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요리를 해요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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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같은 하루. 소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다. 계란말이와 고로케를 도시락에 가지런히 담으며 행복한 듯 웃었다. 이번에는 하스미 공께서 좋아하실 거요! 뚜껑까지 조심히 닫고서 내용물이 흔들리지 않게 천천히 들어올렸다. 지금 시간쯤이면 사무실에 계시겠지. 후식으로 함께 즐길 찻잎도 챙겨야겠소…♪ 설렘과 함께 소마가 주방을 나섰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식사시간이 기대되니까.
“아, 미안하군 칸자키. 지금은 배가 불러서.”
“에…?”
그런데 케이토는 이번에도 소마의 도시락을 거절했다. 배, 배가 부르다니. 방금까지 계속 일만 하고 있으셨잖소이까…! 억울했지만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시계를 확인한 그가 서둘러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급한 일정이 있으니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서, 그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따뜻한 도시락통을 품에 안은 채로, 소마는 그가 떠난 문만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케이토가 소마의 도시락을 거절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세 번째. 둘 중 누군가 먼저 제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도시락 타임은 그저 둘 사이에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혹시 본인, 무언가 실수라도 했던 게련가? 마지막으로 드셨던 도시락에 혹시 콩이라도 들어 있었던 거요? 끄응 소리를 내며 소마가 의자에서 몸을 웅크렸다. 자신에게 화가 났거나 질린 것인가, 라고 추측하자면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케이토는 이전과 똑같이 소마에게 상냥했고,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했으며, 마주칠 때마다 다정한 웃음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심지어 취침 전에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함께 잡담하는 것마저 빠지지 않고 했다. 너무 늦게 돌아오는 날에는 전화를 하기까지 했으니까. 뭐, 소마가 저녁 도시락에 대한 주제를 꺼내면 적당히 얼머무리다가 주제를 바꾸곤 했지만.
그러니까 그는 지금, 오직 소마와 같이 저녁 도시락을 먹는 일정만을 피하고 있었다. 하스미 공, 혹시 체중 조절을 하시는 게련가? 그렇다면 본인에게 먼저 말을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다이어트-에 좋은 종류로 요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소만….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돌렸다. 설렘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던 도시락이 그의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던 소마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입맛이 없으니, 이번에도 시이나 공에게 드려야겠소이다.
함께 저녁을 못 먹은지도 어언 2주째. 케이토가 좋아할만한 것을 찾아서 매일 새로이 요리를 해도, 다이어트 식단으로 준비해도, 케이토는 언제나 도시락통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나가버렸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매번 키스해주기 때문에 차마 그를 붙잡을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그가 나가고나면 소마는 언제나 덩그러니 그가 떠난 문만을 바라보다가 한숨과 함께 돌아가곤 했다. 그러니까, 2주 동안 니키만 매 저녁마다 배부르고 행복해졌다는 뜻이다.
소마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케이토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케이토를 자신에게서 앗아가는 행위라면-
“…그것만은 결코 거부하겠소이다!!!!”
소마는 순응할 수 없었다.
“하스미 공!”
“아 칸자키, 미안하다. 오늘도-”
그날 저녁. 오늘도 소마는 도시락을 들고서 케이토를 찾아왔다. 짐을 정리하던 케이토가 시계를 보며 다급히 소마에게 걸어왔다. 피곤한 듯한 웃음과 함께 그가 소마의 머리에 손을 올리던 그때, 소마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소마의 행동에 케이토가 흠칫 놀라 그를 내려다보았다.
“…칸자키?”
“….”
소마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케이토와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로. 갑작스러운 그의 모습에 케이토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달싹이던 소마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혹시, 본인의 요리가 질리신 거요…?”
“뭐…? …아니, 그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매일 저녁마다 거부하시는 게외까!!”
두 눈을 질끈 감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러움이 북받쳐올라 우앙~ 하고 크게 소리쳐 울어버렸다. 카, 칸자키. 미안하다. 울지 말아다오. 응? 당황한 케이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느껴져서. 그 사랑에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 결국 케이토가 그를 와락- 끌어안고서 머리와 등을 토닥여주고 나서야, ‘걱정하게 해서 미안했다 칸자키. 울지 말아라.’ 라며 귓가에 속삭여주기까지 한 뒤에야 소마는 진정할 수 있었다. 헤어지기 싫다는 듯 그의 어깨를 꽈악 끌어안고서 코를 훌쩍였다.
“본인, 하스미 공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소이다….”
“….”
그럼에도 케이토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가, 마침내 한숨을 푹 내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꾸나.”
“…!”
“칸자키, 날 따라와라. 너와 함께 갈 곳이 있어.”
“에엣…?”
그의 말에 소마가 눈을 깜빡였다. 에? 그냥 이 도시락을 여기서 먹으면 되는 것 아니오? 소마의 물음에도 케이토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도착한 곳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요리교실. 어, 어째서 여기로 데려오신 거요? 소마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끄럽다는 듯 귀끝이 붉어진 케이토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그때, 안에서 앞치마를 두른 한 여성이 걸어나왔다. …저이는 누구요? 도시락을 꼬옥 끌어안고서 소마가 경계서린 눈빛으로 그녀와 케이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소마를 발견한 그 여성의 눈이 커졌다.
“어머 안녕하세요~ 혹시 이분이 전에 말씀하셨던…?”
“네, 제 애인입니다.”
“어머나~!!”
케이토의 말에 여자가 즐겁다는 듯 박수를 쳤다. 엣? 우, 우리가 연인 사이라는 것을 이미 아시는 분이었소?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기에 계속해서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케이토는 시선을 피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소마를 바라보던 여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요리교실이에요. 그리고 이 분은 지금 제게 2주째 개인 강습을 듣고 있으시구요.”
“에에, 그러셨구려.”
“수업을 듣는 목적은, 애인에게 도시락을 싸주고 싶어서-라고 하셨어요.”
“에, 에엣?! 그것이 정말이오 하스미 공?”
그녀의 말에 소마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케이토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었다. 소마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러면, 근 2주동안 매일 저녁마다 바쁘게 가셨던 이유가-
“손재주도 좋고 열심히 하시기는 하는데, 계량을 잘 못하시고 요리에 대한 감이 없으셔서요. 그래서 수업이 예상보다 좀 더 오래 진행되고 있기는 해요. 기준이 엄격하시기도 해서, 여지껏 완성한 요리들은 다 가져가지 않고 전부 드셨답니다.”
그래서 저녁을 피하신 거였구려. 소마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입가에는 저절로 웃음이 번져갔고, 볼은 붉어졌다. 주춤주춤 케이토에게 다가가서 그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여전히 케이토는 차마 시선을 맞출 수는 없는 것 같았지만- 자연스레 소마의 허리를 끌어안아주었다. 그에게 이마를 부비고서 행복한 듯 고롱거렸다. 기쁨이 심장에 넘실거렸다.
“자, 그러면 오늘의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겨우 진정한 케이토가 소마를 의자에 앉혔다. 긴장되니까 너무 자세히 보지말라고 당부했지만, 소마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되고, 케이토는 선생의 지도에 맞춰서 계란을 풀고, 물을 끓이고, 기름에 튀기고,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일련의 모습들에 소마는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우와앗, 다치시는 것 아니오? 불이 너무 센 것 같소이다…! 당근이 너무 두껍소…!
하지만, 그 모습들이 전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기에. 행복한 웃음이 차마 얼굴에서 떠나지 못했다.
한참 뒤, 소마의 앞에는 그럴싸한 한 상이 차려졌다. 비록 모양이 이상하고, 튀김은 조금 탔고, 국에는 물이 너무 많지만 말이다.
“…완성이다.”
“오, 오오…! 본인만을 위해 해주신 하스미 공의 요리!! 이대로 가져가서 보관하고 싶소이다!! 가보로 남기고 싶소!!”
“당연히 상할 테니까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다 먹어라.”
두 눈을 반짝이며 요리들을 감상하던 소마가 조심스레 수저를 들었다.
꿀꺽. 긴장이 되는지 케이토가 괜히 주먹을 쥐었다.
젓가락이 천천히 반찬들을 집어올렸고, 소마는 망설임 없이 입에 물었다. 우물우물….
“맛있소이다!!”
“! 그게 진짜인가?”
“그렇소이다!! 하스미 공께서는 역시 요리도 잘하시는구려! 본인, 무척 감동받았소이다!!”
방긋 웃고서 소마가 계속해서 음식을 집어먹었다. 마침내 긴장이 풀린 케이토가 웃으며 그의 건너편에 마주앉았다. 소마가 배시시 웃으며 케이토와 시선을 맞췄다. 턱을 괴고 눈을 맞추던 케이토가 한숨과 함께 식탁에 무너졌다.
“…실은, 매번 네게만 요리를 시키는 것 같아서…. 나도, 네게 보답하고 싶었다. 네 음식은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네게 같은 기분을 선물해주고 싶었어. 이왕이면 네게 비밀로 해서, 몰래 준비하고 싶었고.”
“…!!”
열심히 식사를 하던 소마가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마의 시선이 또 부끄러운지 케이토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보지 마라. 손을 뻗어서 그가 소마의 고개를 살짝 꾹 눌렀다. 시야에는 케이토가 차려준 요리가 가득했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다. 행복과 사랑이 손끝까지 가득 찬 느낌이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토에게 와락- 달려들 정도로.
“어이 칸자키, 위험하잖나…!”
“본인, 너무나도 감동이오!! 정말로 많이 좋아하오 하스미 공~!!”
“나참…. 그래, 나도 사랑한다.”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케이토가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평화로운 커플의 모습에 선생도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소마가 가져온 도시락까지 꺼내고서 둘은 즐거운 저녁식사를 즐겼다.
그 이후부터 케이토는 매 저녁마다 소마가 차려준 도시락을 다시 함께 먹기 시작했다. 가끔 함께 요리하는 때도 생겼고. 물론, 이때는 소마 혼자서 요리하는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모양도 이상하지만 - 가끔은 간도 잘 맞지 않았다 - 소마는 이렇게 함께 준비하는 식사를 가장 좋아했다.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소이다!!’를 연발하며 케이토에게 어리광을 피울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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