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소마 단편

키스하고 싶어!

도둑키스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가볍게 씀

-

“하스미 공, 녹차를… …오야?”

한산한 오후의 리즈링 사무소. 따뜻한 녹차가 담긴 주전자를 들고 들어오던 소마가 멈칫했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집중해서 서류를 보고 있던 케이토가 책상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기 때문. 주전자를 내려둔 뒤 혹시 깨울까 조심조심 그에게 다가갔다.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그의 어깨는 깊게 잠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만히 응시하던 소마가 의자를 끌어왔다. 그를 바라보며 옆에 따라 엎드렸다. 팔을 괴고 누워있는 모습, 감겨진 눈과 흐트러진 앞머리, 삐뚤어진 안경. 소마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케이토의 모습이 좋았다. 하긴, 최근에 많이 무리하신 것 같긴 했소. 그의 이목구미를 찬찬히 구경하던 소마가 조심스레 케이토의 손을 잡았다. 그는 흠칫하긴 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케이토의 눈치를 살피며 소마가 느릿하게 그의 손바닥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약간의 굳은살이 박혀있는 그의 손이 좋았다.

그가 좋았다.

손가락을 쓰다듬기도 하던 소마가 고개를 들어서 케이토의 얼굴을 살폈다. 많이 피곤했는지 여전히 그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스미 공.”

“….”

당연하겠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의 손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소마가 다시 옆으로 누웠다.

“좋아하오.”

“….”

딱히 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지 소마가 눈을 감았다. 그를 더 재우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소마의 머릿속에서 다투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잖소? 하지만 하스미 공의 눈동자가 보고 싶소이다! 하스미 공과 닿고 싶잖소! 머리를 절레 젓고는 소마가 몸을 일으켰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숙였다.

소마의 긴 머리카락이 케이토의 머리 위로 사락- 내려앉았다.

천천히 일어났다. 소마의 볼이 붉었다. 작게 헛기침을 하며 소마가 괜히 딴청을 피웠다. 흠, 흠. 아무도 모를 거요. …아차, 녹차를 가져와야겠구려. 허둥거리며 다시 나가려는 때에, 누군가가 소마의 손목을 잡았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웃고 있는 케이토의 모습이 보였다.

“우와앗?! 하, 하스미 공…?!”

“좋은 아침이다 칸자키.”

그가 조금은 능청스레 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잡고 있는 손목은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얼굴이 빨개진 소마가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머리를 굴렸다. 방금 키 키스한 것 때문에 깨신 것인가? 본인이 깨운 거요? 우와앗, 이를 어찌하면 좋소이까…! 심장이 쿵쿵 뛰어왔기에 괜히 손가락을 쥐었다폈다 하고 있자, 케이토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마가 입을 열려는 때에 그가 손을 가까이 끌어왔다.

손등에 따뜻한 감각이 느껴졌다.

입 밖으로 나오려던 변명의 말들이 전부 녹아버렸다. 손등에 닿아온 작은 온기가 소마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소마의 반응에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케이토가 그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가까워진 소마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미소를 지우지 못하며 - 아니, 아마 지울 생각도 없겠지만 - 그를 올려다보았다. 케이토와 시선을 맞추며 소마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깨어 있으셨소?”

“글쎄, 네녀석이 내 손을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차. 민망함에 입을 꾸욱 다물었다. 얼굴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훗 웃음을 터트린 케이토가 손을 들어 소마의 볼을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서 손바닥에 볼을 부볐다. 그의 손 또한 따뜻했다.

“그나저나 칸자키, 이렇게 몰래 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다.”

“아앗, 송구하오…?!”

그의 말에 소마가 또다시 허둥거렸다. 불충이었던 건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인가. 역시 깨워서라도 허락을 받았어야 했나. 당혹스러움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사과의 말을 찾으려는 때에, 케이토가 소마의 머리를 감싸쥐고서 살짝 끌어당겼다.

“깨어 있을 때도 해줘야지, 칸자키.”

“…!!”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케이토가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소마의 머리카락이 또다시 케이토의 볼에 내려앉았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 뛰었다. 케이토의 어깨를 붙잡고서 소마가 눈을 감았다. 그와 나누는 이 온기가, 그가 좋았다.

며칠 뒤, 연습실.

케이토가 시계를 살폈다. 스케줄이 붕 떠버렸기에, 예정된 시간보다 이르게 연습실에 도착하게 되어서. …흠, 먼저 스탭이라도 밟고 있을까. 조금은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연습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웅크려 누워 잠들어 있는 소마를 발견했다.

“…칸자키?”

깊게 잠들었는지 케이토의 부름에도 소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꽤나 일찍 와서 혼자 연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는 중 잠깐 쉬려다 잠든 것 같았고. 나참, 구제불능이군. 이렇게 자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만. 작게 한숨을 쉬고서 소마를 내려다보았다. 깊게 잠든 모습에 더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케이토가 손을 뻗어서 소마의 볼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으음- 간지러운지 소마가 작게 몸을 뒤척였기에 흠칫 손을 떼어냈다. 일어나는 건가. 케이토의 예상과 달리 소마는 잠시 몸을 바르작거리기만 하고는 다시 새근새근 잠들었다. 공중에서 굳어있던 케이토의 손이 다시금 소마의 볼을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저항하지 않았다.

“….”

소마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케이토가 볼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부드러운 볼을 어루만지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소마의 볼에 닿았다. 조금은 충동적인 충돌이었다.

케이토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는 소마의 얼굴은 어느덧 빨갛게 익어 있었다. 눈썹이 씰룩거렸으며, 입은 무언가를 참으려는지 꾸욱 앙다물고 있었고. 그 모습에 케이토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까 전에 깨버렸나보군. 소마의 옆머리를 어루만지며 케이토가 물었다.

“깬 건가?”

“…! 아, 아직은 아니오….”

갑작스러운 물음에 소마가 당황했는지 이상한 거짓말을 뱉었다. 푸훗 웃음을 터트리고서 케이토가 고개를 기울였다.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좀 더 해 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잠시 고민하던 그가 손을 거두었다.

“흐음, 그런가. 아쉽구나. 몰래 입맞추는 건 좋지 않으니까, 깨어 있을 때 더 해주고 싶었다만.”

“?! 보, 본인, 지금 기상했소이다!!”

케이토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마가 번쩍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케이토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연하 애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러거나 말거나, 엉망이 된 머리를 한 채로 소마가 눈을 반짝이며 케이토에게 몸을 기울였다. 더 해주시오! 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표정이었기에, 다분히 사랑스러웠다.

“…이런 곳에서 그렇게 무방비하게 잠들면 안 된다 칸자키. 감기에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에엣, 송구하오! 본인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 것이기에… 허나 그렇게 함으로써 하스미 공께 키-스를 받을 수 있었으니 좋소이다!”

“나참.”

그의 솔직한 반응에 케이토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소마는 언제나 이렇게 제 마음에 솔직했으니까, 케이토 또한 제 마음을 숨기기 힘들었다. 아니, 숨길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소마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서 그가 몸을 기울였다. 케이토의 얼굴이 제게 가까워지자 소마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

간질간질한 감정이 쿵쿵거리는 심장에서부터 피어올라 손끝으로 향했다. 케이토가 그의 뒷머리를 감싸안으며 머리를 기울였다. 스치는 입술이 뜨거웠다. 소마가 먼저 입술을 열었고, 케이토는 그 안에 당연하다는 듯 파고들었다. 소마의 손가락에 제 손을 얽어잡으며 케이토가 그를 천천히 바닥에 눕혔다.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소마가 저항없이 그에게 이끌렸다. 팔꿈치가, 등이, 머리가 바닥에 닿아갔지만 그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서로가 나누는 숨이 이미 너무나도 뜨거웠으니까. 호흡이 어지럽게 섞였고, 얽힌 손가락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감각에 숨쉬기가 버거웠다. 소마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던 케이토가, 서로의 숨이 섞이는 거리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세상이 빙글빙글 어지럽게 도는 느낌이었기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케이토가 잡았던 손을 풀었으나 소마는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잡을 정신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소마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던 케이토가 다시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 소마의 손이 흠칫 떨렸다. 손 끝에서 소마의 바들거림이 느껴졌기에 케이토가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에 민망한지, 소마가 반대손으로 더듬거리며 케이토의 어깨를 찾아 꽈악 움켜쥐었다. 소마 나름의 불만 표출이 꽤나 귀여웠다.

그의 손바닥에서 손끝이 느릿하게 스쳤다. 소마의 손목을 따라 케이토가 천천히 손을 미끄러트렸다. 간지러운 느낌에 소마의 팔이 움찔거렸으나, 게의치 않고 계속해서 내려갔다. 어쩐지 공기가 뜨거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케이토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서 소마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소마는 케이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고통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숨이 부족해서 머리가 어지러운 걸까, 아니면 무언가를 더 바라는 걸까.

그의 표정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케이토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몸을 숙여서 소마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간지러운 느낌에 소마가 손을 흠칫 떨었다. 고개를 반대로 젖히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꼬리에 맺혀있던 눈물이 옆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소마의 손목을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케이토가 숨을 골랐다. 뒷목이 뻐근했다.

벌컥-

“흐아암~ 오우 너희 둘 다 일찍 왔…네…?”

별 생각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쿠로는 연습실 내의 상황을 보고 두 눈을 깜빡였다. 다급하게 몸을 일으킨 것처럼 보이는 소마와 왜인지 바닥에 엎어져있는 케이토.

“키, 키류 공 오셨소이까!! 버 벌써 시간이 그리되었구려!!”

허둥거리며 소마가 몸을 일으켰으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곧장 다시 주저앉았다. 척봐도 이상한 상황에 쿠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케이토에게 다가갔다. 엎어져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케이토의 귀는 붉었다.

“어이 하스미. 방금까지 뭐 하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차라리 고양이가 생선을 안 먹었다 하지 그래….”

“….”

비틀거리며 케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아마도 방금 전 반사적으로 소마가 밀어내느라 생겼을 붉은 손자국이 선명히 얼굴에 남아 있었다. 당황한 소마가 케이토에게 다가가서 양 볼을 붙잡았다.

“우와앗, 송구하오 하스미 공!! 하스미 공의 용안에 감히 이런 짓을…!!”

“…아니다 칸자키. 내 잘못도 어느정도 있으니까…….”

“할복으로 속죄하겠소이다!!”

“잠깐, 멈춰라!”

검을 뽑으려는 소마와 당황해서 말리려는 케이토. 그리고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쿠로. 뭐, 어쨌든 평화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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