪽을 흘끔 살핀다.

마츠모토는 드라이기를 끄고는 히츠가야의 볼을 꾹 눌렀다. 아이 특유의 말랑한 감촉이 좋았다.

“농담이에요. 대장님께도 대장님 머리카락 정돈은 못 내주니까요?”

“…내 머리거든.”

“몰라요, 몰라. 이 예쁜 머리카락을 만질 권리는 제가 가장 많이 갖고있다고요.”

“마음대로 해라…”

걱정이 가득 깃들었던 얼굴이 한숨과 함께 부드럽게 풀렸다. 끝났다는 것을 알았는지, 작은 손이 바닥을 짚는다.

“대장님.”

“왜.”

“하오리 잘 챙겨 입으시고, 빙륜환도 잘 들고 다니세요.”

“-. …내가 어린 애냐!”

기어코 나온 애 취급에, 히츠가야는 잠시 멈짓했다가 불만스럽게 외쳤다. 히죽 웃는 부관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아이는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쉰다.

“오늘은 늦지 말고. 이만 간다.”

“넵! 이따 봬요~”

“…오늘도 고마워.”

“네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쾅-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순보(瞬歩)를 사용했는지 순식간에 그 모습은 사라졌고, 겨울의 향만이 물씬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물끄러미 사라진 곳을 응시하던 마츠모토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거두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더 꾸미면 너무 늦으려나. 늦지 말라던 당부를 떠올리며, 마츠모토는 느리게 제 부관 완장을 꺼냈다.

고결하고 신비로운 수선(水仙)이 감사와 함께 늦지 말라 하였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늦으면 안되지. 정말 화낼 테니까.

마츠모토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16.

히츠가야는 사실 차기 총대장으로서 키워지고 있는 중 아니었을까.

분명 제일 막내인데 총대장 빼고는 대장에게 내리는 명령도 많고, 히츠가야 선견대도 막내에게 떠넘긴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주요 인사들(잇가쿠, 유미치카, 렌지, 이치고, 우라하라, 요루이치, etc)과 친분 쌓을 기회였고.

현세로 가장 많이 내려오는 대장이며(현세의 정보에 밝음, 자기 부대 일 외의 것에 신경쓰게 됨) 성격 고약한 다른 대장들(켄파치나 마유리)이 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마유리:골치아픈 상대라 평/켄파치:신경써줌)

같은 직위에서 기분나쁠 수도 있는데 히츠의 명령에 토달지 않고(확인상 애니 한정)

야마모토가 염열계 최강 참백도의 소유자이듯 히츠는 빙설계 최강 참백도의 소유자이고...

성격도.. 사신다운 사신이고...(뱤 공인)

전 총대장이 다 자랄 때까지 살아있을 시 차기 총대장 아니었을까🤔

17.

사실 최연소 대장&유일한 백발에 약간 특별한 표현 사용하고 있었어서 켄세이랑 루키아 대장에 살짝 미묘한 편.

뭐 원작 보면 백발/은발이니 해결이고

루키아랑 히츠는 나이 관계가 불분명해서 그냥 최연소로 대장됐다는 걸로 옮겼지만..

말하고 나니까 켄세이 머리 제발 제발 내리길.

내린 모습이 더 어울리는데 왜 올려.. 키도 큰데 왜 올려...

18.

10번대의 대화인 수선화는 히츠가야와 란기쿠랑 꽤 유사한 부분이 많아요.

꽃말이 자기애, 자존심, 고결, 신비, 외로움인데 자기애는 란기쿠, 자존심과 고결은 히츠. 외로움은 둘 다 통용되는 면이 있죠. 인간의 입장에서 신비로운 존재인 사신이라는 점에선 모든 꽃말을 나눠갖는 느낌이 있네요. (사실 그 미모도 신비롭다는 점에선 정말 찰떡이라는 느낌도)

히츠가 백발의 대장들 중 유일하게 푸른 계열의 음영을 받는다는 점(다른 둘은 회색 음영)에서도 신비롭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빙륜환의 한계가 안 밝혀졌으니(일단 추상적인 개념 얼리는 것까진 확인) 그점도 신비롭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수선화의 꽃잎색은 하얀색(히츠)과 노란색(란기쿠), 두 개이고.

느낌상이지만 꽃잎 모양이 히츠 머리 모양같고(?

이름이 수선(水仙)인데, 물과 대기를 지배하는 빙륜환의 이미지와 유사한 점이 있죠.

대화와 대가 가장 찰떡인 부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일단 히츠랑 더 잘 붙는 것 같으므로 대표적인 '수선'은 히츠에게.

19.

맨날 요비스테하는 이치고랑 어릴 적에 만나서 형아 소리 듣는 히츠도 보고 싶고

우키타케랑 부자지간으로 오인받아서 아들!!♡상태인 우키타케 한심하게 보다가 아버지, 해주는 히츠도 보고싶고

남매로 잠입하게 됐는데 성 뭐로 할까!! 마츠모토 토시로 해요 대장님~ 하는 란기쿠에게 성내면서 우리 둘 성을 쓸 수가 있겠냐!! 그리고 할거면 네가 히츠가야 란기쿠여야지! 하고 반응하는 히츠.. 그리고 누님, 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보고싶고

루키아 수련 도와주면서 렌지까지 봐주는 히츠도 보고프다. 란기쿠야 성격이 워낙 그렇다지만 결혼 알리는데 히츠까지 부른 걸 보면 많이 친해진듯한데

20.

주황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을 가진 아이가 눈을 말그랗게 뜨고는 조금 위를 올려다 보았다.

지난 겨울에 보았던 눈이 펑펑 쏟아진 것 같은 새하얀 머리카락과, 사진으로만 봤던 깊은 바다같은 푸른 눈의 소년. 저보다 네다섯살은 많아 보이는 그 형은 새까만 기모노에 하얀 하오리를 입고 있었다.

“위험하다. 저런 것들에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되지.”

높은 듯 낮은 목소리가 제 바로 위에서 울렸다. 아이는 조금 뒤늦게 자신이 지금 형에게 들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를 한손으로 들고, 형은 다른 한쪽 손으로 들고 있던 검을 여상히 휘둘렀다. 끝에 사슬과 초승달 모양의 날이 달린 검. 검이 궤적을 그음과 동시에 차가운 기운에 오한이 들었다. 꾹 감았던 눈을 뜨니 얼음의 용이 괴물을 꽁꽁 얼려 깨뜨리는 것이 보였다.

와, 대단해. 아이의 순수한 감탄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형은 땅에 내려오며 검을 등 뒤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아이를 땅에 고이 내려놓은 형은 그대로 나아갔다.

그대로 형을 놓치면 안될 것 같아, 아이는 다급히 외쳤다.

“형아!”

멈짓. 고아한 걸음걸이가 멈추고, 아이는 후다닥 달려가 형의 다리를 꼭 붙들었다. 당황한듯 애매한 얼굴을 한 것이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은 한숨을 푹 내쉬고,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딱딱딱 두드리고는 아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역시, 보이면서 다가간 거였구나.”

“응! 아저씨가 되게 아파했어! 그래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와아~하고 커졌어!”

“하필 그 때에, 보이는 녀석이. 위험했다.”

“형아가 구해줬잖아? 그러니까 이제 괜찮아!”

해맑은 웃음에 형은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내쉰다. 곤란한 듯 보이는 청록빛 눈동자는 아이를 내치지 않았다.

“…내가, 항상 이곳에 있지 않아. 언제나 지켜줄 수는 없다.”

“응…?”

“…하, 아직 어린 아이를 붙들어 이런 말 해봤자 소용 없겠지.”

부드럽고 묵직한 하얀색 하오리가 아이의 머리를 감쌌다. 형은 아이를 안아올렸다. 평소와 비교해 높아진 시야에 아이의 얼굴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하오리 바깥으로 얼굴을 빼꼼 내민 아이가 웃으며 물었다.

“형아, 우리 어디 가?”

“네 집에. 혹시 어머니나 아버지가 근처에 있나?”

“아니! 집에서 아저씨 봐서 나왔어!”

“과연. 네 집이 어디지?”

“우음, 작은 병원~”

“…위에서 찾아야겠군.”

형은 한걸음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허공을 밟고, 점차 높아지는 시야에 아이의 갈색 눈이 반짝인다.

병원, 병원. 충분히 높아진 거리에서 마을을 살피던 형이 무언가 발견했는지 중얼거림을 멈췄다.

“저긴가? 쿠로사키 의원.”

“맞아!”

“알겠다. 네 집으로 돌아가자.”

형은 천천히 걸어 집 앞으로 내려갔다. 형에게서 나는 차가운 겨울 향을 만끽하던 아이가 뒤늦게 외친다.

“형아, 이름이 뭐야? 형아가 구해줬는데 나 안 물어봤어!”

“…히츠가야 토시로. 사신이다.”

“사신…? 사신이 뭐야?”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신이 무엇이냐, 라.

형, 히츠가야는 고민 끝에 느리게 입술을 뗐다.

“다른 사람들 눈엔 안 보이는 사람들… 보이지, 너.”

“응!”

“그 사람들이 아까 봤던 괴물처럼 안 되게 돕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구나, 좋은 사람이구나!”

“그렇게 봐주면 고맙고. 넌?”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의아함으로 멎었다. 나? 하고 저를 가리키며 크게 뜬 눈동자를 데굴 굴린다.

히츠가야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름은 말해줬으니까, 네 이름.”

“아, 내 이름! 나, 쿠로사키 이치고! 유치원생이야!”

“…날 따라하는 건가?”

“유치원생은 말이지, 유치원에 다녀!”

“그런가.”

표정없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깃든다.

이치고의 집 앞에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엄마가 다급하게 달려나왔다. 저를 보고 눈을 크게 뜨는 엄마를 보곤, 히츠가야는 이치고를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당신도 내가 보이는 모양이군.”

“…응, 보여.”

“아이가 호로…. …아니, 괴물에게 공격당할 뻔 했다. 영이 보이는 아이는 신경 써 주도록.”

“그래야지. 안그래도 사라져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고마워. 작은 사신님은 이름이 뭐야?”

“…사신을 알고있나.”

엄마와의 대화에 차마 끼어들지 못하는 갈색 눈이 힐끔 보였다. 차가운 얼굴에 다시 한번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히츠가야 토시로다.”

“토시로 군이구나! 이치고를 구해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괜찮다면, 식사 대접이라도 받아줄래? 은인을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까.”

“별로-”

대강 대답하던 히츠가야는 말을 멈췄다. 놀란 듯 크게 뜬 눈으로 행동 자체를 멈췄다가, 토시로 군? 이라는 여인의 부름에 뒤늦게 정신차린 것처럼 화들짝 반응했다.

“왜 그래? 뭐 있어?”

“…아무것도.”

다급한 눈빛이 무언가 확인한 듯 다시 담담해졌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걱정이 가득한 두 눈을 바라보다가 히츠가야는 불쑥 입을 열었다.

“정 대접을 하고 싶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나.”

“무리한 것만 아니라면! 뭔데?”

“집에선, …아니. 당신의 집에 있는 저 남자에겐.”

청록빛 차가운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검은 머리카락을 한껏 위로 올린 저 남자. 본래 지녔던 영력을 다 잃고는 태연하게 웃고 있는 저 사람.

“내 이름이 들리는 일 없게 해줘.”

“…응? …잇신 씨랑 알던 사이야?”

“그것까진 말할 필요를 못 느끼겠군. 아이- 이치고에게도 부탁한다.”

“나?”

갑작스레 들려온 제 이름에 귀를 쫑긋하고 있던 이치고가 손을 들었다. 엄마가 풀러 건넨 새하얀 하오리를 다시 입은 히츠가야가 이치고와 눈을 마주했다.

“우리가 만난 거, 비밀이야.”

“헉…! 알았어!”

“내 외모도 비밀. 말하면 무서운 일이 생길 거야.”

“무, 무서운 일??”

“응. 그러니까 비밀.”

“알겠어! 비밀 지킬게!”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 이치고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히츠가야는 여인과 다시 눈을 맞췄다. 마찬가지로 비장하게 끄덕이는 똑같은 얼굴에 픽 웃고는, 히츠가야는 뒤로 돌았다.

“그럼, 이만.”

“형아, 또 와!”

“또 만나자, 토시로 군.”

히츠가야는 인사 없이 사라졌다.

(→형제)

21.

왜 빙륜환만이 시해 상태에서부터 기상을 조종할 수 있는지 생각을 해봤을 때,

기상은 물과 연관이 굉장히 많아요. 아니, 물로써 변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죠.

만해 상태에서 기상을 지배할 수 있는 황황엄령이궁의 전기나 잔화태도의 불꽃은 사실 기상의 변화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어요.

번개는 수분의 밀집과 파열을 통해 만들어지고, 불꽃은 물을 증발시켜서 기상을 변화시키는 류. 둘 다 '물'로써 기상의 변화를 일으키죠. 두 능력은 근본적으로는 기상과 관련이 없어요.

하지만 얼음은 물의 상태 변화로서, 모든 물은 빙륜환의 무기. 그렇다면 물이 일으키는 기상 변화 또한 빙륜환의 지배 하에 있다는 것이 합당하죠. 능력의 근본부터 기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빙설계 최강의 참백도가 시해 상태에서부터 기상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작가가 깊이 생각해서 이런 설정을 붙였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유수계 최강 참백도가 나타난다면 빙륜환보다 기상 지배 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리벨(+기상조종)vs히츠 느낌이랄까..

승패를 따지면 (완빙시) 그래도 히츠 승. 사유: 냉각의 '정지'능력은 기상의 흐름을 바꾸는 걸 멈출 수 있으니.

22.

아란칼편 끝나고 만해를 수련할 때, 동굴 안에 박혀서 힘을 온전히 끌어내 보라고 고집을 부리고. 주인의 몸으로는 무리라고 말리지만 언제나 그의 의사를 우선시하는 빙륜환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신의 온전한 힘을 해방하고.

온전히 해방된 겨울과 정지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차츰 얼어가지만, 최대한 힘을 파악하고 통제하려는 도중- 파편, 혹은 힘이 터져나가면서 본인 기준 왼쪽 이마에 깊은 상처가 나고.

빙륜환은 당황해서 힘을 거두지만 주인은 쓰러지고, 그러면서 결계도 해제. 밖에서 대기하던 란기쿠가 급하게 들어와서 쓰러진 대장을 보고 놀라 끌어안으며 서둘러 우노하나에게로 이동.

치료는 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흉터가 남아서,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했지만 보는 사람마다 호들갑에 빙륜환은 계속 침울해해서 앞머리를 내린-  그런 이야기.

23.

우키타케 쥬시로가 처음 아이를 봤을 때- 아이는 저보다 커다란 대장에게 짐짝 들듯이 들려서 작은 얼굴에 짜증을 한가득 드리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우키타케 대장!”

“안녕, 시바 대장. 그 아이는?”

“아, 우리 3석입니다. 얘 좀 보세요, 이제 막 들어왔는데 벌써 만해를 쓸 수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천재예요, 천재- 밝은 얼굴로 저가 대신 자랑을 늘어놓는 대장을 흘겨보다가, 아이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표정엔 딱히 변화가 없었지만 얼굴과 비교해 상당히 붉어져 있는 귀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아무래도 많이 들은 모양이었다.

“안녕, 아가야. 이름이 뭐니?”

“…히츠가야 토시로.”

“그렇구나! 과자 있는데 어떠니? 사탕도 있는데!”

“아니, 별로-”

“우키타케 대장, 너무 애만 챙기는 거 아닙니까?”

“자네는 슬슬 줄일 때고. 자, 자. 많이 있단다.”

장난스레 투덜거리는 대장을 무시하며 이것저것 꺼내주자 아이는 대장의 손에서 내려왔다.

아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대 쳤겠지. 전혀 안 아픈 얼굴로 야 인마, 토시로- 라는 대장을 완벽하게 무시하며, 아이는 제가 내민 과자를 느리게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이지 않아서. 떨리는 청록빛 눈동자가 안쓰러워서.

그래서, 되려 당연한 일인 것마냥 활짝 웃어보여 주었다.

“많이 있으니까, 언제든 오렴!”

𝄞

그렇게 헤어졌던 아이는- 그 이후로 간간히 만나다가 어느 순간부터 반가운 마주침이 없었는데.

아이가 찾아온 것은, 아이의 대장이 사라지고 며칠 후였다.

“안녕하십니까, 우키타케 대장.”

원래부터 어른스러워서 표정의 변화가 또래에 비해 드물기는 했지만, 그때의 아이는 아이의 얼굴이 아니었다. 차갑고 메마른, 지쳐버린 사람의 얼굴.

놀라서 찻잔을 떨어트렸지만, 쨍그랑 깨지는 소리에도 변화는 없었다. 그저 찻잔이 떨어지는 곳에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제가 더 당황해서 허둥지둥했다. 그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이는 느리게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대수시험(隊首試驗)을 입회해주십시오.”

“…대수시험을?”

“10번대의 대장직이 비었으니- 자격을 갖춘 이가 있는데도 공석으로 둘 수는 없다고, 명이 내려왔기에.”

“…”

아이는 그리 말하곤 들고 있던 찻물을 머금었다. 시바 대장이 사라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이의 혼란이 더 클텐데도. 그리 막무가내로.

담담한 낯빛이 안쓰러웠다. 빛이 들지 않는 청록빛 눈동자가 슬펐다.

아이는, 얼어붙어버린 것 같았다.

“…아가야.”

“아가가 아닙니다.”

“…”

“한 부대의 대장은, 얕보이면 안되니까요.”

이미 각오를 굳힌 듯, 단단한 목소리였다.

“…어째서, 내게.”

“…당신이 인정해준다면- 다른 이들도 인정할 것 같았기에.”

“…아.”

“다른 한 분은 우노하나 대장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쿄라쿠일까 했는데, 그분이 계셨지.”

“쿄라쿠 대장님은 별로 신용이 가지 않아서.”

“그런 면이 좀 있지. …알겠어, 보러 가마.”

대답하는 데엔, 망설였다. 차를 떨군 것도, 질문한 것도. 받아들일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아이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했다- 가장 어린 아이 취급하는 제가 인정한다면, 이견이 없으리란 뜻이었다.

아이는 같은 이유라고 했지만, 우노하나 대장한테 부탁한 이유는 다를 터였다. 그녀는 대장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인정을 받은 이에겐 함부로 할 수 없으니까.

확답을 주자 아이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올라왔다. 감사합니다, 작게 내뱉은 목소리가 부서질 듯 약했다.

𝄞

대수시험은, 총대장과 두 명의 대장의 입회 하에 진행된다. 스승님과 선배님께 한번씩 꾸벅 인사하고 돌아본 아이는 긴장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시작하라, 근엄한 목소리가 명했다. 아이는 느리게 눈을 떴다. 바다 빛의 청록색 눈동자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우노하나 대장의 탄식이 들렸다.

“…시작한다, 빙륜환.”

아이는 제 참백도에 이마를 대고는 속삭였다. 웅- 참백도가 울렸다. 겨울의 끝없는 한기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 만해(卍解) ]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 대홍련빙륜환(大紅蓮氷輪丸) ]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쩌적, 무언가 단단한 것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걷히고, 연기가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투명하고 푸른 얼음의 용으로 몸을 감싼 아이. 등 뒤엔 보랏빛 꽃잎 4장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꽃.

아이가 숨을 내쉴 때마다 차가운 기온이 더해졌다. 새하얀 김이 나타났다. 피부가 아파왔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스승님께서, 느리게 말했다.

“온전한 힘이- 아니구나.”

“…네.”

“쓰지 않은 이유는?”

아이는 노회한 스승의 눈빛을 시선을 내리깔며 피했다. 질문의 대답은 옆에서 나왔다.

“신체가 아직 어립니다. 지금의 냉기가 어린 몸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한계예요.”

“…”

“예전의 기준으로도 성년이 되지 못한 몸입니다. 영혼에 잠재된 영력도 제대로 내지 못하며, 신체의 힘도 성인에 비할 바 못 되죠. 기대하시는 바가 너무 이릅니다.”

치료와 구호의 책임자가 나지막이 단언했다. 그리 말하는 눈은 아이를 곧게 바라보는 채로,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보랏빛 검은 눈엔 걱정이 어려 있었다.

스승은 아이의 만해를 내려다보았다. 냉기를 가늠하고 하늘 위로 몰려드는 기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승은 입을 열었다.

“가진 바 힘을 온전히 쓰지는 못하나- 그 정도로도 기상을 지배하고, 다른 대장에 버금가거나 조금 못 미치는 위력을 지닌 만해임에 틀림이 없다.”

“…”

“또한 이전부터 10번대의 서류를 모두 처리해오고 있었던 바,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그만한 권한이 없으면 곤란할 터이지.”

“……”

“히츠가야 토시로는 10번대 대장의 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의하는가.”

동의합니다, 우노하나 대장이 매끄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승은 저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 저를 보는 청록빛 눈을 보았다. 지쳐있던, 이제는 무상한 그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동의합니다.”

그 모습에, 이미 책임을 질 각오가 되었구나- 새삼 깨달아서. 무거운 결심을 다시 한 번 느껴서.

아이가 아이가 아니게 될 그 건에 동의했다.

𝄞

“…이제 대장이지. 히츠가야 대장, 축하하네.”

“대장의 직에 오른 걸 축하드립니다, 히츠가야 대장.”

스승이 나가고, 셋만이 남은 자리에서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웬일로 만해를 해제한 그 작은 손을 꼭 붙들어, 우노하나 대장이 말했다.

“오늘 중으로 대장 하오리가 갈 거예요. …그 전까지만, 이리 하겠습니다.”

“…!”

“정식으로 받은 후에는 못할 테니까요.”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정도로 억누른 것도 고생 많았어요. 속이 많이 힘들테니, 차후 4번대에 들르는 것을 잊지 마세요.”

“찾아뵙겠습니다.”

“예. 그럼, 우키타케 대장이 기다리는 듯하니 전 이만.”

답지 않은 말을 여럿 늘어놓고, 보랏빛 검은 눈동자가 이쪽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몸을 돌렸다.

마주본 청록빛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지친 듯, 무겁고 무심했다. 제 목소리가 떨린다는 것을 앎에도 입을 열었다.

“…히츠가야 대장.”

“우키타케 대장.”

“…”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무엇이?”

“쿄라쿠 대장이 제안했습니다. 자신과 우키타케 대장에게, 앞으로는 말을 놓는 것이 어떠냐고.”

“아.”

“우노하나 대장과 총대장님껜 그럴 수 없겠지만- 자신들에게도 그리 하고, 다른 대장들도 그러면. 고민하는 문제가 더 쉽게 풀릴 거라고.”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목소리는 느릿했지만, 서두에서 본론까지 이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바다와 녹음을 담은 청록빛 눈동자가 어느덧 제 시선을 피해 낮게 내리깔렸다.

또다시 고민하는구나, 또다시 책임을 각오하는구나. 자유롭게 대장을 치고 미소짓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미안해할 것도 없는 것 가지고.

“괜찮아.”

“!”

“미안할 게 뭐 있니. 네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지.”

“…고맙습니다.”

“지금부터 해보는 것이 어떤가? 히츠가야 대장.”

나중에 듣기로는, 쿄라쿠도 그렇게 제안한 후 바로 권유했다고 한다. 말을 놓으라고. 그리도 급하게 명을 내렸으니, 어차피 될 것이 뻔하니.

그렇지만, 아이는 거절했다고 한다. 될 것이 자명하다고 한들- 아직 대장이 아니며, 일찍 의식하고 싶지 않다고. 된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고. 마지막 어리광으로.

10번대의 천재, 히츠가야 토시로는 길게 뻗은 새하얀 속눈썹을 떨다가- 느리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맙다.”

“응.”

“……고마워, 우키타케.”

“별 것도 아닌 것을.”

히츠가야는 부서질 듯 파라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미약해서. 아슬아슬해 보여서.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밝게 웃어보였다.

𝄞

새하얀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흩날렸다. 청록빛 눈이 곧게 반짝였다.

“우키타케.”

“아, 히츠가야 대장! 어서 오게. 과자가 있는데,”

“…됐어. 그보다, 몸은?”

담담하면서도 제법 걱정을 담은 목소리. 최근에 쓰러져선가, 걱정을 끼치다니- 같은 생각을 주워담으며 웃었다.

“지금은 제법 괜찮아! 문안 와줘서 고맙네, 히츠가야 대장.”

“괜찮아졌다니 다행이군. 여기, 마츠모토 녀석과 쿠로사키, 그리고 쿠치키의 문안 선물이다. 전해달라더군.”

“이런 걸 다… 고맙네. 나중에 직접 인사해야겠어.”

“완치가 보답이야. 이건 내 선물.”

정성껏 포장된 것들을 건네준 히츠가야는 느리게 하오리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달디단 과자- 언제나 이쪽에서 주는 거였는데.

살풋 미소지으니 청록빛 눈동자가 데굴 굴러 먼 곳을 바라본다. 부끄러운 걸까? 싶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항상 챙겨주니까… 좋아하나 싶어서. 보니까 생각나서 사왔어.”

“내 생각해서 사준 건가? 고마워! 단 건 제법 좋아해.”

“그런가. 취향에 맞다니 다행이군… 그럼, 이만 실례하지. 임무 도중이었으니까.”

히츠가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어느덧 익숙해진 새하얀 하오리 차림이 새삼스레 눈에 띄었다. 옥푸른 눈동자는 제법 가벼워져 있었다.

“바로 돌아가는 건가?”

“아니. 쿄라쿠가 한 번 들르라고 했었고, 우노하나 대장에게도 들러야 하고. 총대장님께 드릴 것도 있고- 쿠사지시가 부탁했던 것도 있어서, 그쪽도 들르고.”

“그렇구나, 만날 사람이 많군.”

“끝이 아니야. 쿠치키가 쿠치키에게 전해달라는 것도 있고, 쿠로츠치는 현세에서 실험용으로 뭘 써보라고 들르라 했고. 다들 사람을 뭔 심부름꾼으로 아는 모양이지.”

투덜거리는 모습이 그 외모에 어울린다. 친해진 사람이 많은 듯 보여, 그 책임이 가벼워진 듯 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히츠가야는 투덜거리던 것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걱정해주던 것, 알고 있어.”

“아.”

“그래도, 이제 괜찮으니까.”

“…”

“고마워, 우키타케. 이만 가볼게.”

아이는 웃었다. 자신감 넘치고 뚜렷한 청록빛 눈이 눈부실 정도로 반짝였다.

그렇구나. 벌써 그렇게 자란 거구나. 이겨낸 거구나. 젊은이들의 성장은, 따라가기 벅찬 법이지-

“…응. 다음에 보자, 히츠가야 대장.”

우키타케 쥬시로는 웃었다. 웃으며 히츠가야 토시로를 배웅했다.

느리게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은, 태양빛을 지고 있어 너무나도 눈부셨다.

22.

쿠로사키가랑 히츠란기쿠 유사가족

역시 주춧돌은 잇신씨랑 란기쿠죠.

이치고: ??? 토시로랑 란기쿠 씨랑..?

잇신: 그래! 내가 대장일 적에 부하이자 자식이나 다름 없지! 란기쿠는 애매해도 말이다.

란기쿠: 잠깐만요, 시바 대장! 말이 심하시네요!

잇신: 내가 아빠니까 아빠라고 부르지 그래?

히츠: 변하질 않는구만..

이치고: 아니, 토시로! 이게 말이 돼?!

히츠: 히츠가야 대장님이다. 저 둘은 20년 전부터 저랬어, 그냥 무시해라.

이치고: 20..

히츠: ? 왜, 뭐.

이치고: 아니.. 새삼 네가 나이가 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히츠: 그럼 똑바로 부르던가.

잇신: 아니지, 아니지! 형이다! 형!

이치고: 하? 이 아저씨가 뭐라는 거야..

잇신: 토시로가 너보다 오랫동안 내 아들내미 격이었으니까. 나이도 토시로가 더 많고.

히츠: ...(한숨

이치고: 아니, 토시로 외모가,

잇신: 뭐야, 사신들 외모로는 나이 모르는 거 알잖냐. 아니면 우리 토시로 무시하는 거냐?

이치고: 친아들보다 아끼네?!?

란기쿠: 대장님, 둘이 싸우는데 냅둬도 될까요~?

히츠: 알아서들 하라고 해.. 넌 언제 왔냐, 마츠모토.

란기쿠: 여기 있을 때는 누나라고 하셔도 되는데.

히츠: 예, 예. 그럼 밀린 서류는 다 끝났습니까, 누나.

란기쿠: 아차.

잇신: 오!! 토시로, 나도! 아빠라고 불러줘!!

이치고: 안 들어본 거냐고!

잇신: 토시로가 그런 말 해줄 것 같냐? 란기쿠도 20년 전엔 저런 말 절대 못 들었어. 항상 마츠모토. 로 끝.

란기쿠: 맞아 맞아. 그땐 내가 상관이었는데 말이지~!!

히츠: 아, 선배니까 서류 안 해줘도 된다는 뜻이지, 그거?

란기쿠: 에이, 대장님도 참. 농담 농담♡

잇신: 여전히 잘 하는가보구만..

이치고: 댁이 서류같은 걸 처리했다고? 농담이지.

잇신: 어? 그야 안 했지.

이치고: ...? 대장이라며.

잇신: 내가 도망치고 란기쿠가 잡는다는 핑계로 따라오면 토시로가 다 해줬었어. 이야, 그땐 편했지~

이치고: ......실화냐고, 악덕 상사네.

잇신: 대신 아들내미도 내 만쥬 훔쳐먹었다.

이치고: 토시로가?

히츠: 장기간 머리를 쓰다 보니 당분이 필요했을 뿐. 어차피 일도 안 하시니 필요 없으리라 판단해서.

이치고: 확실히, 네가 서류 다 했으면 필요한 건 네쪽이겠네.

잇신: 아니, 아들들이 아버지 공격한다!!

란기쿠: 인과응보죠~

히츠: 오랜만에 서류나 처리할 거 아니면 이제 그만.

2인: 체에,

히츠: 슬슬 돌아갈..

잇신: 아니, 그렇지만 이치고가 형이라고 하는 건 보고 싶은데.

이치고: 하?

란기쿠: 정말로. 대장님, 따지고 보면 동생인 거잖아요. 시바 대장님이 대장님은 진짜 아들처럼 업고 다녔고.

이치고: 아니, 란기쿠 씨..!

란기쿠: 형 소리, 안 듣고 싶으세요?

이치고: 내 편은 없는 거냐고!

히츠: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게 선결이다.

이치고: 토시로..!!

히츠: 히츠가야 대장.

란기쿠: 에이,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요~

잇신: 암, 암. 형이 더 낫지 않냐? 토시로.

히츠: ......은근슬쩍 안아들려 하지 마시고.

잇신: 들켰네.

란기쿠: 대장님~

이치고: 왜 댁이 더 진심이냐고..

히츠: 하아... 쿠로사키, 네가 정해라. 히츠가야 대장이 낫나, 형이 낫나.

이치고: ...그냥 토시로는 안 되나.

히츠: 안 돼.

이치고: 아윽.. 으으.... 으음.....

잇신: 형이 낫지 않겄냐? 성은 딱딱하잖냐.

란기쿠: 맞아~ 딱딱해~

이치고: 댁은 꼬박꼬박 부르잖아!

란기쿠: 그거야 '그때'는 어쩔 수 없던 거고. 의식적인 거랄지.

이치고: 그때?

히츠: 마츠모토.

란기쿠: ..뭐, 그건 지금 말하면 양심에 난 얼마 없는 털까지 뽁뽁 뽑힐 사람이 있으니 관둘까!

이치고: 아버지구만.. 뭔짓했어?

잇신: ...음,

히츠: 그만, 얼른 정하기나 해라. 슬슬 가야하니.

이치고: 아윽.. 이런 시련을...

히츠: 이게 뭐가 시련이냐.

이치고: ......역시 히츠가야 대장은 정 없으니까, 형이 낫겠지 

히츠: ..!

잇신: 오!

란기쿠: 어머!

히츠: ......그래, 그렇게 해라. 가자, 마츠모토.

란기쿠: 네, 대장님♪

히츠: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시바 대장.

잇신: 어, 또 오고.

히츠: ......다음에- 또 보자, 이치고.(머리 토닥

이치고: ...!

란기쿠: (눈 반짝

잇신: (옆에서 동일

이치고: ...어, 어. ...또 보자, 형.

히츠: 그럼.(사라짐

란기쿠: 이치고, 엄청 운 좋네! 대장님이 이름으로 부르는 건 한 명도 없거든. 가끔 히나모리만 불리는 정도랄까.

이치고: ...

란기쿠: 아, 벌써 저만치. 같이 가요, 대장님~!(사라짐

이치고: .........

잇신: 왜, 새삼 형같냐?

이치고: ..아니, 그. ...그렇네.....

23.

롤링 썬더☇..

어두컴컴한 먹구름과 쏟아져내리는 비 속에서 청록빛 눈동자가 빛을 발하는 모습 보고 싶다. 차가운 한기가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을 얼리고, 그렇게 생겨난 얼음 조각은 동결에 따라 정지하여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멈추고.

투명한 얼음 방울 속에 비친 새하얀 머리카락은 빛나고 있겠지

24.

마유리가 천년혈전 이후로 히츠에게 좀 유해졌을지도-? 라는 의문이 있어요.

걔가 원해 마지않던 대장급 사신 피실험체 1호라서(..)

(마유리: 왜, 전쟁 때는 허락해줬잖나.

히츠: 말은 바로 해라! 허락이 아니라 처치였겠지.

마유리: 쳇, 기억 없는 것 아니었나.

히츠: ..기억은 없지만... 증인이 있는

마유리: 증인의 말을 어찌 믿지?

히츠: 너보단 믿을 만 하군.

마유리: 고맙다며?

히츠: 그건. ......

25.

좀비화 히츠..자세히 살펴보니

첫등장-발 아래 얾

첫 공격: 멀리 떨어진 건물 위에서 휘두르는 걸로(정황상 시해 상태) 11번대 듀오 얼림

두번째: 즉시 순보로 잇가쿠 위로 이동

세번째: 검 안 쓰고 무릎 위 얼음 만듦-그걸로 유미치카 배 찌르고 박치기한 다음 종으로 벰

네번째: 쿨혼 한방끝

마유리랑은 마유리라서(..) 별로 티는 안나는데 전개 양상은

1: 참격(or통해 나간 얼음)

2: 끈끈이 그물 점프로 피함(마유리보다 높게 뜀)

3: (묘사상) 내려치는 힘&속도 빠름

4: 폭발한 무릎 참백도 없이 얼림

5: 왼손으로 빙륜환 날 잡고 뒤로 세워서 공격 막음-왼손으로 공격한 소쇄지장 잡고 만해

6: 왼손으로 잡은 소쇄지장 얼리고(손으로) 종으로 벤 다음 찔러 넣어서 (몇번째일지 모르고 최종적으론 그렇지만 어쨌든) 승리

이거 보면 종전까지의 시로 활약상보다

1.(시해 상태로 참백도 없이) 얼림

2.(묘사상) 속도&힘 증가

3.(얼음용 안 나오고) 참격과 함께 얼리며 어는 범위가 넓음

정도로 상태가 변화하는데 이게 단순히 적이 된 아군 보정..? 은 아닌 것 같지만 이전까지의 히츠와 비교해서 전투력이 높아진 건 확실한 거 같고..

약간

1. 체력의 한계 없어짐

2. 만해를 찾으매 빙륜환과 연관성? 강해짐

3. 의지 없어서 제어 안 함

등으로 평소보다 강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초반에 이치마루와 싸웠을 때도 시해만으로 하늘을 지배하고 용을 피한 키라도 얼어붙는 걸 보면 용을 매개로 빙결 범위 제한vs참격으로 전방위 빙결 로 스타일의 문제이지 위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빙륜환은 주인 몸이 버티는 한에서 줄 수 있는 힘 한계까지 다 주는(..) 녀석 같으니까..

어쩌면 완성 빙륜환이 나오려는 토대일수도 있지만요. 이때 약간 신체가 튼튼해져서 빙륜환 힘이 더 잘 발휘되었다 막 이런 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고.

아 됐고 다시 봐도 적 된거 너무 안타까운데 진짜 진짜 잘생겼다... 안 잘생긴 적이 있니..(소사편<퍽) 진짜진짜진짜 미모 레전드.

히츠 조종하는 지젤은 별로고 좀비화는 속 쓰리지만 얼굴은 너무 사기고 강하게 묘사되고..(어느 장단에 발 맞추라는 건지)

마유리가 약물 주사했을 때 아파하는 거 너무 안타깝지만 코피 쏫듯 피 나오는 거나 얼굴이 까매진 건 그 부분으로 지젤의 피가 나오고 있는 거 아닐까..? 싶어요.

비명지르는 거는 피가 역류해서 고통이 심하다거나 과다출혈, 혹은 (주사맞고 아프듯이) 약물 자체의 고통.. 기타 등등의 이유 아닐까 싶고

이후 마유리의 (수명 꽤 줄었다는) 발언같은 걸 보면 수명까지 끌어 쓸 정도로 죽기 직전까지 갔다는 뜻.? 아닐까 싶으니까..

아기야 아프지마,,,

다시 보니 눈까지 까맣게 물들기 시작한 게 단순히 피만 나오는 건 아닌 것 같고 까맣게 물든 부분=지젤의 피가 퍼진 부위 같다. 일러를 보면 눈도 붉고 피부도 갈색이니까ㅏ..

아기 때는 무식하게 피 전부 빼버린 듯. 경과 관찰이라는 건 '대장급의 조종에 얼마나 피가 필요한지'를 빠져나온 혈액의 양을 통해 가늠하고, 그 관찰한 양을 토대로 그만큼을 바꿀 수 있는 약물을 켄세나 로쥬로에게 투입하지 않았을까. 이후 옷에는 뭐 묻은 흔적이 없으니까 전신에 퍼진 피를 얼굴로 모아 빼내는 등의 역할을 하는 약물을 목에 주사한 게 아닐지..

그러면 피가 원래 흐름에서 거꾸로 흐른 거니까 고통스럽고 더 까매지는 것도 납득가고.

란기쿠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or성인과 아이의 차이)를 알아보려고 추가적으로 같은 실험을 했다던가 해서..

체내 혈액의 ⅓만큼이 빠지면 인간은 죽는데, 사신이니만큼 그 이상이 빠졌는데도 죽지는 않았거나 마유리가 뭔 대처를 해서 안 죽었을 것 같은.

그래도 죽을 뻔한 거니까 치료에 시간이 꽤 걸린 거고... 뭐 이정도로 좀비화 풀리는 과정 날조(+조금의 분석)는 되는데

아기 아프지 말자

26.

코마무라가 히츠가야랑 대화할 때 기본적으로는 무릎 한쪽을 완전히 구부리고 앉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히츠보다 많이 크기는 한데(..) 히츠 목 덜 아프게. 줄일 수 있는 쪽이 줄여야지 못 늘리는 쪽은 서럽<퍽

잠깐 아기야 하리벨전에서 두배보다 더 큰 멍멍이를 지켜준거니

27.

영왕호신대전(霊王護神大戦)이라 불리우게 된 퀸시들과의 전쟁 이후-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발벗고 나섰다.

그중 가장 바쁜 것은, 단연 호정 13대의 최고 지휘관이자 총책임자인 각 부대의 대장들. 13명의 대장 중 4명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대장들 또한 상당한 부상을 입어 정상적인 거동이 힘든 상황에서도 그들은 일어났다. 전쟁 전처럼 완치 후 업무에 복귀하겠다고는 못할 만큼 일이 쌓여 있었기에, 전투 부대인 11번대만을 제외하면 평소 그닥 일에 열심인 사람이 아니던 대장들도 집무실에 꼬박꼬박 출석했다.

그중에서도 전쟁 전부터 성실하게 근무하고 대원들의 복지를 신경쓰기로 정평이 나있던 10번대의 어린 대장의 경우- 자신의 몸을 신경쓰기는 하는 건지, 정령정의 불이 켜지기 전부터 다 꺼지고도 한참까지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대장님, 좀 쉬세요! 쿠로츠치 대장님께서도 수명이-!”

“우린 오래 사니까 됐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가뜩이나 옷도 다 헤져서 쓰러진 걸 쿠치키 대장님께서 안아들고 오실 정도로 무리했잖아요. 자, 휴식! 며칠간 집무실 출입 금지!”

“잠깐, 마츠모토!! 너 나 없이 어쩌려고,”

그 행태를 알아차린 부관이 노성을 지르며 소년을 내쫓고 집무실의 문을 걸어 잠그기 전까지.

잘 있다가 봉변을 당한 꼴이라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허망하게 문을 바라보았지만, 소년은 이내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문에서 돌아섰다. 자신이 무리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고, 소년의 부관이 이런 경우만큼은 평소처럼 굴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소년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느리게 고민했다.

기껏 부관이 쉬라고 내어준 시간인데,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일단은 부족한 잠부터 채우는 것이 낫겠지.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든 제 침대까지 온 소년은 곧장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누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할 만큼, 깊게.

그리고 그날― 소울 소사이어티 전역엔 때아닌 함박눈이 내렸다.

눈이 펑펑 쏟아져내린 다음날 아침. 소년의 부관-마츠모토 란기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제 대장의 거처를 찾았다. 전날 한 부대원에게 바로 거처로 향하셨다는 말을 듣고 '그럼 곧장 주무셨겠네! 피곤해 보이셨으니까 내일까지 쭉 주무시겠다.' 고 예상했기에, 여즉 자고 있을 대장을 깨우기 위한 방문이었다. 만약 예상과 달리 깨있다 할지라도 아직 출근을 안 했으니 달라지는 건 없었다.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도 이어지는 침묵에 마츠모토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장님, 대장님~! 크게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아직도 자는 건가?

제 대장의 상태를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던 마츠모토는 합당한 가설을 세우며 귀를 문에 대고 소리에 집중했다. 숨소리 하나 없는 조용한 방-이지만, 어린 대장이 잠 잘 때 새근거리는 미약한 숨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아는 푸른 눈이 한순간에 날카로워졌다.

“대장님~ 들어갈게요~? 말 했으니까 뭐라 하시기 없기-”

대놓고 쳐들어간다!! 는 선전포고였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엄습하는 불안에 푸른 눈이 차게 식고, 마츠모토는 몇번 심호흡을 한 후 벌컥 문을 열었다.

“대장님! …!!”

사적인 물건이 거의 없는 방에는- 때아닌 겨울의 한기가 내려앉은 채로. 창문이 열려있지도 않은데 전날 하루종일 내렸던 눈이 방에 가득 쌓여 있었다.

차가운 눈 사이에서 죽은 듯 숨소리 없이 눈을 감고있는 사람은, 제 어린 대장.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유일한-

“대장님, 대장님! 일어나보십시오, 대장님! 대장… 토시로, 일어나. 일어나라고!!”

끌어안은 소년의 몸은 차가웠다. 심장이 뛰는 소리는 약하게 났지만 숨소리는 나지 않았고, 주변에 예민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이렇게 대놓고 건드렸음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들어올린 작은 몸이 축 처졌다.

마츠모토는 조심스레, 하지만 빠르게 제 대장을 들고 일어섰다. 얼마 안 지나 4번대의 문이 쾅 열리고, 누구시냐며 돌아본 4번대 대장 코테츠 이사네의 낯빛이 확 변했다.

얼마나 급하게 이동해왔는지, 평소 그렇게 여유있던 사람의 숨소리가 거칠었고 얼굴은 사색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 품에 안겨있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

“이사네! 어서… 어서, 우리 토시, 아니 대장님 좀, 제발. 빨리!”

“히츠가야 대장님께서 어쩌다… 이리 주세요!”

얼마나 급하게 이동해왔는지, 평소 그렇게 여유있던 사람의 숨소리가 거칠었고 얼굴은 사색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 품에 안겨있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

“이사네! 어서… 어서, 우리 토시, 아니 대장님 좀, 제발. 빨리!”

“히츠가야 대장님께서 어쩌다… 이리 주세요!”

코테츠는 마츠모토로부터 소년- 히츠가야를 받아 그를 살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체온, 거의 들리지 않는 숨소리, 너무나도 약한 심장 소리.

하지만 영압은 일정했고 안색은 평소대로였다. 겉으로만 보면 그냥 잠들어있는 채였다.

“…죄송해요. 저로써는 무리일 것 같아요. 대충은 알겠지만, 원인을… 우노하나 대장님께서 계셨다면…”

“……아니야. 위급한 상황인 거야?”

“그,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이건, 아무래도 깊은 잠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면 세계에 빠진 것 같은데.”

“내면 세계에…?”

“…히츠가야 대장님의 빙륜환(氷輪丸)의 힘이, 대장님의 몸을 매개로 새 나오고 있으니까요.”

빙륜환-. 마츠모토는 급하게 히츠가야를 바라보았다. 편안한 얼굴은 별로 아파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깊게도 잠든 것처럼 보일 뿐.

힘이 풀린 다리가 풀썩 주저앉았다. 허둥지둥 저를 챙겨주는 코테츠를 보지 못하고 히츠가야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마츠모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전에 만나봤던 어린 대장의 참백도는 주인에게 해로울 일은 절대 하지 않을 녀석이었기 때문에. 주인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이였기에.

“…다행이다아…”

“네에? 다, 다행인 건가요…?”

“빙륜환이랑 있는 거면 아프시지는 않을 거 아냐… 혹시 아프신 걸까봐 걱정한 거니까.”

“…그건…”

“…좋아, 안심했어! 하여튼간에 부관 놀래키는 데엔 일가견이 있으시다니까. 이번엔 너무하셨으니까 술을~”

호탕하게 웃어보인 마츠모토는 즐겁게 말하다가 멈췄다. 감긴 눈꺼풀 속에 있을 청록빛 눈이 떠올랐다. 아무런 반항 없이 돌아가던 뒷모습이 선명했다.

“…아니다. 돌아갈게, 이사네!”

“어, 벌써요?”

“응~ 아마 날 믿고 잠드신거 같으니까! 이럴 때 만큼은 해드려야지!”

나중에 대장님 데리러 올게! 마츠모토는 해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따라 손을 흔들던 코테츠는 소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죽은 것도, 잠든 것도 아닌 상태.

“…히츠가야 대장님, 대체 무슨 일로..”

두껍게 쌓인 눈이 세찬 바람에 날려- 눈이 그친지 오래인데도 눈이 오는 것 같은 한 마을. 정령정의 밖, 루콘가에서도 50지구 밖의 한 지역.

눈과 구분되지 않는 새하얀 머리카락의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과는 달리 너무도 선명한 검은색 사패장과, 그 위를 덮은 하얀 하오리. 그 등에 적힌 숫자는 〈一〉.

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청록빛 푸른 눈이 반짝였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4번대 대사-의 개인실.

며칠 동안 깨어나지 않는 어린 대장의 곁을 지키던 마츠모토 란기쿠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혹시 몰라 귀 기울이니 미약하지만 심장 뛰는 소리는 그대로라.

아침부터 밤까지는 대장이 하던 일을 처리하고, 밤부터 아침까지는 대장의 곁을 지키며- 평소와는 비교도 힘들 정도로 무리하고 있는 마츠모토였지만, 그 힘든 기색이 무색하게도 아름다운 얼굴은 한결같았다. 상황도 모르고 곤히 잠든 제 대장의 작은 코를 콕 누르며 마츠모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님, 어떻게 이걸 대원들에게 안 맡기고 혼자 다 처리하셨어요? 전 혼자 안 하는데도 힘든데. 물론 밤엔 대장님 곁에 있어서 하는 건 더 많지만.”

“…”

“…언제 일어나요? 나 졸다가 정신차릴 때마다 혹시나 싶어서 화들짝 놀라잖아요. 걱정시키는 거 그렇게 싫어하면서. 내 상황 다 알면서…”

“…”

“…대장님. 아니, 토시로. 나 남은 거 너밖에 없어. 너까지 잃으면 지금처럼 안 돼. …어서 일어나…”

마츠모토 란기쿠에겐 친한 사람이 많았다. 히나모리 모모, 히사기 슈헤이, 키라 이즈루. 술 친구로는 저- 1번대의 쿄라쿠 총대장까지도, 다 그녀의 친구였다.

하지만, '가졌다'고 표현할 만한 인물은. 잃었을 때 절망할 만한 인물은.

먼 옛날에 도망친 전 대장 시바 잇신-지금은 쿠로사키 잇신-, 죽은 이치마루 긴. 그리고, 작고 소중한 제 대장- 히츠가야 토시로.

살아있는 건 둘이었지만, 하나는 이미 마음 정리가 끝난 지 오래니 남은 건 하나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 하나가 이렇게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서야.

“…죽는 게 아니라면, 괜찮지만. 난 네가 깨있는 게 좋아. 움직이고, 숨쉬고, 웃고 화내는 네 모습이 좋아. …토시로. 일어나 줘, 제발.”

아니면, 숨소리라도-

마츠모토는 천천히 나타난 변화를 알아차렸다. 사근히 속삭인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건지, 아이의 가슴이 오르락거렸다.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들은 건가, 굳어있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내렸다.

“진작 말할 걸 그랬네…”

마츠모토는 이불에 고개를 대고 기댔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조용한 병실에 두 숨소리만 가득 찼다.

그 평화가 깨진 것은, 쾅-하고 문을 열고 들이닥친 누군가 때문으로.

“히츠가야 대장이 여기 있나??”

“무, 무슨 일이십니까?”

“호오… 마츠모토 부대장 아닌가. 저리 가 있어 보시게.”

이상하게 머리를 꾸미고 작은 아이를 곁에 둔 괴짜, 쿠로츠치 마유리.

밑도 끝도 없이 쳐들어온 그는 마츠모토를 내쫓고 히츠가야를 살폈다.

“무슨 일이십니까?”

“흐음… 이건 확실히 우리가 아는 히츠가야 대장이 맞는데 말이야…”

“…대체,”

“마츠모토 부대장. 히츠가야 대장이 근 일주일 이내에 정령정 밖- 루콘가 50지구 너머로 나갔던 적이 있나?”

“없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계속 집무실에 틀어박혀 계셨고, 나가는 건 이따금 윤림안의 할머니를 뵈러 가시는 것 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근 일주일은 계속 잠드신 채 깨어나지 못하고 계셨으므로, 불가능합니다.”

“…계속 이 상태였다고?”

“예.”

“이런, 바보같은! 이렇게 미스터리한 상태에 빠졌는데 내게 찾아오지 않고 뭐한 거야!”

마츠모토는 길길이 날뛰는 쿠로츠치를 너같으면 찾아가겠냐는 뜻을 담아 쏘아 봤다.

제 대장은 기억을 잃었지만- 저는 그가 주사한 약물로 대장이 비명을 지르며 아파했던 '그때'를 기억했다. 그런데 찾아갈 리가.

마츠모토의 그런 눈빛은 신경 않고, 쿠로츠치는 눈을 뒤집으며 소리쳤다.

“히츠가야 대장의 영압이 루콘가 50지구 밖에서 하나 더 나타났다. 오히려 이곳의 영압이 약해! 한데 히츠가야 대장은 그쪽에 가보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알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히츠가야 대장이 하나 더 있다는 뜻이다!!!”

“…!”

쿠로츠치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처럼 진짜 온갖 소리를 다 내며 날뛰었다. 뒤늦게 따라온 아콘이 어린 네무의 눈을 가리고, 아콘과 함께 온 총대장 쿄라쿠 슌스이가 곤란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자, 자. 쿠로츠치 대장, 진정하고… 마츠모토 부대장, 이곳은 우리가 지킬 테니 다른 쪽으로 가보게. 아바라이 부대장이랑 히나모리 부대장, 히사기 부대장, 쿠치키 부대장, 마다라메 군과 아야세가와 군 네가 기다리고 있어.”

“…예. 위치는?”

“전령신기로 보내두겠습니다.”

“알겠어, 나나오. 실례하겠습니다.”

마츠모토는 히츠가야를 한 번 살피고 이동했다. 쿄라쿠가 쿠로츠치를 제지하며 그 곁에 선 것을 보자 약간 안심이 들어서 나올 수 있었다.

…대장님이 하나 더 나타났다는 건 뭐지. 대체 대장님께 무슨 일이.

푸른 눈이 떨렸다.

(→...)

28.

헐 미친 설정 생각났다

만해는 원래 막대한 영력을 소모하고 몸에 부하를 줌 → 히츠는 몸이 너무 어려서 다른 만해들처럼 주면 안됨(빙륜환이 주는 부하 자체가 클 가능성↑. 최강이니까) → 그래서 몸에 주는 부하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영력의 소모를 늘림 = 다른 대장들에 비해 영력이 빨리 떨어짐

만해의 존재=참술의 숙련도↑↑↑ 인데 13대 들어오기도 전에 만해 습득한 히츠는..?!?

이런 천재가 다 있나.

사실 란기쿠랑 만났을 때 꿈에서 이미 빙륜환을 만났으니까 만해를 얻기 위해 주는 시련 자체가 없었을 것 같아요. 만남=Clear!

참백도 얻고 13대 들어오는 데에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길어봤자 6년이라는 점에서.. 이치고랑 우라하라 제외하면 진짜 최단기간 아닐지. 둘은 기술 썼다는 거 고려하면 진짜 재능의 끝 모르겠다

29.

근데 DDR 다시 보니까 내새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 왜이리 많은 건데요.

아니 란기쿠랑 오리히메랑 쿄라쿠랑 이치고까지는 인정하는데 렌지는 뭔데 나나오에게 "조사 잘 부탁드립니다!!" 이러고 있고 차드랑 이시다는 왜 나서서 아기를 찾고 다니며.. 친했니 너희?? 렌지 너 소.사에선 이름도 몰<퍽

아무리 봐도 현세팸이랑 선견대는 작중에서 생략됐을 뿐이지 제법 오래 같이 보내고 친해진 거 맞다니까요. 잇가쿠가(아님 윰치) 좀비화 때 영압 희미해진 거 같더라니 라는 건 알아봤다는 거고. 오리히메는 이름 부르고.. 차드랑 이시다 너네도 부르는 거 좀 줘봐. 설마 너네도 이름으로 부르니

30.(날조유사가족)

약간 가족 느낌은 란기쿠(누나.)/히라코(형.)/우키타케(아들램♡)/쿄라쿠(여어~)/우노하나(조심스러운)/영감님들(아주 엄격)/모모(일단 제 거에선) 이고

일방적 동생 취급은 렌지(잘부탁드립니다! 꾸벅)/긴(란 동생=내 동생)/뱌쿠야(매우 은은)/현세팸

정도..? 로 설정 잡았어요.

키라랑 히사기는 후배(인데 상사님)로 보는 느낌ㅁ.. 이고, 다른 애들은 아직 접점이(눈물

그래서 히츠가 우노하나한테 검술을 배웠다는 설정이고, 쿄라쿠랑은 삼촌이랑 조카 느낌!! 이랄까요! 우키타케랑은 그냥 부자고 란기쿠랑 신지랑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히츠가 은근히 마음을 놓고 있습니다!

영감님들은 약간... 아끼긴 하지만 히츠<<규칙 느낌으로. 다른 유사 가족들도 비슷하지만 히츠≤규칙 정도의 차이랄까.. 히츠가 우선인 사람도 있지만요.

모모랑은.. 사실 이성적인 것과 가족애가 동시에 보이는데, (개인적인 사심으로) 가족애랍니다. 자신보다 커버린(속은 어린) 동생! 느낌이에요.

뱤은 은근히 히츠랑 루키아랑 비슷하게 생각하고 은연중에 잘 대해주는 느낌..? 이랄까요. 루키아 수련 히츠가 도와주면서 셋이 친해졌다는 설정이에요.

렌지는.. 극장판에서 란기쿠도 가만 있는데 나나오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허리 숙이는게 너무 선명해서(먼 산

루키아 떠나고 비슷한 키의 후배를 살짝 동생처럼 대했다는 느낌..? 모모 친지니까 많이 보기도 했을 거고요. 그리고 현세 나왔을 때도 만해 가능한 숙련자니까 여러번 물었겠죠! 그러다가 은연 중에 동생 취급..

긴은 란기쿠에게 안 다가갔으니까 란기쿠가 제 사람으로 삼은 히츠에게 고맙고 미안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란기쿠에겐 다가가지 못하지만 히츠에게 대신 장난치고 다가갔을 것 같아요. 히츠는 경계 MAX지만!

그리고 켄파치랑 바로 옆부대(인데다 다른 쪽은 그 마유리)고 야치루랑 나름 친하게 지내서 가까웠는데 완빙 보이고 미쳐 날뛰는걸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썰입니당( ๑˃̶ ꇴ ˂̶)♪⁺

31.

현세 파견 나갈 인원 정할 때 유미치카까지는 수월하게 정해졌는데 란기쿠가 자기도 간다고 떼쓰고 히츠가야가 화낼 때 어른들이 진정시키고 같이 보내면 좋겠다..

히츠: 마츠모토!!

우노하나: 어머, 괜찮지 않나요?

히츠: 우노하나 대장..!

우노하나: 히츠가야 대장이 인솔역으로 함께 현세로 가도..

히츠: …하나, 전… 아직 힘이,

우키타케: 괜찮네, 히츠가야 대장. 자네에게 부족한 건 경험이지 않나. 그걸 채우는 게 자네의 선결일거야.

쿄라쿠: 그리고 다음에 우리도 소개해주고 말이지~?

히츠: …우키타케, 쿄라쿠…

영감님: …좋다. 마츠모토 부대장, 히츠가야 대장! 인솔역으로서 현세에 내려가도록 하라.

란기쿠: 아자! 아, 아니지. 예!

히츠: 예.

영감님: 히츠가야 대장에겐 지금의 현세를 조사하는 것도 부탁하지. 아이젠을 잡은 이후 모두의 안내를 맡길 예정이니라.

쿄라쿠: 어라라~? 야마 영감도 같이인 건가~

우노하나: 따돌림은 나쁘답니다?

쿠로츠치: 흥, 친분 과시는 자제하지? 이곳은 공적인 자리라네.

자라키: 히츠가야, 싸울만한 놈이 있는지도 알아봐라.

소이퐁: 우라하라 놈이 이상한 짓은 안 하는지는 필수다.

코마무라: 히츠가야 대장,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우키타케: 뭣하면 이치고 군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니까. 자네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르도록 해.

뱌쿠야: …이쪽의 대원을 부탁하지.

쿠로츠치: 듣는 놈이 없구만…!! 그럼 히츠가야 대장, 현세 놈들이 만든 이상한 것이 있다면 가져오도록 하게. 소울 소사이어티에는 없는 편리한 것도 좋아. 이 내가 연구할만한 것!! 이 기준이네.

히츠가야: ……기억하려고 노력해보지.

영감님: 이상!

32.

(25번 썰)이전에 이런 식으로 분석한 적 있는데

풀브링편 다시 보니까 유키오랑 싸울 때(주변 신경 필요 없을 때)는 확실히 검 휘두르는 걸로 전방위 빙결시키네요. 뿐만 아니라 만든 얼음에 닿은 것까지 히츠가야의 의도대로 더 어는 걸 보면 키라 때는 이치마루에게 신경써서 키라 어는 걸 자제하지 못했고 그래서 휘말려버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얼음에 닿으면 닿은 것도 어는 건 초반 후반 동일. 검 휘두른 범위대로 빙결해버리는 것도 소실 편에서 이미 나왔고, 그 빙결에 휘말리면 같이 얼어버리는 듯.

바즈비 전에서는 제대로 분석하기 싫어서 안 봤..(분석 자질이..) 지만 역시 빙륜환으로 얼음 쓰는데 밟은 곳이 얼었던 건 완빙 등장 전조였던 것 같고....

(아니근데다시봤더니바즈비왜초반에짜증났는지기억났어요와재수없어....완빙 켜면 너 1초컷이거든?!? 완빙 아녀도 빙천백화장만 나와도 너 끝나거든?! 만해 얼음은 안 녹거든!?<이 사람 퀸시 중에선 유고 바즈 스토리가 차애인 인간>

아무튼 결론

더 강해보이는 건 전투 스타일 때문

땅땅

33.

역반... 역반 보고싶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역할 교체

막ㄱ막 긴 대신 란기쿠 토센 대신 완짱 아이젠 대신 우키타케..(ㅓ이건 너무 다ㄹ)

영감님 대신 히츠가 총대장이라던가 히나모리 대신

....ㅓ?

우키타케가 아이젠 롤이면 히츠가 히나모리 롤...?0ㅁ0

-

“히츠가야 대장!”

길게 내려앉은 하얀 머리카락이 살랑 흔들렸다. 우키타케, 소년은 당황한 듯 눈을 키우고는 남자의 앞에 제대로 섰다.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 나아졌어. 5번대의 아이가 처형된다고 했지..?”

“어… 그렇지. 뭔가 이상하지만, 중앙 46실은 언제나 저랬으니..”

“그런가..”

“정말- 46실은 항상 저런다니까요. 그쵸, 대장님?”

대화에 갑자기 끼어든 것은 금발의 미인, 소년의 부관.

위험한 소리하지 마, 마츠모토. 소년은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그 덤덤한 얼굴에 깃들어있는 감정은 걱정이라, 부관- 마츠모토는 생긋 웃었다.

“대장님, 그거 들으셨어요? 키라가-”

“…아, 그거. 꽤 심하게 다쳤던 흔적은 남았는데 상처는 나아있었지.”

“적이 치료해준 걸까요?”

“그게 가능성은 제일 높지만…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야.”

소년은 눈을 꼭 감았다.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모든 일은 소년의 책임 하에 있었다. 냉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으면 안됐다.

“총대장님은?”

“대장님을 차기 총대장으로 발표하고는 잠수타신 거 알면서.”

“마츠모토.”

“네에.”

“정말이지… 위험한 짓 하지 말고. 우키타케, 너도 마찬가지다.”

“…네에~”

“음! 걱정 고맙네.”

소년은 느리게 고개를 숙였다. 여화부터 해서 처형까지- 이상한 게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방금, 대답이 늦지 않았나?

소년은 아픈 몸을 이끌고 처형장에 와 있었다. 누가 공격했는지는 못 봤지만, 처형장에 분명히 올 것 같았다.

“히츠가야 대장, 몸은 좀 어떻고?”

쿄라쿠의 물음에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질문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느낌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대장님, 그 몸 상태로…”

“…괜찮아. 언제 왔느냐?”

“…방금, 요.”

“…그런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이상한, 어색한.

“…처형은 잠시 멈추거라.”

“으응?”

“히츠가야 대장?”

“이상해. …이상해. 너무나도…”

큰 칼로 베인 옆구리가 뜨거웠다. 제대로 치료도 안 하고 왔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이 처형은, 하면 안 될…”

무너지는 몸을 붙잡지 못한 것은 그때.

부관이 화들짝 놀라서 저를 끌어안아 쿄라쿠에게 넘겨준 것도 그때.

여화가 나타나 쌍극을 '지워낸' 것도 그때.

그리고― 총대장의 화염이 모두를 가둔 것도 그때.

“…이건…?”

“…죄송합니다, 대장님.”

마츠모토가 느리게 말했다. 마츠모토 대신 소년을 들고 있던 쿄라쿠의 얼굴이 의문으로 차올랐다. 마츠모토는 소년의 이마에 무겁게 입술을 찍어 눌러주고는 일어섰다.

마츠모토는 쌍극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무슨 일인지 불길은 마츠모토에게 덤비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해서 그걸 보지 못한 소년은- 저를 안아든 쿄라쿠를 밀어내고 땅에 내려섰다. 두 발을 채 못 디디고 무너졌지만.

마츠모토는 무너져내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비릿한 혈향이 코를 찔렀다. 혹시나 싶어 돌아본 아이는- 옆구리의 상처를 부여잡고도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했다.

“마츠, 모토. 거기 서..!”

“…”

“란기쿠!!”

그리고, 소매를 잡아오는 가벼운 무게감.

순보도 못 쓸 정도의 부상이었는데 어떻게 썼는지. 식은 땀으로 젖은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총명한 빛을 내던 깊은 바다의 에메랄드빛 눈은 흐리게, 힘을 줘서 겨우 모습을 드러낸 채로.

뚝,뚝 떨어지는 핏덩이가 보였다. 이렇게까지 심한 상처를 낸 범인을 노려보았다가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쩌지, 혼자 두면 안되는 아이인데.

“란기쿠…! 뭐라고, 말, 좀…!”

“…대장님. 상처, 꼭 치료하셔야해요.”

꼭이에요, 작게 속삭인 목소리에 소년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아니, 원래도 창백하긴 했지만- 절망으로.

“…뭐,야. 같이 있지, 않을.것처럼…”

“…”

“무슨…”

마츠모토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제 힘으로는, 남은 시간으로는 다 낫게 해줄 수 없겠지만 최대한 회도를 걸었다. 에메랄드빛 푸른 눈에 빛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까지 확인한 다음, 마츠모토는 소년에게서 떨어졌다. 시뻘건 불길이 소년의 하얀 피부를 태우는 것이 보여 눈을 질끈 감았다.

“…란기쿠…!!”

레몬색 빛기둥이 마츠모토와 세상을 단절시킨 것은- 소년이 다시금 누이를 잡기 직전.

레몬빛 기둥을 확인한 소년의 눈이 충격에서 벗어났다. 하나가 아닌 기둥은 세 명을 세상과 분절시켰다.

“…우키타케? 무슨…!!”

새하얗고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고통 대신 불이해로 얼굴이 구겨졌다.

【대장, 부대장, 그리고 여화 여러분.】

모든 상황을 알리는 경보가 온 것은- 그때.

34.

#이름_안부르고_최애_언급

소년 대장.

한겨울 나무 위에 피어난 눈꽃처럼 새하얀 머리카락과 산호초를 품은 에메랄드빛 바다처럼 푸른 눈을 가진, 얼음같이 아름다운 빙설계 최강 참백도의 어린 주인.

35.

히츠 칭찬할 때 머리 쓰다듬어 주거나 등 토닥여주는 버릇 있으면 좋겠다. 사신이 된 이후로는 자기보다 작은 사람이 없어서 그 옛날 받은 적 있는 히나모리만 알고 있던 버릇.

대장님은 칭찬할 때 등이나 어깨를 토닥여주신다~? 하고 자랑하듯 속삭이던 란기쿠가 다른 패턴을 인지한 것은 란기쿠의 머리가 히츠가야의 시선 아래쪽으로 온 이후.

남자와 비교해도 꿇리지않을 장신인 란기쿠가 가장 늦게 눈치챌 것 같다.

잘했어. 라며 등을 토닥여줄 작은 손을 기다리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나중에 히나모리에게 대장님께선 칭찬해줄 때 등이나 어깨 토닥여준다? 근데 이번에 머리 쓰다듬어주신 거 있지- 라고 한탄하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던 히나모리에게서 돌아온 말. 히츠가야 군, 칭찬해줄 때 자기보다 작은 사람에겐 머리 쓰다듬어 주거든요. 어릴 땐 머리 많이 쓰다듬어줬는데, 키 커지고 다시 해주니까 괜히 반갑더라고요~

36.

소울 소사이어티는 영혼들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사신은 죽으면 소울 소사이어티를 이루는 영자가 되고, 대장급의 영자는 지옥으로 떨어지지만 루콘가의 영혼은 죽으면 다시 현세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영력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지며, 외형이 노인이 된다면 더이상 나이들지 않고 그저 머무르다가 (병, 기근, 호로의 공격 등 외부 요인으로) 사망하면 현세에서 다시 태어나는 느낌.

그리고 잠재된 영력을 늘릴 수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현세에서만 가능하다든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든가. 현세의 영력이 높은 사람은 '첫번째 생'으로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보내진 영혼이 아닌- 느낌의.

주제에서 벗어났는데 사신의 경우 노화까지는 루콘가의 혼백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전투시의 사용량에 대비해서 노화가 달라지는 게 다른 것 뿐.

야마모토랑 사사키베는 분명 영력이 많았을텐데 많이 늙었고, 동시대의 우노하나는 늙지 않은 것처럼쇼.

셋은 분명 영압의 사용이 많아 보였던 천 년 전을 거쳤지만 우노하나는 둘과 달리 싸울 때 대부분 검만 사용했고 시해나 만해 등 영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회도는 많이 썼을테니까 전투와 같은 급박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영력은 회복 가능한 영력을 다 쓰면 노화를 막는 영력이 사용되는- 그런 느낌. 

그러니까 제 세계관에선 현직에서 싸운 대장급 사신들은 나이 먹는 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물론 어느정도 나이가 차면(100년 이상) 그런 거 조절하는 데에 능숙해지지만, 히츠가야 나이대의 사신들은 좀 빨라지는 정도. 그래서 다른 사신들에 비해 성장이 두 배 가량 느렸던 히츠가 200년 후 완빙만큼 자랍니다. 원래는 100년 정도면 다 성장하는 게 빨라졌는데도 200년 걸리는 히츠..자라키랑 거의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영력이라는 설정이랍니다.

성장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영력이 달라져서 지금은 약한데, 다 성장하면 그정도- 라는 말이죠. 자라키는 워낙 어릴 때부터 싸워서 성장이 빨랐고 그 이후로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왜 영혼들 노화나 거취 얘기하다가 사신들 노화 (개인적) 설정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피니시

37.

이치고가 나이먹고 죽을 때는.. 약간 몸과 영혼의 괴리같은 게 있어서 몸의 노화 정도와 영혼의 노화 정도가 다르면 좋겠다.

사신이 된 이후부터 몸과 영혼이 함께 노화하는 그런 게 사라졌고, 중간에 무월~소실까지는 영력 잃고 몸과 일체되었기 때문에 나이를 먹었지만 소실편 이후로는 다시 영혼이 독립해서 사신 상태와 몸의 나이가 다른 거.

옥이명명은... 헤어스타일만 바뀐 걸로..?

그래서 몸이 노화해도 영혼은 고3 그대로고.. 죽어서 소사 온 이후로는 다른 사신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영압에 따라 노화하는 거로. 이건 소사 온 적 있는 차드나 오리히메나 우류(+아버님)도 동일 사항.

38.

빙설계는 '정지'

염열계는 '소멸'

...일단 등장한 속성계 중 이 둘만... 최강의 참백도가 등장했으니까 유추해보는 건데

두 계열의 극의는 저 둘인 것 같아요. 빙설계는 정지, 염열계는 소멸.

히츠가 원작에서 말했듯이 빙설계의 기본 능력인 빙결은 결과적으로 '정지'를 이끌어내요. 얼어붙은 것은 녹을 때까지 모든 것을 멈추죠.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에서도 벗어나며 기능 또한 멈춰요. 그러니까 '정지'.

염열계의 경우엔 예상일 뿐인데, 기본 능력인 훈작(..?이라고 해야할지)은 '소멸'을 이끌어내요. 불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의 특징인만큼, 불이 난 것은 불이 인위적인 개입으로 꺼지지 않는 한 결국엔 사라지죠. 그러니까 '소멸'.

이런 면 때문에 빙설계와 염열계만이 최강의 참백도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유수계는 이름만 보면 물이 흐르는 건데 흐르는 게 뭔가 작용을 이끌어내지는 않고, 뇌전계나 토사계도 마찬가지고..

아 유수계는 '녹이는'건가?? 녹이면 액체가 되니까... ㅓ? 그럼 온도 쪽으로 염열계랑 겹치는데🤔

...이래서 빙설계와 염열계만 나왔나 싶고.

최면/회복/직공/귀도/이능계는 딱히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이 없으니까요. 특히 귀도랑 이능이. 속성계랑은 달리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39.

개인적으로 미래의 히츠는 야마모토보다도 강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최소 50인 아기가 최소 2000인 할부지 밑에 밑에 정도 실력자가 된 걸 보면..? 완빙은 미래 실력의 일부지 전부가 아니니까(예시로 완빙에선 천상종림 못 썼죠)..

솔직히 스님이 너무 사기라서 최강..은 무리일 것 같지만.. 스님은 어차피 0번대에만 있으니까 제끼고.

할부지 실력에 다다른다면 만해 해방할 때 영압이 육안으로 보이겠죠. 그럼 아마 새파랗고, 새하얗고, 투명한 얼음의 빛이 감돌지 않을지..

시해 상태에서부터 각잡고 쓰면 먹구름 불러일으키니까, 만해를 쓰자마자 주변이 어두워지고. 차갑게 내려간 기온에 공기 중에 있던 물이 얼어서 사람들을 상처입히겠죠. 얼어붙는 시각적인 효과 없이 그저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상태나 기능이 정지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멈추기 시작할 거예요.

죽기 직전의 사람을 정지시켜서 나중에 이사네 등 전문가에게 맡기고 살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

그 압도적인 추위와 정지 범위에 비해 얼음과 눈은 히츠가 원할 때나 보일 것 같네요. 뭐 히츠도 각잡고 얼리고 눈도 내릴 것 같으니 없지는 않겠지만. 아니면 눈(빙천백화장) 정도는 그냥 패시브로 내릴지도..?

짱 강한 미래 히츠 생각하기가 최고 재미네요..😎

(제 설정상) 우노하나에게서 배운 검술도 계속 갈고닦고, 자라면서 힘도 세지고 해서 그냥 백타만 해도 되게 강할 것 같고.

스테이터스 100 100 100 100 100 100 찍자 아기야

40.

약간 그런 거 보고 싶어요. 현대AU!

근데 영적 능력 있는 사신즈(이치고 아직 일반인)(몇몇은 사실....?)

기술개발국은 과학자로서 침투하고 총대장 영감님이랑 잇가쿠는 검도장 운영. 사사키베는 검도장 옆 카페 운영중이고 4번대는 의사.

영술원 동기들은 고등학생이고 히사기는 대학생.

히츠는 약간 부잣집 아들램. 월반 엄청 빨리 해서 히사기보다 선배인 대학생이고 사실 렌지 네보다 한 살 연상. 키 안 큰 거는 특이체질..?이라서 의학계랑 과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간이 지나면 꽤 커질 거라고 추측됨.

코마무라는 밖으로 나오면 안되고 이바가 보조. 소이퐁은 국대 준비중. 오오마에다는 약간.. 졸부 느낌의 재벌집 (못미더운데 은근 일 잘 하는) 후계자고

쿠치키 가는 정통 상류층 재벌. 루키아는 어릴때 입양됐지만 여전히 학교는 친구들이랑 같이. 뱌쿠야는 젊은 회장으로서 다니는 중..이고 히츠랑 의외로 친할 것 같다. 히츠 성장 관련 연구에 투자했다거나 집안끼리.

란기쿠는 히츠네 친누나 가자!! 한 8살 차이 누나고 대(보다 조금 작은)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것 같다. 긴은 란기쿠 소꿉친구이자 동기.

11번대는.... 왠지 모르지만 양지의 직업은 아닐 것 같고

우키타케는 어린이집이나 고아원같은 거 운영할 거 같지... 쿄라쿠는 투자자이자 우키타케 오랜 친구. 란기쿠네 기업 사장님. 나나오는 비서이자 조카님.

일단은 사신들만 틀 잡고.. 현세조는 동일. 그냥 동기즈랑 같은 반 느낌..? 그리고 이야기는 렌지 네랑 친해지고 히츠와 뱤을 만난 이후 이치고가 겪는 기묘한 일에서부터 시작되는데...더보기

설정 자세히 추가하자면 렌지-키라-모모-루키아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쭉 붙어다닌 소꿉친구.

모모랑 히츠네는 옆집.

루키아는 초2때 입양됐고 히츠는 초3 때 5년 월반. 동기즈는 히츠랑 2년 동안 꽤 친하게 지냄.

히츠랑 뱤이랑.. 그냥 동기인 걸로 하자. 5년 월반하고 1년 뒤 중3때 뱤이랑 같은 반 되고.. 나름 학교에 적응한 아기가 같은 반+루키아 오빠라니까 먼저 다가감. 둘이 은근히 성격 맞아서 절친모드. 그리고 히츠 성장 관련으로 누가 손 못 쓰게 뱤이 먼저 투자하고

그러다가 '대장'인 사람들이 살짝 달라진 것은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였고..

덧붙이자면 히츠 사진 전공!! 집안 일(중소 회사)은 나중에 란기쿠가 맡기로 했고 본인은 여행다니면서 사진 찍는 게 꿈-이었다고. 특히 눈이랑 얼음 찍기 좋아하고, 그림도 그린대요. 이미 사진 작가로서는 이름 꽤 알려졌고..!

여담으로 뱤은 경영 전공, 히사기는 자동차 정비 쪽으로. 경영 전공이기는 한데 이미 다 아는 거라서 수업 자주 빠지고 히츠네 강의 청강한대요. 루키아랑 만나면 자주 찍어줘서 이론은 알아야 한다나... 는 이유 중 하나고 투자자로써 히츠 보호해야한다는 게 다른 이유.

왜소증이 아니라 성장이 멈춘 것 뿐 장래에 커진다는 거 가지고 이상한 소문이 나서 꽤 노려졌기에...? 제 사람은 아끼는 뱤답게 7년지기 친구를 보호하려고 드는 중.

사진 얘기로 돌아오자면 히츠 사진 찍을 때는 가끔 안경도 쓰고..

암실에서 현상하는 사진도 찍고 폰카로도 찍고. 우주 사진도 찍고 사진 편집도 하고 사진 관련은 뭐든 할 수 있대요. ..셀카 빼고🤭

-

새하얀 소년이 멍하니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에메랄드 빛 청록색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새하얀 구름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소년을 누군가 불렀다.

“토시로.”

“…뱌쿠야?”

“강의 끝났다. 우노하나 교수가 늦는다고 화낼걸.”

“아.”

“언제부터 안 들었지?”

“…피사체 얘기할 때부터?”

“거의 처음부터군. 어서 가자.”

소년은 느리게 강의실을 둘러보았다. 넓직한 강의실에 있는 사람은 저와 친구 뿐으로- 시계까지 살펴보니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답지않게 제법 오랫동안 기다려준 친구의 등을 몇 번 토닥여주고 소년은 일어섰다.

“무슨 생각에 잠겼길래 그리 멍했어.”

“그냥. 왠지 느낌이 좋아서.”

“별일이군.”

“…무슨 뜻이냐.”

“네가 느낌이 좋다는 이유로 강의도 안 듣고 몇 시간을 멍때린 게 별일이라는 뜻이야. 심지어 우노하나 교수와의 약속도 잊고 말이지.”

물흐르듯 이어지는 답변에 소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친구는- 잔소리가 은근히 심해서. 이렇게 이어질 때는 잔소리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았다. 소년은 익숙하게 말을 돌렸다.

“선생님이랑 만나고 나선 애들이랑 만나는 거였지.”

“…? 그렇지. 애들과 만나고, 너희 누나랑 만나고. 우키타케 원장과 만나고. 너 오늘 바쁘네.”

“…늦으면 안 됐는데. 곤란하게 됐군…”

“확실히.”

친구는 가볍게 긍정했다. 소년은 도끼눈을 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까지 확인한 친구는 소년의 작은 등을 약하게 쳐줬다.

“누가 멍때리랬나. 어서 가자. 더 늦으면 진짜 혼나겠어.”

“혼 안 내시던데.”

“너 한정이다.”

평소 표정변화가 없는 얼굴이 매섭게 찌푸러졌다. 나긋하고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를 알기에, 소년은 픽 웃고는 나름대로 위로를 건넸다.

“너도 꽤 아껴 주시니 괜찮지 않나.”

“아껴주길 바라는 게 아니야. …어서 가지.”

“그래.”

41.

주변 살필 틈도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을 본 히츠가 말없이 빙륜환을 잡았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그 장소엔 먹구름이 몰려들고, 뜨거운 눈물에 닿으면 흔적없이 사라지는 작고 약한 눈가루가 조용히 내리고.

눈에 띄는 새하얀 머리카락과 에메랄드 빛 벽안은 모습을 감추면서, 충분히 울 만큼 그 자리에.

42.

물시계(모래시계처럼 생긴)로 시간 재가면서 일하는 히츠 보고싶다. 분명히 계획적인P 아니면 즉흥적인 J일 것 같아서(..).

그렇게 일했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넘길 것 같으면 얼려두고 다 하면 녹여서 계획 안에 했다고 만족하기

43.

설원에 드리운 유일한 그림자의 주인

외로운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하나 둘 추위를 뚫고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느덧 주위를 둘러보면 새하얀 설원 위를 덮은 그림자밖에 안 보이겠지

그 순간의 아이는 비로소 환하게 미소짓지 않을까

44.

풀피리 부는 히츠 보고싶다. 문득 눈에 들어온 버드나무잎을 들어서 입에 물어, 살짝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불어넣으면 거칠지만 분명히 선율을 가진 높은 음이 흘러나오는.

45.

춤추는 히츠 보고싶다...?(?이젠 별걸 다

팝핀느낌 말고 일본 전통 춤이나 왈츠같은 느낌의. 대장급 사신들은 기본적으로 귀족 취급인 것 같던데 기본 소양으로 익혔겠지...(?

아니면 검무!!도 재밌겠다

나풀거리는 옷자락과 언뜻언뜻 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새하얀 검,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46.

“이런 일은- 안 맡은 지 꽤 되었는데.”

새하얀 머리카락이 달빛에 비쳐 어두운 밤중에 반짝였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청록빛 눈이 응시하는 상대는- 가슴팍에 짧은 쇠사슬이 달려있는, 너무나도 작은 아이.

“…이리 와, 아이야.”

“……”

“같이 가자.”

소년은 손을 내밀었다.

47.

나는 너희를 모르지만, 너희는 나를 알기에.

나는―

소년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머리카락이 식은 땀으로 축축했지만 보통 그걸로 나타날 불쾌함은 느낄 수 없었다. 다급히 무언가에서 도망친 것마냥 선연히 돋은 소름으로 차게 식은 몸을 추스리기가 힘들었다.

“…뭐야…”

제 목소리인데도 갈라지는 소리가 기이하게 느껴졌다.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시 잠들 엄두는 나지 않아― 소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얀 소복 위에 검은 사패장을 챙겨입고 대장의 하오리를 챙겨입는 일련의 과정이 이상하게 의식되었다.

“…기분탓이겠지.”

그럴거야-. 무거운 고개를 든 소년은 제 영혼의 일부를 들고 방을 나섰다.

“대~장~님~!♡ 누구게요~!”

“마츠모토.”

“에- 재미없어. 대장님, 바로 맞추시면 어떡해요~”

“못 맞췄으면 그거대로 놀렸을 놈이 할 말이냐. 그보다, 일은 다 했어?”

“…그럼요~”

“…마-츠-모-토!!”

엄한 불호령이 10번대 대사에 울려퍼졌다.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은 귀를 틀어막고 으악-이라며 엄살을 부렸고, 소년은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니면 기억도 나지 않는 악몽 때문일까. 소년의 청록색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대장님? 괜찮으세요?”

여인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소년은 멍하니 여인의 푸른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닥 신뢰가 가지 않는 대답에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얼굴로 뭐가 괜찮아요? 4번대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대도. 별거 아냐.”

“아니이, 괜찮으면 그런 얼굴하지 말라구요!”

“…마츠모토― 네가 일만 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평소엔 보여주지도 않는 웃음까지 보인 소년의 사근한 미소에 여인은 표정을 굳혔다. 이런, 이 웃음은 위험한데. 일은 하기 싫고. 그럼 남은 답은 하나다.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야!!”

…걱정해주더니, 하여간에. 소년은 입술을 꾹 다물고 부관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용해지니 찌르는 듯한 고통이 가라앉아서- 소년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꿈 때문인지, 저 녀석 때문인지….”

느릿하게 중얼거리자 눈꺼풀이 무겁게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잠들면 그 악몽을 다시 꾸게 되려나, 빙륜환이 있으니 상관 없나… 일은- 어느정도는 미리 끝냈던 것 같은데…-

자그마한 숨소리가 고르게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꾸벅꾸벅 고개가 흔들리고, 푸른빛 청록색 눈이 사르륵 눈꺼풀에 덮여갔다.

―막 단잠에 들려던 소년을 깨운 것은, 익숙한 낯을 한 불청객이었다.

“히츠가야 대장님!!”

“…헉,”

“…아,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실례했습니다, 담담히 사과해온 사신은 붉은 머리칼을 위로 질끈 묶고 있었다. 소년- 히츠가야는 급격히 되돌아와 더욱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됐다. 지금이 몇시지?”

“4시…? 즈음일까요.”

“그런가…. …그래서 무슨 일이냐, 아바라이?”

아바라이라고 불린 사신은 염려하는 듯 눈꼬리를 축 늘어뜨렸다가 급하게 자세를 다시 잡았다. 한쪽 무릎은 바닥에 대고 한쪽 무릎은 적당히 굽혀서 시선을 감췄다.

“대수회의를 시작한다는 총대장님의 전언입니다.”

“대수회의…? 그걸 왜 네가.”

소년의 한쪽 눈썹이 비틀렸다. 정례회의도 아니거늘 갑작스럽게 잡힌 회의는 영 반갑지 않았다. 대원도, 나비도, 이정대도 아닌 6번대 부대장이 직접 소식을 전해왔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 부관은 아까 도망치더니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타부대의 부대장이 이러고 있는 것인가.

공과 사를 구분하려는 듯한 차가운 얼굴에 아바라이는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 기색을 알아차린 소년은 고민하듯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미안하다, 아바라이. 조금 피곤해서. …예민해진 것 같다.”

“아, 아닙니다. 란기쿠 씨가 악몽 꾸신 것 같다고, 조심해서 말 좀 전해달라고 미리.”

란기쿠, 바로 방금도 떠올렸던 부재한 부관의 이름에 내리깔렸던 청록색 눈이 다시금 형형하게 빛났다.

“그 녀석은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아, 그게. …도망치셨습니다. 대수회의 전보는 같이 있을 때 받아서 그나마 들었고요.”

“…미안하다.”

“아뇨, 히츠가야 대장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아바라이는 씩 웃었다. 그 모습에 미세하게 부드럽게 풀린 기색이 히츠가야의 얼굴에 멤돌았다.

“부대장들을 모으는 전언은 없었습니다. 6번대 대수실 근처에서 란기쿠씨랑 대화 나누다가 지옥나비가 온 후 저희 대장님께서 나서시는 걸 봤고요.”

그 이후는 조금 전에 설명드린 그대로입니다. 아바라이는 뒤듲게 맨 처음 질문에 대답했다. 완전히 날아가지 않고 창가에서 나풀나풀 돌아다니는 지옥나비를 힐끗 바라본 청록빛 눈이 알았다는 듯 느리게 감겼다.

“…지금 가면 늦었으려나.”

“아마 저희 대장님께서 늦을 거라고 말하시지 않았을까요.”

그런 걸 기대할 만한 양반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히츠가야 대장님 편의는 종종 봐주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려던 아바라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란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루키아나 이치고가 아니라면, 대장은 타인을 사정도 모르면서 감싸줄 사람이 아니었다.

“먼저 가지. 고맙다, 아바라이.”

예! 기운차게 대답한 아바라이를 잠시 눈에 담은 히츠가야는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대수회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고요했다. 순보로 빠르게 도착한 히츠가야는 마른 침을 삼키며 거대한 문을 열었다. 지각은 처음이었다.

“왔는가, 히츠가야 대장.”

노회한 총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주제에 눈으로 옆을 확인할 자신감은 없기에, 히츠가야는 고개를 숙이며 영압을 느꼈다. 언제나 없는 자라키의 영압, 그리고 그에 비하면 드물지만 마찬가지로 없을 때가 더 많은 쿠로츠치의 영압. 그외 대장들의 영압은 전부 있었다. 사실상 가장 마지막이군, 히츠가야는 한숨을 삼켜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자리에 서게.”

“예.”

화려하게 꾸민 쿄라쿠의 서글픈 웃음이 보였다. 히츠가야는 급하지 않게 저벅저벅 쿄라쿠의 옆에 섰다. 그저 웃는 모양새 밑으로 요동치는 영압이 느껴졌다. 뭐가 있는 걸까, 불안한데… 히츠가야는 마른 침을 삼켜냈다. 감이 영 좋지 않았다.

“자라키 대장과 쿠로츠치 대장의 부재는 추후에 전달하도록 하지. 그럼, 당장 우선시해야 할 사안에 대한 것이다만.”

쇳소리가 나는 낡은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냈다.

“히츠가야 대장, 늦은 이유를 말해주게.”

“…이 자리에서 답하기엔 불명예스러운 이유입니다만.”

“쿠치키 대장에겐 이미 들었네.”

…쿠치키가? 히츠가야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고하게 서있는 쿠치키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부대장인 아바라이가 말했던 그대로 별로 그런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자인데, 어째서. …그리고 이미 들었으면, 그건 또 어째서.

“묻는 것은 자네가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든 그 원인이네.”

“……”

청록색 보석같은 눈이 깊게 침잠했다. 깊은 잠에 든 원인, 전날 새벽에 갑작스레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그 꿈. 상태를 추스르는 것조차도 가까스로 해낸 상태라 잠도 부족하고 몸상태도 별로였다. 총대장은- 그걸, 왜. 히츠가야는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꿈자리가 안 좋아서 그랬습니다.”

“꿈이라, 어떤 꿈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새하얗게 바랜 시야와 빙륜환의 한기가 다입니다.”

“…그런가. 알려줘서 고맙네, 히츠가야 대장.”

히츠가야는 눈을 감으며 총대장의 감사를 받았다. 기민하게 벼린 기감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빙륜환의 한기에 반응한 우노하나, 우키타케, 쿄라쿠.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감고있던 오른쪽 눈을 뜬 총대장. 그리고 무엇을 아는 듯이 주먹을 쥔 쿠치키.

‘…나에 대해, 나 말고 다른 이가.’

청록색 눈이 느리게 모습을 드러냈다. 새파란 하늘을 그대로 닮은 푸른 눈이 많은 짐작과 함께 흐려졌다.

'히츠가야 대장님.'

'살려주세요. 대장님, 제발……'

기억에 있지 않은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 순간.

호흡이 가빠졌다. 주먹 쥔 양손에 핏줄이 두드러졌다.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히츠가야는 이 감정을 알았다. 쿄라쿠는 옆 사람의 이상 현상을 눈치챘다.

“히츠가야 대장…?”

아프게도 다짐한 결심이 단단했다.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감정이 사무치게 두려웠다.

'대장님.'

모르는 목소리가 간절한 물기를 머금었다.

“쿄라쿠, 잠시. 히츠가야 대장, 괜찮나? 정신 좀 차려보게.”

히츠가야는 우키타케가 다가온 것을 몰랐다. 눈앞엔 시린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려고 넘실거리는 불길의 화마였다.

히츠가야는 사람들 앞에서 버티고 서서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루콘가의 주민들이 벌벌 떨면서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장님.'

각오를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이미 알고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다. 히츠가야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다. 그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 ――을 따라 목숨을 내버리고 싶지 않았을 뿐.

“히츠가야 대장… 히츠가야 군, 토시로!”

예상치 못하게 들은 제 '이름'에, 히츠가야는 그제야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흰색의 천장이었다. 회도의 따스한 영압, 쓴 약 냄새, 소란스럽고 급한 응급의 소리. 모든 것을 느낀 히츠가야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4번대…”

“맞아요.”

눈을 뜨기 전부터 느껴지던 거대한 존재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했던 목소리에 히츠가야는 일어나지 않고 고개만 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노하나 대장.”

“일어나려 하면 눕히려고 했는데. 잘 했어요.”

“어릴 적 그렇게 혼났었으니 말입니다. 잊을 수는 없지요.”

“다른 대장들은 조금 전에 각자의 대사로 돌아갔어요.”

다른 대장, 이건 예상치 못했다.

히츠가야는 잠시 숨을 골랐다. 다른 대장. 우키타케, 쿄라쿠… 아까 이상했던 점을 따지면, 쿠치키도 가능성이 있겠지. 찾아갈 이들을 정리한 깨끗한 청록색 눈이 자애로운 보랏빛 눈을 바라보았다.

“묻지 않으십니까.”

“대답해줄 건가요?”

“……”

“…히츠가야 대장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었습니다.”

나직한 한숨과 함께 나온 말은, 어떤 면에선 예상했고 어떤 면에선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히츠가야는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있었다', 그 말은.

“말해주지 않을 작정이신가 보군요.”

“맞아요. 제 재량으로 그렇게 정했답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리 아파하는데 전할 수 있나요.”

다정하고, 자상하고, 따스하고, 염려하는 느낌이 낭랑한 목소리가 단언을 내렸다. 아파하다… 히츠가야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제가 쓰러질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억나지 않나요?”

“네. 두렵고 아픈데도 굳은 결심을 내렸던 기억만 있습니다. 총대장께서 인사하신 다음은, 잘.”

하얀 하오리 아래 길게 자리잡은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히츠가야는 언제나와 같이 기분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에 고민이 아로새겨지는 모습을 보았다.

“우노하나 대장.”

“……”

“대장님.”

어릴 적 부르던 호칭에 드러나지 않던 동요가 순간 일었다. 히츠가야는 몸을 일으켜 그 눈을 마주했다.

“말해주세요. 제가 알아야하는 사실이 있다면.”

“…히츠가야 대장.”

“예. 대장입니다. 이 소울 소사이어티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창밖은 여름이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의 지친 향이, 그 빛과 4번대 사신들의 성의로 우거진 녹음이, 겨울을 담은 어린 대장과 대조되었다.

하지만 차고 파랗게 하얀 소년은 그 여름의 새하얀 햇살 아래 빛났다. 우노하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여름은 성장기, 이 덥고 생명력 넘치는 어린 대장이 그 누구보다도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그래서 놓칠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들으셔야 하나요.”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그대를 놓칠지도 모르는 사안을, 저희의 입으로.”

“총대장님께 여쭤볼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겁먹을 줄 압니다.”

히츠가야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서글프게 흔들리고 얕던 호흡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에 단단히 제련된 것처럼.

우노하나는 깊은 한숨을 삼켜냈다.

“…어쩔 수 없지요.”

47.

아이돌 히츠...-를 탐라에서 봐서

검고 어두운 무대에 새파란 빛이 드리웠다. 아무렇게나 넘긴 것 같지만 섬세한 기교로 어느정도 고정된 새하얀 머리카락, 빛을 받아 선명히 빛나는 청록색 눈동자.

붉게 그린 아이라인이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었다. 화려하게 꾸민 얼굴은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둥, 둥, 작은 드럼 소리와 기타 소리가 곡의 시작을 이끌었다. 검은 자켓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새하얀 셔츠가 호흡을 깊게 들이마심에 따라 오르내렸다.

서서히, 열렬히 들려오는 팬들의 목소리를 따라― 가수는 자신의 소중한 마이크를 꼭 쥐었다.

 “―”

48.

가족.

피가 섞인 인연, 추억과 감정을 나누는 동반자.

사신들에게 가족이라는 개념은 희박하다. 스스로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곳에서 근무하며, 설사 자신은 오래 산다 할지라도 가족은 먼저 죽기 십상이었다. 생전의 가족은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언제 인연이 끊길지 모르니- 사신들은 최대한 주변에 깊은 정을 주지 않는 편이었다. 다른 사신들을 그저 좋은 동료, 친구, 이따금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는 사람 정도로 보면서.

귀족이건 루콘가 출신이건- 그런 경향은 어디에서나 쉽게 엿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영술원에서부터 만해를 터득해 올라온 천재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아, 토시로-! 혼자 거기서 뭐하냐!”

“으앗. …대장님?”

“와, 진짜 안 놀란 티 많이 난다.”

“그~으~렇게 크게 대놓고 다가오셨는데 누가 놀라나요~! 자, 토시로 괴롭히지 말고 일하세요!”

“네가 놀려고 시키는 거잖냐! 토시로, 놀러가자 우리!”

“아니! 토시로, 대장님 잡아!”

주변의 어른들과 비교되어 눈에 띄는 작은 체구가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토시로라 불린 작은 소년은 익숙한듯 짤막하게 한숨만 내쉴 뿐이었지만, 소년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은 그런 반응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서로 소리를 내질렀다.

소년은 느리게 시선을 주위로 돌렸다. 동료라기보다는 동생, 어쩌면 자식을 떠올리게 하는 나이대의 소년이 급하게 높은 직위에 올랐다고 불만을 가진 사신은 없었다. 그런 자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어서- 소년은 아름아름 익숙하지 않은 호의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넘치는 호의를 제공해주는 다른 사신들은 소년의 시선에 미소지었다. 소년을 끌어안은 대장이 아닌 소년을 가리키고는, 쉬세요, 하고 입모양만으로 상냥히 속삭였다.

소년이 미세하게 안도하는 그 순간 여인은 소년을 빼앗아 안아들었다. 신체적 특징상 약간 호흡이 불편해진 소년은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지만 여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토시로랑은 제가 갔다올게요! 대장은 토시로가 한 거 결재나 하세요! 그럼 이만!”

“야, 야!! 란기쿠!!!”

아, 도망친다. 소년은 멍하니 푸른 눈을 바라보았다. 마주친 푸른 눈이 싱긋 웃어보였다.

뒤를 바라보자 허망하게 손 뻗고 있는 대장에게 대원 중 하나가 미소지으며 다가가 서류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활짝 웃고있는 여인의 모습과 너무 대비되어서, 그 모습이 너무도 재미나서. 소년은 꺄륵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토시로, 오랜만에 웃네! 뭐 봤어?”

“대장이 서류받고 절망한 얼굴을 했어. 네 얼굴이랑 너무 비교되네.”

“아하하! 그거야 오늘은 내가 이겼으니까~! 자, 맛난거 먹으러 가자~”

여인은 신나게 웃으며 소년을 내려놓고 작은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과는 다른, 크고 굳건한 손- 소년은 느리게 여인을 올려다 보았다. 금빛 머리카락이 햇빛에 비쳐 반짝였다.

할머니는 할머니. 모모는 모모.

「동료란―」

영술원에서 듣는둥 마는둥했던 강의가 떠올랐다.

동료는 서로 의지하는 관계. …나는? 의지하지만, 의지받고 있나?

친구…? 친구라기엔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동등하지도 않고.

“마츠모토.”

“란기쿠라고 부르래도, 꼬맹아. 누나는 더 좋고~”

“우린 무슨 관계야?”

“어?”

소년의 청록빛 눈동자가 기울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의문이 밝은 눈을 가렸다.

아이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모르는 법. 기억에 없는 것은 모르는 법. 그저, 들은 것을 읊을 뿐.

“아니… 갑자기 생각나서.”

“뭐가?”

“…영술원에서, 동료는 서로 의지한다고 했거든. 근데 솔직히 난 의지받고 있지는 않고… 친구라기엔, 안 대등하잖아. 계급상이라든가, 나이라든가.”

여인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푹 내려앉은 것이, 생각보다 진지해서 장난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게. 친구는 아니지. 동료… 솔직히 의지하는 애들은 없으려나. 부하? 라기엔 이 아이는 사랑받고 있고―제 대장이 사랑받지 못하는 전제 하의 이야기다―.

“…그럼 가족이지!”

“어?”

“얘 좀 봐, 그럼 이렇게 아낌받고 아끼는 관계가 가족 말고 있을까~?”

“…그런가? 근데 피가-”

“가족의 정의에 혈연은 상관 없어. 내 사람이다! 싶으면 가족이지 뭐.”

“…”

“토시로는 내 동생이고~ 가족이지! 괘씸한 부하기도 하지만, 내 동생이야.”

“…그런가.”

“그럼!”

여인은 미소지었다. 가슴 속이 간질간질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선 몽글몽글한 표정을 지은 소년을 보며, 여인은 소년의 예쁘게 새하얀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아, 란기쿠!”

“대장님도 네 가족이고, 나도 네 가족이고. 타케조에나 이오바나 무라사라도 네 가족. 아이구, 가족 참 많다.”

“괴롭히지 마!”

“괴랩해재매~ 랄까, 이뻐해주는 건데 뭐.”

“야!”

성공적으로 몽실몽실한 얼굴을 지워낸 여인은 키득 웃었다. 약간 아쉽긴 하지만 아직 애기고, 언제든 볼 수 있을테니.

“자자~ 오늘은 누나가 쏠테니까 맘껏 먹어!”

“아휴.”

“한숨쉬면 복 날아간다!”

여인은 소년의 볼을 쭉 늘어트렸다. 말랑말랑하고, 애기의 볼. 소년은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고, 여인은 웃었다.

평화로웠다―

49.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년은 느리게 들고있던 다기를 내려놓았다. 그 머리카락과 색이 거의 차이나지 않는 새하얀 기모노가 팔을 움직임에 따라 바닥에 끌렸다.

여태껏 조용히 듣고만 있던 소년은, 작게 입을 열었다.

“그러시군요.”

바닥만 보고있던 에메랄드빛 청록색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그리 말하는 어조는 너무나 덤덤해서- 그리고, 마주하고 있음에도 그 시선이 너무나 냉담해서.

헛숨을 들이킨 순간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으로 드십시오.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누가요?”

“그대가 찾아온 분이지요.”

소년은 흐트러진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충고하자면, 내게 했던 것처럼 마음 놓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 말하는 소년은―

50.

우르키오라랑 히츠가야(좀비ver)의 캐디가 정반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주체적으로 생각을 이어가다가(외부의 압력 미약하게 있음) 죽음을 맞은 우르키오라랑 주체적으로 생각을 잇지 못하고(외부 압력 강하게 있음) 제압당한 좀비히츠.

새카만 흑발과 새하얀 백발, 석고상같은 흰 피부와 피에 잠식당한 갈색 피부, 형형한 녹안과 적안.

공통점으로는 하얀색 위주에 검은색이 들어간 옷, 담담하고 변화가 거의 없는 얼굴, 냉정해보이는데 은근히 격정이 많다는 거.

얘네 만나는거 써보고싶다.....

공격수단도 어두운 창/흰 얼음으로 반대다

51.

허무(虛無)를 안고 태어난 대허(大虛)는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어디지. 그는 분명히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죽어서 끝없는 무저갱에 떨어졌었다…

고개를 들자 익숙하고 거대한 보름달이 검은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웨코문드의 것과 같군, 이곳은 다시 웨코문드인가.

그 무엇도 담지 않는 매끄러운 녹색 눈이 다시금 주변을 살폈다. 

-아니, 웨코문드는 아니다. 라스노체스가 보이지 않아…

새하얀 모래가 아닌 검은 나무가 죽은 향을 내뿜고 있다. 허(虛)의 고향이라고는 눈을 씻어도 볼 수 없었다. 남자의 모습을 한 허무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이 어딘지는 누군가를 만나면 알 수 있겠지.

가벼이 둘러서는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날카롭게 벼린 기감엔 죽은 듯 미약한 호흡이 느껴졌다. 이것은 일부러 꾸며낸 것인가? 아니면 죽으려는 자의 것인가. 어느쪽이든 제 속의 구멍을 가려낼 수 있을 듯 하여- 허무는 익숙하지 않은 밤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에 띈 호흡의 주인은, 죽은 듯 눈을 감은 소년.

새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은은히 흩날렸다. 머리카락과 더불어 하얀 옷이 아니었다면 이 밤중에 알아볼 수 없을 법한 검은 피부를 가진 소년이었다.

허무의 녹색 눈이 매끄럽게 소년이 쥔 참백도로 시선을 주었다. 사신인가, 특이한 옷을 입고 있군. 그는 깔끔하게 판단하고 소년의 앞에 섰다. 허무의 기척을 느꼈는지 소년은 느리게 감고있던 눈을 뜨고 시선을 마주했다. 새빨갛게 죽은 눈이 그 피부의 색과 어울렸다.

“넌 누구지? 이곳은 어디냐.”

“……”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죽이겠다. 사신은 방해이니.”

허무는 붉은 바라를 손에 모아 소년에게 보여줬다. 그를 죽일 의지가 있다는 뜻이었으나, 소년은 반응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왠지 거슬려서, 허무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건가.”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

“……”

반응 하나 없다.

잃어버린 것을 찾는 갈증이 남아있는 허무는, 그 공허한 눈이 익숙했다.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었고, 불쾌했다. 쿠로사키 이치고의 불처럼 타오르는 눈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무가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소년은 여태껏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너는.”

“…”

“너는 누구지.”

“…말을 할 수 있었군.”

소년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질문에 대답하라는 것인가.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이 침묵은 더 달갑지 않았기에, 허무는 소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꺼냈다.

“콰트로 에스파다, 우르키오라 쉬파다.”

“…”

“이제 내 질문에 답해라. 너는 누구지?”

소년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여태까지의 침묵과는 느낌이 달랐기에, 허무- 우르키오라는 가만히 소년이 다시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다.

기다린 보람대로, 소년은 길지 않은 시간 끝에 다시금 우르키오라의 선명한 녹색 눈을 바라보았다.

“―히츠가야,”

소년은 숨을 멈췄다. 단어를 말하기가 벅찬듯, 하나하나 씹듯이 내뱉었다.

“히츠가야, 토시로.”

죽은 것처럼 빛이 들지 않던 핏빛 눈이 한순간 빛났다.

“10번대의- 대장이다.”

여태껏 감정없이 무미건조하던 얼굴이 와락 찌푸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르키오라는 뭔가 울렁이는 속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붉은 눈이 한순간 푸르른 청록빛을 띈 것 같았다.

―히츠가야, 토시로. 우르키오라는 그 이름이 본 적 있는 이름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어디서 보았더라,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 여자가 남기던 편지. 남은 이들에게 쓰는 편지에 있던 그 이름이었다.

제 이름을 말한 소년- 히츠가야는 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한순간에 다시 조용해졌다. 우르키오라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일순 느낀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어져서, 그의 옆에 앉았다. 소년이 꼭 끌어안은 참백도에서 나는 얼음의 향은 위협이 실리지 않았다.

“이노우에 오리히메를 알고 있나.”

“…그래.”

“어떻게 알지?”

“…상부의 명령으로, 아란칼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

“보호를…. …아니, 그 이전에…”

“……이전,”

“…소울 소사이어티에, 그 아이가 왔을 때. 마츠모토와… 대사에…”

히츠가야의 말은 하나하나 끊겼다. -아니, 어찌보면 흐릿한 무언가를 더듬고 손을 뻗어 잡는 것처럼.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무언가를 억지로 견뎌내고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가엽군, 우르키오라는 저도 모르게 내린 감상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가엽다고 생각한 건가, 내가? 저 불쾌함을?

“…지젤의-”

“…?”

“아니, 내. …아니…”

“왜 그러지.”

“나는, 난.”

히츠가야는 우르키오라의 손목을 잡았다. 반응할 새도 없는 빠른 움직임에 우르키오라는 눈썹을 찌푸렸다.

생기없이 죽어있던 붉은 눈이 녹빛 광채를 띄었다.

“나를 죽여라. 죽여다오.”

“…무슨 소리냐.”

“조종당하고 있다. 내가, 내 의지가 죽어. 내 사람을 죽게 만들 것이다. 이 손으로. 이 영혼이.”

“……”

“그렇게 될 바에는!!”

히츠가야는 소리를 내질렀다. 여태 조용히 말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 제 이름을 말하던 그 순간과는 닮았군. 허무, 우르키오라는 이 모습이 소년의 본모습임을 깨달았다.

“…죽는 게 낫겠지.”

“……”

“빙륜환이 날 죽이게 할 수는 없다. 슬퍼하게 만들 수는 없어. 우르키오라 쉬퍼, 에스파다. 내키지 않겠지만 도와다오. 날 죽여.”

우르키오라는 숨을 삼켰다.

다른 의미로- 궁금해졌다.

“…왜.”

“……”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거지?”

“…?”

“남을 죽여서라도 자신이 사는 것이 바르지 않은가. 본인의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진데.”

“…”

“왜 타인을 더 생각하는 것이지? 이해할 수 없군. '감정'과는 또 다른 것 같다. 왜지?”

히츠가야는 우르키오라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살짝 멀어졌다. 혼비백산하여 흔들리던 얼굴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무심하고 공허하던 얼굴과는 달랐다.

“나는,”

“…”

“슬픔 속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니기에.”

“……”

“공백을 버틸 수 없으니까, 내가 죽는 편이 낫다.”

히츠가야 토시로는 웃었다. 우르키오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금 붉은 눈에 서린 빛이 가물가물하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두면 히츠가야는 다시 처음의 그 소년이 될 것이 분명했다.

우르키오라는 히츠가야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움직여 그의 손목을 잡았다.

“…우르키,오라?”

“언젠간 죽여주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

“보고 있겠다. 잡고 있겠다. 그러니,”

“……”

“히츠가야 토시로, 네 생각을 말해라. 네 정신이 들 때마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

“궁금해졌다. 이해할 수 없어. 죽여줄테니 알려다오.”

“…그래.”

히츠가야는 마른 얼굴로 웃었다.

“죽이기 전에 죽여준다면, 그것도 괜찮지.”

-

길었다아... 길게 쓰는거 오랜만이다'ㅂ'

오리히메의 영향으로 감정을 이해한, 미약하게나마 채워진 허무와 원래는 차있었지만 조종당하면서 메마른 좀비 히츠의 차이..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망했네요😭

울키는 감정을 갈망하는 허무고 좀힟은 감정을 잃어버린 정의라는 게 대비된다고 생각합니다.

외관이나 그런 것 말고도? 약간 그런 것에서도 대조되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요🤔

지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모습과, 그런 모습에서 익숙하고 불쾌한 그 눈을 떠올리지만 그때와는 달리 가엽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

배경은 강제 징용 무맥락 저기 어디지 장소랍니다😆 저도 몰라요..

52.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 왜 죽어도 상관 없다는 듯이 구냐고.

어차피 죽어서 이곳에 온 거 아닌가…~ 이 소울 소사이어티에 남아있는 미련은 딱 한 명밖에 없어서.

하지만 그 질문을 한 게 바로 그 사람이라.

“아니~ 그치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대장님 부를 수도 없잖아요? 바쁜 분 쓰러질텐데.”

“…”

“내가 죽을 거 같은 상황이면 대장님은 더 강한 놈 상대하고 있을걸요? 근데 내 마지막 미련 죽기 전에 보자고 부르면 어떡해요. 대장님이라도 살려면 내가 조용히 가야지. 그래야 집중하지!”

“……”

“그래서 상관 없어요. 이렇게 성숙한 부관을 두다니, 우리 대장님 행운아네요~”

자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뻔한데- 내게 이러는 이유도 모르는 건 아니라서.

그래서 그냥 웃었다. 장난스레 입술을 끌어당겨 웃으며 내 어린 대장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러.”

“넹?”

“부르라고. 갈거야.”

“…엥? 내가 한 말 들은 거 맞아요?”

“들었어. …혹시 모르는 거잖아.”

그러니까 불러―라고, 대장은 부루퉁하게 투덜거렸다.

무슨 마음인지 잘 모르겠는 것도 있고… 왠지 알 것만 같은 것도 있어서.

“…아유, 기특해~~! 언제 이렇게 컸어요, 대장?? 걱정해줄 줄도 알고!”

“갑자기 웬…! 아무튼, 불러!”

대답은 넘겼다.

피가 너무 많이 났다. 출혈이 너무 심해서- 눈앞이 슬슬 가물가물했다.

“누님, 괜찮아~? 설마 끝인가?”

적측의 꼬마놈이 거슬리게 도발하는 게 들렸지만 반응할 힘이 없었다.

"그러니까 불러."

…하필 이럴 때 떠오르는 것도, 참 너무하지. 우리 작은 천재 소년은.

대장이 상대하고 있는 적은 이 꼬맹이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안 부르려고 했다.

그랬지만, 변덕은 미녀의 종특이라서.

“…대장- 고마웠어요. …토시로, 미안.”

작게 속삭였다. 들리든 말든, 안 들리겠지만, 그래도 명령은 지켰다고 지옥에서 어필하려고.

[ 만해(卍解) ]

―한기가 느껴졌다.

[진, 대홍련빙륜환(眞, 大紅蓮氷輪丸) ]

동생의 증표인, 한기가.

“마츠모토, 괜찮냐.”

멎지 않던 상처의 감각이 사라졌다. 섬세하게 얼어붙은 얼음이 상처를 가린 것이 틀림없었다.

새파란 녹음이 드리운- 청록빛이 보였다.

“…뭐야, 진짜 오시면 어떡해요…”

“헛소린 그만하고.”

“와아… 비정하셔라…”

“어서 회복이나 해. 4번대 누구라도 데려올까?”

“엥, 적은요…?”

“끝났어.”

작지만 듬직한 어깨 뒤로 무언가 얼음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렇구나, 어느새 이렇게 강해졌구나.

안심하자 잠이 몰려왔다. 아이를 보며 웃어줬다.

“…왜 웃냐, 너.”

“그럼~ 4번대로 부탁해요…~ 대장님.”

“…알았어.”

아, 착해라.

이 여리고 바보같이 착한 아이를- 조용히 두고 갈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

뒤늦은 후기

이치마루 죽고나서 약간 붕 뜬 거 같은 란기쿠를 기민하게 알아차린 히츠가 누나 걱정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모가 당하고 나서 자기 사람에게 피해있는 거에 예민해진 히츠와 더이상 (히츠aka동생 빼곤)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가 되버린 란기쿠의 기묘한 짝짜꿍

53.

히츠의 특징이라고 하면 백발에 청록색 눈이긴 한데

색을 일부러 감추고 있다가 드러나는 새하얀 고아(高雅)를 묘사하는 거.. 좋아해요

어둡게 가면 스스로를 부정하기 위해 외형적 특징을 감추고 숨어있다가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본연의 모습을 취한다던가

별로 그렇게 어둡지는 않으면 잠입? 등의.

54.

이시다랑 히츠... 진짜 예상 안되는 조합. 허니 디시에선 이시다만 4번대 옷 만들어주고 있었고 아란칼에선 이시다만 외톨이였고 dd에선 토시로 부르는 장면 안 나옴(..)

기억 못하는 거일 수도 있는데 진짜 우리가 본 접점이 없어요. 그치만 그렇게 히츠가 많이 내려왔는데 안 내려왔을 리는 없지. 이시다도 히츠가야 애취급했으면 좋겠어요. 이치고처럼 진짜 무턱대고 애취급이 아니라 대장인 건 아는데 그래도 어린 건 맞으니까ㅇㅇst(이꼴 우키타케

이시다: 엇, 히츠가야 군... 뭐 사줄까? 난 커피 살건데.

히츠: ...아, 이시다. 그럼 같은 걸로 부탁하지..

이시다: ? ...그래.(에스프레소1 라떼1 시키며

사실 제겐 라떼도 씁니다. 라떼 먹고 우웩 쓰잖아 하는 히츠가 보고싶어요. ...그치만 히츠 취향 어른 입맛이니까 잘 먹겠지...

히츠: ..조금 달군. 이런 걸 즐겨마시나?(확연히 색이 다른데 못 알아본 모양

이시다: ㅓ.... 그건 아닌데. 왜? 싫어?

히츠: 그냥, 의외다 싶어서. 쓴걸 좋아할 것 같은데.

이시다: ...(조용히 자기 걸 내밈

히츠: ?(마셔봄....🤮)..... 이건 무슨 맛이냐.

이시다: 내가 주로 마시는 건 그거야.. 각성 효과가 있거든.

히츠: (라떼로 중화...되나요? 라떼도 무진장쓰던데진짜 아무튼.) ......이걸로 사줘서 고맙다. 예를 표하지.(일본어 레오유 한자 뭐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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