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스토리

Thread 1 - Irresponsible Pink

제 4화

‘지금 집에서 시부야까지 다니는 거 불편하지 않아?’

그런 흐름으로 소개받은, Aporia 도보 권내에 있는 아담한 맨션.

기숙사처럼 쓰고 있으니 집세는 꽤 싼 편이고 통근도 편하다.

무엇보다 ‘Aporia에서 일한다면, 이곳에서 사는 편이 안심된다.’라고 추천을 받았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스태프끼리 대응할 수 있으며, 보안 면에서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힘을 쏟고 있다고 하는 이 맨션에

나는 몇 년 만에 마침내, 사는 곳을 옮겼다.

야시로 이토 : (……102. 여기다.)

이 기숙사에는 현재, 나 이외에 6명의 스태프가 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중의 한 곳—

아케호시 군과 유라기 군이 살고 있는 방의 초인종을 눌렀다.

히노미야 아케호시 : 네-에.

히노미야 아케호시 : 어서 와. 좁은 곳이지만, 들어와~

야시로 이토 : 실례합니다.

야시로 이토 :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 방이네. ‘남자 둘이 살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가 아니라, 거의 없어.)

야시로 이토 : (뭔가 좋은 냄새도 나고, 장식품 같은 것도 여기저기…… 아. 이 작은 캣타워는 도구함이구나.)

히노미야 아케호시 : ? 아, 그거. 귀엽지. 조그만 고양이가 숨어 있어.

히노미야 아케호시 : 봐. 여기.

야시로 이토 : ! 정말이네, 귀엽다…….

히노미야 아케호시 : …아~

야시로 이토 : ?

갑작스레 들려온 그 소리에 그의 얼굴을 보자……

아케호시 군은 해맑게 웃으며, 쫙 펼친 손바닥을 키를 재는 것처럼 내 머리에 가볍게 올렸다.

야시로 이토 : 엇.

히노미야 아케호시 : 그게. 이토 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담해서

히노미야 아케호시 : 참, 귀엽네~ 싶어서.

야시로 이토 : …그런가요…?

히노미야 아케호시 : 아하하. 또 존댓말이 되었어.

야시로 이토 : (…코우 씨와 대화했을 때 인기 많은 남자의 견본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케호시 군도 대단하네.)

야시로 이토 : (역시 교제부, 숨쉬는 것처럼 스킨십을…… 아니, 잠깐. 어라, 이거 어떻게 반응하는 게 정답이지?)

아케호시 군은 미소를 띤 채, 마주치고 만 눈을 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굳어 있는 사이에—

히노미야&야시로 : 아.

우쿄 마오 : 언제까지 현관에 선 채로 얘기를…… 어이, 가깝잖아. 뭐하는 거야.

야시로 이토 : (마오 씨……!)

야시로 이토 : 수고하셨어요. 죄송해요, 벌써 오셨네요.

우쿄 마오 : 그건 됐고.

히노미야 아케호시 : 아무것도 안 했어~ 평범하게 얘기하고 있었을 뿐이야.

우쿄 마오 : 평범한 사람은 아직 친하지도 않은 인간의 머리를 쓰다듬지 않아.

히노미야 아케호시 : 코우 군은 꽤 자주 그러는데.

우쿄 마오 : 걔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하아……. 지금, 코우가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라고 하는 얼굴이 눈앞에 선하네.

히노미야 아케호시 : 아하하. 그렇네, 그렇게 말하면 마오치가 정답이었을지도.

야시로 이토 : (…그렇구나. 확실히.)

몇 시간 전—

히노미야 아케호시 : —그럼 당장 오늘 밤, 카페 일이 끝나면 여러모로 상담해볼까.

히노미야 아케호시 : 잘 부탁합니다.

히노미야 아케호시 : 아……. 그치만 생각해보니, 이토 씨도 기숙사 들어오지. 이사 준비 해야하잖아. 지금, 짐 싸는 걸로 바빠?

야시로 이토 : 그건 괜찮아. 오늘 입주하니까.

아야토 코우 : 어라, 오늘?

야시로 이토 : 네. 그러니까 2시 즈음엔 퇴근하는 걸로 되어있을……텐데요.

야시로 이토 : 이동 자체는 저녁 안으로 끝날 것 같으니까요. 짐 푸는 것도 급하지 않고.

히노미야 아케호시 : 그럼 8시 전후나, 적당히 안정되었을 즈음에 우리 집으로 오는 게 좋으려나아.

우쿄 마오 : 허?

야시로 이토 : 아케호시 군의 집, 이라면.

히노미야 아케호시 : 나도 기숙사에 살고 있어. 유라랑 같은 방.

히노미야 아케호시 : 내가 이토 씨 집에 가는 것도 괜찮지만, 아직 잘 모르는 남자를 집에 들이는 건 불편하려나~ 하고 생각해서.

야시로 이토 : 아아—…….

우쿄 마오 : 왜 잘 모르는 남자의 집에 ‘가는’ 건 불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쿄 마오 : 같은 기숙사든 뭐든, 갑자기 집으로 부르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아야토 코우 : 맞는 말이야. 아케호시는 정말, 내가 마오한테 혼나는 걸 보고 좀 배워.

우쿄 마오 : 너도 배웠으면 좋겠는데. 진짜 이놈이고 저놈이고 상식이 없네.

야시로 이토 : 그보다, 같은 방이면 유라기 군의 허가도 필요한 거 아냐?

히노미야 아케호시 : 오늘, 외박 예정이 있어서 집에 없어. 그러니까 여러 의미로 딱 좋지 않나 싶어서.

아야토 코우 : 여러 의미로 딱 좋다, 라고 하는 건 좀 그렇잖아.

우쿄 마오 : 좀 그렇다고 하기보단 꽤 최악.

야시로 이토 : (직설적으로 말하네…….)

히노미야 아케호시 : 이상한 의미는 아니야~

히노미야 아케호시 : 벽 하나 너머에 유라가 있으면,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시끄럽게 굴면 미안하잖아.

히노미야 아케호시 : 게다가 이토 씨가 집에 돌아간 뒤에 또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히노미야 아케호시 : 같은 맨션의 다른 집에 가는 정도라면 기분도 편하지 않을까 싶었어.

우쿄 마오 : 그렇다고 해도, 아케호시랑 갑자기 둘만 두는 건 내가 걱정된다는 얘기야.

우쿄 마오 : 본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하면 막진 않겠지만.

야시로 이토 : 어떻게 되든, 은 아무래도 조금…….

히노미야 아케호시 : 신뢰를 못 받네에. 나, 손님이 싫어할 만한 행동 같은 건 안 하는데~

히노미야 아케호시 : 그치만, 그럼 둘이 아니면 된다는 거지?

야시로 이토 : 응?

아야토 코우 : 그럼 되는 거 아냐? 마오도 가는 걸로.

우쿄 마오 : 나한테 떠밀지 말고 가, 부장.

아야토 코우 : 나, 오늘은 밤에도 일해야 하는 걸. 대신 해준다고 하면 가줄 수도 있는데.

아야토 코우 : 나도 상식 없는 쪽이고, 마오가 가는 편이 좋지 않겠어?

우쿄 마오 : ……. 하아…….

야시로 이토 : ……. 감사합니다, 마오 씨.

우쿄 마오 : 지금와서?

야시로 이토 : 다시금 경위를 떠올렸더니,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져서요.

우쿄 마오 : 아아……. 뭐야. 다행이네, 역시 아까 현관에서 뭔가 당할 뻔 했던 건가 싶었어.

야시로 이토 : 아니에요, 전혀.

야시로 이토 : (아케호시 군은 신뢰받지 못하네…….)

히노미야 아케호시 : 기다렸지~

‘편하게 있어’라는 말을 받아들여, 아케호시 군의 방에 있는 소파에 앉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때.

주방에서 돌아온 그는 낮은 테이블을 끼고 반대편에 앉아, 우리의 앞에 머그컵 3개를 놓았다.

히노미야 아케호시 : 자, 마셔. 내어줄 건 얼마 없지만.

히노미야 아케호시 : 홍차에 설탕은 넣는 편?

야시로 이토 : 괜찮아. 고마워, 잘 마실게.

우쿄 마오 : 이 집, 술이랑 에너지 드링크 외의 음료도 있었구나.

히노미야 아케호시 : 없어서 돌아가는 길에 뭐라도 사야지~라고 했더니, 유즈루 씨가 사무소에 있는 거 가져가도 된다고 했어.

히노미야 아케호시 : 뭐라고 했더라, 국산의 비싼 거라고 하던데. 폐하, 이런 거 따져 마시니까.

야시로 이토 : 폐하?

우쿄 마오 : 아이 씨의 별명.

야시로 이토 : (그렇구나. 폐하 캐릭터……. 어울리네.)

‘나에게 명령하지 마라.’ ‘경의를 잊지 말아라.’

방금 전 아침에 사무소에서 들었던 코우사카 씨의 발언을 단편적으로 떠올리고 혼자서 납득했다.

우쿄 마오 : 홍차 얘기는 나중에 하고, 슬슬 시작하는 게 어때.

히노미야 아케호시 : 응.

히노미야 아케호시 : 그럼. 뭐부터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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