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사이드업

밧울_맥시멈 기반 / 밧슈와 울프우드가 아침을 맞아 함께 식사를 합니다.

트라이건 by 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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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다."

방에서 나온 밧슈가 주방을 시야에 담기도 전에 말했다.

"고럼, 누가 만드는 건데. 와서 퍼뜩 앉아."

기분 좋게 흥얼대는 울프우드가 밧슈를 돌아보지도 않고 엄지만 핀 손으로 뒤를 가리키며 흔들댔다.

샤워를 하고 나와 얼마되지 않았는지 물에 젖은 머리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뒷머리칼 끝에 물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물방울이 손에 스며들도록 울프우드의 뒷머리에 가볍게 손을 스친 밧슈가 냄새 좋다, 속삭이듯 말했다.

울프우드는 프라이팬의 달걀을 노릇노릇한 식빵이 올려진 접시에 막 옮겨 담으려던 참이었다. 밧슈는 식탁으로 걸어가 자리에 탈팍. 앉고는 요리하는 울프우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곧이어 울프우드가 접시를 들고 몸을 돌려 다가와 밧슈 앞에 내려놓았다.

"마, 먼저 먹고 있어. 난 내거 또 해야 하니까."

"응, 고마워. 예쁘다 이거."

접시 위의 식빵에는 반들거리는 노른자가 봉긋 솟아오른 달걀이 얹어 있었다.

"써니사이드업이네."

"그게 뭐고."

"달걀 노른자 말이야. 태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나? 많이 해본 솜씨다, 울프우드."

"고아원 아들한테 해주던 솜씨가 어디 가진 않으니까. 그런 귀여운 명칭까지 있는 줄은 몰랐지만."

밧슈는 노른자부분을 식빵과 함께 베어물고는 따뜻한 노른자가 흘러나와 촉촉한 식빵을 우물댔다. 그런 밧슈에게 울프우드는 언제 준비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넘겨주고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밧슈는 울프우드에게 미소로 보답한 뒤 잔을 받아들었다. 밧슈는 입안의 토스트를 마저 씹어 넘긴 다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음, 좋다.

"난 울프우드가 요리해주는 게 좋더라."

"그러냐. 다음은 네 차례야. 알지? 연달아 같은 메뉴는 안돼."

"당연하지. 나 할 줄 아는거 많아! 날 뭘로 보는 거야?"

"빗자루로."

"빗자루도 요리 잘할 수 있어."

이른 아침의 기운을 빌려 점점 유치해져가는 대화에 둘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를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철부지가 따로없어.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울프우드는 자기 몫의 접시와 커피잔을 양손에 들고 식탁에 다가와 앉았다.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려는 찰나 자신에게 콕 박힌 시선을 느끼고 눈을 굴려 밧슈를 쳐다봤다.

"와."

"응? 아무것도. 먹어 먹어. 나 신경쓰지 말고."

"아무것도가 아닌거 같아서 그런다. 그 조막만한 머리로 뭘 생각하고있는지."

"조막? 조막...보다는 크지. 단어 선정이 오늘따라 귀여워? 울프우드."

울프우드의 발언에 말을 더듬으며 충격에 빠져있던 밧슈는 곧바로 반격했다. 울프우드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먹은 후 말했다.

"그으래? 우리 빗자루가 귀여우니까 말이 그렇게 나오는갑다. 그치? 귀여운 빗자루."

우리 빗자루?? 밧슈는 평소보다 더한 울프우드의 농락에 소름이 올라왔다.

"소름돋아... 놀리지 마."

"너만큼 놀리기 재밌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아. 그러고보니 집 주인 아줌마가 찾아왔었어. 그거."

울프우드는 토스트를 우물대느라 하던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집이 좀 시끄럽다던데."

"우리집??"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모로 기울인 밧슈는 곧장 아. 하고 깨달았다.

"소리를 크게 내는 편은 아니잖아? 울프우드 안 시끄러워."

"내는 그럴지라도 침대가 안 그런갑지. 삐걱대는 소리가 안쓰럽지 않던?"

"그러고보니... 확실히 침대가."

밧슈는 일전에 벽에서 떨어져 삐딱하게 틀어진 침대를 발견하고 밀어 옮겼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주인 부부 두분 목소리가 크셔서 늘 소란스럽잖아. 모르실 줄 알았어."

"그런 말 하기엔 너무 양심없지 않냐."

"하지만 울프우드가 2층이 좋다고 했잖아. 햇볕받기 좋다구."

"약간 후회중이야. 바로 아래가 집 주인집인걸 간과했다. 술집 거리를 피한 건 좋았는데."

울프우드는 커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느 누가 낮이며 밤이며 사람을 못살게구니 기어코 찾아오시기까지 한거 아니겠냐."

말을 끝낸 직후 울프우드는 등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오늘은 안된다고 하는데도 달려드는건 너잖아! 그것도 자주! 심지어 어제는 울프우드가 더 즐겼으면서."

"유혹한 사람이 문제야? 유혹에 넘어간 사람이 문제지."

큭큭하고 웃는 울프우드의 묘하게 얄미운 비소에 밧슈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울프우드에게 달려들었다.

"계속 그렇게 굴면 또 못살게 굴어주는 수가 있어~!"

밧슈는 울프우드가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를 노리며 팔을 뻗었다. 울프우드는 토스트를 든 반대 손을 필사적으로 휘두르며 밧슈의 손을 쳐내고 몸을 밀어댔다.

"어림도 없지...! 공격 패턴은 꿴지 오래다!"

"방심할 수 없는 패턴을 보여준다면?!"

둘은 의자를 덜컹거릴 정도로 격하게 몸싸움 아닌 몸싸움을 벌였다. 누군가 이 광경을 봤다면 버릇없다며 어린애만 못하느냐고 한소리를 했을것이다.

"흘러, 흐른다!"

"으악!"

울프우드 몸이 거의 뒤로 넘어가기 직전의 상황에서 울프우드 손에 들린 토스트의 반쯤 베어물린 노른자가 절단면부터 주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밧슈는 울프우드에게 달려들다 말고 재빨리 입을 벌려 흐르는 노른자를 받아먹었다.

"나이스... 캐치."

"...뭐하냐."

"그...그러게? 하하."

순식간에 일어난 위기와 순식간에 일단락된 상황에 울프우드는 굳어있다가 밧슈의 돌발행동이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걸 왜 먹어. 흐르니까... 떨어지면 안되잖아? 하여간 잽싸다니까. 밧슈는 멋쩍게 웃으면서 좀 웃기긴 했다. 라며 입술 주변을 문질렀다.

그런 밧슈가 울프우드를 흘긋 쳐다봤을때도 여전히 웃고 있는 모습에 밧슈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가온 밧슈를 보고 울프우드는 눈썹 한쪽을 들어올렸다.

"역시 나한테 뭐라 할 처지가 못 된다니까."

"인정. 유혹이 너무 달콤해서 그만."

입을 맞춰오는 밧슈가 편할 각도로 고개를 기울여주며 울프우드는 토스트를 내려놓았다. 방금 먹은 토스트의 기름기가 묻어 반들거리는 입술이 서로에게 닿아 고소한 맛이 났다. 몇 번 혀를 얽은 후 슬금슬금 울프우드의 허리를 감싸고 다가와 의자를 치우고 눕히려는 낌새를 보이자 울프우드는 이놈봐라 싶으면서도 밧슈가 원하는대로 순순히 바닥에 누워주었다. 울프우드의 머리 옆 바닥을 팔로 디딘 밧슈는 여전히 떼어지지 않은 입술을 비비며, 밧슈의 혀가 드나들 수 있도록 입을 연신 벌렸다 오므려주는 울프우드를 기껍게 침범했다.

촉, 츄웁. 타액과 살덩이가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고 서로의 숨을 삼키던 둘은 점차 분위기가 달아오름을 느꼈다.

입을 떼고 더운 숨을 뱉은 둘은 잠시 말 없이 바라보다 같은 생각을 한듯 같은 타이밍에 몸을 꾸물댔다.

아. 울프우드가 나지막히 말했다.

"나 아직 아침 다 못 먹었는데."

"정말 지금 먹고 할거야?"

"죄책감 좀 가져보라고 말해봤어."

"아. 미안..."

그걸 또 사과하고 있냐는 듯 울프우드는 웃으며 밧슈의 양 볼을 쥐고 쪽, 입 맞춰주었다. 밧슈는 울프우드 허벅다리를 접어 올리며 다시 고개 숙여 키스해주었다.

"잠깐. 할말은 해야겠다. 우리 음식 앞에서 장난치지 않기로 했잖아. 정리는 네가 해라."

"울프우드는 언제 지킨 것처럼 말하네. 그리고 이번엔 원래 내가 할 차례잖아."

"...그럼 다음에 요리도 네가 하고 정리도 네가 해. 망할 빗자루."

"분부대로, 망할 빗자루를 좋아하는 울프우드씨."

푸흐흐 웃은 밧슈는 비누향 나는 울프우드의 목에 가볍게 입 맞추고 숨을 들이켰다. 좋은 냄새. 밧슈는 아직 채 달궈지지않은 오전의 따듯한 햇볕을 닮은 울프우드의 냄새를 좋아했다. 아마 평생토록 이 냄새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밧슈는 다시 울프우드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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